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One With Genius DNA RAW novel - Chapter 86
85화.
“너 진단 키트 샀냐?”
등굣길에 들리는 학생들의 목소리.
류지원의 귀가 쫑긋 섰다.
학교 정문으로 들어서는 학생들이 떠들어대는 대화의 주제가 모두 똑같았다.
“어제 집에서 우리 엄마 그거 쓰는 거 봤는데 진짜 개신기해. 우리 엄마 당뇨랑 관절염 있는데 스마트폰에 꽂아서 어플 켜보니까 정확히 그 둘만 딱 나오더라고.”
“나도 써보려고 어제 밤에 편의점 갔는데 다 털렸더라. 품절 대란이 거의 옛날 꿀버터칩 수준이야. 일단 편의점에 물량 들어오면 알바들이 한 20개씩 자기 돈으로 사놓고 지인들한테 웃돈 얹어서 판대.”
“미친놈들…….”
“지금 공급 속도가 소비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어. 특히 돈 있는 사람들은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진단하겠다고 몇 달치 사놨대 벌써.”
“너무하네 진짜. 왜 그렇게 독점을 하는 거야? 없던 병이 일주일만에 생기는 것도 아니잖아?”
“아무래도 그 사람들은 나이도 좀 있고 하니까 불안해서 그런 거지. 그래도 좀 시간 지나면 수요공급 안정화되지 않을까? 지금은 상품화 초기라서 이런 거 같고.”
“오늘 학교 편의점에 물량 좀 들어왔을 거 같은데 가볼래?”
“벌써 다 털렸을 수도 있어. 생명공학과 애들 미쳐가지고 아침마다 학관 편의점 레이드 가잖아.”
그건 과장이 아니었다. 생명공학과 학생들은 류영준에 대한 팬심이 엄청난 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류영준은, 같은 한국인이라는 공통분모만으로도 어깨가 으쓱해지는 인물이다.
하물며 같은 과 선배라는 데서 오는 자부심과 존경심은 좀 특별하지 않겠는가.
심지어 20년씩 선배인 것도 아니고, 대학원 졸업한지 1년밖에 안 된 사람이다.
지금 학부생들이나 대학원생들 중에는 류영준이 대학원생이던 때, 그에게 직접 실험을 배운 사람들도 있으니 말 다했다.
“걔넨 진짜 미친놈들이야. 류영준 팬클럽 본진이니까 이해는 되는데…….”
“팬클럽 본진보다는 성지 비슷한 느낌 아니냐? 진짜 학교 밖에서 일반인들이 거기 순례하듯이 보러 오는 경우가 있대. 류영준 지도교수 연구실에 찾아온대.”
류지원은 그들의 얘길 들으며 마른침을 삼켰다.
‘부담 장난 아니네…….’
전에도 그랬지만 점점 심해진다.
그녀가 류영준의 친동생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학교에 몇 없다.
그리고 나이차가 꽤 나는 편이니까 보통은 그런 생각도 못한다.
하지만 동기 몇 명과 선배 몇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학기 초 엠티에서, 가족 중 둘 이상이 정윤대 출신이거나 재학 중이면 등록금을 깎아주는 제도를 설명해주다가 오픈했던 정보다.
‘그땐 오빠가 그렇게 스타가 될 줄 몰랐지.’
알았으면 아무한테도 얘기 안 했을 거다.
벌써 류지원은 그걸로 꽤 피해를 보고 있었다.
류영준을 만나게 해달라거나 대학원 진학 상담을 요청한다거나 하는 이들이 좀 있었던 것이다.
동아리 선배 중에 남자관계가 좀 지저분한 언니 한 명은 이성적인 관계로 소개해주길 원하기도 했다.
류영준의 동생이란 사실이 더 알려지면 앞으로 무슨 꼴을 볼지 모른다.
‘앞으로라도 최대한 숨겨야지.’
류지원은 학교 중앙도서관 지하의 편의점으로 이동했다. 당연히 진단 키트 때문은 아니고, 수업 중에 마실 음료를 사기 위해서였다. 편의점에 들어오는 학생들마다 카운터에서 묻는 말이 다 똑같았다.
“에이체크업 있나요?”
에이체크업은 에이바이오의 진단 키트의 제품명이다.
“다 나갔어요.”
아침부터 벌써 수십 번은 했을 말을 반복하는 아르바이트생도 고생이 심했다.
류지원은 조용히 계산하고 편의점을 나와서 강의실로 이동했다.
하필 듣는 수업이 일반생물학 수업이다.
자율 전공인 그녀가 이 수업을 신청한 이유는 원래 오빠 덕 좀 보려는 것이었다.
친오빠가 생물학 박사니까 어려운 거 있으면 그냥 물어보면 되지 않겠는가?
학점 좀 쉽게 따볼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후회가 막심하다.
일반생물학 수업을 맡은 교수는 반두일.
류영준을 학부생 때부터 박사까지 약 10년간 지도한 교수다. ‘류영준 메이커’다.
