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28)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28화(28/276)
나와 준성이는 김은하와 함께 명성일보 근처 카페를 찾았다.
이니셜 K 감독. 여 감독.
제일 저질스러운 기사를 낸 박재준이라는 놈에게 미리 전화는 해두었다.
“명성일보 박재준 기자입니다.”
박재준은 일반적인 기자치고, 꽤 차려입고 왔다. 비싸 보이는 시계부터 구두까지.
평범한 기자들은 꿈도 못 꿀 정도의 비싼 명품이었다.
“네. 처 앉으세요.”
나는 고갯짓으로 의자를 가리켰고, 박재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본 후 자리에 앉았다.
“백진철 밑에서 얼마나 처받으셨어요?”
“만나자마자, 무슨 말도 되지 않는 소립니까. 당신이 뭐 검사예요? 그딴 걸 묻게?”
“뭐 안 받으셨으면 다행인 거고.”
“…….”
박재준은 내 비아냥에 인상을 찌푸렸다.
“기자회견에 제가 왜 명성일보에 연락 안 돌렸는진 알죠?”
“뭐, 실수라도 하셨겠죠.”
“백진철의 언론 플레이의 핵심은 댁들이니까.”
“저는 취재하러 온 거지, 심문받으러 온 게 아닙니다.”
박재준은 꽤 당당한 태도로 말했다.
“아직 백진철이랑 관계가 아주 단단하신가 보네.”
“쫄릴 게 없으니까.”
“곧 KMD가 움직일 겁니다.”
KMD라는 말에 박재준의 미간이 좁혀졌다.
“무슨 개소립니까? 갑자기 KMD가 왜 나와요?”
“<밤> 투자 지분이 가장 높은 게 KMD기도 하고…… 저희는 손을 어지간하면 벌리기 싫었는데, 이렇게 벌리게 되네요.”
“KMD가 그런 간단한 부탁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해요? 머리가 아주 꽃밭이시네. 아주 긍정적이셔. KMD는 말이죠…….”
박재준은 KMD 그룹에 대해 시작부터 설명하려는 듯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들을 생각이 없었다.
“쟤, 이정호 회장 아들입니다.”
내가 준성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박재준은 말도 되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개소리도 적당히 해야지. 이정호 회장 아들이 무슨 영홥니까. 미국으로 유학 가서 공부 중이라는 소문 몰라요?”
“군대도 갔다 왔는데?”
준성이는 입술을 실룩거리며 말했다.
“KMD 회장 아들이 군대를 갔다 왔다고요? 연예인들도 병역 비리로 빼는 세상에? 아주 재미난 분들이시네. 혹시 뭐, 노블레스 오블리주 같은 거 생각해놨나 본데. 그런 건 없어요. 이 사람들아.”
박재준은 준성이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이정호 회장 느낌이 하나도 없잖아. 거짓말을 하려면 좀 적어도 비슷하게 생긴 새끼를 데려와야지.”
박재준은 꽤 말이 많았다.
아직도 나불댈 거리가 남았는지. 침까지 튀겨가며 지껄여 댔다.
“요즘에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쌍팔년도도 아니고, 남의 아들 흉내나 내면서 사기를 칩니까?”
“하, 말 더럽게 많네. 야. 다 했냐?”
김은하는 박재준의 말을 듣다가 지쳤는지 하품을 하며 말했다.
“뭐?”
“다 지껄였냐고. 이 새끼야.”
“이년은 날 언제 봤다고…….”
“기억 안 나냐? 더 필름 H에서 난 너 봤는데. 이 개새야?”
“…….”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쥔 척? 이준성, 경찬현. 너희 뭐 병신들이냐? 그냥 조져. 답답하게 지랄하지말고. 뭐. KMD에 손 벌리긴 싫어? 배가 불렀네.”
김은하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을 이었다.
“이준성, 네가 지금 기사에 이름이 안 떠서 아직 반응이 미적지근한 거 같은데. 기사에 이름 올라가 있는 사람들은 아주 거지 같애. 그 기분 알아?”
그녀는 담배를 깊게 한번 빤 후, 위로 연기를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경찬현. 이 새끼도 병신인 게, 너한테 도움받기 미안해서 아가리 닥치고 있는 거잖아. 그냥 솔직해지자고. 빙빙 돌려서 말하는 게 제일 병신같으니까. 그냥 명성일보든, 뭐든 다 쓸어버리라고. 그래야 상황 정리될 테니까.”
나와 이준성은 입을 다물었고, 박재준은 당황한 듯 눈만 껌뻑이고 있었다.
“알겠어.”
준성이는 핸드폰을 열어 법무팀에 전화를 걸었고, 박재준은 옆에서 그 번호를 확인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KMD 법무팀의 번호를 비교하는 듯 보였다.
“여보세요.”
-KMD 법무팀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김미선 대리님? 저 준성인데요. 요즘 일 괜찮으세요?”
-이준성 도련님? 무슨 일이십니까?
“다름이 아니라…….”
툭-.
박재준은 이준성의 핸드폰을 뺏고 전화를 끊었다.
