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93)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93화(93/276)
김승훈은 뒷문으로 재빨리 내려갔다.
검정색 세단.
운전석에 보이는 고진훈. 그리고 조수석에 앉아있는 경찬현이 눈에 들어왔다.
그 세단의 뒷문을 열고 재빨리 차에 타자, 뒤따라 오던 덩치들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 서. 이 새끼들아!”
“저 개새끼들. 잡아!”
고진훈은 다가오는 덩치들을 박는 게 하나도 두렵지 않다는 듯 자연스럽게 후문 주차장에서 차를 빼며 전속력으로 다시 도로로 들어섰다.
“이야, 운전 엄청 잘하네.”
“연지 종합 매니저였잖아. 2년 동안 운전도 엄청 했다고. 그리고 저놈들 덩치만 크지. 깡은 없거든.”
고진훈은 화려한 운전 실력과는 어울리지 않게 어색하게 웃었다.
그 옆에 있던 경찬현도 실실 웃다가도 뒤에 있는 김승훈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형, 맞았다면서요. 괜찮아요?”
“어……? 그건 어떻게 알았어?”
“진훈이한테 형 얘기하니까, 저 엔터 쪽에 누구 포섭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분위기 안 좋아지니까 저희한테 바로 연락 왔어요. 뭐 맞는 소리도 난다고 하던데. 그거 때문에 미친 듯 달렸죠.”
“하하…… 고마워…….”
김승훈은 방금까지 있었던 끔찍한 일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자기를 위해, 유능한 감독과 신생 엔터 대표까지 직접 차를 몰고 올 수준.
이들과는 전혀 다른 관계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김승훈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근데 형. 결심은 했어요?”
경찬현의 물음에 김승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네 말대로 하려고.”
“고민은 충분히 한 거죠?”
“과하게 많이 했어.”
그는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다, 편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
“놓쳤습니다…… 대표님.”
부하의 보고에, 황제순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하의 뺨을 바로 갈겼다.
뺨을 한 대 맞은 부하는 쓰러졌다가 바로 다시 일어났다.
“너희 밥 벌어먹여다 주는 게 누구야.”
“대표님이십니다…….”
“근데 그놈 하나 못 잡아?”
“밖에 차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럼 그 차를 막아서라도 잡아 왔어야 할 거 아냐!”
황제순은 다시 부하의 뺨을 날린 후, 이를 악물었다.
“일단, 다 꺼져. 하…….”
부하들이 대표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한 후, 황제순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가 아파 왔다.
형식적으론 굳니스 엔터의 대표 자리에 있긴 했다만.
뒤에서 모든 걸 조종하고 있는 백진철에게 현 상황을 보고할 생각에 황제순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후…….”
조심스럽게 핸드폰에 저장된 백진철의 번호를 눌렀다.
-그래, 제순이. 김승훈 재계약 건은 잘 됐지?
“형, 형님. 그게…….”
황제순이 말을 질질 끌자, 백진철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뭐. 말해.
“잘 안됐습니다.”
-…….
백진철은 아무 말도 없었다.
하지만 황제순은 그 침묵 사이로 백진철의 깊은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당장 클럽으로 와라. 와서 무슨 일인지 자세히 설명해.
백진철의 묵직한 한마디에 황제순은 온몸이 얼어붙었다.
-대답 안 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황제순은 백진철의 날카로운 말에 이내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예, 예! 형님.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
백진철.
더 필름 H 횡령 사건으로 기소까지 됐던 그는 알고 있던 법조계 인맥들과 영화계 스타들의 탄원서 덕분에 집행유예로 풀려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힘은 예전 같지 않았다.
‘영화에 또 손대면, 깜빵 가는 거 못 막아. 영화엔 완전히 손 떼. 집행유예도 간신히 받은 거야. 당분간은 조용히 다녀.’
뒷배를 봐주던 검사 출신 변호사의 말.
하지만 이번엔 연예 사업에서 삐그덕 거리는 신호가 들려왔다.
영화 사업이 망하기 직전 빼돌려 놓은 돈으로 연예 기획사 하나를 인수했다.
운 좋게 그곳엔 김승훈이 있었고, 김승훈의 계약 기간은 아직 3년 넘게 남아있었다.
