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275)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276화(276/276)
에필로그
성현 KMD 픽처스의 OTT.
‘KMD 비전’에 독특한 다큐멘터리 시놉시스가 올라왔다.
KMD 비전 이사회는 시놉시스를 심사한 후 단번에 통과시켰다.
그 다큐멘터리의 주제는 ‘경찬현’.
여태껏 유명 인물로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진 경우는 많았지만, 영화감독이 주제였던 적은 없었다.
그 다큐멘터리 감독을 맡은 건 조던.
경찬현의 제자로서, 그리고 경찬현의 영화를 사랑하는 시네필로서 제작할 다큐멘터리였다.
그 작업을 위한 인터뷰를 조던은 현장에서 메가폰을 쥐고 있는 경찬현을 찾아왔다.
“감독님.”
경찬현을 보자마자, 조던은 다큐멘터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네가 만들 다큐멘터리의 주제가 나라고?”
“네. 감독님 정도면…… 사실 영화판을 살린 게 맞잖아요? 근데 그런 감독님에 대한 다큐나 뭐…… 책 같은 것도 없으니 제가 한번 만들어 보려고요.”
“한국엔 많아.”
경찬현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창의력 성장, 당신의 아들이 경찬현이 될 수 있다.>, <경찬현의 리더쉽>, <경찬현, 그에게 배우는 영화 철학>. 그런 것들?”
허락도 받지 않은 채 자신의 이름을 갖다 쓴 양심 없는 저자들.
그 인간들과 KMD 쪽에서 법적 소송을 했지만,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 싸구려 책들 말고요. 감독님이 직접 참여한 자서전이라든지, 회고록 같은 거요.”
“나 아직 팔팔하다. 그런 거 쓸 땐 인생 나지막이 살 때 아냐?”
“축구 선수들 은퇴할 때 회고록 쓰는 건 죽을 때 돼서 쓰는 건가요, 뭐. 은퇴하면 서른 중반 정돈데.”
“…….”
조던이 맞는 말을 하자, 경찬현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약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조던은 환히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죽은 다음에 신이라도 되시려고요? 그냥 인터뷰나 제대로 해주세요. 이거 만들려면 아직 만날 사람이 한 트럭이에요.”
“내가 그 정도라고 봐야 하나……? 아직 그런 게 만들어질 때까지는 한참은 먼 것 같은데 말이지.”
경찬현의 말에 조던은 피식 웃으며 경찬현을 바라봤다.
당장에 영화계의 판도를 뒤집은 주인공.
그는 온전히 그의 힘으로만 빛나지 않았다.
그가 곳곳에 영향을 준 감독들, 그리고 그가 만들어 낸 작품들.
특히나 그의 천재적인 감각에서 나온 시놉시스들은 적합한 감독들에게 돌아감으로써 다른 감독들의 손에서 많은 명작들이 태어났다.
“감독님이 너무 잘난 탓에 만드는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조던의 말에 경찬현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가자, 조던은 크게 웃으며 경찬현을 가리켰다.
“아주 좋아죽으시네.”
“아니거든.”
“감독님 입꼬리는 하늘 모르고 쭉쭉 올라가는데요?”
경찬현은 손을 가로저으며 수줍은 미소를 한번 보인 후, 조던에게 물었다.
“그래서, 뭘 물어보려고?”
“감독님에 대해 뭘 담으면 좋을까 해서요. 사실 이 영상은 후배 영화학도들에게도 자극이 되는 다큐멘터리였으면 좋겠거든요. 영화에 미친 사람. 그리고 영화에 미친 덕분에 뭔가 이룰 수 있는 사람. 감독님은 제게 그런 사람이거든요.”
영화판을 살리기 위해 해왔던 그의 모든 행동들.
영화판을 좀먹는 쓰레기들을 처리한 것과 더불어 그가 해왔던 행동들은 조던에겐 거대한 감동이었다.
“사실 아직도 좀 남아있긴 하잖아요. 영화판을 좀먹는 인간들이요.”
“돈이 모이는 곳은 항상 그렇지. 세상엔 깨끗한 인간들만 있는 게 아니니까. 현실은 그렇지.”
경찬현은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깨끗해졌지만, 그 사이에도 쓰레기들을 치운 그 자리는 다른 쓰레기들로 차올랐다.
좋은 영화를 만들어도, 그 좋은 영화의 기세에 올라타 개봉한 아류작들.
