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257)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258화(258/276)
드레이크는 부들부들 떨며 우베의 방을 빠져나왔다.
‘내가 이딴 말이나 들으려고 저 인간한테 잘 보이려고 한 건가?’
우베에게 들은 끔찍한 말들.
여태껏 들었던 칭찬들과 전혀 상반되는 말들이었다.
그렇기에 이제껏 무엇을 위해 학교에 다녔던 건지 의심까지 될 지경이었다.
“어이! 드레이크!”
친구의 부름에 드레이크는 주먹을 꽉 쥔 채 옆을 돌아봤다.
“뭐야? 기분 안 좋은 일 있어? 표정이 왜 그래?”
“아냐.”
“경찬현 감독님 밑에서 배우는 거 별로야? 지금 바쁠 텐데, 왜 저기서 나와?”
“…….”
친구의 물음에 드레이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내가 지금 몸이 별로라…… 하하. 다음에 얘기하자.”
“어…… 어, 그래.”
친구가 점점 멀어지는 걸 보며 드레이크는 나지막이 짧게 욕을 내뱉었다.
“젠장…….”
여태껏 무엇을 위해 영화를 했는지.
지금까지 대학에서 배운 건 어쩌면 누군가의 꼭두각시가 되는 일 아닐까.
이런 의문에 드레이크는 연거푸 한숨만 내쉴 뿐.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영화를 만든 목적은…… 그저 교수들한테 잘 보이기 위함이었어.’
애초에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듯.
드레이크는 아무 생각 없이 일단 학교 주변을 걸어 다녔다.
표정이 좋지 않았는지, 그를 알아본 친구들은 드레이크를 향해 우려 섞인 물음을 던져댔다.
하지만 드레이크는 들리지 않는 듯.
그저 잠시 생각을 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그들의 물음을 무시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참…….”
어쩌면 조던이 제대로 된 영화감독으로서 자질이 가진 게 아닐까.
이런 생각까지 가지가 뻗치자, 어이없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저능아라 취급했던 놈들이 어쩌면 자기보다 영화감독으로서 더 나은 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
“씨…….”
꼭두각시가 될 것인지 아니면 저능아가 될 것인지.
그 길목에서 드레이크는 어디로 향할지 결심이라도 한 듯.
결연한 눈빛으로 어디론가 향했다.
***
같은 시각.
드레이크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나와 학생들끼리 떠들고 있었다.
“드레이크는 학교에서 어때?”
내 물음에 조던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뭐…… 완전 범생이죠. 범생이. 교수님 말이라면 마치 십계명처럼 믿는다니까요?”
“너는 말 좀 들어라. 너는 너무 안 들어.”
“들을 필요가 없으니까 안 듣는 거야. 어? 우베 봤잖아. 말로 안 되니까, 주먹부터 날아오려고 하는 거. 그런 짐승한테 뭘 배우냐? 우린 사람이잖아. 우릴 저능아로 부르는 건 우릴 못 알아보는 짐승들인 거고.”
“…….”
조던의 쏘아붙임에 다른 저능아 멤버는 머쓱한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범생이라고…….”
“네. 그래서 개 능력은 오히려 퇴화한 걸 거예요. 원래 1학년 때까진 저랑 친했거든요.”
조던은 찝찝하다는 듯 인상을 약간 찌푸리며 말했다.
“응?”
“제가 1학년 때까진 열심히 했거든요. 1학년 때 전체 수석이었어요.”
“에이…….”
내 장난스러운 반응에 조던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
“진짜라니까요!”
“뭐, 알겠어.”
“성적 증명서라도 떼 와야…….”
“알겠어. 믿을 테니까. 그다음에 이어질 말이 뭔데.”
“그러다가 제가 너무 힘든 거예요. 아니, 뭐 배우는 것도 없는 거 같고. 그래서 그때부터 이제 일부러 시험을 안 쳤죠. 교수님들이 제게 있는 기대치를 일부러 떨어트렸어요. 그리고 공개적으로 제게 말하더군요. 저능아라고. 하하. 그러다 보니…… 드레이크랑도 점점 멀어진 거죠. 그 자식은 교수의 노예니까.”
조던의 말에 드레이크의 영화에서 우베의 영화에서 느껴졌던 것들이 보였던 원인이 더욱 확실해졌다.
