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272)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273화(273/276)
잠시후 새로 지은 건물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번엔 특별히 경찬현의 환영문까지 있다는 소식에 기자들도 몇몇 눈에 들어왔다.
“와…… 경찬현 감독님이라니…….”
“그러게, 진짜 미치지 않았냐? 감독님을 직접 보게 될 줄이야…….”
“작년에는 안 했다며? 우리가 운 엄청 좋은 거라던데?”
“그래서 선배들도 지금 여기 많대. 강당에. 외부 인원들도 엄청 많아.”
“저런 슈퍼 스타 감독이 또 나오려나…….”
2학년 학생들도 많이 모여든 입학식.
그들의 목적은 모두 하나였다.
경찬현을 직접 보기 위해서.
그 이유만으로도 시간을 쪼개 학교를 찾을 이유는 충분했다.
잠시 후.
입학식 행사가 진행됐지만, 그 장소에 있는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다.
“하…… 언제 나와. 이걸 언제까지 봐야 돼?”
학교 소개 영상.
학생들은 들어도 알 리 없는 전문적인 용어들, 봐도 알 수 없는 성현 대학교의 고급 시설 자랑에 흥미가 점점 떨어지던 찰나.
영상이 끝나자마자, 그들이 기다리던 한 사람이 올라왔다.
“와…… 왔다.”
단상에 올라선 사람은 경찬현.
현재 한국 영화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그 사람이 올라오자, 엄청난 환호성이 강당을 가득 메웠다.
“와…… 실물이 낫네.”
“저게 어떻게 서른 중반이야? 저 얼굴이 어떻게?”
“미쳤다…….”
쏟아지는 환호성에 경찬현은 멋쩍은 미소를 보이며 사람들을 훑었다.
그 환호성이 점점 작아질 때쯤, 경찬현은 먼저 허리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영화 감독 경찬현입니다. 학생들 앞에 서니, 제 어렸을 적이 생각나네요.
경찬현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학생들을 바라봤다.
-교장 선생님이 고리타분한 이야기할 때 말이죠. 그때 정말 시간이 빨리 가길 속으로 기도하면서, 이거 끝나면 뭘 먹지? 그런 생각만 했었죠. 하지만 항상 짧게 할 거라던 교장 선생님의 말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었던 거 같네요.
경찬현의 가벼운 농담에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곳곳에 들려왔다.
-그래서 저는 애초부터 짧게 할 거라는 말씀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여러분들의 꿈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는 말. 그런 말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가벼운 농담 이후, 진지한 표정으로 경찬현이 말하자 청중들은 쥐 죽은 듯 경찬현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운이 좋았던 사람입니다.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올 수 있던 것도 대부분 운이었죠.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그 이후엔 모든 게 운이 관장하기 마련입니다. 그 운 안에는 인간관계 그리고 온갖 것들이 들어가 있죠. 여러분들이 잘났다고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건, 짧은 단편 영화만 만들어도 알 수 있을 겁니다.
영화 감독이라는 직업.
그 꿈을 꾸고 온 아이들에게 경찬현은 약간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성현 대학교는 영화 감독이 되기에 부적합한 학교가 될지 모릅니다. 안타깝게도 어디든 그렇겠지만, 영화판은 연고주의, 학벌주의가 만연한 곳 중 하나거든요. 그래서 이제야 여러분들은 저희 학교의 두 번째 학생들입니다. 여러분들의 선배는 아직 바깥세상에 없으니까요.
그 말에 학생들은 당황한 듯 눈치를 보며 경찬현을 바라봤다.
“경찬현 원래 저런 사람이야……?”
“아니…… 여기 잘 들어왔다고 환영한다고 막 우리 부둥부둥 해줘야 하는 데 아냐?”
“그러니까…… 여기 입학식이지, 퇴학식이 아니잖아……?”
학생들이 의문스러운 반응이 보일 때쯤, 이준성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휴, 저 미친놈은 철이 들 생각이 없어.’
경찬현은 항상 저래왔다.
차가운 현실을 들이민 후, 변태처럼 속으로 다음 카드를 준비해놓는 전략.
다음 카드가 아주 약간의 희망만 담고 있다고 해도, 차가운 현실에 비하면 낙원처럼 느껴지게 하는 마법.
