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274)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275화(275/276)
성현 KMD 픽쳐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원래의 내 나이를 추월하는 나이가 됐다.
그간 나는 누군가에게 증명이라도 하는 듯 나의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어냈고, 벤더 모션 픽쳐 아카데미와 성현 대학교에서 배출한 인재들은 세기의 명감독들이 만들어낸 영화를 만들어냈다.
“시간은 참 더럽게도 빨리 가네.”
나이가 들수록 시간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말.
이미 두 번이나 겪어본 삶이었지만, 그 말은 여지없이 그대로 적용됐다.
하지만 이전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고, 훨씬 나은 삶을 살았다.
분명 이전의 삶과는 다른 위치에 있었기에, 더욱 힘든 때도 있었다.
“후…… 코로나.”
그때를 생각하니, 깊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코로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전반적으로 큰 피해를 가져다줬다.
특히나 영화관 사업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코로나 시작 전 미리 OTT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덕분에 성현 KMD 픽처스는 버틸 수 있었고, 양질의 영화를 이전처럼 계속해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제 앞으론 아는 게 없군.”
영화의 신이 보여준 미래의 끝.
그건 딱 최근까지였기에, 그 이후의 미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할 일이 바뀌진 않았다.
좋은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것.
그것만이 내가 할 일이었고, 그것만이 유일한 길이었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내 말에 조심스럽게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대표님. 성현 대학교 수석 졸업자입니다.”
“아…….”
이제 내가 알던 명작들을 대부분 복구가 끝난 상황.
코로나라는 질병 때문에 안타깝게도 극장 개봉이 아닌, OTT로 개봉한 작품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 학생에게 주실 시놉시스는 어떻게 할까요?”
“흠. 잠시만요.”
영화는 시대에 따라 유행이 달라지고.
시대에 따라 해야 할 말이 달라졌다.
그만큼 시대와 영화는 연결되어 있었으니까.
“이번 학생들 졸업 작품 먼저 확인하고 말씀드릴게요.”
“네. 대표님. 지금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나는 내 이메일에 온 그들의 졸업 작품을 확인했다.
“흠.”
아직은 어린 학생들.
하지만 어리기에 틀에 박힌 영화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 낼 능력이 있었다.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의 능력을 그대로 키워내는 것.
세상엔 다양한 영화들이 많아지고, 그래야만 영화판이 골고루 클 수 있었다.
이 선택 덕분에 이 세계의 영화판은 더욱 건강했다.
‘영화의 신이 그런 걸 보여줘서 다행이지.’
영화의 신이 보여줬던 세상의 영화계.
할리우드는 정치적 올바름에 지배되었고, 한국은 명감독들을 제외하면 회사의 입김이 들어간, 그저 돈의 흐름만을 보고 찍어낸 듯한 영화들만 만들어 냈다.
나 역시도 그런 것에 영화계가 휘둘리지 않도록, 항상 노력해 왔고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나왔다.
다양성은 좋지만, 다양성을 강요하며 억지로 사람들에게 다양성을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는걸.
영화의 신을 통해 다시 한번 확실히 확인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번 학생도 물건이네.”
성현 대학교 수석 졸업자 김호윤.
그의 졸업 작품을 보고 있자,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이런 졸업 작품들을 봄으로써 나는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
그들의 투박하지만 새로운 선택은 내게 좋은 가르침이 되곤 했으니까.
“흐.”
나이를 먹은 탓인지 예전처럼 몸이 잘 움직여지진 않았다.
젊었을 적 <스페이스 베가본드>를 만들 때 어떻게 그런 체력이 나온 건지.
자신의 체력에 스스로 감탄이라도 하듯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이가 들어 영화감독 대부분이 감독이 아닌 제작 쪽으로 자연스럽게 터를 옮기는 게 이해가 되듯 내 몸 역시도 촬영장을 가기 싫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음은 여전했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느낌이야.’
마틴 스코세이지.
여든이 넘어도 촬영장을 누비며 영화를 찍은 영화감독.
봉준호가 영화감독으로서 존경하는 원로 감독.