표정은 꽤 당황스러워 보였다.
“잠깐만요…….”
“다시 주시죠.”
“아니, 그게…….”
“달라니깐?”
준성이의 짜증에, 박재준은 바로 핸드폰을 건네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 알겠으니…… 성현 제작사 이제 다신 건드리는 일 없을 겁니다. 그러니…….”
“KMD는 움직이지 말아달라?”
“네…… 저 잠시 화장실 좀…….”
박재준은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난 뒤 화장실로 향했다.
“괜찮았냐?”
김은하는 환하게 웃으며 나와 준성이에게 물었다.
“너 감독 말고, 배우 해볼 생각 없냐?”
“화내는 거 빼곤 못해. 화가 많아서.”
“그거 하나로 여우주연상 가능할 거 같은데?”
“인정.”
우리는 박재준이 이미 믿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 상태로 온 것이기 때문에 대비해놓은 각본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법무팀 한 명 섭외는 미리 해놓은 거고.
“이젠 믿겠지?”
“믿어서 지리러 간 거잖아. 야, 은하야. 너 딕션 좋다. 특히 욕할 때”
“뭐, 욕이라도 해줘?”
저게 정녕, 나중에 사회 비판적인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해지는 감독의 모습인가?
“이제 그 새끼 언론 플레이는 틀어막았고. 증거만 쌓으면 되겠네.”
“근데 백진철. 뭐 되냐? 그냥 쟤가 입만 열면 되는 거 아냐?”
“지금 잡아봤자 명예훼손이랑 증뢰 정도밖엔 없어. 조금 기다리더라도 깡패 새끼다운 짓 할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평생 콩밥 처먹여야 할 거 아냐. 그런 새끼들은.”
내 인생을 조진 놈. 단순히 집행 유예 따위로 갚아 줄 생각은 없다.
***
명성일보에서 쏟아지던 <밤>의 공격은 사라졌다.
오히려 <밤>을 치켜세우며 칭찬하기에 바빴다.
[<밤>. 200만 목전에 둬 한국 영화의 힘…….] [200만. 한국 영화의 희망. 우리 동네에도 영화관 만들어주세요! <밤> 열풍!]“명성일보. 이 새끼들이 돌았나…… 야. 김은하 가족은 어떻게 됐어!”
“그게…….”
“뭐. 또?”
“다들 이사 가고 사라졌답니다. 감쪽같이…….”
“뭐? 그 새끼들 돈도 없잖아. 근데 어떻게……?”
“저도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기록도 다 사라지고, 주위에 물어봐도 대답도 안 해준 답니다.”
경찬현. 그 새끼다. 그 새끼가 문제야.
백진철은 신문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경찬현의 사진에 냅다 주먹을 꽂았다.
쾅!
“이……! 대체 이 새끼 뭐야!”
백진철은 수화기를 들고 박재준에게 전화했다.
“야. 너 뭐하냐? 도리어 이제 <밤>을 칭찬하냐? 미쳤어?”
-그게…….
“뭐? 너 나한테 받은 돈은? 우리가 룸빵에서 쌓은 우정은? 내가 다 까발려 줘?”
-아니…… 그게…….
박재준의 반응이 이상했다. 평소 같으면 도리어 화를 내야 할 놈이 잔뜩 겁을 먹은 말투라니……?
-그놈들 건드리면 안 돼. 성현 제작사. 신입 제작사 수준이 아니야.”
“뭐?”
-KMD 이정호 회장 아들이래. 거기 대표가.
“뭐? 그게 무슨 개소리야. 이정호 회장 아들이 무슨 영화 제작자야, 이 머저리 새끼야.”
-진짜야! 이준성. 그놈 아빠가 이정호라고! KMD 법무팀에서 확인까지 했어!
백진철은 의자에 주저앉았다.
박재준이 이렇게 확신을 가지는 일은 얼마 있지도 않았다.
정확한 정보가 아니면 내게 전달하지 않는 놈이 이렇게까지 말을 한다는 건…….
“그럼 김은하는? 정말 경찬현 말대로 그딴 인도적인 이유로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아닐 거 아냐.”
-몰라. 그것까진.
“똥 밟았네. 썅.”
-당분간 사려. 뭐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일단 손 놓고 보기만 하라고. 기회 되면 그놈들한테 사과라도 하러 가고. 동업자라서 그랬다. 미안하다. 그 정도면 될 거 아냐.
“되겠냐? 거의 죽일 듯이 담그려고 했는데? 날 안 죽이면 다행이지.”
-몰라. 알아서 해. 그건.
백진철은 덜덜 떨리는 손을 간신히 부여잡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나도 지금 사려야 되니까. 기사는 이해해줘. 다음에 보자고.
툭-.
“이런 썅! 대체 나한테 왜들 이러는 거야!”
그간 백진철이 언론을 이용해 먹기 위해 기자에게 먹인 돈만 해도 수억에 달했다.
그런데 그런 투자들이 단 한 번에 날아가버린 셈이었다.
