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6)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6화(6/276)
며칠 간의 촬영을 이후 대망의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우리 팀은 약간 긴장한 상태로 굳어 있었다.
밀실에 있던 정민이 중훈과 정세를 따돌리는 장면.
이 컷은 우리의 영화의 대미를 장식해주고,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법한 연기가 필요했다.
중훈과 정세가 두꺼비집을 내린 탓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 빛은 오로지 중훈과 정세가 들고 있는 손전등을 통해서만 만들어졌다.
하지만 손전등에서 나오는 빛은 직사광선이다.
어두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촬영이 오로지 직사광선에만 의존하면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제대로 보여줄 수도 없을뿐더러, 눈은 눈대로 아픈 경험을 하게 만들 것이다.
이럴 때 사용하는 방법은 아크릴판을 이용하는 거다.
미술팀에겐 미리 말을 해둔 덕에 손전등의 크기에 맞는 아크릴판을 잘라 왔다.
“이걸 손전등에 붙이면 빛이 분산되거든? 그럼 관객들에게도 친절하면서도,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주는 거지.”
미술팀은 손전등 유리 앞에 아크릴판을 붙이자, 직사광선이었던 빛은 분산되며 프레임에 훨씬 자연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선배님, 이거 진짜 대박인데요? 이런 걸 어떻게 아셨어요?”
“현장 쫓아다니면 알게 돼. 현장 졸졸 따라다니면서 공부해. 현장에선 배울 게 넘쳐나니까.”
“네! 선배님!”
자연스러운 조명도 완료됐겠다, 다시 촬영이 시작됐다.
밀실에서 조용히 빠져나오는 효선이부터 장면은 시작됐다.
숨을 죽이며, 밀실에서 빠져나오는 효선의 불안한 시선은 어두웠던 탓에 전반적으로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상황 그 자체로 관객들은 집중할 수밖에 없을 거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물건을 실수로 건드리고, 강도들은 눈치채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옷장 안으로 간신히 숨어 숨을 죽이는 효선.
옷장 틈 사이로 들어오는 손전등의 빛이 효선의 얼굴을 비춘다.
그리고 그 얼굴을 클로즈업. 카메라가 빠져나올 때, 시나리오상으론 여기서 끝내는 게 맞지만, 갑작스레 세진이 욕을 내뱉으며 벽을 쳤다.
애드리브.
너무 딱 들어맞는 애드리브였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마치 모니터로 보고 있는 듯, 정민의 얼굴을 비추고 있는 타이밍에 짧게 내뱉은 욕은 긴장감을 올려줬다.
“컷!”
촬영장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나를 쳐다봤고, 준성이도 걱정된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컷’ 소리에 세진이도 정신을 차렸는지 갑자기 사과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그게…… 제가 갑자기…….”
“아냐, 애드리브 좋았어. 마지막에 욕 넣는 거로 하자. 방금 촬영본 그대로 가자고.”
“예?”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의아하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불편한 침묵. 준성이가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괜찮아?”
“뭐가?”
“애드리브 원래 엄청 싫어하지 않았냐?”
“아냐. 야! 세진아! 방금 거 진짜 좋았다! 빈말 아냐!”
촬영장 분위기가 불편해진 게, 자기 탓이라고 생각한 세진에게 말하자 세진의 표정은 점차 밝아졌다.
“각본 만들 때부터 사람한테 이제 융통성이라는 게 좀 생기나 싶었는데. 너무 달라지니까, 오히려 좀 불안한데?”
준성이가 나를 의심스럽게 쳐다보자 나는 효선의 연기를 다시 돌려봤다.
“효선이 연기, 죽이지 않냐? 저 눈이며 미세한 떨림. 저런 걸 어떻게 했대?”
내가 호들갑을 떨면서 모니터 속 효선이의 연기를 보며 말하자, 준성이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속아준다. 성격이 더 더러워지는 것보다야 낫지.”
