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54)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54화(54/276)
나와 준성이는 함께 대동 영화제가 열리는 코엑스로 향했다.
준성이는 도저히 운전할 수 있는 몸이 아니라며 자신을 데려와 달라 하기에 같이 차를 탔다.
그리고 준성이는 가는 길 내내 뭐가 그리 불안한 듯 조수석에서 다리를 덜덜 떨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야. 정신없어. 그만 좀 해.”
“응? 아. 어.”
준성이는 눈이 풀린 상태로 대답한 지 몇 초 지나지 않아 이젠 손톱을 이로 물어뜯었다.
빨간불에 잠시 준성이 꼴을 제대로 살펴보니 눈이 완전 퀭한 상태였다.
“잠 못 잤냐?”
“잘 잤어.”
“거짓말도 좀 성의있게 해야 믿어줄 맛이 나지. 그런 썩은 동태 눈깔을 해놓고? 어제 술 많이 마셨냐?”
내 말에 준성이는 눈을 부릅뜬 채 얼굴을 들이밀었다.
“보이냐? 별로 안 마셨거든?”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왜 잠을 못 잤는데. 불안한 거라도 있냐?”
준성이는 내 말을 듣자마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너…… 혹시 <무욕>으로 상 받는 거 기대하고 있냐?”
“최우수상에 노미네이트 되긴 했으니까? 기대를 아예 안 한다면 거짓말이지. 준식이 형도 꽤 기대 중일걸? 남우주연상 후보에 있던데?”
준성이는 준식이 형의 이름까지 들리자 이젠 창에 머리를 기댔다.
잠시 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말했다.
“너 졸업 전시회 때 무슨 말 했었는지 기억하냐?”
“뭐라고 했는데?”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이 정도는 앞으로 칠 사고랑 비교하면 초소형이야.’라고 했어.”
“졸업 전시회에서 상 받는 건 작은 거지. 여태까지 해왔던 걸 생각해 봐. 250만 찍은 <밤>도 있고 400만 찍은 <무욕>도 있는데.”
“……그렇긴 해도 상 기대 안 했으면 좋겠다.”
준성이는 뭔가 알고 있다는 듯 아련하게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썩은 동태 눈깔에 물기까지 생기자 준성이의 눈은 더욱 기괴해졌다.
“왜 이래?”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고. 실망도 하지 말고. 알겠지?”
“누가 너한테 말해주든? 결과 유출이라도 됐냐?”
“……그냥 기분이 그래. 기대하지 마.”
준성이는 갑자기 말을 빙빙 돌리며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듣고 있던 음악이 너무 구닥다리라고 하질 않나, 오늘 날씨는 너무 우중충하다고 하질 않나.
분명히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 낌새였지만 자세한 내막까진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 듯 보였다.
“알겠으니까. 조용히 좀 해. 안 궁금해할 테니까. 쓸데없이 이상한 잔소리를 하고 있어.”
“그래. 근데 음악 취향 참 한결같다. 이런 게 좋냐?”
“내릴래?”
“쏘리!”
띠리링-.
핸드폰 울림에 나는 준성이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받아 봐.”
“준식이 형이네.”
준성이는 내 핸드폰에 뜬 이름을 보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 여보세요?
“형. 나 준성이야. 도착했어?”
-어, 하하. 준성아. 그 나 여기 차 안에 있는데 저기 그냥 들어가도 되는 거야? 혼자 들어가기가…….
“거기 앞에서 기다려. 찬현이 운전 중이라, 거의 다 왔으니까 조금만 차에서 기다려.”
-알겠어. 고마워!
준식이 형의 목소리는 잔뜩 겁을 먹은 듯 보였다.
“어휴, 형님. 많이 걱정하셨나 보네. 목소리가 아주…….”
“진수 형이랑 다른 스탭들도 왔을 텐데?”
“레드 카펫 혼자 밟기 무서웠나 봐. 너랑 같이 갈 생각이었던 거 같은데? 제작자는 뒷문으로 빠집니다. 어휴, 서럽다. 제작자가 뭐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넘쳐나는 판에…….”
준식이 형은 주차장에서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을 확인하고 손을 흔들었다.
잔뜩 긴장했는지 어딘가 나사가 빠져 보이는 듯한 어색한 움직임이었다.
“내가 이제 내가 운전대 잡을게. 너랑 준식이 형 레드 카펫 앞에 데려다주고 주차장에 다시 세워두고 뒷문으로 들어가면 되니까.”
“그래? 그럼 고맙지.”
준식이 형이 뒷좌석에 타고 나와 준성이는 자리를 바꿨다.
“형, 준성이가 앞까지 데려다준대.”
“그래? 고맙다…… 하하…….”
