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04
나 혼자 S급 소환수 104화
습격 (2)
“후, 이번에도 한바탕 거하게 저지르셨구만?”
자료 몇 개를 훑어보던 유준태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간다고 했을 때부터 예상한 거 아니었냐?”
소파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던 진도윤이 씩 웃으며 말했다.
“좋아서 그러지, 좋아서. 행복한 일거리다, 이놈아. 후, 어쨌든…… 덕분에 프리덤 녀석들 골치 좀 아플 거야. 사건을 공론화하기만 하면 세계 협회에서 전부 조사 나갈 거거든.”
그동안 얼마나 바빴는지, 유준태의 눈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피어 있었다.
“공론화?”
“응, 기사 내야지.”
“……기사는 아직 안 돼.”
진도윤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그를 본 유준태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설마…… 진짜 가려는 거냐? 그곳에?”
그에게는 이미 잭 폴탄이 건 소집에 대해 말해둔 상태였다.
“……가야지. 잭 폴탄 그놈, 이번엔 제대로 잡아 족칠 생각이야. 그전까지만 기사 좀 미뤄줘.”
아직 잭 폴탄은 로즈 케미칼의 한국 지부가 털린 것을 모른다.
소식이 퍼져 나간다면 계획을 변경할 수도 있을 터.
습격은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해야 하는 법이다.
“…….”
“왜 말이 없어?”
“그냥, 걱정돼서 그런다. 아무리 너라 해도 얼마나 많은 인원이 모일지도 모르는 일인데.”
“많이 모일수록 좋지 뭐. 청소하는 김에 싹 다 치울 수 있고.”
“……프리덤을 상대로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 거다.”
유준태는 불안했다.
아무리 서머너 마스터가 강하다 해도, 세월이 많이 흘렀기 때문이다.
5년이란 시간.
강과 산이 변할 정도는 아니라도, 꽤 긴 시간이다.
서머너들의 평균 실력이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말이다.
당장, 피닉스를 보고도 호기롭게 덤볐던 잭 폴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예전이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었으니까.
“영감이 걱정하는 게 뭔지 알아. 근데 말이야.”
상대가 강하든 말든, 진도윤에게 그런 건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곳엔 유리아가 있어. 만약 그곳이 최후의 미궁급 던전이라 해도 난 들어갈 거야.”
“…….”
진도윤의 단호함을 느꼈을까, 유준태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남들이 강해진 것보다, 진도윤은 훨씬 더 강해졌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2주 후라 했지?”
“응.”
“혼자 갈 거냐?”
“아니, 유아린은 데려가야지.”
약속했었다.
얼어붙은 유물을 받는 대가로 복수를 돕기로.
어찌하다 보니, 뜻하는 바가 같아졌지만.
그녀를 놓고 갈 수는 없었다.
“아 참, 제프리가 탐독 거의 끝나간다고 하더라.”
“탐독?”
“왜, 저번에 맡겼던 황금색 양피지 있잖냐. 지도라 했던 거.”
“아.”
그곳도 한 번 가보긴 해야 했다.
그래도 수 높은 던전의 보상.
어떤 히든 피스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물론, 지금은 아니다.
“우선은 유리아의 확보가 먼저야.”
“그래, 그게 맞지.”
진도윤이 그의 동료들에게 얼마나 강한 애착을 가졌는지는 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유준태는 그런 그를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꼭 원하는 바를 이루기를.
* * *
2주라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그 시간 동안 진도윤은 몸을 단련하고 감응력을 수련하는 데, 온 신경을 다했다.
또한, 유준태에게 받은 주요 프리덤 멤버들의 소환수와 특수 능력을 전부 숙달했다.
대부분이 진도윤이 본 적 있던 종류의 소환수였지만, 특이한 것들도 있긴 했다.
예를 들어 키메라 같은 것들.
“후우…….”
현재도 그의 어깨 위에는 도합 200㎏짜리 바벨이 걸려 있었다.
전문적인 파워리프팅 선수들도 몇 개 하기 힘든 스쿼트를, 그는 벌써 200번째 하는 중이다.
‘훈련장 나쁘지 않은데?’
오래간만에 들린 풍운 길드는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이혜연이 돈을 많이 버는지, 과감하게 투자한 상태.
