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249)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250화(250/276)
며칠 후.
벤더 모션 픽처 아카데미.
한국에서 일정 마친 후.
경찬현은 미국으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쉬지도 않은 채 며칠간 영화 교육 커리큘럼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테두리를 만들어낸 후 다시 벤더를 찾았다.
“오랜만이구먼.”
벤더는 처음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경찬현을 맞이했다.
환한 웃음과 함께 그리고 경찬현이 들어오는 것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포옹으로 인사를 할 수준.
경찬현은 처음엔 약간 긴장한 듯 보였지만, 벤더의 호의적인 반응에 금세 적응한 듯 편한 미소를 띠며 자리에 앉았다.
“요새 바쁠 텐데, 여기에 신경 쓸 시간이 있나? <엠티드 바디>가 아직 상영관에서 내려오지 않았는데 말이야.”
<엠티드 바디>는 좀비 영화의 클리셰들을 모두 박살 내며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은 영화.
그리고 여태껏 극장에 발길을 끊었던 관객들도 다시 극장으로 불러들인 영화라는 이야기가 떠도는 수준의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지금 개인 일정이 넘쳐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신경 쓸 여력이 있다는 게 대단하다는 듯 벤더가 물었다.
“네. 해야 하는 거니까요.”
학교로 직접 찾아온 경찬현은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의 눈 밑에 가득 들어찬 다크 써클과 거의 반은 감긴 듯한 그의 눈에 벤더는 안쓰럽게 그를 바라봤다.
“일단 이거…….”
경찬현은 두꺼운 서류들을 벤더에게 건넸다.
“먼저 읽어보시겠어요? 학교의 교육 커리큘럼의 초석입니다.”
“흠…… 그러지.”
경찬현이 새롭게 제안할 영화 교육 커리큘럼.
벤더 모션 픽처 아카데미의 교육 커리큘럼을 완전히 바꿔버릴 생각인 듯.
경찬현은 세밀한 내용 하나하나 신경 쓰며 교수진에 대한 평가도 첨부했다.
‘대단하군……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것들을 생각해냈어.’
벤더 모션 픽처 아카데미의 가장 큰 문제.
상업성과 예술성을 혼합시킬 능력이 없는 교수들이 넘쳐난다는 것.
그 덕분에 지금 학교에서도 편이 갈린 상황이었다.
예술성이 중심이다, 상업성이 중심이다.
마치 정해진 답이 있다는 듯이 행동하는 그들에 의해 학생들 역시도 편이 나뉘었다.
그 때문에, 영화판 역시도 점차 암울해졌다.
대중들을 멍청이 취급하며 만든 유치한 영화들. 그딴 걸 상업성이라고 생각한 감독들.
그리고 이해를 할 길이 없는 마치 자기 할 말을 두서없이 해대는 예술병 걸린 감독들.
그들의 갈등이 깊어짐에 따라, 관객들은 영화관으로의 발길을 끊었다.
‘하지만…… 그들의 발길을 다시 되돌린 건…….’
경찬현.
예술 병에 걸린 것도 아니었고, 상업성도 무시하지 않았다.
밸런스가 완벽한 영화들.
그만큼 완벽한 영화를 만들었기에, 적도 많았다.
학교 내에서도 경찬현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많았으니까.
-<스페이스 베가본드>는 최악의 영화다. 단순히 기술로 흥행한 영화는 오래갈 수 없다.
-<엠티드 바디>는 상업성의 부재다. 어떻게 좀비라는 소재로 그딴 이야기를 할 수 있나?
최근까지도 경찬현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쏟아내는 교수진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멀어졌다.
학생들이 그들의 수업을 듣지 않았으니까.
이런 생각으로 다시 경찬현의 제안을 살펴보며, 벤더는 미소를 지었다.
‘기본기를 더욱 확실히 만들어 주되, 그 이후의 선택은 영화학도들에게 맡긴다라…….’
특히나 영화제작 과정에 있어 직접 참여하며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스스로 생각하며 행동하게 만들어 주게끔 만들자는 게 경찬현의 생각이었다.
‘이렇게만 되면 좋겠지만…… 너무 이상적일지도…….’
학생들의 자율적인 참여.
아직 20대 초반의 아이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게 너무 큰 게 아닐지.
이런 생각에 벤더는 의아한 목소리로 경찬현을 향해 물었다.
“이게 잘될지 모르겠네. 사실…….”
영화에 엄청난 열정을 가진 이들은 소수였다.
학생들도 점차 줄어가는 실정이었고, 그렇기에 힘든 커리큘럼들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
안타까운 현실이었지만, 안 그래도 줄어드는 학생들의 수에.
모션 픽처 아카데미 졸업 요건들은 점차 쉬워졌다.
“이렇게 하면 오히려 학생들의 수가 줄어들까 걱정이야.”
“네?”
“모든 학생들이 자네 같지 않아. 자신의 인생을 영화에 온전히 투자하려는 학생들……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거지.”
영화학도라는 꿈을 꾸고 들어왔지만, 그들은 쉽게 타협하고 말았다.
그래서 영화라는 꿈을 포기하고 대부분 영화 산업 관련으로 빠지곤 했다.
영화를 만들기보단, 배급 투자 등 사업 쪽으로 눈길을 돌린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벤더 모션 픽처 아카데미는 일종의 인맥 쌓기용 학교로 전락했다.
“흠…….”
벤더는 턱을 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경찬현은 벤더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다 그렇기를 바라는 건 아닙니다. 영화에 흥미가 없는 데도 어쩌다 이 학교에 들어온 아이들도 있겠죠. 그들까지 모두 챙기기엔 힘듭니다. 열정이 있는 사람들부터 먼저 키워나가야죠.”
“…….”
