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252)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253화(253/276)
우베는 나를 노려봤다.
하지만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그가 여기 이 세상에서 어떤 입지에 있든 간에, 내 기억 속에 그는 쓰레기 감독.
영화의 질로 자기가 만든 영화를 까 내리던 평론가들에게 복싱 시합을 붙자며 떠들어 대던 감독.
영화감독이라기보다, 오히려 깡패에 더 가까운 그였기에 나 역시도 약해 보일 생각은 없었다.
그렇기에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일부러 옅은 미소까지 보였다.
“이봐. 경찬현.”
우베가 입을 열자, 회의실에 차가운 공기가 맴돌았다.
교수진들과 임원진들은 벤더보다는 오히려 우베의 편인 듯.
그의 뒤에 서서 나를 모두 노려보는 사람들의 눈이 보였다.
“네. 말씀하시죠.”
“지금 이딴 걸로 어쩌자는 건가?”
우베는 마치 더러운 쓰레기를 만진다는 듯 미리 배부해 둔 서류를 흔들거리며 따지듯 물었다.
“이딴 것을 가르치면, 뭐 바뀔 것 같아? 아니, 대체 지금 바꿀 게 뭐가 있다고?”
“방금까지 말씀드린 건, 귓등으로도 안 들으셨나 보네요. 지금 상황 좋아 보여요?”
“안 좋을 게 없지. 우린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아뇨. 퇴보하고 있죠. 주변에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줄 사람이 없는 건지, 아니면 보고 싶지 않아 외면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성장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것 같은데요.”
내 말에 우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곤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났는지 내게 따지듯 물었다.
“원래 모든 일이 그래. 호황기가 있으면 잠시 휴식기도 있는 거야. 어? 항상 잘 되겠나? 그러면 개나 소나 영화를 하지.”
“요즘엔 진짜 개나 소나 영화 하는 것 같아서요.”
“뭐……?”
“사실이 그렇잖아요. 뭐, 최근에 영화 괜찮은 걸 찾으라고 하면 잘 모르겠는데요. 진짜 개나 소나 영화 한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쓰레기 같은 영화들이 넘쳐나서 말이죠.”
우베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영화 흥망성쇠가 있었고, 할리우드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 세계만큼 망의 기간이 길지 않았다.
지금 이 세상은 당장 80년대 이후 좋은 작품이 거의 전멸한 상황.
그리고 좋은 작품들을 대체한 쓰레기 작품들 때문에 관객은 점차 극장을 떠났다.
“이봐! 그건 말이 너무 심하지 않나! 여태껏 우리가 해온 노력이…….”
“노력 좋죠. 하지만 우린 결과로 보여주는 사람들이잖아요. 우리 직업은 흥행 기록으로 평가받는 직업입니다. 애초에 흥행 기록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관객들이 우매하다고 비난할 거였다면 이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으면 될 일입니다.”
내 말에 몇몇 교수진들은 뜨끔했는지 내 눈을 피했다.
이런 감독들은 우리나라에도, 할리우드에도 있었다.
자신의 예술을 알아보지 못한다며, 마치 자기가 빈센트 반 고흐처럼 비운의 삶을 살고 있다며 한탄하는 감독들.
하지만 그런 감독들을 만나 본 결과.
그들은 예술 병이라는 감옥에 스스로 그들을 가두며 그저 세상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이들도 그들과 마찬가지.
그렇기에 그들이 곱게 보일 일은 없었다.
“물론 뭐 혼자 망한다면 상관없죠. 하지만 그런 이들이 나중에 영화를 책임질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 그게 저는 불쾌하고 화가 나는 일입니다. 스스로 망하는 길을 선택하겠다는데, 제가 뭐 굳이 그들에게 손을 건넬 필요도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이딴 걸로 우리가 가르친 학생들을 변화시키겠다는 건가?”
“네. 가능합니다. 여러분들은 학생들을 자신이 갇힌 감옥에 가두려 하고 있을 뿐, 영화감독이 되게 하려는 생각은 없어 보이거든요.”
“뭐, 우리가 학생들을 감옥에 가둬……?”
우베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게 삿대질까지 곁들이며 따지듯 물었다.