그는 나이가 들었어도, 그의 마음속에 있는 꿈 많은 청년이 아직 살아있는 듯 영화를 만들어 냈다.
‘참…… 대단한 감독이야.’
그렇기에 나도 그를 따르려면 아직 30년은 넘게 영화를 만들어야 했다.
이런 기회를 얻었으면 적어도 그래야만 한다.
배가 불렀어도, 배가 부르지 않은 척.
그렇게 움직여야만 그를 따를 수 있을 테니까.
띠링-.
“응?”
오늘 촬영 일정이 핸드폰에 뜨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차로 향했다.
***
잠시 후.
시끌벅적한 세트장에 도착하자.
수많은 제작진들이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감독님!”
“응?”
이번에 작품을 끝내고, 잠시 쉬고 있는 걸로 알고 있던 조던.
“왜 여기 있냐?”
“감독님이자, 은사님 뵈러 온 거죠. 감독님 뵈려고 여기 몇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핸드폰으로 연락하면 되지. 굳이?”
“에이, 또 서프라이즈의 맛이라는 게 있잖아요? 뻔하면 재미없죠.”
“남 일터에 연락 없이 놀러 오는 것도 재미없거든?”
내 대답에 조던은 능글맞은 미소를 보이며 나를 바라봤다.
“요즘 몸은 어떠세요? 건강하시죠?”
“아직 그런 말 들을 정도 나이는 아니야. 이놈아.”
“원래 젊을 때 건강은 챙겨두는 거라잖아요. 감독님 젊었을 때 몸을 막 굴리셨으니까, 지금도 잘 챙겨두시라는 거죠. 전설이잖아요. 전설. 뭐…… 커트 코베인처럼 단번에 불타올라도 전설이 되지만, 천천히 타오르는 것도 전설이지 않을까요?”
“지금 뭐 죽어야 전설이 된다는 거냐?”
“뭐……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니까요?”
“이 자식이…… 넌 어째 나이를 먹을수록 말장난만 더 심해지냐?”
조던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선생님 닮아서 그렇죠. 뭐.”
“내가 그런 거 가르치든?”
“저는 감독님이 우베 셀처를 말로 찍어 눌렀던 게 잊히지 않거든요. 말장난으로 찍어 누르는 그 느낌? 그걸 배운 거죠.”
“쓸데없는 건 잘 배우네.”
“원래 나쁜 것부터 배운다잖아요. 헤헤.”
조던은 이제 젊은 감독에서 30대 중반의 이름난 영화감독으로 잘 성장했다.
그는 특이한 영화로 평단을 사로잡았고, 좋은 이야기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는 점점 좋은 평가를 받으며, 여러 상까지도 받은 감독으로 성장했다.
“작업은 잘 돼 가세요?”
“나쁘지 않아. 뭐…… 엔데믹도 됐고, 사실 영화관이 다시 활성화되는 시점이니까.”
“이번엔 바로 OTT로 안 가고요?”
“다시 영화관도 살려야지. 극장가가 살아나야지. OTT는 영화관을 대체할 수 없어.”
내 말에 조던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하…… 근데 거의 2년 동안 사람들이 극장에 안 가고 집에서만 영화를 보는데…… 극장가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긴 할까요?”
조던의 우려 섞인 물음.
하지만 처음 이 세계에 왔을 때보다는 훨씬 긍정적인 상황이었다.
이 세계는 거의 황무지에 불과했으니까.
“할 수 있어. 조던. 네가 놀지 않고 성실하게 영화만 찍는다면 말이야.”
“에이, 감독님. 저 작업 끝난 지 이제 일주일 됐거든요?”
“일주일이면 많이 쉬었네. 다시 각본 작업부터 들어가야지.”
“어휴, 안 그래도 드레이크가 쓰고 있네요. 그 자식 완전 워커홀릭이라니까요. 무슨 작업 마치면 또 각본 작업 들어가고. 완전 쉴 생각이 없어 보여요.”
조던은 입을 삐쭉거리며 장난스럽게 툴툴댔다.
