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50)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50화(50/276)
김은하에게 진수 형을 붙여준 날 밤에 바로 김은하에게 전화가 왔다.
김은하는 진수 형 덕분에 촬영장에 있던 문제가 잘 해결되었다며 고맙다는 말을 전했고, 좋은 동료가 생긴 것 같다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진수 오빠랑 계속 작업하면 안 될까?
이런 소리를 하긴 했다만 이번 영화만 끝나면 김은하 주변에도 능력이 좋은 사람들은 알아서 붙을 거다.
“안 돼. 그 형 정도 능력 있는 사람 찾기 힘들어. 그리고 너도 그 촬영 끝나면 너랑 작업하고 싶다는 사람 넘쳐 날 거야. 일단 지금 찍고 있는 거나 잘 마무리해.”
-너는 종종 칭찬 같은 예언을 하더라? 그것도 예언이냐?
“네가 믿고 싶은 대로 믿어.”
-흠…… 예언이라고 믿을게.
김은하와의 전화가 끊기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진수 형에게도 전화가 왔다.
-네 말대로 촬영장 기강은 제대로 잡았다. 그런데…… 김은하 이 친구 물건이야. 촬영장 정치질만 아니었다면 벌써 끝나고도 남을 촬영이었는데…….
“제가 말했잖아요. 김은하 감독 대단한 사람이라고.”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거지. 은하 전 작품만 보면 그냥 싸구려 코미디 영화나 찍을 줄 아는 친구인 줄 알지.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인 걸 어떻게 알아?
진수 형은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준식이도 그렇고, 네 눈깔은 뭔가 달라. 참…… 대단하다는 말을 넘어 무서워진다니까?
“그 덩치에 겁도 많으셔?”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귀신이거든? 너 옆에 뭐 훈수 두는 귀신이라도 있는 거 아냐? 그런 거 조심해라. 지금은 친절해도…….
“공포 영화를 너무 많이 보셨네. 그런 거 그만 좀 보세요. 저 이제 밥 먹으러 갑니다.”
툭-.
나는 진수 형의 이상한 조언에 전화를 끊었다.
시계를 보니 초저녁 시간. 이제 곧 저녁도 먹어야 했기에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이불 속이 너무 포근했다.
마치 이불이 어디 가냐는 듯 붙잡는 듯한 느낌에 잠시 더 누워있을 생각으로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봤다.
이제야 좀 제대로 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침대에 축 처져있는 게 얼마만 인지…… 이불을 몸에 돌돌 만 상태로 굼벵이처럼 있으니 만사가 귀찮아졌다.
그리고 다시 눈이 감길 무렵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다시 정신이 들었다.
똑똑-.
“찬현아. 나와봐.”
“네!”
살짝 화가 난 듯한 엄마의 목소리에 나는 재빨리 몸을 움직여 문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상현이와 부모님이 한바탕 말싸움이라도 한 듯 냉랭한 분위기가 거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뭐…… 뭐예요?”
내 물음에 엄마가 대답했다.
“상현이가 대학교 편하게 다니겠다고 스쿠터를 사달라고 하는데, 찬현이,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아빠 때는 중학교 가겠다고 걸어서 10리 거리를 걸어 다녔어. 이놈아. 요즘 지하철이랑 버스도 다 잘 돼 있는데 무슨 스쿠터야? 스쿠터가.”
“그래. 평소에 고집도 안 부리던 얘가 왜 이렇게 고집일까?”
어머니와 아버지는 전략적으로 동맹을 맺은 채 상현이에게 맹공을 날리고 있었다.
그 공격을 그대로 맞고 있던 상현이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바닥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애걸복걸하는 눈빛으로 제발 허락해달라는 신호를 보내며 입을 열었다.
“저 운전병이었잖아요! 부대에서 잘 타고 다녔다니까요?”
“운전병이 오토바이도 타고 다니니? 거기서도 타질 말았어야지! 그게 얼마나 위험한 건데!”
엄마의 반박에 상현이는 다시 한숨을 푹 내쉰 후 내 대답을 기다렸다.
절박한 상현이의 눈동자를 못 본 체하며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스쿠터는 안 되지. 너무 위험해.”
내 대답에 상현이는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엄마의 기세는 한층 더해져 상현이에게 더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네 형도 안 된다잖아! 이제 그만해. 경상현! 뭐 돈 주고 그렇게 위험한 걸 타려고 그래?”
“…….”
찬현이는 그래 봤자 23살.
아직 한창 꾸미고 싶을 나이고 겉멋에 신경 쓸 나이다.
이제 전역도 했겠다 복학해서 멋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건지…….
이렇게 생각하니 동생이 동생답게 보였다.
전역한 이후 좋지 않던 가정형편에 힘들게 들어간 좋은 대학교도 자퇴하고 아르바이트를 했던 놈이었으니까…….
돌이켜 보면 오히려 나보다 먼저 철이 든 동생이 마음에 항상 걸렸었다.
“경상현! 잠깐 나와. 얘기 좀 하게.”
“그래. 형 얘기 좀 듣고 와!”
“저희 저녁 밖에서 따로 먹을게요.”