그런 마법 같은 전략은 극적인 만큼 확실히 효과가 좋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렇기에 여러분들은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거라는 점입니다. 여러분들이 여기서 배워갈 건 영화적인 기술뿐입니다. 그리고 알아갈 건 영화감독들의 정신이죠. 그 정신을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죠. 영화에 정답은 없으니까요.
경찬현은 영화판에 몸담고 있으며 배운 이야기들을 천천히 풀어냈다.
그러자 의문스러워하던 학생들은 눈을 빛내며 경찬현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세상의 인정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진 않겠습니다.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아야 일단 영화를 만들든 말든 할 테니까요. 하지만 세상의 인정만 중요하다고 말한다면 그건 부정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누군가 인정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확신한다면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십시오. 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성현 대학교, 그리고 제가 응원하겠습니다.
경찬현이 마지막으로 말을 마친 후.
자리에서 내려오자 강당엔 다시 한번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 이 대학교 오길 잘한 거 같아.”
“나도…… 우리도 우리 길을 걸어가자…… 우리 뒤엔 경찬현 감독님이 계셔.”
“우리도 우리의 길을 걸어가자…….”
학생들이 홀린 듯 경찬현을 찬양하자, 이준성은 흐뭇하게 웃으며 그들을 바라봤다.
“쟤네도 홀렸네.”
“뭐가?”
김은하가 예린이를 안고 이준성에게 물었다.
“찬현이한테 완전 홀렸다고. 저거 병인데 병.”
“그럴 만하지. 인물 좋지, 능력 좋지. 뭐…… 성격은 좀 이상해도?”
“그치. 확실히 이상한 성격이긴 해.”
“근데 끼리끼리라고 너도 이상하거든?”
“끼리끼리면, 우리랑 같이 다니던 너도 이상하겠네?”
이준성의 말에 김은하는 자존심 상한다는 듯 입을 삐쭉거리다 마지못해 인정했다.
“어, 찬현이 연락 왔다. 지금 바로 차로 갔다는데? 사람들이 너무 몰려서 위험할 거 같다고.”
“그게 맞겠다. 뭐 먹지? 딱 밥 시간인데?”
“너 먹고 싶은 거 먹어.”
“흠…… 찬현이가 사는 거니까…….”
먹을 것만 생각하면 신나는 듯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간 김은하.
그런 김은하를 이준성은 귀엽다는 듯 바라봤다.
“뭘 그렇게 봐?”
“아내를 이런 눈으로 보지, 그럼 무슨 눈으로 보냐?”
“아까 찬현이 동안의 비결이…….”
“됐어.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찬현이보다 더 행복해. 행복하면 된 거 아냐? 삭는 것보다?”
“말은…….”
김은하도 이준성의 말이 싫지 않은 듯 웃으며 이준성을 바라봤다.
***
잠시 후.
연설까지 모두 마치고 난 후 집으로 돌아오자, 몸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휴…….”
어떤 이들은 종종 사람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채운다고 하지만,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만큼 혼자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도 소중했다.
똑똑-.
“형!”
상현이의 목소리에 누운지 채 얼마 되지 않아 몸을 일으켰다.
“왜.”
“뭐야, 많이 피곤해? 방금 학교 다녀왔다며. 뭐 건물이라도 짓다 왔어?”
“건물은…… 그래서 왜.”
“부모님 여행 가신 김에 집에서 맥주나 한 캔 하려고 했지. 피곤하면 쉬고.”
한국에 온 지 딱 며칠 동안 반가워하시던 부모님.
그리고 한국에 자주 오자 다시 평범한 아들 일상으로 돌아갔다.
“으…….”
내가 기지개를 켜자, 상현이는 아쉬운 듯 문을 닫으려 했다.
“왜?”
“자려는 거 아냐?”
“기지개를 켜는 건 일어나려는 거지. 다시 자려는 사람이 왜 기지개를 켜?”
내 말에 상현이는 피식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그래서, 이번엔 경변이 사는 안주도 좀 먹어보나?”
“어우, 그렇게 부르지 마. 형이 그렇게 부르니까 온몸에 닭살이 돋는다.”
“대부분 이렇게 부르지 않아?”
