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250)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251화(251/276)
경찬현이 떠나고 난 후.
그가 남긴 커리큘럼을 바라보던 벤더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당장 학교에 있는 교수진들과 이사진의 거센 반대는 당연했다.
학교 내에 경찬현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은 건 물론, 영화판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흠…….”
특히나 지금 당장 이사진들의 중심에 있는 ‘우베 셀처’.
영화감독 출신으로 벤더 모션 픽처 아카데미의 가장 인기 있는 교수.
당장 학생들 대부분이 이 교수를 보고 자신의 학교를 왔다고 말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것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교수였다.
덕분에 이사진들 사이에서도 가장 입김이 센 교수이자, 벤더조차도 약간의 눈치를 봐야 할 정도.
그렇기에 우베가 움직이면 상황이 만만치 않을 거란 생각에 벤더는 잠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이렇게만 변화할 수 있다면…….”
경찬현의 말대로 이 커리큘럼으로 모든 것이 변화한다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기대되는 것은 마찬가지.
여태껏 벤더는 자신이 뿌려온 씨앗들이 왜 발아하지 못했는지.
경찬현의 커리큘럼을 보며 단번에 깨달았다.
‘영화로 어떻게 돈을 버느냐에 대해서만 가르친 거 같군…….’
정작 중요한 영화감독으로서의 마인드.
자기 작품에 무엇을 담을지에 대한 건 하나도 없었다.
과거에 타협했던 자기 모습을 그대로 교육과정에 넣었기 때문일까.
어쩌면 지금 영화판의 현실을 자신이 초래한 걸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기에 경찬현을 더욱 도와야 한다.
과거에 한 타협과 그로 인한 현실에서의 책임.
그것들을 후회하는 것만으로 남아있을 순 없다.
***
며칠 후.
KMD 성현 픽처스.
“흠…….”
스미스 벤더와 헤어지고 난 후, 그와 하루에도 몇 통씩 전화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아직 상영관을 내려오지 않은 <엠티드 바디> 행사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그래도 어쩌면 영화판을 살리는 것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에 이 일에 손을 뗄 수 없었다.
“우베 셀처라…….”
벤더가 제일 조심하라고 했던 감독.
학교에서 가장 입김이 센 감독이었지만, 이 감독은 분명 내가 알던 세상에서는 쓰레기 중에 쓰레기 감독이었다.
‘어이가 없군.’
수준 낮은 영화로 최악의 영화감독으로 평가받던 독일인.
영화를 만들 때, 독일에 있는 특수한 영화법, 세금 감면법을 역이용하며 수익이나 올리던 감독이 대체 어떻게 영화계에서 힘을 가지게 된 건지…….
“하…….”
특히나 자신의 영화를 비판하면 복싱으로 결판을 짓자고 했던 감독.
그의 영화를 비판하면, 아마추어 복싱 경력이 있는 그는 SNS에 자신 있으면 덤벼보라는 식으로 대회를 열었다.
그리고 그 대회에서 그의 영화를 비판한 평론가들은 모두 두들겨 맞고 링에서 내려왔다.
“에휴, 아니다…….”
이 세상에 온 지도 십 년이 넘게 흘렀지만, 종종 이렇게 튀어나오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차라리 이해하기를 포기하는 게 마음 편했다.
그냥 받아들이는 게 차라리 정신 건강에 좋았으니까.
“쯧…….”
어떻게 할지 펜을 들고 잠시 멍하게 있던 찰나.
내 핸드폰이 울렸다.
띠링-.
체스터의 전화에 잠시 목을 가다듬었다.
“예, 체스터 씨?”
-그래, 경 감독. 요즘 이상한 소문이 좀 들려와서 말이야. 이게 진짜인가 싶어서 물어보려고.
