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90)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90화(90/276)
몇 달 후.
GO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기까진 많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일 대부분 KMD 그룹 이정호 회장 덕분에 일은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지금 KMD 그룹 계열사 중에서 성현 제작사만큼 투자 대비 이렇게 말도 되지 않는 좋은 수익률 보여주는 사업 있어? 그리고, 자네들. 내가 영화 투자한다고 했을 때 나보고 이제 노망났다고 생각들 했지? 근데 지금 보라고! 내가 내 아들 그리고 경 감독을 믿었기에 이렇게 된 거야! 특히 경 감독! 저 친구 말이라면 콩이 팥이라고 해도 믿어 봐! 일단!’
그는 KMD 임원단 회의에서 이런 명언을 남겼다는 소문은 금세 퍼져 내 귀에까지 들어왔다.
KMD 그룹에서의 나와 준성이의 입지는 단순히 계열사 대표 수준이 아니었다.
준성이는 물론 회장의 아들이기에 자연스럽게 도련님 대접을 받았지만, 나는 도련님 옆에 딸린 들러리가 아닌 주요 사업가로 점찍어 놓은 듯, 이정호 회장은 나도 끔찍이 챙겼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함께 GO 엔터테인먼트 설립식에 걸어가던 준성이가 말했다.
“아버지한테 신뢰 얻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이런 날도 오네. 리스크도 없이 이렇게 단번에 통과되다니…….”
준성이는 감회가 새로웠던 듯,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기억나냐? 처음에 영화 만들 때?”
“안 나겠냐? 250만 넘기는 거.”
“크…… 그때 생각만 하면 아직도 심장이 뛴다. 그 긴장감. 인생에선 두 번 다시 없을 순간이었어.”
“얼마나 살았다고?”
“인마. 내 인생이 어떤 방향을 향할지 결정 난 순간이었어. 인생이 두 번 결정 날 순 없잖아.”
“왜? 이거 했다가 다른 거 할 수도 있지.”
“싫어. 이것만 할 거야.”
준성이는 틱틱거리며 나와 함께 헛소리들을 이어갔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근처에 있던 GO 엔터테인먼트 건물에 도착했다.
우리를 제일 먼저 반긴 건 고진훈이었다.
“어…… 왔어?”
“오……?”
준성이는 그의 모습을 보며 놀란 듯 잠시 빤히 쳐다봤다.
이전의 고상우는 완전히 사라졌다.
살도 많이 빠졌고, 촌스러운 안경을 벗고 양복까지 빼입은 그의 모습은 이제야 내가 알던 고진훈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나와 준성이가 어려웠는지 뒤통수를 긁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인물이 사네. 진작에 이렇게 좀 다니지. 그 안경은 진작에 버려야 했어.”
“그러게. 생긴 것부터 신뢰가 가네. 좀 전문적으로 보이고.”
“고, 고마워…….”
GO 엔터테인먼트 창립식엔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이정호 회장을 포함한 KMD 그룹 임원들부터 성현 제작사 직원들과 지인들까지.
인원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고진훈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긴장 풀어. 시작부터 이러면 어떻게 대표 노릇 하려고?”
준성이는 장난스럽게 고진훈을 툭툭 치며 말했고, 고진훈은 아직 긴장이 덜 풀렸는지 어색한 미소만 보였다.
하지만 그 어색한 미소에도 안경에 가려져 있던 그의 매서운 눈은 살아있었다.
“잘, 잘해야지! 좋은 사람들 많이 데려왔어. 매니저들도 일 잘하기로 유명한 분들만 데려왔고, 작곡가분들도…… 모두 찬현이 덕분이야. 좋은 인력 있으면 돈 상관하지 말고 지르라고 해서.”
“그래, 이제 취임사나 잘해. 떨지 말고. 우리 둘은 바로 앞에서 보고 있으니까.”
준성이의 말에 고진훈은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다.
***
고진훈은 천천히 단상을 향해 올라갔다.