“이딴 식의 모욕은 참을 수 없군. 참…… 우리가 뭐 여태껏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하질 않나. 이 등신 새끼야.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어? 네가 뭐 되는 줄 아나 본데…….”
우베는 여태껏 많이 참았다는 듯 온갖 모욕적인 말들을 내게 쏟아냈다.
그러자 벤더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저런 쓰레기 자식이…… 감히 내 이름을 단 학교에서…….”
벤더가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지만, 그의 분노가 여실히 느껴지는 말투였다.
여기서 벤더와 우베가 싸우게 되는 건 내가 원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총장님. 참으시죠. 개는 원래 짖는 법이니까요.”
“저딴 말들을 듣고 자네는 참을 수 있나?”
“개 짖는 소리는 좋은 구경거리니까요.”
“허허. 참.”
벤더는 나를 힐끗 보며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를 대표해 내가 대신 사과하지.”
“아닙니다. 그러실 필요 없어요.”
나와 벤더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곤, 우베는 벤더에게도 소리쳤다.
“벤더 총장님이 노망이라도 나셨나 봅니다. 참나, 이젠 외부인에게 우리 학교 교육까지 건드리게 하다니요? 자존심도 없는 건지, 원. 우리 학교가 벌써 몇 년이 된 학교인데, 이제 영화판에 들어온 지 10년 정도밖에 안 된 애송이에게 학교를 떠넘길 생각입니까!”
“지금 이 논쟁에서 벤더 총장님은 제외하죠. 제안은 제가 드린 거니까요. 구태여 벤더 총장님을 건드리시진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
내 말에 우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뜻대로 되지 않는 듯 불쾌한 티를 내며 내 뒤에 있는 벤더를 노려봤다.
하지만 내 의도대로 벤더는 아무 대답 없이 입을 꾹 다문 채 우베를 노려볼 뿐이었다.
“흠…….”
우베는 자리에 앉은 후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 이렇게 계속하면 끝도 없겠네요. 서로 감정만 상하지, 안 그래요? 감정 소모하는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해결 방안에 대해서 좀 이야기해봅시다.”
준성이에게 배운 말투.
사람을 골리면서도 자신은 넓은 아량을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훈훈하게 웃으며 이야기하자, 우베는 이를 악물고 화도 내지 못했다.
“제가 나눠드린 건 읽지 않으실 거라는 거 알고 있었어요. 뭐, 방금 우베 씨가 말씀하셨듯 외부인이 괜히 훈수 둔다고 생각하실 것 같았거든요.”
나는 이곳에서 철저한 이방인.
그럼 나에 대한 적개심이 넘쳐나는 건 당연했다.
그래서 내가 준비해온 제안.
상대방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만들어 왔다.
“그래서 내기 제안을 하나 할까 합니다.”
“내기?”
“네. 이 교육 커리큘럼을 벤더 모션 픽쳐 아카데미에 적용하는 걸 조건으로 말이죠.”
내 말에 벤더는 코웃음치며 말했다.
“우리가 이기면 얻는 게 없잖나? 이기면 우리도 얻는 게 있어야 내기 아닌가?”
“뭐…… 원하는 게 있습니까?”
우베는 기다렸다는 듯 말을 짧게 내뱉었다.
“네가 영화판에서 꺼지는 거. 평생. 이곳엔 눈도 돌리지 않는 걸 원해.”
“풉…….”
어이가 없어서 대답보다 웃음이 먼저 터져 나왔다.
하지만 회의실에서 웃고 있는 건 나밖에 없다는 걸 곧 깨닫는 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금 웃기나? 이 상황이?”
“뭐…… 원래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거라고 누가 말하더라고요. 뭐, 이건 중요한 게 아니고. 흠…… 네. 받아들이죠. 저보고 은퇴하라는 말씀이신 거죠?”
애초에 질 생각이 없는 내기.
거기에 뭐가 걸려있든, 심지어 내 목숨이 걸려있더라도 뺄 생각은 없었다.
“그래.”
“받아들이죠.”
생각조차 하지 않은 짧은 시간에 한 대답.
우베는 내가 겁을 먹고 뺄 줄 알았는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럼 이제 내기 내용에 대해서 말씀드리죠.”
“크흠…….”
“오늘 배부해드린 서류 마지막 페이지에 있으니, 그걸 보시면서 제 이야기를 들으시면 편할 겁니다.”
