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264)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265화(265/276)
잠시 후.
벤더 모션 픽처 아카데미.
“뭐, 뭐라고?”
경찬현이 직접 연락하고 무작정 학교로 찾아온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우베는 약간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 시간은 2주 정도 남은 상황.
사전 연락도 없이 이렇게 쳐들어오는 이유가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에 우베는 입이 마르는 듯 물을 벌컥 들이켰다.
“어떻게 할까요? 와도 교수님 못 뵐 거라고 할까요?”
“…….”
우베는 잠시 말없이 머리를 굴렸다.
‘긴장할 게 아니지…… 이건 어쩌면…….’
분명 지금 이기고 있는 건 경찬현이 아닌 우베의 영화.
‘어쩌면 내게 이 내기를 무르자고 부탁하러 오는 걸지도 몰라.’
우베는 스스로 만든 희망 회로에 잠시 쾌감을 느끼며 비서에게 말했다.
“오라고 해. 그리고 오면 당장 내 방으로 올려보내고.”
“네. 알겠습니다. 교수님.”
우베는 자신의 방에 앉아 여유롭게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러고 나서 천천히 불을 붙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그래, 이 자식아. 알아서 기어야지. 어딜 덤비려고 그래, 내가 벤더처럼 물렁거리는 인간인 줄 알았으면 오산이야.’
잠시 후.
경찬현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방을 울리자, 우베는 피식 웃으며 외쳤다.
“그래, 들어와!”
자신감에 가득한 목소리로 외치자, 문이 열리고 경찬현이 들어왔다.
“응……?”
무릎을 꿇으러 온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적장의 목을 베러 들어오는 장수의 모습.
그 결연한 모습에 우베는 경찬현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허세는…… 쯧.’
그 모습조차도 허세라고 생각한 듯 우베는 고갯짓으로 소파를 가리켰다.
“거기 앉지.”
“그러죠.”
“…….”
경찬현이 자리에 앉자마자, 우베는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다.
자신이 그려왔던 모습으로 연출되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인지, 애초에 머릿속에 그리던 상황과는 너무나도 달라서 오는 괴리감인지.
정확히 판단할 수 없는 자신의 감정에 우베는 경찬현이 앉은 상석으로 천천히 자리를 옮겼다.
“그래. 찾아온 이유가 뭐지? 이렇게 급하게 말이야.”
“저는 애초부터 이 내기에 이길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뭐……?”
우베가 당황한 듯 묻자, 경찬현은 피식 웃으며 그의 감정을 음미하듯 우베를 빤히 바라봤다.
“지금 네 팀이 지고 있는 상황을 몰라서 함부로 지껄이는 거야? 하하…… 나 참. 저능아들 가르치다가 저능아라도 된 것처럼 보이는데?”
“하하, 저능아요…… 그 친구들 재능을 보고서도 그런 말이 나옵니까?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그건 그 학생들의 영화였습니다.”
“…….”
담담한 말투였지만 경찬현은 무언가 불쾌한 게 있는 듯 그의 목소리에는 짙은 감정이 배어 나왔다.
“그래서, 뭐? 결국 네가 만들었든 네 그 저능아들이 만들었든 결국 내가 이기고 있는 건 달라지지 않아.”
“참 치졸하시네요. 일말의 양심도 없어 보이고요. 쯧.”
“치졸이란 단어는 패배한 자의 열등감이지.”
“패배?”
경찬현이 서류를 꺼내 우베에게 보이자, 우베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뭐지?”
“당신의 열등감에 대한 증거요.”
경찬현의 말에 우베는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 찌푸려진 인상이 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서류 안에는 그간 해왔던 댓글과 조회 수 조작에 대한 것들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으니까.
“잠, 잠깐만…….”
“아직 할 말 남았나요? 이거 말고도 여태까지 해온 짓이 수두룩하던데요.”
“이건…… 조작이야! 네가 나를 엿 먹이려고 하는 작당에 불과하다고!”
우베는 그 종이를 경찬현에게 집어 던지며 마지막 발악을 시도했다.
하지만 경찬현은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듯 그런 우베를 구경거리처럼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이것뿐만이 아니던데요.”
“뭐?”
“여태껏 다른 감독들 시나리오들을 훔쳐서 자기 영화로 둔갑해서 개봉하고. 아주 쓰레기 같은 짓만 골라서 하셨던데?”
경찬현의 물음에 우베는 경찬현을 노려봤다.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건지.
