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One With Genius DNA RAW novel - Chapter 161
160화.
“탄저균이요?”
류영준의 눈이 커졌다.
미셀은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탄저균은 땅속에서 살 수 있는 박테리아입니다. 보통 지하에서 아포를 만들 경우에는 그 상태로 30년도 버틸 수 있어요. 웬만한 방법으로는 살균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힙니다.”
“…….”
“새삼 새로울 것도 없어요. 탄저균에 의한 탄저병은 아프리카의 오래된 지병 중 하납니다.”
“그 탄저균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들어간 겁니까?”
“그 정도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확인된 바는 에볼라 환자가 발생한 바코리 마을의 흙 속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발견됐다는 겁니다.”
전자 현미경으로도 관찰하기 힘든 바이러스를 흙에서 찾아내긴 쉽지 않다.
그럼 바이러스의 존재를 어떻게 검출할 수 있을까?
감염이 의심되는 흙 등에서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PCR이라는 기술로 증폭시켜보는 것이다.
증폭이 이루어진다면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것이고, 안 된다면 바이러스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근데 흙에서 탄저균의 유전자도 나왔고 에볼라 유전자도 나왔습니다.”
미셀이 말했다.
“류 박사님도 아시겠지만, 본래 에볼라는 흙에서 발견되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생물에서 생물로 전파되고 체액을 통해 이동하는 바이러스니까요.”
“그렇죠.”
류영준은 입술을 매만지다가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다.
“근데 에볼라와 탄저균의 유전자를 흙에서 검출해본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나요? 에볼라가 감염된 지역의 흙을 뒤진다는 게 일반적인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미셀이 말했다.
“말씀하신 것처럼 에볼라하고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모든 검사 지역의 흙에서 탄저균을 조사합니다.”
“그래요?”
“탄저병이 아프리카의 지병이라고 했죠? 가장 골머리를 앓는 국가가 바로 콩고입니다. 왜냐하면 콩고는 국토 대부분이 밀림에 뒤덮여 있으니까요.”
“밀림?”
“네. 그리고 그런 밀림지역의 흙은 탄저균이 농성하기에 딱 좋은 장소죠. 그래서 우리는 어디 갈 때마다 흙에서 탄저를 검사하는 게 거의 습관화돼있습니다. 에볼라를 같이 검사한 것은 일종의 음성대조군이었죠.”
음성대조군은 실험 방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샘플을 말한다.
반드시 음성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땅속에 서식할 수 없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땅에서 검출해보는 것.
거기서 양성이 나왔다면 실험에 문제가 있었으리라 생각하고 다시 수행한다.
그러나 그 양성 반응이 거듭되면 지금 미셀처럼 공포가 시작되는 것이다.
“탄저가 그동안은 사람에게 큰 피해를 준적은 없었어요. 천만다행히도. 고릴라만 박살내고 있었을 뿐이죠.”
미셀이 말했다.
“고릴라요?”
“아프리카의 고릴라가 멸종 위기로 치닫는 데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포획이지만 2위 정도는 탄저균이 차지할 겁니다. 제가 세계보건 기구에서 일하던 때에도 그런 리포트를 많이 받았어요.”
“…….”
미셀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류영준은 그 한숨의 의미를 캐치했다.
“에볼라의 감염 경로는 어떻게 되죠?”
류영준이 물었다.
“흡혈 박쥐 등을 통해서 동물에서 동물로 전염되고 사람에게도 넘어오는 식입니다. 혈액 같은 체액을 통해서 운반돼요.”
“미셸 박사님은 에볼라와 탄저균의 관계가 어떨 거라고 짐작하십니까?”
“둘 중 하나겠죠.”
미셀이 우울한 목소리로 답했다.
류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하나는 진화한 에볼라가 탄저균을 숙주 삼아서 제집처럼 들락거리며 번식하는 경우. 그리고 또 하나는, 탄저균이 에볼라를 집어삼켜서 자신의 유전자의 일부로 흡수해버린 경우.”
“…….”
“전자라면 흙에서 에볼라가 검출될 수 있고, 그게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죠. 후자라면 탄저균에 감염된 사람 몸에서 작동한 에볼라 유전자가 에볼라 병증을 일으킬 겁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미셸 박사님. 후자라면 탄저균에 감염된 것이니까 탄저병의 성질도 있었을 텐데 환자들한테 탄저균 감염 징후도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자라고 확정할 순 없습니다. 환자 수가 적었거든요.”
“하지만 전자일 가능성이 높아지긴 했네요.”
