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26)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26화(26/276)
[K 감독, 동기 여 감독 성추행……. 피해 여 감독 칩거…….]“이건…… 또 뭐냐?”
준성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기사를 들여다봤다.
“정신 나간 놈들이 이젠 뭔……. 이게 말이 되냐? 학교 다닐 때 매일 카메라만 들고 다니느라 뭘 한 적도 없잖아.”
“메신저를 공격하네. 메시지에서 깔 게 없으니까. 아주 고전적인 클리셰야.”
하지만 이렇게까지 더럽게 반응이 올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시골처녀 상경하다!> 김은하 감독, 촬영 비하인드 / The 필름 H 백진철 사장 인터뷰.]나는 물론이고, 자기 감독이던 김은하까지 묻어버릴 작정인지 김은하에 대한 공격까지 시작했다.
인터뷰 내용은 나를 담갔던 것과 비슷했다.
촬영장에 나타나지 않아 촬영이 지연된 탓에 제작비가 치솟았고, 정작 촬영장에 나와서 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는 둥. 말 같지도 않은 것들을 지어냈다.
신입 감독, 심지어 26살 어린 나이에 촬영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건 그런 게 아니다. 내용보단 욕할 사람을 찾는 게 그들의 목적이었다.
“김은하는 인터뷰로 한 번 더 까? 백진철? 이 새끼 이거 안될 새끼네.”
준성이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밤의 관람객 수는 125만. 아직 250만까지는 한참 많이 남았다.
그러던 중 문득 불길한 생각이 스쳤다. 이런 소문들은 이상하게 변질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니. 잠깐.
“야, 카페! 카페 들어가 봐!”
준성이는 내 말에 화들짝 놀라 급히 컴퓨터를 켰다.
[K 감독. 경찬현임? 진짜로? 여 감독은 김은하고?]┗온갖 정의로운 척은 다 하더니.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원래 그런 새끼들이 더함.
┗전에 미담 뿌리던 새끼도 사실 거짓말 아니냐?
┗김은하 불쌍해서 어떻게 함? ㅋㅋ 영화도 망하고, 인생 끝났네.
┗더 필름 H 사장 인터뷰 못 봄? 걔도 정상 아님.
설마 했는데 진짜였다.
백진철은 나에 대한 날조 기사를 통해 나와 김은하를 쌍으로 보내버리려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 기사를 먼저 내고, 그다음 피해자가 김은하로 보이도록 김은하에 대한 기사를 낸 것이었다.
“이런 미친…… 헛소리들을 엄청하고 있네…… 야. 괜찮냐?”
“괜찮아.”
“……진짜?”
“어. 어차피 찌라시 얘기들뿐이잖아. 그래도 카페 회원 수 줄어든 건 아쉽네.”
만 명을 돌파했던 회원 수는 다시 5,000명대로 줄어들어 있었다.
그리고 카페 글은 대부분 나에 대한 욕이 가득했다.
띠리리- 띠리리-.
좋지 않은 타이밍에 울리는 전화에 한숨이 먼저 나왔다.
예전과 같았다.
하지만 예전처럼 전화를 피하진 않는다. 지금은 다르다.
“여보세요.”
-경찬현?
“네. 누구시죠.”
-이 쓰레기 새끼야. 인생 그렇게 살지 마. 성…….
“닥쳐. 이 XXX가 XXX한 XXXXXX야. 네 XXX를 갖다가 XX에 XX해줘?”
-미, 미친놈…….
툭.
욕으로 유명했던 배우의 대사만 해줬더니 전화는 끊겼다.
이럴 때 써 먹을진 몰랐지만, 꽤 도움이 됐다.
“뭐…… 뭐냐? 너 욕을 뭐 그리…….”
“영화에서 봤어.”
“그런 살벌한 영화도 있어?”
“몰라도 돼. 애들은 못 봐.”
“다행이다. 내 친구가 미친놈이라.”
준성이는 나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나도 아예 걱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생처럼 다시 영화판을 기웃거릴 일은 없다. 아직 치트키는 쓰지도 않았으니까.
“일단 김은하한테 가는 게 우선이야.”
***
백진철은 흐뭇한 표정으로 TV를 봤다.
TV에서는 연일 찌라시에 대한 이야기로 연예 뉴스가 불타올랐다.
“그놈의 <밤>이 뭐 잘된다느니, 그런 얘기 안 나오니까, 얼마나 좋아. 어? 안 그래? 다들?”
“맞습니다. 사장님. 어휴, 오늘은 잠 좀 편하게 자겠습니다. 쟤넨 큰일 났고요.”