그런 작품들은 여전히 세상에 나타났다.
“그래도 감독님의 시놉시스와 감독님이 키워낸 영화감독들 덕분에 아직 영화판이 건재한 거 같아요.”
“됐어. 쓸데없는 칭찬은.”
“쓸데없다기엔, 감독님 입꼬리가 아까보다 더 올라갔는데요?”
“…….”
조던이 크게 웃으며 경찬현에게 말하자, 경찬현은 장난스레 인상을 찌푸렸다.
“다큐멘터리 만들려고 만난 게 아니라, 나 놀리려고 왔냐?”
“에이, 감독님이 편해서 그렇죠.”
“불편하게 만들어줘?”
“에잉.”
이제 중년의 나이에 조던이 애교를 부리자, 경찬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봤다.
“아, 이번에 타임지 선정은 어떻게 된 거예요?”
“몰라. 그냥 자기들끼리 정해버린 거 같은데.”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된 경찬현.
영화감독 중에선 최초로 선정된 경찬현은 낯선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세계 영화계를 뒤바꾼 사내라는 타임지의 호칭.
엄청난 호칭처럼 보였지만, 사실상 경찬현에게 붙기엔 어쩌면 당연한 호칭처럼 보여졌다.
“잡지에 감독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붙어있던데요?”
“어으…….”
경찬현이 낮은 신음을 내뱉으며 얼굴이 붉게 되는 것을 보자, 조던은 혼자 실실 웃으며 말했다.
“이건 좀 부끄러우신가 보네.”
“얼굴이 그렇게 크게 나올 거라곤 생각 못 했거든.”
칸 영화제, 골든 글로브, 베니스 영화제.
세계 유명 영화제에서 모든 상을 쓸어 담고, 그의 제자들과 경쟁하며 살아남은 경찬현.
그 덕분에 영화계는 더욱 알차졌고, 덕분에 더욱 활발하게 돌아갔다.
‘어쩌면 스스로 경쟁을 부추기는 느낌이지.’
제자들에게 원래 짜놓았던 시놉시스를 주고 난 후, 자신은 자신의 작품으로 승부하는 상황.
그런 상황을 만들며, 경찬현은 이제 영화감독으로서는 노년이었지만, 아직 활발하게 영화 작업에 참여했다.
“그래, 이번 다큐멘터리 제작. 누구랑 만나기로 했나?”
“감독님하고 친분 있는 배우들이 대부분이죠. 감독들도 많고. 감독님 관련한 다큐멘터리 만든다니까, 세계 톱스타들이 나오고 싶어서 환장한 거 같다니까요?”
이미 섭외가 끝난 원로 배우들.
조던이 다큐멘터리를 KMD 비전에게 다큐멘터리 제작의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조던의 연락에 반갑다는 듯 배우들은 환영했다.
“로버트 펜부터 유진 캐리. 뭐 가리지 않고 감독님에 대해 한마디씩 거들고 싶대요. 글렌 연하고 곽연지 누나도요. 그리고 목소리 좋은 앤드루 샤킬 배우님이 다큐멘터리 전반적인 나레이션도 맡아주기로 했고요.”
그들의 이름에 경찬현은 기분이 좋은지 미소를 지었다.
“연지도?”
“네.”
조던의 최신 작품.
중년의 동양 여인이 미국에서 겪게 되는 미스터리한 일.
그 배역을 맡은 곽연지는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며,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는 여배우가 되었다.
“내 영화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되겠네.”
“네. 미래는 담을 수 없겠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감독님의 이야기가 되겠죠.”
조던의 말에 경찬현은 밝게 웃으며 조던에게 손을 건넸다.
“고맙다. 고마워…….”
“고맙긴요.”
그 손을 꽉 잡은 조던.
조던의 눈빛엔 감사와 존경이 가득 담겨있었고, 경찬현의 눈엔 아직 꿈을 향해 열정이 식지 않은 강렬함이 있었다.
“감독님께 바치는 헌사입니다. 올라가면 꼭 봐주세요.”
“내가 그걸 안 볼 리가 있나? 내 이야긴데.”
***
몇 주 후.
조던이 만들어낸 다큐멘터리.
그게 OTT 사이트인 KMD 비전에 올라오자마자, 엄청난 이목이 집중됐다.