“이래서 드라마랑 영화가 사람 망치는 거라니까. 아니, 그럼 형이랑 친한 감독들은 형보고 경 감독이라고 불러?”
“그냥 이름 부르지?”
“변호사도 그래. 이 사람아. 그냥 경상현 씨라고 부른다고.”
상현이가 투덜대듯 말하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뭐 먹을래? 내가 시킬게. 맥주? 소주?”
“둘 다.”
“안주는?”
“네 센스를 믿어 보지.”
“어렸을 때 자주 당하던 수법인데?”
뭘 시키든 일단 시비를 걸고 보는 수법.
치킨이나 피자를 보면 속이 느글거린다고 하고, 회를 시키면 불쌍하다고 하기까지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수법이었지만, 착했던 동생은 체념한 듯 미안하다는 말을 했었다.
“우리 나이가 이제 인마. 서른이 넘었어. 내가 또 그러겠냐?”
“나이를 먹어도 형은 형이지.”
“…….”
“그럼 내가 알아서 시킨다?”
“나 좀 더 자고 있을 테니까, 오면 불러.”
“오키.”
잠시 후.
탁자에 동생과 마주 앉았다.
앞에는 그 어떤 말이 나오지 못할 정도로 많은 메뉴들이 있었다.
“미친놈아. 당하기 싫어서 이렇게 시켰냐? 이걸 다 누가 먹어?”
“동생이 사준 건데 이걸 안 먹어?”
“아니…….”
“일단 짠.”
상현이와 내 잔이 부딪치자, 맑은 소리가 청아하게 퍼졌다.
“그래서, 언제까지 쉴 거야?”
상현이가 내게 조심스럽게 묻자,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는 듯 말했다.
“일단 작업 끝난 지 얼마 안 됐으니, 천천히 생각해 봐야지. 나보고 논다고 잔소리하는 거야?”
내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상현이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삼십 대 중반 백수 형이 집에서 노는 거 같아서 그렇다. 왜.”
“아주 그냥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이라고, 막말하는 거 봐라.”
“인정받긴 개뿔이. 앞에서나 빌빌 기지, 뒤에선 범죄자 옹호하는 놈이라고 욕먹기 바쁜데. 진짜 쓰레기들도 있지만, 진짜 억울한 사람들 옹호해봤자 욕먹는 건 나야.”
상현이는 일에 회의감이라도 느끼는 듯 나를 바라봤다.
“형은 하고 있는 일에 회의감 느낀 적 없어?”
“회의감……?”
동생이 갑자기 술을 먹자고 한 이유가 이거였는지.
상현이의 눈이 반짝 빛나며 내게 물었다.
“형은 어떻게 보면 영웅 취급받고 있잖아. 그리고 그만큼 욕도 여기저기서 많이 먹었고. 근데 그것들을 어떻게 버틴 거야?”
“욕?”
“응.”
상현이는 기대하고 있는 대답이 있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욕하는 사람들을 등신이라고 생각해.”
“뭐……?”
“나를 욕하는 기자들, 뭐 사람들. 그 사람들이 나만큼 영화를 잘 만들 수 있을까? 축구선수 중에 그런 사람 있잖아.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가.’라고 했던가?”
내 말은 기대했던 말이 아닌 듯, 상현이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게 뭐야…….”
“이 말을 껍데기만 보면 이상한 사람이지만. 이 사람 그 자체를 봐보자. 엄청난 자신감 아냐? 내가 너희들보다 훨씬 잘하니까, 너희들 의견 따위는 듣지 않겠다. 이 등신들아. 약간 엄청난 자존감으로 모두를 찍어 누르는 느낌이랄까?”
내 말에 상현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네가 다른 변호사들보다 무능하다고 생각해? 아님 네가 담당한 의뢰인보다 모자라다고 생각해?”
“그건 아니지만…….”
“그럼 네가 믿은 대로 가. 괜히 등신들한테 휘둘리지 말고. 그럼 돼.”
내 말에 천천히 수긍하는 듯 하다가, 상현이는 고개를 저었다.
“어우, 뭐야. 뭐 사이비야? 홀릴 뻔했네.”
“아까비.”
내 말에 상현이는 크게 웃으며, 우리는 다시 한번 잔을 부딪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