“너도 좀 그래라.”
“어휴, 제가 잔소리 들으려고 감독님 뵈러 온 게 아닌데.”
잠시 후 조던이 옆에서 툴툴대던 사이 조감독이 내게 다가왔다.
“감독님. 촬영 준비 모두 끝났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조던 씨도 왔는데…… 촬영을 좀 미룰까요? 약간 딜레이 돼도 문제없을 것 같긴 합니다. 항상 촬영이 일찍 끝나왔으니까요.”
“됐어. 무슨 귀인이 왔다고 촬영까지 미뤄. 바로 시작하지. 조던?”
내 말을 듣고 조던은 피식 웃은 후, 약간은 장난스럽게 서운한 표정을 보이며 말했다.
“얼굴 뵀으니 됐습니다. 워커홀릭 감독님은 일이나 하십쇼. 미천한 게으름뱅이 제자는 돌아가 볼 테니. 어휴.”
“그래, 잘 가고. 조심히 가.”
내 말이 매정하게 느껴졌는지 조던은 울상을 지으며 툴툴댔다.
다른 인터뷰나 소감을 말하는 걸 보면 온갖 멋있는 척을 하던 놈이, 내 앞에만 서면 다시 학생 때로 돌아가는 듯.
장난스럽게 울상을 짓는 그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니, 감독님. 뭐, 한 번은 붙잡으셔야 하는 거 아녜요? 이번 씬 끝나면 좀 이야기를 좀 나누자. 뭐 그런 걸로…… 감독님 짬이면…….”
“영화를 짬으로 찍냐? 항상…….”
“초심자의 마음으로. 네. 알겠습니다. 어휴.”
조던은 한숨을 푹 쉬고 내게 고개를 숙인 후 촬영장을 빠져나갔다.
조던이 촬영장을 빠져나가자 제작진들은 내 말만 기다리는 듯 조용한 침묵이 촬영장을 감쌌다.
‘역시…… 난 제작보다 현장이 맞아.’
헬스장처럼 오기까지는 더럽게 힘들지만, 막상 오면 누구보다 열심히 하게 되는 현장.
감독의 자리에 서자마자 다시 가슴은 두근거렸다.
조명과 카메라, 그리고 배우들.
수십 명의 제작진들과 같은 꿈을 꾸며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
그 자체로 오는 설렘과 내 머릿속에 있는 꿈을 만들어 낸다는 것에서 오는 설렘.
‘난 이렇게 살아있어. 영화를 만듦으로써.’
이 촬영장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살아있음을 느꼈다.
어쩌면 이 촬영장을 벗어나는 날이 내가 진짜 죽음을 맞이하는 날이 아닐까.
‘무대 위에서 죽고 싶다는 어떤 배우의 말. 그 말처럼 나도 촬영장에서 죽고 싶은 날이 오려나.’
어떤 배우는 무대에서 죽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녔다.
어떤 이들이 보면 분명 정신 나간 이야기라고 치부할지 모른다.
분명 나도 한때는 그런 말들을 단지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이 되려 하자, 갑작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왜 웃으세요……?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응? 아, 아냐. 뭐, 문제는 없고. 그냥 웃겨서 그래. 웃겨서.”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촬영장에서 제작진들과 함께 숨 쉬는 것.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그것만이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제 촬영 들어가자. 다들 준비해.”
내 신호에 배우들은 카메라 앞에서 그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리고 조명과 카메라를 담당하는 팀은 긴장한 표정으로 조명과 카메라를 만졌고, 그 짧은 순간에 완벽하게 정리된 하나의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레디!”
조감독의 외침.
그리고 막내 스태프가 슬레이트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아마도 처음 서는 카메라 앞인 듯, 그 막내 제작진은 눈을 꽉 감은 채 긴장한 듯 손을 떨고 있었다.
“씬 21, 컷 1, 테이크 1!”
따악!
경쾌한 슬레이트 소리가 퍼지고.
나는 내 차례에 맞춰 모니터를 보며 소리쳤다.
“액션!”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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