“흠…….”
“그래서 드레이크가 어디로 간 건지 말 안 해주실 거예요?”
“말했잖아. 무슨 사정이 생겨서 오늘은 못 온다고.”
“에이, 감독님이랑 밖에 나갔다가 갑자기 무슨 사정이 생겨서 못 온다뇨. 저희가 무슨 바보 천치도 아니고…….”
조던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보이며 내게 장난스레 물었다.
“그 자식 우베 교수 따까리 맞죠? 그래서 보낸 거죠?”
“야, 경 감독님 앞에서 따까리가 뭐냐.”
“그건 좀 그런가……?”
친구의 말에 조던이 내 눈치를 보며 선을 넘은 건지 확인하던 찰나.
나는 피식 웃으며 조던을 바라봤다.
“그래서 조던보고 선택하라고 했어. 우베의 따까리로 남을 건지, 아니면 진짜 영화감독이 될 건지.”
“에이…… 드레이크한테요? 그 자식은 절대 안 올걸요…….”
“아니. 올 거야.”
“네? 에이, 우베한테 꽉 잡혀 사는 놈인데요……?”
“자기 각본으로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횐데? 그걸 포기하겠어?”
내 말에 조던은 잠시 고민하는 듯 팔짱을 낀 채 생각하는 듯 보였다.
“뭐…… 그렇게 볼 수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우베한테 잡혀 사는 놈이에요. 걔.”
“그럼 나랑 내기할까?”
“참…… 내기 엄청 좋아하시네. 이건 제기 무조건 이길 텐데요.”
“난 지는 내기는 안 하거든. 이건 나한테 내기가 아니라 그냥 공짜로 뭘 얻을 수 있는 기회야. 뭐든 걸어 봐. 차기작 제작비를 통째로 걸어보든가.”
내 말에 조던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그러곤 변하지 않는 내 표정을 보곤,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뜨며 나를 바라봤다.
“진짜, 진심이에요?”
“응.”
“그럼 무조건 콜이죠. 그럼 감독님은 제게 뭘 원하시는데요?”
“드레이크랑 다시 친하게 지내기.”
내 말에 조던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그건…….”
“난 차기작 제작비를 걸었는데? 이게 몇억이 들지 알고? 너도 그 정도는 걸어야지?”
“돈 문제랑 사람 문제는…….”
“그게 몇억 단위면 너한테 유리하지 않나? 너도 네가 질 거라 생각 안 하잖아?”
조던은 입을 삐쭉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약간은 망설임이 있는 그의 눈빛에 정타를 꽂기 위한 한 마디.
그 한 마디를 위한 타이밍을 잡고 조던을 향해 말했다.
“쫄려?”
“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는지 조던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난 이들에게 선생이었기에 최대한 어른인 척했었으니까.
그렇기에 이 말은 꽤 효과가 좋았는지 조던은 고개가 약간 꺾이며 더욱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쫄리면 죽는 거고. 햐…… 몇억을 이렇게 날리네. 내가 사비로 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하…… 아니거든요? 안 쫄려요. 콜! 콜! 대신 돌아오는 거 기준은…… 얘가 열심히도 해야 해요. 단순히 우베의 따까리로서 있는 게 아니라 진짜 최선을 다하는 모습까지…….”
“그건 당연한 거고. 어차피 각본 수정도 요구할 거야. 여기 있는 학생들 의견도 다 들어가야지. 그럼 콜 한 거야?”
“네! 가보죠! 뭐.”
조던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무조건 이겼다는 듯한 그의 표정.
하지만 나 역시도 내가 질 거라는 생각은 없었다.
“그럼 밥이나 먹으러 갈까?”
“좋아요!”
“오늘은 뭐 먹어요?”
“난 폴드포크에 빵. 거기가 진짜 맛있던데.”
내 말에 그들은 오늘 봤던 표정 중 가장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물었다.
20대 중반이긴 했지만 아직 한참 먹을 나이.
그래서 그런지 나와 밥을 먹을 때가 그들은 가장 행복해 보였다.
“오늘은 한국식 삼겹살집으로 가자. 너희 안 먹어본 데로 가야지.”
“한국식 삼겹살?”