-전자가 맞습니다.
로잘린이 말했다.
그녀는 달리는 자동차 창문 너머로 펼쳐진 초원을 예리하게 쏘아보고 있었다.
-저쪽.
그녀가 한켠을 가리켰다.
-에볼라에 감염된 탄저균이 있네요.
‘그렇군.’
류영준이 침을 꼴깍 삼켰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흙속에서 장기 농성하며 흙을 통해 전파되는 박테리아 탄저균.
그리고 생물과 생물 사이를 체액을 통해 옮겨 다니는 바이러스.
그 둘이 합쳐졌다면 감염 루트가 막대하게 증가한다. 덧셈이 아니라 곱셈이다.
“콩고는 국가 전체가 밀림에 뒤덮여있다고 하셨죠?”
류영준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한 지역의 목초지에 감염된 탄저균에서 튀어나온 에볼라 바이러스가 고릴라를 감염시켰다고 생각해보자.
고릴라는 밀림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치사율이 높은 에볼라의 출혈열 반응으로 그곳에서 죽을 것이다.
사망한 고릴라의 몸에서 흘러나온 체액은 땅에 스며들어 그 지역 흙 속의 탄저균을 감염시킨다.
이렇게 몇 다리 건너면 금세 가축을 거쳐서 사람한테 이른다.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에볼라는 밀림을 정복해버릴 테고, 탄저균이 가진 특유의 생명력을 바탕으로 장기간 농성하면서 꾸준히 바이러스를 생산할 것이다.
“박테리아는 비교적 유전자가 안정한 편이지만 바이러스는 훨씬 진화 속도가 빠릅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미셸 박사님. 아무래도 에볼라 바이러스가 탄저균을 감염시키게 된 것 같습니다.”
미생물 세계는 수만 종의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들이 이루는 춘추전국시대다.
그들 사이에서 먹고 먹히는 일은 사실 그리 드문 게 아니다. 다만 에볼라와 탄저균 정도의 유명한 네임드들 사이에서 이런 일이 터지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그렇겠죠. 진짜 큰일이군요…….”
미셀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간 콩고 정부는 흡혈박쥐나 소, 돼지 같은 동물을 통해서 에볼라가 확산되는 것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이유는 두 가지.
첫째는 시민들의 무지다.
과학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시민들은 에볼라에 감염되면 정부의 권고대로 병원에 가는 대신 근처 기도원에 가서 기도를 올린다.
그들이 방치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들의 몸에서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생산되어 인근으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전쟁이다.
콩고는 한국에서도 ‘여행 자제’로 지정된 국가다. 그래도 정부 요인들과 함께 움직이며 케이캅스 요원들의 보호를 받는 류영준은 비교적 안전한 편이지만.
이미 2014년에도 WHO에서 방역을 위한 안전망을 만들어 콩고의 에볼라 감염 경로들을 차단한 적 있다.
하지만 안전망이라고 해봤자, 사람들 오가는 길목을 의료진이 지키고 서서 열을 재고 격리하는 것 정도다.
그 의료진한테 반군이 총을 들이밀고 비키라고 하면 어떻게 일을 하겠는가?
이곳의 방역망들은 순식간에 무력화된다.
하물며 이제는 탄저균이 새로운 감염 루트로 부상했다.
“하아…….”
미셀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야말로 답이 없는 상황. 이건 국가적인 재난이다. 그리고 과연 그것이 콩고에 국한된 일일까?
그 정도로 확산 능력과 생명력이 우수하게 진화했다면 그 밖으로 퍼져나갈 가능성도 높다.
“대유행 (Pandemic)이 될 수도 있습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
동작구의 한 오래된 호프집.
나이 많은 중년 남성 둘이 맥주와 치킨을 먹고 있었다.
에이젠의 대표 이사인 윤대성과 CTO 니콜라스 킴이었다.
“옛날 생각나는군.”
니콜라스 킴이 치킨 한 점을 삼키며 말했다.
“그러게. 가난한 대학생 시절에 너랑 여기서 자주 한 잔씩 했는데 말이야.”
윤대성이 맥주를 쭉 들이켰다.
그는 테이블에 탁 내려놓으며 덧붙였다.
“주인도 바뀌고 상호도 바뀌었는데 맥주 맛은 신기하게 거의 그대로군.”
“맞아. 나이가 들어서 이젠 술을 먹으면 다음 날 힘들던데. 그래도 여기서 마시는 맥주는 잘 받는구만.”
“그렇네. 김현식이. 나이 들었다는 게 느껴지는 것 중에 하나가 뭔지 아냐?”