체스터는 의아한 듯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스미스 벤더. 그 양반 학교에 자주 간다며? 뭐 하러 가는 거야? 주변 사람들이 내게 그 이유를 묻는 수준이라니까? 나도 모른다고 대답하긴 했는데, 뭐 내가 아는 게 있어야지? 둘이 화해한 건 알겠는데,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야?
“교육 커리큘럼을 새로 만들고 있습니다.”
-교육 커리큘럼? 응?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아?
“네.”
체스터는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의 침묵 이후 내게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자네, 설마 은퇴 생각하고 있나? 교수들은 대부분 은퇴한 영화감독들…….
“아닙니다. 후학 양성을 도모하기 위해 일하는 거죠.”
-후…… 다행이야. 다행. 난 혹시 자네가 교육자의 일로만 빠질 줄 알았어. 쯧, 근데 그럼 그 벤더 양반이랑 뭘 하려고? 그쪽에서 하는 건 쉽지 않을 텐데? 사실, 벤더 양반도 이제 이빨 빠진 호랑이고…… 뭐 아직 호랑이긴 하다만.
체스터 역시도 벤더와 같은 생각이었다.
지금 당장 이사진 쪽에 있는 우베 셀처에 대한 이야기를 위주로 내게 걱정을 표했다.
-그 인간, 아주 성질 더럽기로 유명한 양반이야. 자네한테 똥이라도 묻을까 걱정돼서 그래.
“여태껏 경험한 놈들도 만만치 않았는데요. 뭐. 괜찮을 겁니다. 저한테 주먹이라도 휘두르는 게 아니라면.”
-그 인간은 주먹을 휘두를 놈이라 그래.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 부류지. 능력이 안 되면 폭력으로 하려는 놈들 말이야.
체스터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내 대답에 어느 정도 안심한 듯 보였다.
우베 셀처 역시도 이 세상에서 성향은 비슷한 인간인 듯싶었다.
-여하튼, 은퇴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후학 양성에만 힘써보는 걸로 알고 있으면 되겠나?
“네. 은퇴 생각은 전혀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흐흐. 일단 알겠네.
체스터와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눈 후 전화를 끊었다.
우베 셀처.
엄청난 자존심을 내세우며, 자기 능력 부족을 관객 탓, 평론가들의 교양 부족 탓으로 돌리던 인간.
“흠…….”
아마도 내 의견을 가장 크게 반대할 인간도 그였기에.
그만 꺾는다면 벤더 모션 픽처 아카데미에 내 생각을 퍼트리게 하는 건 훨씬 수월해질 것이었다.
***
며칠 후.
우베 셀처는 벤더 모션 픽처 아카데미 교수진들을 모아 회의를 소집했다.
당장 내일 있을 경찬현이 참여할 회의.
벤더가 직접 초대한 것이었기에, 이걸 막을 명분은 없었고 도리어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였다.
“벤더 그 인간, 노망이 든 게 분명합니다. 아니, 어떻게 경찬현을 학교에 들일 생각을 하냔 말이에요. 과거의 유산은 신경 쓰지도 않는 그런 무지몽매한 인간을요!”
“맞습니다. 하필 경찬현이라니요? 분명 이건 우베 교수님에 반대 세력이라도 만들 생각으로 벌인 일일 겁니다. 우리도 그 자식에 대항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사실 우베 셀처가 차기 총장이 되는 건 거의 확실해진 상황.
이사진들과도 친밀한 사이였던 것과 동시에 교수진 내부에서도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스미스 벤더의 영향력을 압도해가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경찬현을 끌어들였다는 건, 분명 벤더에게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할 법했다.
“우베 교수님에 대한 모욕입니다. 이건. 정말 말도 되지 않는다고요!”
“그럼요. 아직 새파랗게 어린 그리고 그 자식은 동양인 아닙니까? 동양인이 백인 위에 있다? 심지어 영화계에서요? 이게 말이나 되냐는 겁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 나라는 영화를 만든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요? 그리고 영화를 만든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미개한 놈이 누굴 가르치겠다는 건지 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경찬현에 대한 악담을 쏟아내는 교수진들.