“그래. 네가 얘기 잘 좀 해줘.”
엄마는 내가 스쿠터 반대파라는 것을 알고 내게 윙크까지 날리시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상현이와 나는 집 주변에 있던 카페로 자리를 옮겼고, 움직이는 중 상현이는 화가 났는지 씩씩거리며 움직였다.
그리고 카페에 도착하자 아직도 심술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동생의 얼굴에 나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쩔 수 없이 철이 들어야만 했던 모습의 동생이 아닌, 시답지도 않은 거로 투정을 부리는 모습의 동생이 훨씬 나았다.
이래야 내가 형 노릇 좀 하지…….
“뭘 웃어? 형이라도 내 편 들어줘야 하는 거 아냐? 형이랑 부모님이랑 싸울 때. 내가 형 편을 얼마나…….”
“내가 전에 부탁했던 거 있지? 오토바이 타지 말라고. 그리고 운전병이 무슨 오토바이를 타냐? 그거 거짓말이라고 안 해준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겨. 거기서 내가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으면 너는 밥 먹으러 나온 거 대신 등짝이 터졌을걸?”
회귀하고 나서 상현이와의 첫 만남부터 나는 상현이에게 생각날 때마다 주기적으로 말했다.
‘오토바이 타면 네 다리를 잘라 버린다.’
과격한 말이긴 했지만, 이 정도로 해둬야만 했다.
상현이가 두 번 다시 응급실에서 식물인간으로 있는 걸 볼 생각은 없다.
그래서인지 두 바퀴로 움직이는 거라면 자전거라도 해도 뜯어말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거짓말이긴 하지만…… 오토바이랑 스쿠터랑 다르거든? 제한 속도도 훨씬 낮고…… 그리고 정말 편하대!”
“사고 나면 신밖에 안되는 건 똑같잖아.”
“신……?”
내 말에 상현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등신 아니면 귀신.”
“무슨 고등학교 선생님이나 할 법한 얘기를 하고 있어?”
“그리고 네 속도만 중요하냐? 너한테 박는 차 속도는 생각 안 하냐?”
상현이는 내 말에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부모님, 그리고 형까지 설득할 수 없다는 걸 알고 그냥 일찌감치 포기해버린 듯 보였다.
“됐…….”
“스쿠터 말고 차 타. 하나 사줄게.”
“어……? 어?!”
상현이는 입을 쩍 벌렸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나를 빤히 바라봤다.
“진…… 진짜로? 진짜야? 진짜지?”
그러다가 기쁜 표정이 사라지며, 의심스럽게 나를 쳐다봤다.
“근데…… 형 원래 이런 사람 아니잖아……? 갑자기 왜 이래……?”
“원래 주머니가 채워지면 마음도 풍족해지는 거야.”
“오…….”
상현이는 내 말에 존경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두 손을 받치며 내 잔에 조심스레 물을 따랐다.
컨셉을 예의 바른 동생으로 잡은 듯 보였다.
“대신 조건이 있어.”
“뭐든 하겠습니다! 형님.”
“첫 번째 부모님 속 썩이지 마.”
“네! 그 정도야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상현이는 방금까지 부모님과 대판 다퉜다는 것을 잊었다는 듯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두 번째 오토바이 타지 말고. 아니다. 두 바퀴로 움직이는 건 다 타지마. 어기면 그냥 네 차 폐차시켜 버릴 거니까.”
“당연합죠! 형님!”
“마지막으론…….”
상현이는 내 마지막 조건을 기다리며 침을 꼴깍 삼켰다.
애초에 상현이는 나와 싸운 걸 제외하면 부모님의 속을 썩인 적은 거의 없었다.
이번 스쿠터가 거의 유일하게 상현이가 부모님과 마찰을 빚는 사건이었으니까…….
그리고 차가 있는데 속도를 즐기겠다며 차는 뺏겨도 된다는 생각으로 스쿠터나 오토바이를 탈 정도로 내 말을 어길 멍청한 놈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상현이는 두 조건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듯 마지막 조건을 기다리는 듯 보였다.
“뭐 하고 싶은지 찾아.”
“엥……?”
“해야 하는 거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걸 찾으라고.”
상현이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말에 잠시 눈만 깜빡이며 아무 말도 없이 나를 바라봤다.
“우리 가족 괜찮게 사니까 유학을 가고 싶으면 유학을 가고, 고시를 준비하고 싶으면 고시 준비하고. 응? 넌 머리가 좋아서 뭘 하든 잘 할 거야. 지원 빵빵하게 해줄 테니까.”
“갑자기 왜 이래…… 요? 어울리지 않게 칭찬을 하시고?”
상현이는 뜬금없는 말에 컨셉이 깨져버린 듯 물었다.
“이제 괜찮게 사니까 그러지.”
“이제? 우리 집 언제 가난한 적 있었나?”
“그런 게 있어. 인마. 여하튼 알겠지? 차 받기 싫어? 운전병이니까 바로 새 차로 뽑아주려고 했는데?”
새 차라는 말에 상현이의 눈은 반짝거렸다.