“신입 제작사라 만만하게 봤더니, 질질 끌게 된 것 같습니다. 사장님.”
<밤>의 현재 관람객은 125만.
이미 엄청난 결과를 냈다. 역대 한국 영화 중 최고 기록이었으니까.
반면 <시골소녀 상경하다!>는 가까스로 10만.
어차피 조진 영화다.
애초에 성공할 생각도 없었다.
투자 기업들의 돈세탁과 더불어 더 필름 H의 횡령. 백진철의 목적은 여기서 번 돈으로 다른 영화를 만드는 거였다.
그래도 저 쓰레기 같은 <밤>만 없었다면 훨씬 나은 성적이었을 텐데……. 그렇게 되면 다른 회사 제안도 꽤 들어왔을 거고…….
“저, 사장님. 김은하 감독에게 자꾸 전화가 오는데요?”
“씹어. 그년한테 말해. 적은 돈이라도 벌고 싶으면 아가리 닥치고 있으라고. 입만 뻥끗하면 가족이고 뭐고 다들 장기 하나씩 털릴 준비하라고 전해.”
“네!”
“자자, 이제 우리 목표는 뭐다? 다음 계약 따오는 거야. 이번에 수수료 받은 거로 제대로 한번 만들어 보자고. 알겠지? 좀 좋은 감독이랑 시나리오 좀 가져와.”
***
준성이는 김은하의 연락처를 수소문했고,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하지만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질 않았다. 아마도 나와 같은 상황이겠지.
무력함, 배신감, 절망감. 김은하에겐 지금 이 세 가지 감정을 제외하면 남아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집까지 찾아가자고? 아직 한국 예대 근처에 살고 있다고 하긴 하던데…….”
“응. 가야지.”
“문도 안 열어줄 것 같은데…….”
“내가 말로 잘해볼 거야. 걱정하지 마.”
“아오, 그래. 정면 돌파다.”
나와 준성이는 일단 버스를 타고 다시 학교 주변으로 출발했다.
“너 김은하 성격 알지?”
“모르는데?”
내 대답에 준성이는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었다.
“걔 성격을 모른다고?”
“뭔데.”
“끄아……! 아오, 이 병신이랑 내가 뭘 하겠다고.”
뭐지……?
나는 전생에서 김은하와 대화를 나눈 적도 거의 없었다.
그저 동기라는 미명 하에 인사나 몇 번 했을 뿐.
“한국예대 미친개 몰라?”
“어……? 그게 김은하였어?”
한국예대 미친개.
선배들이든, 교수든 뭐든 불만이 있으면 일단 갖다 박고 보는 전설의 이름.
하지만 우리 학번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애초부터 저 별명만 몇 번 들어봤을 뿐, 정확히 저게 누구인지는 관심도 없었다.
먹고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남한테 뭐 관심을 그렇게 줘봤자 무슨 의미가 있냐는 생각이었다.
“제발. 좀! 아오! 학교에 관심이 없어도 미친개가 누군진 알아야지!”
“오히려 좋은데?”
“뭐? 좋다고?”
“지금 아주 독에 차올랐을 거 아냐.”
“그렇겠지, 근데…… 미친개는 상대가 적인지 아군인지 몰라! 우리가 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준성이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짐승도 아니고, 우리가 적으로 보이겠냐? 그리고 원래 미친 사람이 같은 편인 것만큼 든든한 게 없어.”
“그건 그렇지만…….”
준성이와 투닥거리는 사이, 우리는 김은하의 자취방,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옥탑방 앞까지 도착했다.
옥탑방의 경치는 죽여줬다.
주위에 멀리까지 보이는 주택들의 향연. 그리고 학교까지.
여기 앉아서 경치를 바라보는 것만 해도 하루는 갈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경치와는 상반되는 잔뜩 쌓여 있는 담배꽁초들은 지금 김은하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 보였다.
“네가 노크해.”
“너는?”
“내가 먼저 말했잖아.”
“무섭냐?”
“아니거든.”
준성이는 문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채 내게 말했다.
“어휴. 하남자.”
똑똑.
“계세요! 김은하 씨.”
“동기라고 말해. 너 이름은 알 거 아냐.”
“모를걸. 말도 잘 안 해봤…….”
내가 준성이에게 대답하려던 찰나, 옥탑방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꺼져.”
김은하는 창문 사이로 눈만 빼꼼 보이며 말했다.
“잠깐 얘기 좀 하자고 찾아왔는데.”
“꺼지라고. 너희들 누군지 다 아니까.”
“문제 해결하고 싶은 생각 없어? 너 아무 잘못도 없잖아. 그냥 돈이 없는 게 문제였던 거지.”