더 잡아서 빨아 먹을 생각이었지만, 그 황금알 낳는 거위가 사라졌다는 소식이 들렸다.
김승훈.
경찬현 때문에 망해버린 영화 사업이었지만, 도리어 그의 영화 덕분에 배우 하나가 스타덤에 올랐다.
일본 행사와 밤무대까지 돌리며 어떻게든 쥐어 짜내고 있었지만, 이제 그마저도 떠났다는 생각에 백진철은 이가 갈렸다.
“하…….”
클럽 사무실에 앉아, 탁자 위에 두 다리를 척 올리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요즘 안 그래도 좋지 않은 분위기에 백진철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이돌이 유행인 지금, 돈도 좀 빼먹을 겸 아이돌 부모들에게 받은 트레이닝비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대충 노래 좀 한다는 놈들 몇몇 세워놓고 노래 가르치고, 춤 좀 춘다는 놈들 몇몇 세워놓고 춤 가르치면 들어오는 교육비가 두 당 200 이상은 됐으니까.
하지만 빌어먹을 GO 엔터 때문에 이 수익도 많이 줄었다.
그쪽은 증명된 전문 인력이라는 걸 마케팅 포인트로 삼음과 동시에 타 엔터 연습생들 부모들이 혹할 만한 정보들을 뿌렸다.
진짜 전문가인지 확인해보는 방법, 정확히 무엇을 알려주는지, 이런 것들을 캐묻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그 대답이 시원치 않으면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연습생들도 늘어났다.
“젠장…….”
백진철은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재떨이에 비빈 후 눈을 감고 명상하려는 듯 보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그의 명상을 방해했다.
똑똑-.
“들어와!”
문이 열리자, 황제순이 허리를 숙이며 90도로 인사했다.
“죄송합니다! 형님!”
“하…… 어떻게 된 건지 말해.”
황제순은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했고, 그 설명을 들은 백진철은 분노가 치솟았다.
이번 일도 결국 경찬현이 연관된 일.
2년 차 매니저를 대표로 만든 게 경찬현이라는 소문은 파다했다.
“후…….”
GO 엔터의 본체는 경찬현이겠지.
황제순 같은 바지사장을 두고 뒤에서 좌지우지하고 있는 걸 테니까.
“사무실에 들어온 김승훈을 놓쳤다고?”
“그게…….”
백진철은 옆에 있던 야구 몽둥이를 들었다.
“내가 널 그렇게 가르치던?”
“죄, 죄송합니다. 형님!”
퍽!
백진철이 야구 몽둥이를 황제순의 등을 향해 내리찍자, 황제순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러거나 말거나, 백진철은 분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때까지 야구 몽둥이를 휘두르며 소리 질렀다.
셀 수도 없이 휘둘러진 몽둥이를 맞은 황제순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백진철은 이미 돌아버린 눈으로 이번엔 그의 머리를 향해 야구 방망이를 겨눴다.
그 모습에 황제순은 질겁하며 무릎을 꿇은 후, 손을 비비며 울먹였다.
“죄송합니다. 형님! 제가, 어떻게든…….”
황제순의 말에 백진철은 방망이를 집어 던진 뒤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뭘, 어떻게 할 건데.”
“일단 김승훈, 그놈부터 조져버리겠습니다. 애들 풀어서……!”
“이 새끼가! 지금 누굴 깜빵에 보내려고!”
황제순의 생각 없는 언동에 백진철이 다시금 방망이를 쥐어 들었다.
“내가 지금 어디에도 엮이면 안 되는 상황인 거 몰라?”
“억! 형님……!”
다시 시작된 무자비한 몽둥이질을 하려고 할 때, 황제순이 다급히 외쳤다.
“혀, 형님……! 지금 당장 언론사에 연락 돌리겠습니다. 그놈 그 예전 과거 사진이랑 그놈 친구 몇 명만 꼬드기면 불러주는 데도 없을 겁니다!”
“…….”
구타를 피하기 위해 다급히 던진 황제순의 말이었다.
하지만 듣고 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굳니스 엔터에는 돈이 되는 몇몇 배우들이 남아있는 상황.
김승훈의 치부를 풀어 자신을 배신한 놈에게 명확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
더불어 확실한 본보기로 남아있는 배우들에게도 각인시켜줄 수 있다.