***
촬영이 모두 끝났다.
본래 영화 촬영은 대부분 계획했던 것보다 늦어지기 마련이다.
조명 위치에 따라 바뀌는 분위기, 촬영 각도, 배우들의 상태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점점 더 늦어지다,
하지만, 밀실 촬영이라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우리 팀은 장래 최고의 배우들, 그리고 훌륭한 제작자, 그리고 나이로는 26살이지만, 촬영 짬으로는 20년이 넘는 내가 있었기에 계획에 맞춰 2주 만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쫑파티인데 달려야죠? 다들 시간 괜찮으시죠?”
준성이의 목소리에 촬영팀 인원들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야죠!”
“지금 후라이드에 맥주 500이면 영혼까지 팔 듯.”
준성이는 내게 오며 말했다.
“너도 갈 거지? 또 편집한다고 빼지 말고, 사람들 많은 데도 좀 가자.”
“흠…….”
“또 빼게? 둘이 먹을 때처럼 구닥다리 화석들처럼 영화 얘기만 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이랑 어울려도 봐야지. 곧 졸업인데. 이제 우리도 끝물이야.”
“그래, 뭐. 촬영도 빨리 끝났는데.”
내 대답에 준성이도 웃으며 크게 소리쳤다.
“감독님도 간답니다!”
“오! 찬현 선배도 가요!?”
“대박, 찬현 선배랑 술도 먹어보네.”
내가 술자리에 낀다는 소식은 촬영팀에게 꽤 놀라운 일이었다.
촬영이 끝나면 바로 편집실로 가거나, 혼자 따로 조용히 사라지는 놈이었으니까.
***
쫑파티가 있고 다음 날.
우리는 쓰린 속을 부여잡으며 바로 편집실로 향했다.
“아으, 야. 나 어제 뭐 실수한 거 없냐?”
학교 가는 버스에 간신히 탄 후 자리에 앉은 준성이가 내게 말했다.
“기억 안 나냐? 너 효선이한테 고백했어.”
“뭐……? 무슨 개소리야? 나 걔 좋아하지도 않는데?”
“이야, 남의 마음 가지고 장난도 치고. 다 컸어?”
“진짜야? 진짜로? 내가 진짜 고백했다고?”
“장난~.”
“미친놈인가? 아오, 졸업할 때 얼굴도 못 들고 졸업할 뻔했네.”
어제 술자리는 꽤 재밌었다.
‘찬현 선배. 입담이 구수해. 우리 아버지뻘 같은데?’
‘야, 이제 형이나 오빠라고 부르라잖아.’
‘입이 쉬질 않아. 근데 또 재밌다? 재밌는 아저씨랑 얘기하는 느낌?’
이처럼 대부분의 대화 주제가 내 말투가 아저씨 같다는 내용 위주였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그리고 쫑파티를 통해 촬영 스태프, 배우를 맡은 후배들과도 꽤 친해졌다.
그 덕분인지, 괴짜 이미지를 좀 벗은 듯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꽤 많은 후배들이 인사하기 시작했다.
물론 대부분 인사는 준성이를 향해 있었지만.
“야, 편집실에 라면 들고 가자. 진짜 죽을 거 같다.”
우리는 석양라면을 야무지게 끓인 뒤, 편집실로 향했다.
편집실 앞엔 촬영에 참여했던 후배들이 몇몇이 모여있었다.
“야, 편집은 우리끼리 할게. 안 그래도 편집실 좁은데 뭐 여기 있어. 어제 술을 덜 먹었지? 어제 완전히 죽여 놨어야 했는데.”
내가 라면을 옆에 두고 열쇠로 문을 열며 말하자, 효선이가 웃으며 말했다.
“저흰 젊어서 괜찮거든요~. 저랑 얘들이 촬영 편집하는 거 구경하고 싶어서요. 도와드릴 거 있으면 도와드리고요.”
“얘들 도움은 필요 없다. 가서 국밥으로 해장이나 하고 와.”