그들은 수업 시간에 경찬현에 대해 욕을 하다가, 학생들에 의해 쫓겨난 교수의 사례 때문에 함부로 경찬현을 욕할 수도 없었다.
그나마 이런 자리에서 뒷담화만 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모습에선 약간의 부끄러움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자신들이 정의이며, 경찬현은 잘 돌아가는 영화판에 굴러들어 온 돌 취급하며 침을 튀겨가며 경찬현에 대해 욕을 퍼부었다.
“저도 지금 이 상황이 탐탁지 않아요. 오히려 굉장히 불쾌하고 불편합니다. 벤더 총장님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저도 정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베가 불만에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자, 방금까지 큰 목소리로 말하던 교수들은 입을 닫았다.
“그가 제안할 것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막는 게 우선일 겁니다. 아마도 경찬현 그 인간은 말도 되지 않는 걸 들고 올 테니까요. 지금 영화판을 바꾸겠다며 매번 떠들어 대던 놈 아닙니까? 마치 지금 영화판에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곤 했으니까요.”
묵직한 목소리에 거대한 덩치. 그리고 민머리에 부리부리한 눈까지.
영화감독이 아니라면 분명 뒷골목에서 주먹질이나 하고 다녔을 법한 압도적인 비주얼에 그 자리에 있던 교수들은 겁이라도 먹은 듯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영화판에 문제가 뭔데요? 하…… 참, 지금 영화판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 계십니까?”
우베의 물음에 모여있던 교수진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대답했다.
“에이, 문제가 어딨습니까, 지금 영화판에.”
“맞죠. 하하, 오히려 경찬현이 문제죠. 그 자식이 오히려 영화판을 망치는 상황이잖습니까?”
“오히려 경찬현 그 자식들이 우리 학생들을 망칠까 두렵습니다.”
“맞습니다. 요즘 영화판이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이 영화판에 나설 우리 학생들은 대체 무슨 죄란 말입니까?”
교수들의 대답이 마음에 든 듯, 우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이렇게 뜻이 통하니 좋군요. 아주 마음에 들어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 흐리는 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딱 그런 모양새였다.
대체 벤더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감도 잡히질 않았던 우베는 담배를 입에 물고 잘근거렸다.
‘스미스 벤더…… 이 노인네 머릿속에 대체 무슨 생각이…….’
벤더와 알고 지낸 지는 30년도 넘었다.
처음엔 스승과 제자로, 그리고 점차 감독 대 감독에서 교수에서 총장까지.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분명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벤더는 몇 년 전부터 자신은 나이가 들었다며 슬슬 총장의 자리에서 물러날 것처럼 행동했었다. 그러나 꾸역꾸역 한 해 한 해 이어가더니. 벌써 총장의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한 때부터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상황.
‘그 노인네한테 살살 웃으면서 대하는 것도 이제 지쳤어.’
특히나 경찬현과 마찰을 빚은 때도 벤더와 우베는 자주 만나며 이야기를 나눴었지만, 무슨 일 때문인지 스미스 벤더는 완전히 변해버렸다.
마치 경찬현에게 매혹이라도 된 듯, 그는 예전 모습을 잃어버리고 갑자기 <엠티드 바디>에 대해 극찬하며 경찬현을 띄워줬다.
덕분에 할리우드 내에서 경찬현의 입지는 더욱 커진 상황.
그 상황에 우베는 벤더에게 불쾌함을 표했지만, 벤더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었다.
“쯧. 벤더 총장님이 같은 편인 줄 알았는데…….”
이런 불쾌한 상황에서 당장 내일 경찬현이 참여할 회의.
그 회의에서 아마도 경찬현이 꺼낼 카드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학교의 생태를 바꾸려는 것일 터.
‘막아야 해…….’
이런 생각에 벤더는 잘근거리던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번 깊게 빨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