윤대성이 니콜라스의 한국 이름을 불렀다.
“글쎄.”
“최신 연구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거야.”
윤대성이 말했다.
과학에는 ‘트렌드’가 있다.
중요한 아이템이 하나 발견되면 우르르 그쪽으로 몰려가서 관련 연구들을 파댄다.
그러다 더 이상 단물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꼭꼭 씹어댈 때 쯤이면 또 다른 팀이 획기적인 아이템을 하나 찾아낸다.
연구는 패션처럼 유행이 돈다.
트랜드에 뒤처진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우직하고 무식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트렌드를 빠르게 추적하며 사냥하는 과학자들은 한 분야에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결국 이 세계에서 유일한 승리자이자 최고의 공여자는 하나뿐이다.
트랜드세터.
연구의 유행을 주도하는 발견자들.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는 사람들.
보통은 그들이 노벨상도 받는다.
전 세계에서 꼽아도 몇 안 되는 인물들이다.
“난 평생을 트렌드 사냥꾼으로 살았지만 요즘의 과학의 흐름은 쫓아가는 것조차 버거워. 매일 아침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는 시대이니.”
윤대성이 말했다.
“우리가 새 지식과 아이템들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던 때는 벌써 30년 전이야. 이젠 뇌가 그만큼 창조적이지 못해.”
니콜라스가 말했다.
“하지만 대성이. 그런 와중에도 트렌드세터가 우리 회사에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류 박사?”
“그래. 류 박사는 벌써 그런 걸 두 개나 찾아냈지.”
“…….”
하나는 줄기세포.
또 하나는 유전자 가위 캐스나인이다.
둘 다 엄청난 잠재 가치를 가진 기반 기술.
줄기세포로부터 나온 것들을 열거하면 그야말로 경악할 만한 것들이다.
녹내장 치료제, 알츠하이머 치료제, 수많은 오가노이드와 인공 장기.
캐스나인은 또 어떤가?
무려 에이즈를 완치시키는 초고난도의 유전자 조작에 성공했다. 게다가 에이바이오 매출의 큰 축을 담당하는 진단키트의 핵심 요소가 됐다.
수지상세포 우회 도입법이라는 신기술을 만난 후에는 모든 암을 끝장낼 수 있는 가능성으로까지 발전했다.
앞으로도 더 커질 기술이다. 유전자 외과 수술이라는 개념은 수십 년 동안 의학을 새롭게 만들 게 분명하다.
“그 사람한테 에이젠을 맡길 생각이네.”
윤대성이 말했다.
니콜라스는 화들짝 놀랐다.
“진심인가?”
“그래.”
윤대성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탄저균 생물 무기 개발 건을 자수하고 물러날 거야.”
“……. 보현이는?”
니콜라스가 물었다.
“보현이하고도 얘기가 된 건가?”
“그 애는 아직 몰라.”
윤대성이 고개를 저었다.
“자기가 회사를 물려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텐데.”
“잘 얘기를 해봐야지.”
“그럼 자네 자수는 언제 할 건가?”
“……. 류 박사랑 지분 교환을 약속했던 게 이제 몇 달 안 남았네. 그 전까지 최대한 지금 어질러놓은 것들을 정리해놓고 자수할 거야.”
“그 다음에 에이젠과 에이바이오를 합병시키고 류 박사 1인 체제로 가져가는 게 좋겠군. 내 지분들도 류 박사한테 양도할 거야.”
윤대성이 말했다.
“큰 결심을 했군.”
“내가 가면 자네가 보현이 좀 챙겨줘.”
“……. 알겠어.”
윤대성은 술을 쭉 들이켰다.
“여기 맥주는 정말 몸에 잘 받아.”
그가 잔을 좌우로 흔들면서 말했다.
“속이 편하거든.”
***
콩고 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
에볼라 확산 사태를 처리하기 위한 재난 대책 위원회가 소집됐다.
팀장은 미셀이다.
그리고 콩고에서 가장 뛰어난 과학자들과 의사들이 모였다.
그들 모두가 에볼라의 탄저 감염에 깊은 시름을 갖고 있었다.
이건 전례 없는 생물 재난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콩고 정부가 이걸 어떻게 차단할 수 있을까?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반 쯤 포기한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미팅룸에서 한 남자를 발견하고 희망을 갖게 됐다.
류영준이 한 손에 서류 뭉치를 가지고 나타난 것이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유전자 지도 데이터입니다.”
그가 말했다.
“시작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