나는 피 같은 돈을 후배들에게 건네줬다. 그러자, 대표가 효선이라도 되는 듯 꾸벅 허리를 숙였다.
“감솹니다. 슨배님! 그럼 어린 후배들은 해장하고 오겠슴다!”
어제 꽤 친해진 덕인지, 장난도 치며 후배들은 밥을 먹으러 출발했다.
“좀 편해졌나 보네. 근데 막 학기에 편해져서 어떻게 하냐? 내 말 좀 들어서 빨리 좀 친해지지.”
“계속 친하게 지내면 돼.”
“네가 퍽이나? 연락도 잘 안 하는 놈이?”
뭐, 딱히 효선이가 나중에 능력 있는 배우가 돼서 그런 건 아니다.
효선이는 나중에 대한민국에서 꽤 성공한 배우가 된 탓에 수많은 인터뷰를 하고, 꽤 많은 방송에도 게스트로 나온다.
그리고 거기서 나와서 했던 말.
‘대학교 다닐 때, 친구가 별로 없었어요. 졸업작품 캐스팅에 아무리 지원을 해도 뽑아주질 않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죠. 아! 인생은 혼자구나.’
어째서인지 그때의 인터뷰가 캐스팅 때부터 내 머릿속에 맴돌았었다.
그렇기에 효선이가 우리 졸업작품에 참여하면서, 나와 같은 길을 걷지 않길 바랐다.
그리고 그 바람은 효선이를 뒤따르는 무리들을 보며 계획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에 꽤 뿌듯함을 느꼈다.
탁!
준성이가 내 뒤통수를 갈겼다.
“야, 침! 침 나오겠다! 새끼야! 빤히 바라보는 거 보소.”
“뭐?”
“효선이 좋아하는 건 너였네! 그래서 곽연지 말고 쟤 뽑은 거 아냐?”
“연기를 봐놓고 그런 소릴 하냐?”
“그건 그래…… 야, 근데 우린 라면이고, 쟤넨 국밥이냐? 얼마 줬냐?”
“2만 원. 쟤넨 성장기고, 우린 노인네니까. 성장기 때 잘 먹어둬야지.”
“야, 최저시급이 1,865원인 세상에서 2만 원!? 10시간이 넘게 일해야 하는데?”
후배들의 마음을 사는 것엔 열린 선배의 지갑만 한 게 없다.
그리고 이 돈은 나중에 수백, 아니 수 천배로 돌아올 거고.
“야, 근데 노인들은 라면 먹어도 되냐? 계란도 없이.”
“그럼 먹지 말고 나 주든가.”
내 말에 준성이는 라면을 들이켰다.
후루룩.
“앗, 뜨거, 으엑.”
“미친놈인가?”
진짜 부잣집 출신 얘가 맞나?
***
우리는 편집을 마치고, 편집실을 나왔다.
15분 정도 짧은 영상을 편집하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어울리는 음향 효과 등, 후시 녹음으로 따로 넣어줄 효과들을 찾고, 어느 정도 끝내놓은 상태였다.
“오늘은 이 정도만 하자. 늦었다.”
내가 말하자, 준성이도 피곤한 듯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
“어우, 가자. 종일 저것만 쳐다보고 있으니까 눈알 빠질 거 같네. 허리도 아프고.”
“엄살은.”
“내일 주말이냐?”
“토요일이지?”
“내일 알바 가네. 아으, 귀찮아.”
우리는 편집실 안에 쓰레기를 정리한 뒤, 문을 닫고 나왔다.
그리고 건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누군가 나를 불렀다.
“경찬현 선배?”
날카로운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곽연지가 나와 준성이를 보고 서 있었다.
“어…… 안녕? 하하.”
“어, 그래, 반갑다. 연지야. 잘 지냈지?”
