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77)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77화(77/276)
며칠 후 촬영은 모두 마무리됐다.
결말은 작중 주인공인 이소희가 신문 기사로 김상철의 병역 비리, 마약, 폭행 등 범죄들을 고발하며 작중 악역인 김상철이 감옥에서 실형을 사는 해피엔딩으로 만들었다.
실제에 이런 일이 있다면 집행유예를 받거나 무죄를 받았겠지만, 영화에서까지 그런 결말을 내면 상업 영화가 아니다.
현실에서의 부조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고발 영화도 아니기에 시원한 사이다를 던져줬다.
촬영이 끝났다고 모든 게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편집이 남아있었다.
남에게 온전히 맡기면 참 좋았겠지만, 맡길 만한 사람이 얼마 없었다.
편집 기술자를 부르고, 그와 몇 주 동안 또 토의하면서 편집실에 살며 편집을 빠르게 마무리했다.
상업 영화의 리듬은 대부분 빠른 템포를 지향한다.
주인공의 고뇌나 고통은 짧은 시간 지속해야 하고, 소위 말하는 사이다나 뽕은 최대한 오래 가게끔 편집해야 한다.
“끄으…… 오늘은 여기까지 하시죠. 내일이면 진짜 다 끝나겠네요.”
“네! 감독님.”
편집 감독도 이 말을 여태 기다린 듯 눈 밑에 있는 다크 써클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럼 내일 봬요.”
나는 편집실에서 나와 성현 제작사 앞에서 준성이를 기다렸다.
준성이는 내 모습을 보자마자 웃으며 말했다.
“무슨 좀비냐? 곧 죽을 것 같은 모습인데?”
“편집실에 몇 주 살면 너도 이렇게 될걸?”
“몇 주간 살았으면 집이나 들어갈 것이지 무슨 할 얘기가 있다고?”
“가서 얘기해줄게. 일단 호프집으로 가자.”
준성이의 차를 타며 말하자, 준성이가 되물었다.
“너희 집 근처로 가?”
“응. 내가 산다.”
“살 땐 좀 비싼 것 좀 사라. 인마.”
“거기 분위기는 돈으로 못 사잖아. 낭만 다 죽었네?”
준성이는 내 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 분위기가 죽이긴 해.”
우리는 호프집에 도착하자마자 매번 시키던 메뉴를 시켰다.
시작은 소주 1병에 맥주 500 2개 그리고 후라이드 한 마리.
“크으…… 시원해. 그래서 할 얘기가 뭔데?”
“예전에 말했던 거. 해보자.”
“그런 게 한두 개냐? 정확히 말 해봐.”
“연예 기획사. 내가 좋은 사람 찾았어.”
내 말에 준성이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좋은 사람? 그게 누군데?”
“고진…… 아니, 고상우 씨.”
“상우?”
준성이는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이왕 돈 벌 거면 확실히 땡겨야지. 내 눈, 네 돈 머리 그리고 고상우 씨 사업 수완만 있으면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걸? 그리고 고상우 씨랑 너랑 친구라며 그럼 더 좋은 거 아냐?”
“흠…….”
준성이는 약간 고민이 되는 듯 턱을 괴며 잠시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근데 그걸 왜 숨겼냐? 난 친구인 줄은 아예 몰랐네.”
“숨기긴 뭘. 네가 물어보지도 않아서 그냥 말 안 한 거지.”
“그럼, 곽연지 안 뽑으려고 한 건 일부러……?”
“그건 과대망상이고. 인마. 2차 오디션까진 이서빈도 괜찮았잖아?”
준성이는 맥주를 마시다가 말고 소주병을 들며 자신의 맥주잔에 소주를 부었다.
“너도?”
“콜.”
내 맥주잔에도 소주가 섞여들며 소맥이 만들어졌다.
소주 비율이 꽤 높은 탓인지 맥주잔 안이 조금은 더 맑아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근데 사업 수완 있는 놈이 곽연지를 그렇게 두냐?”
“어떻게든 해보려고 너한테 연락하고, 나한테도 연락한 거 아냐? 그 정도로 자기 배우 키우려고 그렇게 열정적으로 뛰어다니는 매니저가 흔한 줄 아냐?”
내 말에 준성이도 무언가 생각났는지 피식 웃음을 보였다.
“뭘 웃어?”