내 이야기에 교수들과 임원진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서류를 급히 넘겼다.
“우베 씨도 우베 씨가 지도하고 있는 학생분들이 있으시죠? 다른 교수님들도 눈여겨보는 학생들이 있을 거고요.”
“뻔한 소리를 하고 있어…… 그건 당연한 거지.”
우베는 신경질적인 말투로 내게 대답했다.
“그럼 딱 한 달 정도만 시간을 제게 주시죠. 제 교육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쳐 보겠습니다.”
“뭐……? 지금 나랑 농담하자는 건가? 한 달? 하, 참나…… 학생들 가르치는 게 뭐 쉬워 보여?”
“아뇨.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근데 여기서 기초는 배우는 친구들일 테니, 쌩 기초부터 가르칠 필요는 없잖아요? 여기서 설마 카메라도 어떻게 잡는지도 가르치지 않았다면 말이죠.”
내 말에 우베의 눈 밑이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그는 주먹을 꽉 쥔 채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서 그렇게 가르친 다음 뭘 할 건데?”
“너튜브에 올려 사람들에게 판단 받을 생각입니다.”
“뭐…… 너튜브?”
“거기서 조회 수로 승부를 보시죠. 예비 관객들에게 평가받자는 겁니다. 몇 년간 당신 밑에서 배운 제자들과 제 밑에서 한 달 교육받은 학생들의 단편 영화 15분짜리로 말이죠.”
내 말에 우베는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장난치나? 너튜브? 그딴 쓸데없는 곳에 시간 낭비하는 인간들에게 무슨 평가를…….”
“너튜브를 보는 사람들도 결국 예비 관객들입니다. 그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도 우리에겐 중요한 일이고요.”
“…….”
몇 년 후 엄청난 플랫폼으로 성장하게 되는 너튜브.
지금 당장은 미약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사용자층은 있었다.
충분히 어떤 지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은 되었기에,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겁나시나요?”
“겁? 이 자식이…….”
애초에 자존심이 강한 인간.
그런 인간에게 겁나냐고 묻는 건 일종의 발작 버튼이었고,
그건 여지없이 통한 듯 우베가 소리쳤다.
“해. 내기. 내 제자들이 네 인스턴트 따위한테 질 줄 알아? 대신 약속은 꼭 지키라고. 은퇴 안 하면 내가 네 손모가지를 부러트려서 다신 카메라도 못 잡게 만들어 줄 테니까.”
“네. 그러시죠. 뭐, 그럼 받아들이신 겁니다?”
내 말에 우베 뒤에 있던 교수들이 다급하게 만류했다.
“교수님, 이거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우리가 잃을 게 너무 많아요.”
“괜히 저런 애송이에게 반응해 줄 필요는…….”
그들의 만류에, 우베는 인상을 찌푸리며 교수들을 향해 말했다.
“하, 당신들도 내가 우스워? 내가 직접 가르친 제자들이 우습냐고! 한 달 동안 배워봤자, 뭘 배울 수 있다고!”
우베가 소리치자, 교수들은 겁을 먹은 듯 서로 눈치를 보기 바빴다.
“딱 한 달 후에 보자고. 그리고 단편 영화 주제는 그때 정하도록 하지. 완전히 다른 영화면 비교할 수도 없을 테니까 말이야.”
“제안을 받아주신 것도 감사한데, 그 정도는 우베 씨 뜻대로 해야죠.”
내 말에 우베는 불쾌하다는 듯 서류를 바닥에 내던진 후 회의실 밖으로 나섰다.
그의 뒤를 따르는 교수들까지 다 나가버리자, 빽빽하게 가득했던 회의실이 금방 비워졌다.
“우베 씨가 회의를 끝내버리셨네요. 하하. 할 이야기가 많았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다들 한 달 후에 뵙겠습니다.”
내 말에 그나마 남아있던 몇몇 인원들이 모두 빠져나갔고, 뒤에 있던 벤더가 내게 조심스레 말했다.
“괜찮겠나……? 자네 영화도 아니고, 우베 말대로 한 달 안에 할 수 있는 게…….”
“충분합니다. 쌩 기초도 없는 친구들은 아닐 테니까요.”
내 대답에 벤더는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 모르겠군,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