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67)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67화(67/276)
오디션 뒤풀이 겸 준성이와 준식이 형과 함께 고깃집을 찾았다.
그들은 고깃집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곽연지에게 났던 냄새의 원인이 무엇인지 이야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향수 냄새에 술 냄새가 섞인 거 같지 않아?”
“듣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치이익-.
달구어진 불판에 빛깔 좋은 고기를 올려 나는 소리에도 그들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
특히나 준성이는 평소와 달리 불판에 올라간 고기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듯 보였다.
“진짜 이상하네…… 생각해보니까, 얼굴도 살짝 빨갛게 됐었던 거 같기도 하고…….”
“맞아. 얼굴도 약간 불그스레 했던 거 같은데.”
그들의 대화에 집중하지 않으려고 나는 불판 위에 올라간 고기에만 집중했다.
그러자 준성이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물었다.
“너, 뭐 알지? 왜 아무 말도 없냐?”
“아냐. 내가 뭘 안다고.”
준성이의 질문에 나는 허벅지에 힘을 꽉 준 채 태연한 척 말했다.
그러자 준성이는 내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표정을 살폈다.
“거짓말이네.”
“내가 거짓말을 왜 해?”
“티가 팍팍 나. 인마.”
“아니거든?”
나는 대충 익은 고기를 입에 넣으며 오물거렸다.
그들이 나를 쳐다보는 탓에 씹는 것조차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 모습에 그들은 더 의심스럽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형, 얘 뭐 숨기는 거 같지?”
준성이의 말에 준식이 형은 내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들에게 술을 따르며 웃었다.
“숨기긴 뭘 숨겨. 자, 마셔, 마셔. 건배!”
쨍-.
준성이는 단번에 잔을 비운 후에 나를 보며 말했다.
“곽연지, 술 마시고 온 거 맞지?”
“…….”
“솔직히 말해. 네 모공만 봐도 거짓말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 인마. 아는 대로 말해.”
준성이는 내 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이미 들켜버린 것 같았다.
이젠 숨겨봤자 의미가 없다는 듯한 준성이의 표정에 나는 포기한 채 말했다.
“술 마시고 온 거 맞는 거 같아.”
준성이는 내 말에 한숨을 푹 쉬었고, 준식이 형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였다.
“근데 연기력 때문이 아니라, 목소리 때문에 그런 걸 거야. 걔 콧소리가 술을 마시면 사라지는 거 같더라고.”
준성이는 내 말을 들을 생각조차 없는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곽연지가 오늘 같은 연기 보여줬다고 하더라도 술 마시고 한 거면 무조건 탈락이지. 애초에 오디션 장에 술을 마시고 온 것부터가 말이 안 되잖아.”
“그래도 오늘 연기만 보면 곽연지가 이서빈보다 훨씬 낫잖아. 다들 그렇게 인정한 거 아니었어?”
준식이 형은 고개를 애매하게 끄덕였다.
하지만 준성이는 설득되지 않은 듯 신경질적으로 손가락으로 식탁을 톡톡 치며 말했다.
“오늘 같은 연기 보겠다고 매번 술 마시게 하고 연기시킬 거냐?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고문이야. 옛날 할리우드 프로듀서 놈들이 주디 갈란드한테 연기하라고 마약 시키는 거랑 다를 게 없잖아.”
준성이는 잔뜩 짜증 난 목소리로 30년대 할리우드에서 어린 나이부터 연기를 시작한 주디 갈란드까지 꺼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대스타로 만들겠다는 것에 눈이 멀어 할리우드 프로듀서들과 합심하여 그녀에게 서슴지 않고 각성제까지 투약했었다.
“이번만 그런 걸 거야. 술 없이도 그런 연기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평소에 술 없이도 그런 연기 보여줄 수 있다고? 확실해?”
준성이는 앞에 있는 고기를 보며 젓가락은 대지도 않고 말했다.
“세상에 ‘우연히’라는 말은 없어. 난 이서빈 쪽으로 마음 쏠렸어. 차라리 안정적으로 가는 게 나아. 그런 미친 짓 하는 배우랑 같이 일하는 것 자체가 도박이라고.”
“…….”