“걔가 했던 말이 생각나서.”
“뭐라고 했는데?”
“혜윰한테 로비 받지 말라고. 완전 미친놈 아니냐? 지들이 로비해도 부족할망정…….”
“더 마음에 드네.”
내 반응에 준성이는 크게 웃었다.
“여기서 나올 말은 마음에 드는 게 아니라 정신 나간 놈이라고 말하는 거야.”
준성이는 나를 유심하게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아님, 미친놈들끼리 동질감이라도 느끼는 건가…….”
“여하튼 어떤데?”
“흠…… 그쪽 일이 인맥도 중요한 일이다 보니까…… 근데 아직 고상우 그쪽 일 시작한 지 1년 정도밖에 안 됐다고 하던데. 괜찮으려나?”
“응. 꼭 고상우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
내 확신에도 준성이는 잘 모르겠다는 듯 의심스러워하는 눈치로 나를 쳐다봤다.
“근데 네가 연예계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맨날 주구장창 시끄러운 음악에, TV는 보지도 않는 놈이.”
“아니야. 잘 알아. 내가 얼마나 연예계에 관심이 많은데.”
20년 안으로 대한민국에서 어마어마한 스타들이 나올 거라는 것.
그로 인해 세상 사람들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사무라이 같은 일본 문화에만 미쳐있던 서양인들이 한국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는 것도.
그걸 좀 앞당기기만 한다면…… 내 영화가 세계에 퍼지는 게 더 쉬워질 거다.
“일단 <자월> 시사회 준비가 먼저야. 나중에 얘기해. 고상우가 어디 가진 않을 테니까.”
준성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자월>이 맞으니까.
나와 준성이는 그렇게 몇 병을 더 비운 후에 헤어졌다.
준성이는 대리를 불러 나를 집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갔다.
오랜만에 집에 들어서자, 어머니는 안쓰럽다는 듯 나를 쳐다보셨다.
“어이구, 아들. 몇 주 사이에 폭삭 늙었네.”
어머니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나는 미소가 지어졌다.
이게 가족이지…….
“이러다가 장가는 갈 수 있을지 몰라…… 술 냄새!”
따스함은 착각이었나 싶어 나는 잔소리 폭격이 이어지기 전에 빨리 방으로 들어가 몸을 뉘었다.
***
태산 영화사.
강준모 대표는 태산 그룹의 자본을 기반으로 청풍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우리 두목님>의 김수린 감독을 고용해 영화를 만들었다.
“그 새끼들 무조건 꺾을 수 있겠지?”
강준모의 질문에 김수린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혜윰 엔터에서 간판으로 활동하는 배우들은 모두 나왔습니다. 곽연지 따위랑은 비교가 안 되는 티켓 파워죠.”
혜윰 엔터의 김무진 대표는 이서빈이 곽연지에게 자리를 뺏겼다는 것을 어떻게든 무마하기 위해 바로 다른 작품을 찾았다.
그 작품은 다름 아닌 김수린 감독의 영화.
혜윰 엔터테인먼트와 태산 그룹의 공공의 적은 경찬현 감독이었다.
“그렇긴 하지. 그 덜떨어진 놈들. 요즘 이서빈이면 최소 100만은 보장될 텐데. 그런 멍청한 짓을 하다니.”
“하하…… 맞습니다. 대표님.”
김수린은 강준모와의 대화를 더 이어가다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에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둔 청풍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그 상을 볼 때마다 경찬현의 모습이 떠올랐다.
청풍 영화제의 최우수 작품상은 김수린의 꿈 중 하나였다.
그 꿈을 이뤘지만, 세상은 김수린의 상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오히려 경찬현의 미친 행동에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도 보였다.
“하.”
경찬현을 처음 본 건 한국예대 졸업 작품전.
그때 막 대학을 졸업하는 감독의 작품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의 영화를 만들어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건 그의 시작이었을 뿐.
<밀실 속 여인> 이후 그가 만들어 낸 <밤>, <무욕>은 대한민국 영화계를 들썩였다.
그 덕분에 몇 년 만에 영화관의 수는 대폭 늘어났고, 자신이 만든 <우리 두목님>이라는 영화도 경찬현 덕분에 크게 성공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경쟁자.