그리고 그는 류영준을 오래 봐온 만큼 류지원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앗, 안녕하세요.”
강의실 입구에서 반두일과 마주친 류지원이 인사했다.
“안녕.”
나이 60에 은퇴를 앞둔 반두일은 몹시 신이 나있었다. 요즘 계속 이 상태다.
직접 박사까지 지도한 제자가 과학계를 휩쓸어 먹어치우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지원아, 네 오빠, 혹시 학교에 한 번 안 오니?”
반두일이 넌지시 물었다.
“학교에서 요즘 세계 석학 세미나를 하고 있거든. 대강당에서 학교 전체 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건데, 이번에 석학 초빙하는 학과가 우리 과야. 내가 담당자고. 근데 네 오빠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니?”
“세계 석학 세미나요?”
“매 학기마다 한 명씩 불러서 하는 거 있잖아. 넌 1학년 1학기니까 이번이 처음이겠네. 혹시 오빠한테 들어본 적 없어?”
“동아리 선배들이 작년에 촘스키 왔다는 얘기를 하던데 혹시 그건가요?”
“맞아. 작년 하반기에는 인문대에서 그 분을 불렀지. 이번에는 바통이 이쪽으로 넘어와서 내가 초빙을 해야 해. 네 오빠 부르면 한국인이니까 동시통역사 고용하는 값도 아끼고 좋지.”
“…….”
“내가 학과 사무실에 얘기해서 강의료도 넉넉하게 챙겨줄 테니까. 물론 걔한텐 푼돈도 안 되겠지만.”
“한 번 물어볼게요. 근데 오빠 요즘 집에 들어오지도 않아요.”
“그래?”
“네. 워낙 바빠서 계속 회사에서 밤새거나 회사 근처 호텔에서 자거나 해요. 집에 올 때 차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아깝다면서.”
“자식, 학위 할 때는 그렇게 열심히 안 하더니. 아무튼 한 번 전달만 해줘.”
***
뎅기열은 모기를 매개로 하는 바이러스 질환이다.
전 세계 약 100개 국가에서 연간 5,000만 명에서 1억 명까지 발병한다. 1980년대 이후 급증한 값이다.
저개발국가들의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모기 서식지에 사람들이 거주하게 되었고, 제대로 된 방역이나 역학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와 더불어 북반구에서 뎅기열 발생위도가 북상한 것.
제주도에서는 작년 여름에 흰줄숲모기 (aedes albopictus)가 발견된 적 있다. 뎅기바이러스의 매개체 중 하나다.
“뎅기열 자체는 그렇게 위험하지 않습니다. 좀 쉬면 자연히 나아요. 하지만 그래도 뎅기바이러스 확진자는 빠르게 찾아내어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방치하면 바이러스가 퍼지기도 하고 환자도 위험해지거든요.”
지영순이 말했다.
“류 박사님도 아시겠지만, 제주도에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모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뎅기열 감염자가 흡혈당할 경우엔 얘기가 다르죠.”
바이러스가 없는 건강한 모기가 뎅기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을 흡수하면 모기의 장에서 바이러스가 증식한다.
이렇게 증식된 바이러스는 모기의 전신으로 퍼져나가서 결국 침샘에도 침투한다.
그 모기가 다시 사람을 물면 침샘에 있는 바이러스가 침입해서 또 감염을 일으키는 것이다.
“순식간에 감염이 확산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하나 더 있어요.”
지영순이 말했다.
“뎅기바이러스는 종류가 여럿인데, 한 종에 감염된 사람이 다른 종의 뎅기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에 교차면역이 일어납니다. 강렬한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서 뎅기쇼크와 출혈이 발생하는 거죠.”
한 마디로 뎅기바이러스에 1차 감염된 사람은 위험하지 않지만, 그 사람이 다른 모기들에게 물릴 경우에는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도 있고 환자 본인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감염자가 모기한테 물려서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는 말은 없습니다. 그래서 작년까지는 환자를 격리시키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의 추이를 지켜본 후에 확산 정도가 강하다 싶으면 격리도 할까 생각중입니다.”
“가급적이면 그렇게 하는 게 좋죠.”
류영준이 동의했다.
지영순은 드디어 본론을 꺼냈다.
“그걸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추적하기 위해서 에이체크업이 대량으로 필요합니다. 그래서 지금 좀 걱정이에요.”
에이체크업의 품절 대란은 일반 시민들에겐 그냥 안달나게 하는 현상 중 하나였지만, 질병관리본부에겐 좀 심각한 문제였다.
벌써 4월 하순.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모기들이 하나씩 나오고 있었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국민의 숫자는 60만 명이에요. 그들 모두에게 키트가 충분히 돌아가려면 상당한 물량이 필요합니다.”
“그렇겠죠.”
“근데 지금도 품절 대란이잖아요?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을 좀 줄이고, 정부에 우선적으로 납품해주실 수 있을까요? 재고를 좀 쌓아두고 제주도에서 쓰겠습니다.”