준성이의 말을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이서빈도 연기 자체는 안정적이면서 흠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곽연지는 내가 생각한 이소희보다 훨씬 더 이소희 같았다.
그런 연기를 놓치게 된다는 건…… 너무나 아쉬웠다.
“내가 책임질게.”
“뭐?”
“어떻게든, 술 없이 곽연지가 그런 연기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하…….”
준성이는 내 말에 머릿속이 복잡한 듯 술을 따르며 다시 들이켰다.
“나, 책임진다는 말 잘 안 하는 거 알잖아.”
“그래서 고민 중이잖아…….”
“애매하게 성공하느니, 완전 대박 내는 게 낫잖아. 안 그래?”
“완전히 망하는 것보단 애매하게 성공하는 게 낫거든? 방금 그 말 투자자들한테 해봐. 대답 대신 주먹이 날아올걸?”
준성이는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잔을 들이켰다.
내가 책임진다는 말에 조금씩 흔들리는 듯 준성이의 감정이 조금은 누그러진 것 같았다.
“딱 2주만 줘. 내가 곽연지를 완전히 바꿔놓을 테니까. 오늘 본 그대로만 하면 영화는 대박 날 거라고.”
“그런데도 안 되면?”
“그땐 이서빈 써야지.”
“이서빈이 기다리겠냐? ‘곽연지가 2주간 연습하고 잘 안 되면 당신이 주연입니다.’라는 소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거 같아?”
길어진 대화 때문에 앞에 있던 고기가 거의 과자가 됐다.
그중 살짝 탄 부분은 내 속을 대변하듯 시커먼 색깔로 점점 변해갔다.
“여배우 콧대가 우습냐? 아까 팬들 봤잖아. 거기 반 이상은 이서빈 팬일 거고, 심지어 걔 소속사도 손에 꼽히는 데야. 그런데도 곽연지 대타로 기다리라는 말이 이서빈 귀에 들어오겠어?”
준성이의 말에 시상식에서도 공동 수상을 한 여배우들끼리 서로 자존심을 내세우며 자기가 수상 소감 마무리를 하려고 용 쓰던 게 생각났다.
그런 공개적인 장소에서도 쓸데없는 기 싸움도 서슴지 않고 하는 배우들인데…… 이런 상황에선 더 힘들겠지.
“이서빈도 놓칠 바엔 그냥 곽연지를 버리고 이서빈을 쓰는 게 나아. 그리고 공개 오디션 결과를 뒤엎으면 사람들 눈에 어떻게 비칠 거 같냐? 곽연지로 합격 발표했다가, 이서빈으로 돌려봐. 그것도 문제야.”
“그럼 이서빈이랑 곽연지만 오디션을 한 번 더 보는 건?”
“뭐……?”
“합격자를 제대로 선정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추가 오디션 본다고 하면 되잖아.”
“너 진짜…….”
내 말에 준성이는 갑자기 크게 웃었다.
그리고 웃음소리가 잦아질 때쯤 준성이가 말했다.
“햐…… 이 정신 나간 짓에 걸어야 하냐? 아니 대체 왜 곽연지한테 이렇게까지 진심인 건데?”
“곽연지한테 이소희가 보이니까.”
내 말에 준성이는 이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휴…… 그래. 일단 네 말대로 해. 대신 2주야. 그 이상으로 시간 끌면 이상하게 보일 테니까.”
“그래. 그럼 짠.”
내가 잔을 들자, 준성이와 준식이 형은 모두 잔을 들고 부딪쳤다.
***
다음 날 성현 제작사는 지원자들에게 합격 발표가 2주 후로 미뤄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소식에 제일 어이없어 한 건 이서빈이었다.
“이게 말이 돼? 나랑 곽연지랑 둘만 붙는다고? 그 연기도 못하는…….”
이서빈은 주위에 있던 매니저를 향해 과자를 집어 던졌다.
그러자 매니저는 억지로 웃으며 과자를 치웠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이서빈의 대외적인 이미지는 천사나 요정이었지만, 매니저의 눈에 이서빈은 악마 그 자체였다.
폭언은 기본에 자기 기분 나쁘면 남이 보이지 않는 데서 손찌검도 날렸다.
하지만 매니저는 버텨내는 직업.
아무리 배우가 지랄 맞더라도 참는 게 일이었다.