굳니스 엔터를 배신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걸.
“지금 당장 연락 돌려. 다른 새끼들 빠져나갈 생각은 일절 못하게.”
“예! 형님!”
***
GO 엔터테인먼트 대표실.
김승훈은 아직 정신이 없는 건지 멍한 상태로 한마디 말도 없이 있었다.
“형, 괜찮은 거 맞죠? 병원 안 가봐도 되겠어요?”
내 물음에 김승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뒤통수 한 대 맞은 건데 뭐…….”
“진훈이가 거기에 누구 심어놔서 다행이지. 진훈이 아니었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어요.”
내 말에 김승훈은 깊게 숨을 내뱉고 말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위험해. 그놈들 뭘 할지 모르는 놈들이니까. 아까 나한테 그랬어. 주변이 망가져도 괜찮냐고…….”
“그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고진훈이 미소를 지으며 김승훈의 걱정을 녹여냈다.
“포섭된 사람이 그놈들이 뭐 하는지 일거수일투족으로 보고한다고 했으니까.”
고진훈은 철저했다.
마치 이때를 준비해놨던 사람처럼 철저한 움직임에 약간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진훈아.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혹시…….”
“일종의 복수죠. 하하.”
김승훈과 고진훈은 서로를 쳐다보며 무언가 통한다는 듯 미소 지었다.
“복수……? 무슨 일이 있었길래?”
“굳니스 엔터. 그놈들 연지한테 뭔가 제안하려고 접근했었거든. 근데 구린내가 풀풀 나서 내가 어떻게든 못 만나게 막았었지.”
고진훈은 옛 생각에 짜증이 났는지 약간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그럴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속였었어. 근데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일방적으로 밀고 들어오더라고. 나까지 패면서.”
“뭐……?”
“그날 진짜 옴팡지게 맞았지. 비 오는 날 먼지나 듯.”
“그럼 신고를 했어야지. 그걸 그냥 맞고만 있었어?”
고진훈은 내 말에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그놈들 신고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어……?”
“바퀴벌레 새끼처럼 남은 알이 깨어나서 복수하러 올 거야. 경찰에 신고하면 칼 들고 쫓아올 놈들이니까.”
김승훈은 고진훈의 말에 옆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그놈들 무서운 놈들이야.”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연예계와 조폭 세력이 깊게 연관된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대체 뭐 하는 놈들이길래…… ”
“더러운 놈들이지.”
고진훈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김승훈이 속해있던 굳니스 엔터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고, 그 이야기를 듣던 중 내 귀에 들리는 낯설지 않은 이름이 귀에 들어왔다.
“백진철이 거기 있다고?”
“어. 지 이름은 드러내지 않으려고 바지사장으로 황제순을 쓰고 있는 거지.”
“이런 미친…….”
어디선가 분명 무슨 짓을 하고 있을 거라곤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바로 연결될 줄은 꿈도 꾸질 못했다.
어디선가 더러운 짓을 하고 있을 거란 추측은 했다.
영화계와 연예계에서 꽤 이름 날리던 놈이었으니까.
이미 영화계에선 쫓겨났지만, 연예계에서 차명으로 활동하고 있었다니…….
“백진철. 그놈 확실히 잡을 수 있어?”
내 말에 고진훈은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두꺼운 서류 뭉치를 보였다.
“백진철 그놈. 너랑 연관된 일도 많았잖아. 그래서 조사는 미리미리 해뒀지.”
고진훈은 서류 뭉치를 여러 개로 분류한 후 내게 한 개씩 건넸다.
“폭행, 상해, 손괴, 협박, 그리고 포섭된 사람이 했던 말대로 움직인다면 살인 교사까지.”
증인으로 누구를 활용할지, 어떤 식으로 옭아맬지에 대해 모든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꼼꼼한 그의 준비성에 입이 쩍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당분간은 좀 사리는 게 좋을 거야. 그놈들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니까.”
철저하게 준비한 고진훈에게 감탄하는 것도 잠시.
“그래. 사리기만 하는 건 안 돼.”
고진훈에게만 맡겨놓을 게 아니라 나 역시도 바쁘게 움직여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진훈이 백진철을 옭아맬 준비를 하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잠시 고민을 하자 좋은 시나리오가 머리를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