“지금 공급 초기라서 이렇게 품절 현상들이 일어나는 거지, 사람들이 진단 키트에 익숙해지면 천천히 분위기가 식으면서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까요?”
류영준이 물었다.
“물론 저희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류 박사님. 여름까진 아직 시간이 좀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희는 만일의 사태도 대비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지영순이 말했다.
“저희는 국가 기관이니까요. 저희는 열심히 하는 걸로 부족해요. 잘 해야 합니다. 세금으로 일하는 사람들이고 국민의 건강을 책임질 의무와 그렇게 할 권력을 갖고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류영준은 입술을 매만지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가 곧 입을 뗐다.
“그럼 부족한 물량을 카람찬트에서 생산하시죠.”
“카람찬트요?”
“인도 제약회사요. 거기 생산시설 굉장히 거대합니다. GMP 시설로는 아마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거예요. 안 그래도 에이즈 퇴치 사업 때문에 거기서 진단 키트를 생산중이거든요.”
에이즈 환자를 빠르게 확진하고 집중 치료하기 위해서다.
“로열티 비율을 조정해주고 대신 생산된 물량의 일부를 한국으로 받겠습니다. 우리 국민들 구하는 일이니 좀 싸게 드리죠.”
그제야 지영순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런 방법도 있군요. 카람찬트 같은 초대형 GMP와 줄이 있는 게 이렇게 도움이 되는군요. 감사합니다. 류 박사님.”
“대신 이번 여름에 제주도에서 뎅기열 유행을 확실하게 통제하셔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자신 있습니다.”
만약 물량이 남게 되면 다시 에이즈 치료를 위해 제 3 세계로 보내면 되기 때문에 문제없다.
적어도 에이즈 퇴치 사업이 지속되는 동안은 수요가 떨어질 일이 없으니까.
***
질병관리본부와 미팅을 마친 류영준은 다음 팀 미팅들을 준비하면서 잠깐의 쉬는 시간을 가졌다.
-뎅기바이러스의 유행을 막고 싶으시면 더 좋은 방법도 있습니다.
로잘린이 메시지를 보냈다.
“백신? 그것도 괜찮지만 개발하는 데 시간이 걸려. 네가 하루만에 뚝딱하고 만들어내도 임상을 돌려야 한단 말이야.”
-아뇨. 매개체를 없애는 방법입니다. 임상은 필요 없습니다.
“매개체를 없애다니? 모기를?”
-네.
류영준의 눈이 가늘어졌다.
“모기를 없앤다니?”
-말 그대롭니다. 뎅기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를 멸종시키세요.
“…….”
모기 멸종 프로젝트는 생물학계의 아주 오래된 떡밥 중 하나다.
실제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특히 구글과 게이츠 재단을 필두로 한 많은 다국적기업들이 이 사업에 큰돈을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근데 그 사업은 비판도 많이 받고 있어. 생태계를 무너뜨린다고. 나도 사실 좀 우려스러운 입장이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랬다간 생태계가 아작난다’는 이들과 ‘아무런 문제없으니 멸종시키자’는 쪽이 팽팽히 맞선다.
“아직 합치되지 않았단 말이야. 정말로 생태계에 큰 악영향이 갈 수도 있어.”
-인간이 생태계에 대해 무식하기 때문에 그런 소릴 하는 겁니다.
“그쪽 과학자들이 들으면 좀 빡치겠는데.”
-조금의 비웃음의 의도도 없이, 그저 사실 전달 차원에서 한 얘기입니다. 인간은 생태계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습니다.
“비웃거나 과장하는 게 아니라 사실인 게 더 빡칠 거 같은데……, 아무튼 알겠어.”
-모기를 멸종시켜서 생기는 문제점은 모기약 제조 회사들의 수입이 떨어진다는 것 하나밖에 없습니다.
“생태계엔 아무 문제도 없고?”
-네.
로잘린이 단호하게 말했다.
“좋아. 모기 멸종 프로젝트를 당장이번 여름에 제주도에서 하지는 못할 것 같지만 일단 들어나보자. 아무 문제도 없다는 부분부터.”
-당연히 문제가 없죠. 천연두 바이러스나 흑코뿔소가 멸종했다고 생태계에 무슨 문제가 생겼었나요? 생태계는 생각보다 유동적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곤충은 바이러스나 흑코뿔소하고 달라. 특히 모기 정도 되는 곤충은 많은 생물들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지구에는 총합 3,524종의 모기가 존재합니다.
“그렇게 많냐?”
소름이 싹 끼친다.
-네. 그리고 그 중에서 사람 피를 빠는 종은 10여 가지에 불과합니다. 전부 멸종시켜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약간의 구조적 변동이 일어나겠지만 괜찮습니다. 별로 치명적인 게 아니라서 금방 메워집니다. 먹이사슬 구조에서 모기라는 곤충의 대체재가 자연계에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로잘린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