어디에 말한다고 해도 의미는 없었다.
배우와 매니저는 공생 관계니까.
배우가 망하면 매니저도 일이 없는 건 마찬가지.
매니저 일을 그만둘 생각이 아니라면 어디 가서 자기가 당한 걸 이야기 할 수 없다.
그나마 괜찮은 건 이서빈이 일이 많은 유명 배우라는 것.
그것만으로 이런 감정 노동을 버틸 원동력이었다.
일이 없는 곽연지의 매니저의 그 꼬질꼬질한 모습만 생각하면 차라리 정신적으로 힘든 게 낫다,
지갑이 텅텅 빈 것보다는.
“괜찮을 거야. 너 말고 곽연지 정도야…….”
“그러니까 왜 곽연지냐고!”
이서빈은 씩씩거리며 차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주머니에 있던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자, 매니저는 당황해하며 담요로 이서빈을 가리고 조심스레 다시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서빈아…… 정말 미안한데 담배는 차라리 차 안에서 피면 안 될까? 보는 눈이 너무 많아서…….”
“지금 그게 중요해? 대체 이 개 같은 소속사는 제대로 하는 게 뭐야? 내가 오디션 보러 다닐 급이야? 오히려 캐스팅을 받아야지. 근데 기다리라는 소식까지 들어야겠어?”
이서빈은 매니저를 향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불만을 쏟아냈다.
“경찬현 영화라고 오디션 보라며. 그럼 대충 뭐 마무리는 알아서 해줘야 하는 거 아냐?”
“내가 사장님한테 따로 말씀드려볼 테니까…….”
“진즉에 했어야지. 이 기생충아!”
매니저는 이서빈의 욕지거리에도 미소를 잃지 않으며 대답했다.
오디션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따로 뭔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땐 언제고, 막상 이렇게 되니 바로 회사 탓을 해버리는 이서빈의 모습에 매니저는 치가 떨렸다.
“미안…… 하하…….”
“지금 당장 사장한테 연락해. 이 상황 빨리 해결하라고!”
***
합격자 발표를 미룬다는 걸 알린 이후. 준성이에게 소속사들의 연락이 쏟아졌다.
-그 둘만 따로 보지 말고…… 우리 애도 좀 봐주시죠.
-갑자기 전주현이 걔네에 비해서 부족한 게 뭡니까? 일단 분위기 좋은 데에서…….
-손예빈도 잘했다던데. 만나서 얘기 좀 하자니까요? 제가 풀코스로 해드릴게. 탑 5 안에만 들어도 어느 정도는…….
이런 연락들을 모두 거절한 준성이는 턱을 괴며 원망스럽게 나를 바라봤다.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전화가 끊기질 않아! 그냥 모르는 번호는 안 받든가 해야지 원…….”
“그만큼 더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거지.”
“얼마나 좋은 작품 나오는지 보자고. 일단 곽연지부터 해결이나 해.”
준성이는 끊임없이 울리던 핸드폰을 꺼버렸다.
그리고 신경질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일을 하는 듯 보였다.
똑똑-.
“네.”
준성이가 대답하자 직원이 조심스레 사무실로 들어오며 물었다.
“대표님. 지금 스프링 엔터테인먼트에서…….”
“앞으로 소속사나 매니저한테 오는 연락들은 다 무시해요.”
“네! 대표님.”
짜증이 묻어있는 준성이의 목소리에 직원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준성이가 머리를 책상에 박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곽연지에 대한 의심으로 가득한 듯 보였다.
물론, 나도 확신할 수 없다.
오히려 준성이의 선택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잠시 멍하게 준성이를 바라봤다.
“뭘 봐?”
“의심하지 말지어다.”
“그러니까 더 의심돼. 이따가 아빠랑 밥 먹는 거 알지?”
“응. 근데 어쩌냐 결과가 아직 안 정해져서…….”
준성이는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괜찮아. 인마. 아빠가 뭐, 우리 영화 주연이 누가 되든 크게 신경 쓸 사람이냐? 돈만 되면 지나가던 사람 아무나 잡고 주연 써도 허락할 사람이야.”
“근데 관심 많으시다며.”
“그냥 한때 지나가는 관심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