분노를 이기지 못한 백진철의 통렬한 외침에, 주위 직원들은 쥐 죽은 듯 모니터 화면만 바라봤다.
“다들 일 좀 해. 이 벌레 새끼들아! 이런 썅! 썅! 썅!”
백진철은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연거푸 맨주먹으로 벽을 쳐댔다.
쾅! 쾅!
그러자 백진철의 주먹은 금세 피로 물들었고, 주위에 있던 직원 중 하나가 급히 휴지를 가져왔다.
“경찬현 이 새끼……! 이 개새끼!”
***
며칠 뒤.
명성일보의 K 감독의 성추행 기사는 정정 보도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면 최상단. 제일 크게 보이는 곳에 배치한 정정 보도였다. 그 덕에 다시 카페 회원 수가 급증했다.
“회원 수 미쳤다. 3만? 야. 적어도 이런 건 이 삽십 대 얘들이 대부분일 텐데. 이야. 이제 뭐, 인기 스타야?”
[경찬현. 인터뷰 녹화본 가지고 싶다. 비디오로 맨날 볼 거야.]┗ 정신 차려 이 친구야.
(수정/삭제)
┗ 생긴 거 은근 괜찮지 않나?
┗ 아냐. 실물로 보면 더 못생김. (수정/삭제)
┗ 실물 봄? 거짓말 ㄴㄴ
“이거 네가 단 거냐?”
“응. 사실대로 말해야지.”
팍!
“미친놈이. 악플을 달고 있어.”
“솔직한 거지. 잘생긴 얼굴은 아니잖아.”
나는 내 방문을 열고 소리쳤다.
“엄마! 나 엄마 닮았죠?”
“어! 근데 왜? 엄마 바빠!”
“준성이가…… 컥!”
준성이는 내 입을 막고 엄마한테 말했다.
“오늘 찬현이가 맛있는 거 산대요!”
“어휴. 그럼 좋지!”
쾅!
준성이가 문을 닫았다.
“미친놈이?”
준성이는 뭐 이런 놈이 있냐는 듯 나를 쳐다봤고, 나는 웃으며 준성이에게 물었다.
“이제 250만까지 얼마나 남았나 확인해 봐.”
준성이는 인터넷을 통해 확인했고, 아직 불안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제…… 10만. 딱 10만 남았다.”
“게릴라 이벤트는 잘 돼가고 있지?”
“응. 그것도 이제 근데 배우들 바빠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한다더라. 포토 카드 몇 번을 더 만들었는지 기억도 안 나.”
“그럼 이제 10만은 내가 채우면 되겠네.”
“뭐……? 네가?”
“영혼을 끌어모아야지.”
나는 나머지 10만을 채우기 위해 몇 주간 서울, 지방을 가리지 않고 돌아다니며 경찬현의 게릴라 이벤트도 진행하기 시작했다.
물론 순탄하지는 않았다.
“진짜 멋있어요! 김은하 감독이랑 뭐 사귀는 거예요? 너무 잘 어울려요!”
이런 말도 되지 않는 헛소리부터.
“오해해서 미안했어요!”
사과. 그리고.
“우와! 경찬현! 대박!”
그리고 내 찐 팬인지는 몰라도, 내 얼굴을 보자마자 소리 지르며 달려드는 남자도 있었다.
하필 덩치도 큰 남자라는 게 문제였지만.
하지만 효과는 좋았다.
영화 한 편 찍는 데 여러 사고까지 터지면서 내 인기가 꽤 좋아졌다.
이젠 다음 작품이 훨씬 중요해졌다. 사람들의 기대치를 올려놨으니, 그 기대를 충족시키는 건 오로지 내게 달린 일이니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밤> 250만 관객 달성. 공약 언제쯤?] [한국 영화계의 기적. 단독 250만. <밤>의 여정.] [경찬현 감독. 차기작 준비 언제쯤…….]“찬현아…… 진짜 됐어…… 킁.”
아침부터 준성이는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내 방에 찾아오기 전부터 펑펑 울었는지 아직 콧물은 말라보이지도 않았다.
“흐엉…… 진짜 됐다고. 찬현아. 이 미친놈아!”
“난 될 줄 알았어.”
“흐어엉!”
준성이는 나를 껴안으며 소리쳤다.
“한국 영화 신기로오오오옥! 250마아아안!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준성이는 정신이 나간 듯 주위를 방방 뛰어다니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괴상한 소리에 엄마가 방문을 열었다.
하지만 준성이가 눈알을 뒤집고 내 방을 뛰어다니는 것을 보신 후엔, 고개를 좌우로 흔든 뒤 문을 다시 닫았다.
“끼야오! 됐어! 됐다고! 이제! 끼야아아아아오오옥! 내가 누군지 알아! 250만 영화 프로듀서야!”
준성이는 그렇게 몇 분을 날아다니며 눈물을 흘렸다.
“회식해야지.”
“제작진들이랑 배우까지 다 불러서?”
“뭔 당연한 걸 말하고 있냐? 강남! 소고기! 이 두 단어로 우리의 포부를 보여주자고! 끼야아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