그를 이겨내지 못하면 태산 영화사에게 버려질 테고, 그러면 이제 이런 거대 자본으로 영화를 만들 수 없을지 모른다.
대기업 자본의 맛.
독립 영화부터 시작한 김수린 감독에겐 완전히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돈 때문에 흔들릴 일도 없고, 촬영 일정이 지연돼도 걱정할 게 없었다.
“어떻게든 이겨야 해.”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어떻게든, 무슨 수를 쓰더라도 경찬현의 신작을 이겨야만 한다.
***
이준성은 시사회 전 제작진들과 배우들과 함께 <자월>을 먼저 관람했다.
<밤>. <무욕>. 전작들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뽐냈다.
명작을 낸 감독들은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기 어려운 법이라 들었다.
하지만 경찬현에겐 그 어려운 일이 우스운 일인 듯,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낼 때마다 완전히 다른 느낌, 그리고 다른 서사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곽연지의 연기도 오디션 때보다 한껏 성장한 듯 훨씬 나은 연기를 보여줬다.
어쩌면 이 한 작품으로 대한민국의 탑 여배우 반열에 들 수 있는 수준.
그 정도로 완벽한 캐릭터에 완벽한 비주얼. 그리고 마냥 착하지는 않은 매력.
그녀는 대단한 몰입감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경찬현은 스스로 무슨 짓을 한 건지도 모르는 채 아무 생각도 없는 듯 긴 하품을 하고 있었다.
“저걸 보면서 하품이 나오냐?”
“너무 많이 봤어. 편집하면서 본 것만 수십 번이라고.”
그의 반응에 이준성은 헛웃음만 나왔다.
트렌드 세터 상을 받고 경찬현이 만들어 보이겠다던 ‘천만 영화’.
완성본을 보니 그게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이준성의 마음속에 피어올랐다.
“네가 봤을 땐 어때. 괜찮냐?”
“이번 것도 완전히 달라. 곽연지 연기 하며, 준식이 형 연기까지. 그리고 연출은 또 어떻고? 부족한 게 하나도 없이 완벽해. 재밌으면서, 복수도 시원시원하다고!”
자신이 살아온 삶을 통째로 쓰레기 취급했던 태산 그룹의 강준모.이준성은 작중 빌런에게 강준모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인지 빌런이 무너지는 장면에서 더욱 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저런 쓰레기들은 진짜 다 청소해야 하는데.”
“현실이랑 영화랑 같냐?”
“다르긴 하지…….”
이준성은 한숨을 뱉으며 말하다가 웃음이 나왔다.
문득 이 영화가 어쩌면 경찬현이 자신에게 위로를 건네주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고맙다.”
“뭐가?”
“……. 아니, 돈 벌게 해줘서 고맙다고.”
“뭐라는 거야? 갑자기 그런 애틋한 표정 짓지 마라.”
경찬현은 갑작스러운 이준성의 감사 표시에 인상을 찌푸렸다.
“여하튼 이제 마케팅에 힘 좀 써줘. 태산 영화사 쪽은 벌써 이것저것 하드만.”
경찬현의 말에 이준성은 턱을 괴며 잠시 고민했다.
태산 영화사 쪽은 전에 <밤>에 사용했던 마케팅 방식을 모두 활용했다.
포토 카드, 공약 등 모든 방식을 활용하며 영화 개봉 전부터 떡밥을 불태웠다.
마케팅에서 밀리면, 경찬현의 영화를 찾는 골수팬이 아닌 라이트한 관객들을 끌어모을 수 없다.
영화의 흥행을 위해 붙잡아야 하는 관객층은 라이트한 관객들.
이미 거기서부터 밀리고 있다는 생각에 이준성은 한숨이 나왔다.
“좋은 생각 없냐……? 걔네, 네가 <밤>에 썼던 마케팅 방법 그대로 빼다 박아 쓰고 있다고. 특히 이서빈 포토카드는 지금 중고 물건 거래 사이트에서도 비싸게 팔린대.”
“흠…….”
경찬현은 잠시 고민을 하는 듯 보였다.
“이런 거 또 해외에서는 환장할 텐데…….”
“<무욕>이랑 <밤>도 출품하긴 했다만 초청을 못 받아서…….”
이준성은 걱정하며 경찬현을 바라봤다.
“기대는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여태까지 해외에서 초청받은 우리나라 영화감독들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