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
나 혼자 S급 소환수 1화
프롤로그
어느 날.
세상이 변했다.
세계 곳곳에 생긴 흉측한 몬스터들이 갑작스럽게 인류를 침공한 것이다.
그에 맞추어 인류에게도 특별한 능력이 생겼다.
[가이아의 가호를 받습니다.] [인류에게 ‘감응력’이 생깁니다.] [앞으로 인류는 몬스터를 길들일 수 있습니다.]눈앞에 떠오르는 글자와 떠오르는 상태창, 레벨….
마치 게임처럼 변해버린 현실에 인류는 정신이 없었다.
“가이아가 누굽니까?”
“감응력은요?”
“도대체 어떤 원리로 전 세계인의 눈앞에 무언가가 보이는 거죠?”
저명한 과학자들과 분석가들이 나섰지만, 그 누구도 이 사태에 대해 명확히 규명 짓지 못했다.
“지금 그게 문젭니까?”
“일단 싸워야죠!”
“지구의 종말을 막아야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어섰다.
시스템이 요구하는 대로 능력을 키웠고 길들인 몬스터를 앞세워 싸웠다.
원인 따위를 파악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자신과 눈앞의 가족을 몬스터로부터 지켜야 했다.
1년, 2년, 3년, ……10년.
그렇게 인류는 계속해서 싸웠다.
곳곳에 생긴 던전을 공략했고 몬스터의 등급을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조사 결과 모든 몬스터들의 근원이 존재하는 곳을 알아냈습니다!”
“그게 어디인가요?”
“……미궁, 최후의 미궁입니다!”
“그, 그곳은?”
“네, 맞습니다. 수백의 길드가 도전했고 수만의 서머너들이 도전했지만 실패한 난공불락의 미궁.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삼켜 먹은 채 단 한 번도 뱉어내지 않은 사상 최악의 던전이죠.”
“아아….”
“이럴 수가….”
모든 사람들이 절망했다.
최후의 미궁.
던전들 중 유일하게 클리어 불가능 판정을 받은 곳.
그곳은 그만큼 공포스러운 곳이었다.
“마, 말도 안 돼. 그럼 우린 평생 싸워야만 하는 거야?”
“저기에서 죽어간 6성 소환수만 수천이 넘을 거라고!”
6성 소환수.
언제나 그렇듯, 모든 서머너들이 같은 수준의 소환수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소환수의 레벨에 따라 등급이 상승했고 시스템은 그것을 등급으로 나눴다.
1성(★)부터 6성(★★★★★★)까지.
길들인 소환수들과 교감하고 꾸준히 몬스터를 잡다 보면 진화라는 것을 했다.
그렇게 달성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이 6성.
“6성이면 그래도 흔한 거 아냐?”
“이봐! 그 6성이 수천이라니까?”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6성 등급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니란 거지. F급 몬스터만 주야장천 키우면 6성 만들긴 쉬우니까.”
“아, 그건 그렇지.”
6성이라도 다 같은 6성이 아니었다.
각 소환수에게는 또다시 태생 등급이란 게 있었다.
F급부터 A급까지.
태생부터 설정된 이 등급은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수준 격차가 있었다.
동일 성(★), 동일 레벨 기준으로.
A급을 잡기 위해선 B급 100마리 정도가 필요했고-
B급을 잡기 위해선 C급 100마리 정도가 필요했다.
물론, 이게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거지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다.
서머너의 실력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어쨌든 태생 등급 사이에는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어떠한 격(格)이 존재하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리고 높은 태생 소환수를 길들이기 위해서는 그 수준에 맞는 ‘감응력’이 필요한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그들이 있잖아.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
“서, 설마?”
“그래, 그들이라면….”
인간이 길들일 수 있는 최고 등급이라고 알려진 A급.
그 A급 소환수를 세 마리나 길들인 세계 최고의 서머너들이 있었다.
유럽 출신의 ‘빛의 성녀’.
미국 출신의 ‘냉철한 분석가’.
그리고 대한민국 출신의 ‘서머너 마스터’.
그들은 인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최후의 미궁? 우리가 간다.”
“너희는 따라오지 마. 방해만 되니까.”