“역시 옷이 날개네. 와, 이렇게 입으니까 내가 알던 형이랑 거리가 좀 많이 먼데?”
“하하…… 고마워.”
준식이 형은 깔끔한 머리에 정장까지 차려입으니 영화를 찍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처절한 가장의 모습이 아닌, 꽤 잘 나가는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 비주얼이었다.
“이번엔 방송용 이미지로 했던 어리바리한 거 버리고 좀 무게감 있게 가자.”
준성이의 말에 준식이 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준성이는 나와 준식이 형을 레드 카펫 앞에 내려주고 매니저인 것처럼 태연스럽게 차를 다시 돌려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리는 우리의 모습을 본 기자들은 우리에게 달려와 무수한 플래시 세례가 쏟아냈다. 그리고 내게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 최우수상은 어떤 작품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최초 400만! 대한민국 영화계의 신기록만 2개를 세우셨는데! 신인 감독으로선 말도 되지 않는데요! <무욕>으로 최우수상을 기대 중이시죠!?”
“<무욕>이 어떤 상을 받게 될까요!”
내게는 최우수상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고, 나는 플래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거의 눈을 가린 채 시상식장까지 후다닥 달려 들어갔다.
뒤에 있던 준식이 형을 신경 쓸 정신도 없었다.
강한 빛에 눈앞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데 환하게 웃기까지 하는 연예인들에 대한 존경심까지 샘솟았다.
나는 먼저 달려가서 시상식장 건물 입구에서 준식이 형을 기다렸고, 뒤에 있던 준식이 형은 연기 모드에 들어갔는지 꽤 묵직해 보이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곧이어 준식이 형은 쏟아지는 플래시에 인상도 찌푸리지 않은 채, 아무 말 없이 은은한 미소를 보여줬다.
이걸 연기력이라고 해야 할지…… 차력쇼라고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미세한 표정 변화조차 없었다.
“박준식 씨! 남우주연상! 데뷔작부터 가능하실 거라고 봅니까! 아니면 신인상인가요!”
“…….”
“대답 좀 해주세요! 한마디만 부탁드립니다!”
“…….”
준식이 형도 역시 그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고 사진만 찍혀준 채 내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준식이 형과 함께 시상식장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온 후에야 나는 숨을 내쉬었다.
뒤에 있던 준식이 형도 역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찬현아…… 앞이 흐릿하다……. 이거 큰일 난 거 아냐?”
“응?”
준식이 형은 카메라 플래시들을 그대로 본 탓에 잠시 앞이 뿌옇게 보이는 듯 나를 붙잡았다.
그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방금 봤던 무게감 있는 사람은 완전히 사라지고 다시 내가 알던 준식이 형이 보였다.
“사진은 잘 나왔겠네. 하하.”
“괜찮아지겠지……?”
“형 연예인 다 됐네? 이야, 그걸 어떻게 버텨?”
“죽는 줄 알았어…… 각막 탄 거 아냐?”
“다른 배우들은 그럼 뭐 각막 세 개씩은 탔겠다. 잠깐 기다려 봐. 괜찮아지겠지.”
“응…….”
준식이 형은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내 옆에 살짝 붙어 있었다. 손이 살짝 떨렸다.
물론 나도 이런 영화제에 참석하는 건 처음이라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두근거렸지만, 준성이의 말에 두근거림이 온전히 사라졌다.
준성이가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런 말을 하진 않았을 테니까.
시상식 홀에 들어서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대부분이 선배들이었기에 나는 고개를 숙여 가며 인사했고, 옆에 있던 준식이 형도 마찬가지였다.
“어유, 저기 경찬현이 왔네. 쯧쯧.”
“쯧……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영화판을 망치고 있는 놈이…… 상은 받고 싶었나!”
“그러게. 또 상은 받고 싶어서 어휴…….”
나보고 들으라는 듯 대놓고 말하는 말소리들이 들렸다.
그쪽을 바라보니 영화계에서 꽤 오래 자리를 잡고 있던 감독들이었다.
특히나 뒤에선 할리우드 영화들을 대충 베껴놓고선 마치 한국의 오리지널 영화가 나왔다는 식으로 마케팅하는 감독들도 보였다.
“저기 앉을까?”
“그래.”
나는 전화로 준성이를 불렀고, 준성이도 이내 도착했다.
“이거 끝나고 피로연도 있나?”
준식이 형의 물음에 준성이가 툴툴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있을걸? 주최가 태산 그룹이잖아. 근데 그냥 우리 스탭들 데리고 다른 데 가자. 내가 살게.”
“오…… 이준성. 뭐냐?”
“…….”
준성이가 아무 말 없이 영혼 없는 눈으로 단상을 바라봤다.
툭툭-.