하지만 이 일과 관련해서는 스미스 벤더 역시도 연루되어 있었다.
“이 영화판에서 나만 그런 줄 아냐고. 그거 까발리잖아? 그럼 영화판에 남아있을 인간 얼마 없어.”
“아하, 그래요?”
시큰둥한 경찬현의 반응에 우베는 주먹으로 앞에 있던 책상을 내려찍었다.
쾅-!
거대한 소리가 방 안을 울렸지만, 경찬현은 여전히 구경거리 보듯 우베를 바라봤다.
겁도 먹지 않고 미동도 없이 편안한 상태로 그저 우베를 바라볼 뿐이었다.
“화풀이는 다 하셨어요?”
“이 자식이…….”
“아직 남으셨으면 조금 더 하세요. 기다려 드릴 테니.”
“…….”
우베는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을 것을 깨달은 듯, 경찬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영화판 살리고 싶다며.”
“네.”
“그럼 지금 그거 까발리는 게 맞는 거 같아? 스미스 벤더 그 양반도 깔끔한 줄 알아? 지금 네 편이라고 하더라도…….”
“까발린다곤 말 안 했는데요?”
“뭐……?”
경찬현의 말에 우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안 까발린다면…… 대체 뭐 하자는 거지? 지금?”
“내기에서 조용히 빠지시라고요. 학교에서도 떠나시고요.”
“뭐…… 뭐라고?”
“내기에서 부정행위. 그리고 영화계에서 만들어 낸 당신 위상이 모두 가짜였다는 거. 세상에 알리고 싶으시면 계속 진행하고요.”
“…….”
우베는 아무 말 없이 경찬현을 바라봤다.
“그…… 그게 다인가?”
“아뇨. 학교에서도 떠나시죠.”
“뭐?”
“학생들에게 당신 같은 사람은 필요 없습니다.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게 아닌, 재능을 빨아먹으려고 하는 당신 같은 사람은 특히나 없으니만 못하죠.”
경찬현의 차가운 말투에 우베는 약간의 두려움까지 느끼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래야 당신이 쌓아온 그 가짜 탑이라도 지킬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영화계에는 발을 들일 생각도, 이곳을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게 좋을 거고요.”
“나만 잘라내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생각하나?”
우베는 주먹을 꽉 쥔 채 경찬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영화판엔 우베와 같은 방법으로 명예를 차지한 자들은 넘쳐났다.
사실상 그런 자들이 주류의 자리를 차지한 상황.
그렇기에 우베를 잘라낸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없었다.
제2의 우베, 제3의 우베가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었으니까.
“아뇨.”
“하하…… 그래. 너도 인정하잖아. 결국 나 같은 인간들은 계속해서 나타날 거야. 지금 영화판에도 만연해 있고. 그런데 네가 뭘 어쩌려고?”
“다들 쳐 내야죠.”
“뭐……?”
경찬현이 불쾌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우베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남들이 만들어 낸 꿈을 자신의 꿈으로 위장하는 미봉책으로 살아가는 인간들. 그런 인간들 때문에 오히려 영화판은 망해가고 있어요. 당신은 당신의 행동이 분명 영화판을 위해 헌신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말이죠.”
“미봉책……? 내가 써 내려간 역사를 그딴 식으로 판단하는 건가?”
“남의 생각으로 써 내려간 역사를 그렇게 고평가할 필요가 있을까요? 스스로 철저히 속이고 계시네요. 당신은 뭘 한 게 없어요. 당신이 직접 만든 영화들은 망했고, 남의 영화로 그 자리를 차지한 거잖아요?”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우베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떨궜다.
“그럼…… 나만 그만두면 되겠나……?”
“일단 여기서 발을 떼세요.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
“내가…….”
우베는 말끝을 흐리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선택하시죠. 이 판에서 떠나시거나, 아니면 몰락하거나. 어떤 선택이든 당신의 선택을 존중하죠. 시간을 드려야 할까요?”
“아니. 됐어.”
우베는 결국 이기적인 인간.
지금 상황에서 총장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덤벼들었다간, 모든 것이 무너질 상황.
그렇기에 우베는 깊은 한숨과 함께 경찬현에게 말했다.
“내가 떠나지.”
“그리고 그 뒷내용도요.”
“젠장…… 알겠다고! 영화판엔 기웃거리지도 않을 테니…….”
“네. 됐습니다.”
경찬현은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우베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꺼져. 지금 놀리는 건가?”
“마지막 인사이길 바라는 거죠.”
“…….”