다시 컨셉을 되찾은 듯 보였다.
“아…… 아닙니다! 형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아직 애는 애였다.
물론 나도 누가 돈 없을 때 차 사준다 그러면 이것보다 훨씬 더 혼신의 연기를 다 할 테지만.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지금 그냥 살까?”
“……응? 지금?”
“다 먹었냐?”
상현이는 자기 앞에 있는 카페 모카를 한 번에 쫙 빨아들인 후 고개를 끄덕였다.
내 차로 상현이를 데리고 바로 매장으로 출발했다.
상현이는 지금이 꿈인지 현실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실실 웃었다.
“야, 야. 정신 차려.”
“어…… 허허. 어어. 하하.”
상현이는 운전병이기도 했고, 굳이 중고차를 사줄 필요가 있나 싶어 새 차를 사주기로 마음먹었다.
이번 생에는 가족에겐 돈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니까.
상현이 방에 있는 미니 피규어 자동차와 같은 브랜드 매장 앞에서 발을 멈추자 오히려 상현이가 머뭇거렸다.
“여기 들어가도 돼……? 엄청 비싼데……?”
“사준다고 해도 그러냐? 형이 사채업자로 보여? 내가 차 사주고 너한테 장기라도 뜯어갈 거 같냐?”
내 장난스러운 말에 상현이는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너무 좋아서 그렇지…… 이게 무슨 미니어처도 아니고 진짜 차니까…….”
“네 형이 그 정도는 된다. 들어가자.”
“형 근데 나랑 형 지금 입고 있는 거 추리닝이야…… 이런 거 입고 들어가도 괜찮을까?”
차에서 내린 상현이는 매장 벽면에 있는 유리를 통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와 자기를 번갈아 봤다.
나도 집에서 누워있다가 나온 탓에 목이 잔뜩 늘어난 추리닝 차림이었고, 상현이도 내 모습 못지않은 추레한 차림이었다.
“우린 지금 유인원들이 입는 옷 입고 들어가도 돼. 인마. 지금 내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 알아?”
“오…….”
내가 매장문을 열고 들어가자, 인사 소리는 들려왔지만 아무도 우리에게 다가오질 않았다.
덕분에 상현이는 이 차 저 차를 편하게 둘러보며 직원이라도 된 듯 내게 차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야. 네 차 사러 온 거지. 내 차 사러 온 거 아니거든? 왜 나한테 설명을 하고 그래?”
“좋아서 그렇지, 헤헤.”
상현이는 생각보다 차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지 입이 귀에 걸려 내려오질 않았다.
차를 설명할 때 마치 자기 자식 설명하듯 뿌듯한 표정으로 상세한 부분까지 말했다.
“이 아이는 제로백이…….”
상현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차 앞에서 설명을 이어갈 때 직원이 다가왔다.
표정만으로 그만하고 좀 가라는 듯한 의사 표현을 확실하게 하는 직원이었다.
“고객님?”
“네?”
“저희가 곧 마감 시간이라…….”
직원은 내 얼굴을 잠시 바라보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어……?”
“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어디서 뵌 적이 있는 거 같아서…….”
옆에 있던 상현이 웃으며 말했다.
“정지수의 <그대의 밤> 아냐? 형 거기서 좀 유명해졌잖아.”
“아!”
직원은 내 얼굴을 다시 한번 훑어본 후에야 정신이 든 듯 말했다.
“혹시 경찬현 감독님이세요?”
“아, 예. 맞습니다.”
직원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만 가라는 표정은 완전히 사라지고 고객을 대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를 대했다.
“어휴. 편히 보십시오. 고객님. 어떤 분 차 보시는 거죠?”
“제 동생이요.”
“네! 알겠습니다.”
직원은 동생과 차에 대해 만담을 나눴고 나는 조금 떨어져 있는 고급 소파에 몸을 뉘었다.
소파는 얼마나 편했던지 잠시 눈만 감았을 뿐인데 잠들었고, 잠시 후 상현이의 설레는 목소리에 눈이 떠졌다.
“형, 형! 나 정했어!”
“으…… 카드 줄 테니까. 네가 해라. 다 끝나면 불러. 나 좀만 더 자게.”
상현이는 내 카드를 받고 직원에게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형. 일시불이야, 할부야?”
“일시불. 그냥 다 알겠다고 해. 빨리 가게.”
“응!”
동생은 내 카드를 들고 후다닥 다시 직원에게 달려갔다.
그러고 난 후 다시 눈을 뜨자 상현이는 나를 조심스레 깨웠다.
“형. 끝났어! 가자!”
“어휴. 이거 뭐 이리 편하냐?”
내가 소파를 보며 말하자, 상현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배시시 웃었다.
“이제 형 말 잘 들어라. 그러면 떡이 생겨. 알겠지?”
나는 동생에게 내 차 키를 건넸다.
“왜……?”
“내 차로 드라이브 한번 해봐라. 새 차 받기 전에 운전 실력 좀 보게.”
상현이는 내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네. 형님! 타시죠! 아우가 운전병의 코너링을 한번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래. 문 한번 열어 봐라!”
“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