그렇게 그들은 터벅터벅 미궁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세계 평화의 책임을 어깨에 이고서.
* * *
최후의 미궁 내부.
그 끝자락에 온몸에 흙먼지를 묻힌 세 남녀가 걷고 있었다.
그들의 초라한 행색은 지금까지의 여정이 얼마나 고됐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드디어 도달했군.”
냉철한 분석가 제프리가 읊조렸다.
“99년하고도 11개월이나 지난 긴 여정이었다.”
미궁은 복잡했다.
끝이 없는 미로의 연속이었고 수준 높은 몬스터들이 끊임없이 밀고 들어왔다.
즉, 그들이 약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싸워왔다는 뜻이다.
“퉤, 미궁의 트릭이 시간이었을 줄이야.”
늘씬한 금발의 미녀.
유리아가 먼지 낀 가래를 내뱉었다.
처음 미궁에 도착한 순간 그들은 미궁을 분석했다.
그 후, 미궁의 시간 흐름이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실의 1년이 이곳에서의 20년.
웬만한 사람이라면 미칠 수밖에 없는 긴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세계 최고의 서머너들.
미궁의 시련을 견뎌내고 마침내 최종 보스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최후의 미궁, 끝자락에 도달합니다.] [‘파괴룡’ 데몰리션(★★★★★★)이 모습을 드러냅니다.]쿠구궁!
검은 안갯속에 드리우는 끔찍한 소리.
칠흑 같은 그림자가 미궁 전체를 감쌌다.
“스벌, 요란하기도 하네.”
유리아가 지친 표정으로 관절을 풀었다.
“빨리 끝내고 치킨 먹으러 나가자고. 난 나가면 몬스터 고기는 쳐다도 안 볼 거야.”
공포스러운 광경 속에서도 그녀의 모습은 태연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
그것을 수백 번 이상 넘어온 그들은 이미 죽음 따위에 초연해진 지 오래였다.
“난 라면이 먹고 싶군.”
제프리 역시 전투를 준비하며 대꾸했다.
“마스터의 국가에서 먹어봤던 그것은 정말 끝내줬지.”
“또 라면 타령? 그게 그 정도야?”
“끝내주지.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기억하고 있는 것 보면 답 나오지 않나?”
제프리의 답에 유리아가 뒤를 돌아봤다.
“야, 마스터.”
“……왜.”
뒤에서 피곤함에 찌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현존하는 서머너들의 정점에 선 존재.
‘서머너 마스터’ 진도윤이었다.
“약속해. 이거 끝나면 꼭 나한테도 그 음식 대접하기로.”
“뭐가 됐든, 집중해라. 괜히 나대다가 뒈지면 라면은커녕 치킨도 못 먹을 테니까.”
“헹, 마스터가 있는데 뭐, 문제 있겠어?”
농담 식으로 말하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그들은 철두철미하게 움직였다.
각자의 소환수들을 꺼내 적절한 곳에 배치했고 각종 버프 효과를 챙기며 전투를 준비했다.
유리아가 힐링 및 버프.
제프리가 디버프와 전략.
그리고 진도윤이 딜링 포지션이다.
“…….”
금세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그들도 아는 것이다.
저 앞에 보이는 시커먼 용이 만만치 않은 상대가 될 거라는 사실을.
쿠르릉!
커다란 성전 중앙.
그 위에 웅크려 있던 놈이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여기까지 올 수 있는 인간이 있다니…. 놀라울 뿐이로구나.”
[‘파괴룡’ 데몰리션(★★★★★★)이 응시합니다.] [주의! 주의! 주의!] [모든 소환수가 공포에 빠집니다.] [모든 소환수의 능력치가 30% 하락합니다.]“……미친.”
유리아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놈의 시선이 생각보다 소름 끼쳤기 때문이다.
“즉사 스킬 3개, 봉인 스킬 2개, 초월 스킬 5개.”
제프리가 소환수의 특성을 이용해 놈의 정보를 빠르게 읊었다.
“놈이 지닌 체력과 마력은 측정 불가. 거기에 태생 등급이…. S급이다.”
“S급?! 그런 등급도 있었어?”
“나도 놀랍군. 아무래도 이곳이 우리의 무덤이 될지도 모르겠다.”
제프리는 분석가.