많은 사람들 때문에 압도되다가도 곽연지가 눈에 들어오자, 그나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곽연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디지털카메라로 고진훈을 찍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십니까. GO 엔터테인먼트 대표 고진훈입니다.”
고진훈이 입을 열자, 앞에 있던 청중들은 웅성거리던 소리를 멈추고 고진훈을 쳐다봤다.
“지금 당장 제가 이 위치에 어떻게 오른 것이냐에 대해 궁금하실 게 많으실 거라는 건 압니다. 대학도 나오지 않고, 매니저 경력도 1년밖에 되지도 않았으니까요.”
꽤 자극적인 시작이었는지.
앞에 있던 기자들의 플래시가 쉴 틈도 없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기형적으로 발전한 연예계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고진훈은 경찬현의 검토까지 모두 받은 연설문을 다시 읽으며 숨을 골랐다.
“비윤리적인 행태. 조직 폭력배와 같은 불한당 같은 자들과 결탁한 연예계 세력. 그리고 또한 인기에 의해 가려진 스타들의 범죄. 저희 GO 엔터테인먼트는 이런 부조리한 것들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2000년대 초 엔터테인먼트 사업들은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곤, 조직 폭력배들이 운영하는 곳도 흔했다.
하지만 고진훈은 이렇게 돌아가는 꼴이 너무 싫었다.
문화가 조직 폭력배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
1950년 임화수라는 조직 폭력배로부터 시작된 연예 역사.
그 역사의 고리를 끊는 것도 고진훈의 목표 중 하나였다.
“연예 사업은 장기전입니다. 고인 물이 썩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좋은 물이 들어와야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불순한 세력들 때문에 고이다 못해 썩기 직전입니다. 저희 GO 엔터테인먼트는 현 상황에 있어 한 줄기 빛이 되고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고진훈은 눈을 밝히며 앞에 있는 기자들을 똑바로 바라봤다.
“저희가 원하는 게 이룩된다면. 저희는 부끄럽지 않은 문화를 들고 세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이게 저와, 경찬현 감독, 그리고 이준성 대표가 원하는 우리들의 미래입니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고진훈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내려갔다.
***
[GO 엔터테인먼트 출범. 시작과 함께 새로운 배우 물색! 아이돌까지!] [하위 레이블 개념 도입. 작곡가들에게 지분 나눠준다, 아이돌 육성에 박차.] [무리하는 게 아닐지…… 아이돌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고진훈의 인상적인 취임사 이후, 온갖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제 2년 차 매니저, 심지어 망해가던 배우의 매니저로서 일하던 사람에 대한 끝없는 의심이 펼쳐졌지만, 내게 있는 고진훈에 대한 신뢰엔 자그마한 균열조차 가지 않았다.
연예 사업에 있어 사업자에게 중요한 건 노력, 실력도 아닌 ‘감’과 ‘운’이었으니까.
똑똑-.
사무실에 누군가 찾아온 듯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준성이가 대답했다.
“네! 들어오세요!”
준성이의 말에 문이 열리고 GO 엔터테인먼트 직원 중 한 명이 두툼한 서류 봉투 두 개를 건네며 말했다.
“고진훈 대표가 보낸 대외비 명단입니다.”
“이렇게 많아요?”
“네…….”
1세대 아이돌들의 흥행 덕분인지, 아이돌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은 넘쳐났다.
그리고 그들의 부모들도 이제 아이돌이라는 직업이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입지를 갖게 되자,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밀어주는 경우도 변변찮게 생겨나는 시점.
이 시점에서 고진훈의 취임사는 엄청난 효과를 발휘한 것 같았다.
깨끗한 이미지, 그리고 전문적인 이미지에 더해 한 명의 영웅이 등장했다는 분위기까지 더해서 그런지 지원자들이 많았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핏덩이 같은 친구들이 이런 어린 나이부터 놀지도 못하고 뜰 가능성도 희박한 자신의 꿈을 위해 달려간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고진훈이 보낸 명단을 보자마자 이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다.
아이돌에 대한 지식이 얼마 있지도 않은 내가 알 정도로 스타가 되는 낯익은 얼굴과 이름들.