우리의 어색한 미소에 곽연지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김효선이라는 얘. 어떻게 저 대신 걔가 들어간 거예요? 오디션까지 보셨잖아요. 저 바쁜 사람이에요. 시간 내서 오디션까지 보러 갔는데…….”
곽연지.
이쁜 배우로 앞으로 몇 년은 이름을 꽤 날릴 배우다. 내가 없어도 충분히 성공 가도를 달리지만, 고질병이 있었다.
발연기.
<푸른달>을 찍을 때도, 곽연지의 발연기 덕에 버린 필름이 내겐 한동안 큰 트라우마였다.
또한 심한 스타병 때문에 <푸른달>을 찍을 때 마찰을 빚었던 기억도 곽연지를 바로 제외해 버린 이유 중 하나였다.
앞으로 몇 년간 제작진들은 곽연지를 예쁜 병풍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매년 쏟아지는 여배우들 덕에 영화판에서 곽연지의 입지는 점차 줄어든다.
“그게 말이지, 그……”
내가 할 말을 생각하며 말을 끄는 동안 준성이가 입을 열었다.
“그치? 어, 나도 연지 너를 뽑으려고 했는데, 효선이 연기한 거 보니까…….”
나는 준성이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끄악!”
준성이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효선이 곤란하게 만들지 말고. 닥쳐봐. 내가 말할 테니까.”
“뭐예요?”
곽연지는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톡 쏘아붙였다.
머릿속에서 수십 가지 생각이 빙빙 돌다가 그나마 제일 나은 것 같은 정답을 말했다.
“네가 너무 바쁠까 그랬지, 우리가 밤샘 촬영도 엄청 많이 해가지고. 하하. 그렇지? 준성아?”
“어? 어…… 그럼 그럼. 우리 밤을 얼마나 샜더라? 진짜 죽는 줄 알았어. 효선이 피부 봤어? 잠도 잘 못 자고 피곤해서 다 뒤집어졌던데. 그치?”
“응, 그럼. 안 그래도 효선이 연기도 못하는데 피부까지 그렇게 돼서 어떻게 하냐?”
“아이고, 근데 효선이 문제도 있지. 연기를 얼마나 개똥같이 했으면 그래.”
나와 준성이의 어색한 연기에 곽연지는 인상을 더 찌푸리며 말했다.
“오늘 화장 안 했는데도, 피부 괜찮아 보이던데요?”
“…….”
나와 준성이는 곧 학교를 떠나지만, 효선이는 아니다.
곽연지를 칭송하는 패거리들에 의해서 정치질을 당할 걸 생각하면…….
차라리 떠날 사람이 독박 쓰는 게 맞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나 효선이 좋아해. 그래서 내가 잠시 미쳐서 너 대신 효선이 뽑은 것 같다. 미안하다. 진짜 미안.”
미안할 건 전혀 없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피해 가지 않게 하려고 무릎 꿇은 적은 수없이 많다. 이 정도면 뭐 싼값에 처리한 거니까.
“오…… 경찬현. 사랑꾼……”
준성이는 입을 가리며 커다래진 눈으로 나를 쳐다봤고, 곽연지는 이제야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자존심 강한 사람의 자존심을 지켜주면서도, 내가 나중에 사용할 사람도 지켰다.
이 정도면 뭐, 나쁘지 않은 거래다.
곽연지는 대충 고개를 까닥인 뒤, 자리를 떴다.
“새끼. 상남자네. 아니, 근데 쟤한테 왜 그렇게 안절부절못하는 거야?”
몇 년간, 저 발연기 신인 배우는 연예인에서 탑급으로 취급받을 테니까.
나보다 먼저 영화인들과 접촉할 배우와 껄끄러운 관계로 남아있을 필요는 없다.
차라리 사랑에 눈먼 미친놈처럼 보이는 게 낫지.
“데뷔하신다잖아. 잘 보여야지.”
“이야, 다 컸네. 다 컸어.”
준성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등을 쳤고, 나는 멀어져가는 곽연지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