“그리고 그들이 좋은 영화들을 만들어낼 때 그들의 영향력까지 생각해보세요. 좋은 영화와 좋은 환경까지. 어쩌면 지금 영화판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겁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좋겠다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지 않나……. 나는 이 대학교의 총장일세. 이 학교가 무너지는 걸 방관할 수만은 없기도 하고…….”
한 대학교의 총장으로서 학교가 무너지는 걸 막을 수는 없었기에.
벤더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경찬현을 바라봤다.
그러자 경찬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해답을 알고 있다는 듯,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학교 운영비가 문제라면…… 저희 쪽에서 충분히 지원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눈치를 보며, 가르쳐 줘야 할 게 아닌 쉬운 것만 가르친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요. 물론 학생들이 줄어든 이유로 몇 년간 적자가 날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이게 의미가 있는 투자라는 게 보이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리고 우리에겐 시간은 넘쳐나고요.”
시사회에서 했던 이야기.
경찬현은 다시 한번 우리에게 시간은 많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웃음기 띤 얼굴로 말했다.
“벤더 감독님이나 저나. 이 세상이나 훌륭한 영화감독들을 원하지 않나요? 그게 시간이 얼마나 됐든 간에 그들은 다시 나타날 겁니다. 이전에 있던 히치콕, 큐브릭 같은 감독들이 다시 세상에 나타날 거라고요. 그리고 우린 그들이 나타났을 때 그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내면 될 일이고요.”
그 말을 하는 경찬현을 바라보며, 벤더는 미소를 띠었다.
경찬현은 그런 환경 없이 한국이라는 머나먼 나라에서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이라는 자리에 오른 영화감독.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이도 있는 반면에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영화를 꿈꾸면서도 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을 터.
경찬현의 말대로 좋은 환경을 만들어내면 그만큼 좋은 영화감독들이 나올 거란 말은 충분히 신빙성 있는 말이었다.
“그럼 이렇게 해보자는 건가……?”
“아뇨.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겁니다.”
단호한 경찬현의 말에 벤더는 크게 웃으며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알겠어. 자네 말대로 해보자고. 그럼 우리 학교에 먼저 자네 커리큘럼을 도입해보지. 근데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들에게 준다는 시나리오는 무슨 뜻인가?”
“아…… 그거 말이죠.”
경찬현은 멋쩍은 듯 뒤통수를 긁적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틈틈이 써놓은 시나리오들입니다.”
“뭐라고?”
경찬현은 유능한 영화감독이자, 엄청난 시나리오 작가였다.
그가 만든 이야기들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먹혀들었고, 엄청난 호소력으로 관객들을 끌어당겼다.
그런데 그가 쓴 시나리오들을 수석 졸업생에게 준다는 건, 즉 그의 무기를 나눠주겠다는 뜻.
이해할 수 없는 그의 말에 벤더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런 걸 나눠주겠다는 건가? 자네 시나리오는…….”
“네. 물론 자신들이 쓴 시나리오를 연출하겠다는 친구들에겐 주지 않을 테지만, 그런 게 없다면 이 시나리오들을 그들에게 공유하고 싶습니다.”
“대체…… 왜? 자네 작품을 만드는 게 더 낫지 않겠어?”
“그건 따로 있습니다. 제가 틈틈이 써놓은 것들은 엄밀히 말하면…… 제 거 같지 않거든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벤더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경찬현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이유는 묻지 말아 주세요. 하하. 뭐……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니까요.”
“뭐…… 자네가 금덩어리를 기부하겠다는데…… 받는 사람 입장에서 뭐라고 한다는 게 이상하긴 하다만…… 알겠네.”
경찬현이 직접 쓴 각본을 받는다는 건.
분명 학생들에게 엄청난 자극제가 될지도 모르는 조건.
하지만 경찬현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싶어 다시 한번 물어본 것이었지만.
경찬현은 그 이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럼 이렇게 진행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네…… 그리고 혹시…… 자네도 그 이사회에 들어와 줄 수 있겠나? 여기 이사회에서도 말이 많을 거 같아서 말이지. 사실…… 나도 조금 힘에 부치고 말이야.”
<엠티드 바디> 시사회에서 스미스 벤더가 극찬했다는 이야기에 악감정을 품은 임원들도 많았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벤더의 힘은 점점 빠지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 경찬현과 함께한다면 훨씬 편해질 거 같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론입니다. 그럼 그때 해야 할 이야기도 미리 준비해보도록 하죠.”
“고맙네…….”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인데요.”
경찬현의 말에 벤더는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에 뵙죠.”
“그래, 자네도 바쁠 텐데. 고생 많았어.”
경찬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총장실 밖으로 나섰다.
그가 졸업생들에게 제공하기로 한 각본들.
대부분 그가 있던 세상에서 봤던 영화들이었다.
결국 좋은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해야, 좋은 영화들이 나온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었으니까.
‘좋은 시나리오 작가와 좋은 감독은 다른 말이지.’
훌륭한 이야기꾼이 아니더라도, 영화감독으로서 재능만 충분히 있다면 성공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스탠리 큐브릭 역시도 원작을 영화화하는 것으로 유명한 감독이었고.
마틴 스콜세지 역시 각본보다는 연출로서 명감독의 반열로 오른 감독이었다.
한국은 특히나 감독에게 시나리오적인 능력까지 강요하곤 하지만, 사실 그 둘은 완전 다른 관계.
물론 감독들이 시나리오까지 쓰며, 어떻게 연출할지 머릿속에 다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모든 영화감독들이 봉준호 감독이 될 순 없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훌륭한 각본을 주며, 좋은 영화감독이 되길 바라는 수밖에.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작업이지만.
하다 보면 언젠가는 빛을 보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경찬현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성현 KMD 픽처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