-경찬현, 그 사람이 없었다면…… 영화계의 악몽이 악몽인 줄도 몰랐겠죠. 영화를 통해 이런 것까지 가능하다는 걸 모르고 살았다면…… 우리의 삶의 질이 한층 낮아졌을 겁니다.
KMD 그룹의 회장 이준성의 회고로 시작되는 다큐멘터리.
얼굴에 거뭇거뭇하게 주름이 피어오른 그는 경찬현이라는 이름이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다시 청년으로 돌아간 듯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은 KMD 그룹의 회장으로 있지만, 한때 저는 영화감독을 꿈꿨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경찬현. 그 인간 때문에 영화감독 대신 다른 길을 선택했죠.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오히려 경찬현 덕분에 제 꿈을 이룬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밝은 표정으로 이준성이 말을 마치자마자, 여태껏 경찬현의 수많은 영화 필모그래피가 화면에 올라왔다.
그러곤 영화에 주연을 맡은 배우들이 그 영화를 만들 당시를 설명하며 마치 어제 일이라는 듯 선명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무시 받던 여배우였어요.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무시 받을 만하지 않나 싶어요. 능력보단 외모. 원래 여배우 수명은 외모에 달렸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배우로서 죽어간다고 생각했었죠.
-저는 무명 연극배우였습니다. 경찬현 감독님을 만나기 전까지 말이죠. 하지만 경찬현 감독님을 만난 이후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중년의 나이에 곽연지과 박준식의 회고.
-약쟁이의 삶에 대해서 아시나요? 경찬현 감독님을 만났을 때, 그는 이미 제 팬인 것처럼 이야기하더군요. 밑바닥에 있는 저를 다시 끌어와 준 건 제 아내지만, 제 삶을 다시 배우로 만들어준 건 경찬현입니다. 그라면 어디든 믿고 따를 생각입니다.
-코미디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미디 배우의 삶이 싫어질 때 만난 건 경찬현이었습니다. 분노와 짜증으로 가득 찬 제 모습을 다시 배우로 만들어준 건 경찬현이고요. 그가 없었다면 제 배우 인생은 단지 코미디로 끝났을지 모릅니다.
로버트 팬과 유진 캐리의 회고.
회고의 공통점은 모두 배우로서 자신의 삶을 통째로 바꿔주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이 배우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 그는 과연 어떻게 삶을 살았을까요?
앤드루 사킬의 독백.
묵직한 그의 독백 이후의 내용은 경찬현의 삶이었다.
평범한 영화감독의 삶이 아닌, 영화계를 위한 투쟁.
-인종차별. 그리고 상업성에 몰두한 영화판. 그 사이에서 경찬현이 내렸던 결정은 타협이 아닌 투쟁이었습니다.
그가 이끌어 온 투쟁.
영화판을 위해 움직이겠다는 그의 움직임에 감사함을 표하듯, 수많은 배우들과 제작진들 그리고 기업인들이 경찬현의 다큐멘터리에 나와 말했다.
-그는 달랐습니다. 그는 마치 무언가의 계시를 받은 듯 움직였어요. 평범한 사람들은 걸을 수 없는 길을 걸어왔으니까요. 그가 여태껏 이룬 것들만 살펴봐도 알 수 있죠.
경찬현이 여태껏 써내려 온 영화 역사.
그 영화들의 포스터가 희미해지며, 경찬현의 모습이 나타나자, 묵직한 앤드루 사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닙니다. 아마도 그가 죽기 전까진 끝나지 않을 겁니다. 어쩌면 죽어서도 그는 메가폰을 손에서 놓지 않을 겁니다. 경찬현은 그런 인간이니까요.
마지막 말이 들리자, 경찬현은 피식 웃었다.
‘그렇게 보이려나.’
바쁜 촬영 일정 탓에 짬짬이 봐왔던 다큐멘터리.
작은 핸드폰 화면으로 보던 그 다큐멘터리가 막을 내리자, 경찬현의 뺨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전생처럼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삶은 충만했다.
사람들로 가득했고, 두려움이 없는, 거침없는 삶이었다.
그랬기에 후회 없는 삶이었고, 후회 없는 삶이었기에 계속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후회로 뒤돌아볼 필요가 없는 인생.
그런 인생에 경찬현의 입가엔 행복이 가득한 자연스러운 미소가 퍼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의 입가엔 곧 미소를 가리는 메가폰이 자리해 있었다.
“휴식 시간 끝났습니다. 다시 슛 들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