“내가 아는 최고 미식가가 먹고 자지러진 데야. 거기서 마법의 물약도 한잔하자.”
“마법의 물약이요?”
“가면 알아. 이 어린 자식들아.”
우리가 짐을 챙기고 체스터와 갔던 한식집을 향해 나가려던 찰나.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익숙한 얼굴에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낯선 표정.
그는 우울하지만 어쩌면 후련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를 보고 말했다.
“결정을 너무 빨리 내린 건 아니겠죠?”
드레이크.
그는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 듯 눈을 치켜뜨고 내게 물었다.
“빠를수록 좋지. 맨정신으로 살기로 마음먹은 건.”
내 말에 드레이크는 씁쓸한 미소와 함께 내게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내 뒤로 조던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드레이크를 향해 쏘아붙였다.
“너 뭐냐?”
“뭐가?”
“아니…… 너 괜찮아? 안색도 완전 안 좋은데? 거짓말해서 그런 거 아냐?”
“뭐래…….”
드레이크는 어이가 없다는 듯 조던을 바라봤고, 조던은 거의 죽을 듯한 표정으로 나와 드레이크를 번갈아 봤다.
“이거 짠 거죠? 이거 그…… 저 속이는 거죠? 야! 너네들 몰랐어?”
조던의 물음에 내 뒤에 있던 나머지 학생들도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며 웃었다.
“알았겠냐? 우리가 드레이크랑 친한 것도 아닌데?”
“아니…… 이건 아닌데…… 아니…….”
조던의 반응에 드레이크는 나를 바라봤다.
“저 없을 때 무슨 일 있었어요? 몇 시간 안 됐는데……?”
“아주 재밌는 일이 있었지.”
“뭔데요?”
“그건 천천히 알아가도 돼. 밥이나 먹으러 가자. 네 얼굴 보니까 뭐 좀 먹여야겠다.”
“으아아아아악! 이건 꿈이야! 이건 아니라고!”
드레이크는 뒤에서 머리를 감싸고 괴상한 비명을 내는 조던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쟤 어디 아픈 거 아녜요? 원래 어디 아프긴 했다만…….”
“앞으로도 항상 저럴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자, 다들 출발하자.”
내 말에 조던을 제외한 학생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드레이크를 포함한 세 학생들이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조던은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듯 퀭한 눈으로 자리에 털썩 앉아있었다.
“어이, 조던.”
“…….”
딱딱-.
내가 그의 눈앞에서 손가락을 튕기자 조던의 눈에 초점이 잡혔다.
“내가 말했지?”
“아니…… 이건 말이 안 된다고요. 저 자식이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에…….”
조던은 이룰 수 없는 달콤한 꿈이라도 꾸었던 것처럼 눈가가 촉촉해졌다.
“네가 잘나가면 알아서 돈은 모여. 그리고 네가 이번에 자질을 증명한다면, 세상에 너라는 감독을 증명하기 위한 판은 내가 만들어 줄게.”
“네?”
“아까 내기. 내가 졌어도 네가 증명만 한다면 내가 도와줄 거라고. 그러니까, 아쉬워하지 말고 이번 프로젝트에나 집중하라고.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것처럼 아까 내기에 진 계약에도 집중하고.”
드레이크와 친하게 지내는 것.
이 또한 영화인으로서 괜찮은 선택처럼 느껴졌기에 내가 건 조건이었다.
좋은 영화인 친구가 있다면 그 둘의 시너지는 꽤 괜찮게 나타날 테니까.
“정말이죠?”
“그래. 내가 거짓말하겠냐? 한 달밖에 못 보긴 했지만, 그럴 사람 아니라는 것 정도는 보이잖아?”
내 말에 조던은 안심하는 듯하다가도, 머리를 부여잡고 말했다.
“하…… 여태까지 드레이크한테 쏟아낸 악담들이 너무 많단 말이에요. 제가 어떻게…….”
“다행이네. 그래도.”
“네?”
조던은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나를 보며 물었다.
“적어도 지금 네가 미안함이라는 감정이 있잖아.”
“…….”
“그리고 그걸 풀어낼 제일 좋은 상황이 지금인 거고.”
“뭔데요……?”
조던은 궁금하다는 듯 눈을 껌뻑거렸다.
“마법의 물약. 그거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