내 말에 김은하의 눈은 더 분노에 차 보이는 듯 보였다.
“꺼지라고. 씨발. 사람 말이 말같이 안 들려?”
소문의 미친개는 보이지 않았다.
창문 사이로 보이는 건 그저 과거의 경찬현 모습. 그 자체였다.
“잠깐 말이라도 하자는 건데……. 앞에서 기다릴게. 없는 사람처럼 기다릴 테니까. 뭐 신고하려면 신고해. 어차피 소문 때문에 더 이상 영화 못 찍으면, 인생 조진 건 너나 나나 똑같으니까.”
쾅!
창문이 강하게 닫혔다. 그러자, 준성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진짜 기다릴 거냐?”
“응.”
김은하가 나랑 비슷한 사람이길 기도해야 한다.
나도 김은하와 똑같은 일을 겪은 이후, 가시 돋친 고슴도치처럼 남들에게 분노를 내뿜어 댔지만, 내면에선 누군가 제발 와달라고, 날 좀 살려달라고 기도했었다.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차라리 아무 말 없이 앞에서 기다려주는 것만 해도 괜찮은 방법이 될지 모른다.
“여기 경치도 좋은데. 뭐 하루 뚝딱 가겠네.”
“뭐, 수양하러 왔냐? 해결하러 온 거 아냐?”
“어쩔 땐 시간이 약이야. 좀만 기다려봐.”
나는 주위를 돌아봤다.
김은하의 화장실에선 계속 연기가 내뿜어지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담배를 쉼 없이 피는 건지…… 독한 담배 냄새가 끊이질 않았다.
“꽁초 뭐냐?”
“이거 그 제일 쎈 담배 아냐?”
“그거 좀 사 오자.”
“뭐?”
“뇌물. 새끼야. 종일 저렇게 펴 대는데. 뭐 집에 담배를 쌓아놓고 있는 거 아니면. 나오겠지.”
준성이는 잔뜩 쌓여 있는 꽁초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안에 다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몸에 좋지도 않은 거, 뭐 그리 처 펴 대는지 몰라.”
“어른들의 사정이 있는 거지.”
“에? 전역하고 끊었는데, 나는? 너도 끊지 않았냐?”
“나도 끊었지.”
나도 끊었다가, 회귀 전 더 필름H에게 당한 이후로는 몇 년간 입에서 담배를 떼질 않았다.
그래서인지 김은하가 담배를 저렇게 피워대는 것도 한편으론 이해가 갔다.
“그럼 우린 회춘한 거냐? 어른들의 사정이 없어졌으니까?”
“닥치고 따라와. 사러 갔다 오게.”
“농담 좀 받아줘라. 재미없게 시리.”
우리는 슈퍼에서 금세 담배 한 보루를 사 왔다.
똑똑.
다시 문을 두드리자, 창문이 살짝 열리며 김은하가 말했다.
“꺼지라고.”
“담배 떨어지면 말해. 그리고 적당히 좀 펴라. 폐 썩겠다.”
“남이사. 폐가 썩든 말든.”
“아쉽네. 뭐 장편 영화 하나는 만들어야지. 그 재능 갖고 죽을 건 아니지?”
“남이사. 뒈지든 말든.”
쾅!
“지랄 맞네. 지랄 맞아.”
준성이는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일 듯한 김은하의 독기 어린 눈빛에 혀를 내둘렀다.
“저게 사람 눈빛이냐. 어으.”
철컥
끼이익.
“담배 내놔봐.”
김은하가 담배를 하나 입에 물고 문을 열고 나왔다.
잔뜩 떡 진 머리와 며칠을 갈아입지 않는 건지 꼬질꼬질해 보이는 옷. 그리고 몸빼 바지까지.
“여기.”
내가 담배를 건네자, 김은하는 뭐 이런 놈이 있냐는 식으로 나를 쳐다본 봤다.
그리고 그녀는 옥탑방 위에 있는 상 위에 걸터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너, 뭐 아는 거 있냐? 밖에서 들어보니까, 뭐 있는 거 같던데.”
“궁금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라. 뭐 나보고 나쁜 년이라고 하는 새끼들은 있더라고. 얼굴은 보지도 못한 연놈들이 전화가 와. 그리고 사장이란 새끼는…….”
김은하는 말을 이으려다, 꾹 참고 삼킨 듯 보였다.
“씨발. 하여튼. 난 도움이 못 돼.”
“왜.”
“그냥 안 된다고.”
“백진철이 가족 가지고 협박했냐? 장기라도 털겠대?”
내 말에 김은하의 손에 있던 담배가 아무런 힘도 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너……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