그들을 보자, 자연스레 탄성이 나왔다.
“와…….”
내 모습에 옆에 있던 준성이가 물었다.
“왜? 뭔데?”
“아, 아냐.”
나는 당황한 기색을 어떻게든 감추며 조심스레 침을 삼켰다.
감탄할 수밖에 없는 그의 감.
그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 아이들의 떡잎만 보고, 중요도를 표시하며 이미 슈퍼스타를 점찍었다.
그리고 그가 눈에 확 들어올 정도로 중요하다는 별 표시를 한 아이들은 아이돌에 문외한인 내가 알 정도로 슈퍼스타가 되는 아이돌.
앞으로 3년 정도 기다린다면, 어마어마한 결과물을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온몸에 전율이 돌았다.
“괜찮을 것 같아? 근데 아직 젖살도 안 빠진 얘들한테 무슨 떡잎이 보인다는 건지…….”
“고진훈이야. 믿어. 그리고 지금 당장 이것 때문에 자금이 부족한 건 아니잖아. 곽연지 같은 대어도 들어왔고.”
“마치 진훈이가 뭐라도 보여준 것처럼 말한다?”
“감이 좋다는 거지…….”
“뭘 보여줘야, 감이 좋은지 아닌지 알지.”
준성이는 옆에서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긴 했지만, 내겐 보였다.
고진훈이 뽑아온 명단은 각 아이돌 그룹의 중심 멤버만 뽑아온 수준이었으니까.
노래, 춤, 얼굴, 비율.
이런 네 박자가 모두 어우러지는 친구들만 모인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띠리링-.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에 핸드폰을 보니, 그 위에 떠 있는 이름은 김승훈.
간만의 연락에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승훈이 형?”
-서운하다. 서운해. 우리가 이런 사이였어?
김승훈은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투정 부리는 아이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뭐야. 진짜 몰라서 물어보는 거야? 너 진짜…… 서운하다…… 우리가 이런 사이밖에 안 되는 거야?
김승훈이 이렇게 나올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엔터 때문에 그래요?”
-그래! 인마! 나 일본에서 잘 나가는 거 알아? 몰라? 어! 한류를 선도하겠다면서 엔터를 만들었으면 나한테도 연락을 돌렸어야 하는 거 아냐? 나 일본에선 잘 먹힌다고! 일본에서 팬 미팅까지 했던 남자야!
김승훈은 화를 내는 건지, 자기 홍보를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이상한 말투로 몇 마디 더 쏘아붙였다.
-한번 만나! 인마! 할 얘기도 많아! 어!? 칸에서 상 받은 거 축하한다고 술 좀 먹자고 하는데 맨날 연락도 안 받고 말이야. 진짜 서운해.
“진짜 바빴어요…….”
-인마. 나는 안 바쁜 줄 알아? 그리고 고상우, 아니. 고진훈 그놈은 또 뭐야? 걔 대표 아냐? 근데 너한테 직접 연락하는 게 더 빠를 거라고 하던데?
엔터 쪽은 온전히 고진훈에게 맡긴다고 말했음에도, 그는 배우 쪽은 내 의견을 부탁했다.
완전히 걸러야 할 배우들은 자기 선에서 담당하겠지만 좋은 배우들 확인은 내게 직접 부탁했다.
준식이 형이나 연지를 알아본 내 식견을 믿는다며…….
내게 넘겼다면, 이미 고진훈은 김승훈을 괜찮은 배우라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럼 이제 큰일 끝났으니까 조만간 한잔하시죠.”
-준성이도 오는 거지? 간만에 준성이도 보고 싶은데.
옆에선 준성이가 손을 가로젓고 있었다.
“어휴 그럼요. 준성이가 빠지면 섭섭하죠. 분위기 메이커가 없으면 되겠어요?”
내 말에 준성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봤다.
하지만 한 명이라도 더 있어야 이 주당들을 상대할 수 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래, 간만에 코 삐뚤어지게 마셔 보자고! 맞다. 정우도 온대. 너네랑 약속 잡히면 자기도 무조건 불러달라고 하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