우베는 경찬현을 노려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꺼져. 자네 말대로 이곳에서 사라져 줄 테니.”
***
2주 후.
성현 KMD 픽처스.
내기는 경찬현 팀의 압승.
너튜브에 올라온 영상 중 최고 조회 수를 기록하며 완벽한 압승을 만들어 냈지만.
우베는 이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학교를 떠났다.
“이렇게 이길 줄 이야…….”
드레이크는 얼마 전 만 해도 지고 있던 것과는 달리, 완벽하게 이겨낸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팀원들에게 말했다.
“난 알았는데?”
하지만 조던은 드레이크를 보고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곤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근데 우베는 왜 갑자기 학교를 떠난 거래?”
“쪽팔려서 그런 거겠지. 뭐.”
“아니, 차기 총장 노리더니 아예 떠나버린 게 이상하지 않아?”
드레이크와 조던의 말에 저능아 멤버들도 의아하다는 듯 떠들어댔다.
“그러게. 그게 좀 이상하긴 하다.”
“아깝네. 우리 클럽 이름 만들어 준 사람이 그렇게 떠나버린 게.”
“명예 회원으로 저능아 클럽에 들어올 생각 없냐고 물어볼까?”
조던의 우스갯소리에 저능아 멤버들은 실실 웃었다.
그러다 TV에 나오는 뉴스에 그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전설적인 영화감독 우베 셀처가 고소당했다는 소식입니다. 고소인은 우베 셀처의 제자들로…….
“응……?”
TV에서 흘러나오는 소식은 생각보다 끔찍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했던 폭력과 폭언.
동시에 사실상 이번에 너튜브에 올라간 영화는 우베의 영화였다는 말까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편집해 버린 사실까지 고발하며 우베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야…… 쟤네들도 저렇게 꿈틀거릴 줄 아는 놈이었나 보네.”
“꿈틀거리긴 개뿔. 자기들 내기에도 지고, 자기 뒷배 봐줄 우베가 떠나버리니 저러는 거지.”
조던은 혀를 끌끌 차며 뉴스를 봤다.
몇 주 전만 해도 우베의 옆에 찰싹 붙어 그에게 미래를 구했던 학생들이 등을 보인 우베에게 순식간에 칼을 내려찍는 모습.
그 모습은 정의가 아닌 역겨운 인간의 모습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TV는 그들을 정의롭게 고발하는 학생들이라는 모습으로 세상에 보여주고 있었다.
-저희는 그저 순수하게 영화를 배우고 싶은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베는 저희의 아이디어를 훔쳐 가고, 그 아이디어를 자기 멋대로 수정하였습니다. 이는 영화인으로서는 엄청난 수치이며…… 저희는 그저 우베의 꼭두각시에 불과했습니다.
“지랄.”
조던의 욕에 저능아들은 쿡쿡거리며 웃어댔다.
마치 자신은 시키는 대로 했다며 온전히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그들의 모습에 조던은 고개를 저었다.
“채널 돌리자. 쓰레기 같은 인간들끼리 싸우는 거 봐서 뭐 하냐?”
앞으로 펼쳐질 일은 아마도 우베와 저 학생들의 법정 다툼.
누가 더 쓰레기인지 따지게 될 문제에 저능아들이 낄 필요는 없었다.
“다들 왔나?”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찬현이 밝은 미소를 띠며 방으로 들어왔다.
“다들 이제 나갈 준비 해야지?”
경찬현의 장난스러운 물음에 조던과 드레이크 그리고 저능아 멤버들은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처음 제대로 영화를 만든 공간에서 떠나야 한다는 것에 아쉬움인 듯 조던이 입을 삐쭉거렸다.
“아쉬워?”
“아뇨. 하나도 안 아쉽거든요.”
자존심 쎈 조던이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경찬현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내가 좀 아쉬워서 말이야. 조던한테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너희가 괜찮다면 여기 오래 있어도 돼. 너튜브 반응 봤지? 그 영화를 장편으로 만들어 볼까 하는데. 어때? 너희랑 계약하려고 계약서도 들고 왔거든.”
경찬현은 두꺼운 종이를 책상 위에 올리며 말했고, 학생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서로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진, 진짜예요?”
“그럼 내가 이런 걸로 거짓말이라도 하겠어?”
경찬현의 미소 섞인 대답.
꿈 같은 현실에 조던이 크게 웃으며 외쳤다.
“아! 하나도 안 아쉬웠는데…… 하하! 눌어붙게 생겼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