누군가 내 뒤에서 내 어깨를 툭툭 쳤다. 누군가 해서 봤더니 <밤>의 주연배우 중 하나였던 김승훈이었다.
“어! 승훈이 형.”
“경 감독. 오랜만이야.”
“형 요즘 엄청 잘 나가던데?”
“다 경 감독 덕분이지. 하하. 경 감독도 잘 나가더만. <무욕> 잘 봤다. 최우수상에 노미네이트 됐던데? 어…… 옆에 박준식 씨 맞죠?”
김승훈이 준식이 형의 이름을 말하자 준식이 형은 무슨 왕이 자기를 불러주기라도 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며 허리를 숙였다.
“네! 김승훈 선배님! 반갑습니다!”
“어휴. 반가워요. 예능에서도 몇 번 봤는데, 아주 경 감독 팬이시던데?”
“하하…….”
준식이 형은 뒤통수를 긁으며 어색하게 웃었고, 그 모습을 본 김승훈도 미소지었다.
“여하튼. 경 감독. 나중에 정우랑 같이 한잔하자고. 매번 시간이 안 맞았는데…… 내가 요즘은 좀 널널하거든? 이 피디도 한잔해야지?”
“어…… 하하, 네. 한잔해야죠! 정우 형님도 껴서! 하하!”
준성이는 옆에서 어색하게 말했다.
뭔가 불편한 듯 보였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다.
몇 달이 지난 일임에도 이정우라는 말에 캡틴Q의 향이 내 코를 스쳐 가는 듯했으니까.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김승훈은 내게 은밀하게 할 말이라도 있는지 내 쪽으로 몸을 숙였다.
“그리고 경 감독. 저기 뒤에서 말하는 노인네들 개소리는 무시해. 내가 듣기 다 불편하더라고. 지들 능력이 부족해서 그냥 경 감독 욕부터 하고 보는 놈들이야. 나잇값도 못 하는 놈들.”
“하하…… 고마워요.”
“그래. 한 일주일 이따가 연락할 게. 이거 그냥 빈말 아니니까! 연락 기다리고 있으라고!”
“네, 네. 알겠습니다.”
김승훈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자리를 떴다. 그 직후 단상에 남녀 한 쌍의 MC들이 올라왔다.
그들은 허리를 한껏 숙인 후에 마이크 앞에서 만담을 시작했다.
“올해는 참 기적 같은 한 해였습니다. 월드컵 4강 진출, 그리고 영화계에서도 최초의 기록이 많이 나온 한해였죠?”
“하하. 그렇죠. 우리나라 영화계가 참 빛나는 한해였습니다.”
그들의 만담이 어느 정도 계속하다가 지루하다고 느낄 때쯤 시상이 시작됐다.
처음 시작은 기술 부문이었다.
시각효과상부터 시작해서 촬영상까지 기술 부문 시상식이 끝날 때 동안 <무욕>과 관련된 인원의 이름은 단 한 번도 불리지 않았다.
뒤에서 우리 스탭들도 왜 <무욕> 쪽에는 상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는지에 대해 볼멘소리로 토론하는 듯 보였다.
하나쯤은 불릴 법했지만, 후보로 선정만 됐지, 배제된 듯한 느낌에 여기 오기 전까지 준성이의 행동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말하지 못할 사정이라도 있던 건지 빙빙 말을 돌려대던 준성이는 왜 그랬던 건지…….
이런저런 생각에 잠시 멍하게 있던 찰나 1부의 마지막을 장식할 상이라며 MC들이 분위기를 환기하며 말했다.
“그리고 이제 올해부터 새로 만들어진 상이죠. 특별상, 그 이름하여……!”
“트렌드 세터 상입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상 이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트렌드 세터 상?”
이건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처음 들어보는 상 이름이었다.
전생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상 이름.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역시나 같았다. 다들 처음 들어보는 듯한 상 이름에 다들 당황한 듯 보였다.
“올해 영화계에서 유행을 만들어 냈다는 의미에서 드리는 상입니다.”
“정말 뜻깊은 상이네요. 유행을 만들어 냈다는 건 그만큼 영화계에 파급력이 있었다는 거니까요.”
그들의 의미 없는 대화에 나는 다시 정신을 놓았다.
“자…… 이번 대동 영화제부터 처음 수여되는 상…… 그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될까요. 먼저 후보부터 만나보시죠!”
[첫 번째 후보. <무욕>의 경찬현 감독님입니다…… 올 한해 영화계에…….]갑자기 시상식장에 퍼지는 내 이름에 나는 사레가 들려 기침이 나왔다.
“컥…….”
이게 뭐하자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후보들의 호명들이 모두 끝난 후 수상자의 이름이 시상식장에 울려 퍼졌다.
“트렌드 세터 상을 받게 되실 분은…… 경찬현 감독님입니다!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