태생 등급이 가진 ‘격’의 차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라, 제프리.”
마스터가 메마른 목소리를 내뱉었다.
미궁에 들어온 지 어언 100년.
이제 눈앞에 결실을 맺을 최종 보스가 있는데 여기서 죽기에는 너무도 억울했다.
“우리는 어떻게든 살 거야.”
우우웅!
그의 주변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태생 A등급의 전설의 소환수들이 그와 감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갈 땐 가더라도 먹고 싶었던 것들은 배 터지게 먹고 가야지 않겠어? 라면이든 뭐든.”
“맞는 말이다, 마스터.”
“좋아! 어디 한번 죽어보자고!”
세계 최고의 서머너들.
그리고 태생 S급의 최종 보스.
그렇게 지구의 평화를 가리는 세기의 대결이 시작됐다.
* * *
콰아앙!
전투는 길고도 길었다.
약 1개월 동안 쉬지 않고 지속됐다.
“조온나 빡세네 이거, 죽일 방법은 있는 거야?”
파괴룡은 질기면서도 강했다.
100년간 쌓아온 경험과 감응력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진즉 패했을 거다.
“유리아.”
제프리가 지친 목소리로 불렀다.
“왜.”
“아무래도 기피했던 최종안을 선택해야 할 것 같다.”
긴 전투 동안 그들은 파괴룡의 패턴을 찾았다.
그러나 항상 최종 공격에서 실패했다.
접근할 때마다 터져 나오는 놈의 두 가지 봉인 스킬 때문이었다.
결국, 제프리는 결론을 내렸다.
놈에게 다가가기 위해 두 공간에서 놈의 봉인기를 받아내기로.
“마스터가 딜러 포지션이니까 우리가 막아낼 동안 치명타를 노려.”
“그 방법은 기각한다.”
마스터, 진도윤이 단호하게 말했다.
“너희들 수준으로 감당할 수 없는 기술이야. 너희 목숨을 담보로 이겨봐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건 어쩔 수 없다. 마스터. 이대로 가다간 전부 다 의미 없이 죽는다.”
“맞아, 마스터. 어차피 죽음 따위 이젠 아무렇지도 않거든. 우릴 개고생 시켰던 저 새끼한테 한 방 먹일 수만 있다면.”
제프리의 말에 유리아도 맞장구쳤다.
진도윤은 그래도 고개를 저었다.
오랜 세월 함께 싸워온 동료들이다.
아무리 승리가 중요하다 해도 이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처음으로 마스터의 명령을 어겼다.
흉포하게 울부짖는 파괴룡의 좌우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슨 짓이야! 당장 멈춰!”
“마스터. 그동안 고마웠다. 그리고 잊으면 안 된다. 놈의 급소는 심장이야.”
“미안해, 마스터. 저 새끼 꼭 잡아줘야 해?”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동료들을 보며 진도윤은 이를 꽉 깨물었다.
입술 사이로 짙은 피가 흘러나왔다.
못 가게 막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이라도 읽은 듯 동료들의 행동은 재빨랐다.
이미 활의 시위가 당겨진 것이다.
[‘파괴룡’ 데몰리션(★★★★★★)이 포효합니다.] [주의! 주의! 주의!] [감당할 수 없는 힘이 요동칩니다.]봉인기의 발동.
놈의 눈에서 양 갈래로 광선이 터져 나왔다.
“끄아아악!”
“커헉!”
동료들이 소환수와 함께 얼어가고 있었다. 돌이 되고 있었다.
‘빌어먹을.’
시간이 없었다.
동료들이 만들어준 발판.
일단, 그 희생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진도윤은 사방에 펼쳐져 있던 세 마리의 소환수를 모았다.
죽지 않는 새.
‘피닉스’(★★★★★★).
물의 정령왕.
‘엘라임’(★★★★★★).
죽음의 기사.
‘데스나이트’(★★★★★★).
그를 ‘서머너 마스터’로 만들어준 최고의 A급 소환수들이었다.
‘파괴룡 데몰리션…. 네놈만큼은.’
진도윤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놈의 모가지는 따내겠다고.
타앗!
힘껏 발을 굴러 거리를 좁혔다.
놈의 급소를 향해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