건물도 신식으로 바뀌어 있었고, 무엇보다 진도윤의 마음에 쏙 드는 것은 이 훈련장이었다.
‘암, 아무리 서머너가 직접 싸우지 않는다고 해도 체력 단련은 필수지.’
스윽! 스윽!
진도윤은 계속해서 하체 운동을 반복했다.
근육이 서서히 땅겨왔다.
하지만, 아직 한계에 도달하려면 멀었다.
“…….”
그런 진도윤을 벅찬 감동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길드원들이 있었다.
“……저분이 그 유명한 진도윤이구나.”
“역시 대단한 데는 이유가 있어……. 아침부터 저렇게 열심히 하시다니.”
“근데 아무리 서머너라 해도…… 저게 가능한 중량이야?”
“괴물이지, 괴물.”
풍운 길드는 진도윤의 이름을 빌려, 길드원들을 대폭 증진시켰다.
그렇기에 눈앞에 보이는 서머너들도 다 초면인 상태.
그러나 진도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시선을 즐기며, 운동을 반복했다.
그렇게 한창 자극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철컥!
훈련장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가벼운 캡모자를 눌러 쓴 여성이 들어왔다.
캐주얼한 복장임에도 숨길 수 없는 미모를 가진 그녀.
구경하던 길드원들의 동공이 더욱 커졌다.
‘……저, 저분은?’
‘얼음 공주, 유아린이다.’
‘와, 언제 봐도 존예시네.’
‘크, 저런 사람이랑 같이 다닐 수 있다니……. 부럽다, 부러워…….’
유아린은 진도윤을 알기 전부터 서머너들의 연예인과도 같은 존재.
대다수 길드원들은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물론, 그녀는 뜨거운 시선을 당연하다는 듯 무시하며 진도윤에게 다가갔다.
“왔냐?”
덜크렁!
바벨을 거칠게 내려놓은 진도윤이 씩 웃었다.
“네, 내일…… 그놈들을 처리하는 날이니까요.”
유아린이 이를 바득 갈며 답했다.
마치 전쟁터라도 나갈 듯한 표정을 짓는 그녀.
그녀도 다가온 복수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주간 칼을 갈며 훈련했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때가 온 것이다.
“너무 긴장하지는 말고.”
“그렇다마다요. 오히려 흥분되는걸요?”
결연한 표정으로 답하는 그녀는 복수에 성공하리라는 확신이 돋보였다.
그 배경에는 진도윤에 대한 믿음도 있으리라.
“우리 한 가지만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
우둑, 우두둑.
목을 돌리며 스트레칭을 하던 진도윤이 불현듯 말을 꺼냈다.
유아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떤 걸요?”
“알다시피 나도 놈들에 대해서는 완벽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생각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뜻이야.”
“각오하고 있어요.”
“네 궁극적인 목표는 놈들에 대한 복수. 내 궁극적인 목표는 유리아의 구출.”
진도윤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했다.
만약 어떤 불가피한 상황이 오더라도, 우선 목표를 이루겠다는 뜻.
유아린은 곧바로 이해했다.
“네, 서로 목표 완수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겠죠.”
“좋아, 그거면 됐어.”
진도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아린에겐 서운하게 들릴 수도 있을 말이었지만, 함께 하기 위해서는 확실히 짚어둬야 했다.
진도윤도 유리아만 아니었으면 그렇게 무리한 수를 쓰지 않았을 테니까.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황색 두건도, 여권도, 경비도 다 챙겨뒀다.
‘잭 폴탄. 목 씻고 기다리라고.’
진도윤은 벌써부터 근질거리는 몸을 주체하며 발을 옮겼다.
힘찬 발걸음이었다.
* * *
10:00 PM.
라스베이거스 더 베네시안 리조트 호텔 카지노.
정문 앞에 선 진도윤이 찐하게 기지개를 켰다.
오랜 기간 비행기에 앉아 있었더니, 몸이 찌뿌둥했다.
“후……. 또 라스베이거스인가?”
요새 들어 서울 다음으로 자주 보는 도시가 이곳이었다.
그래도 각자의 호텔마다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하기에, 지루하지는 않다.
호텔 앞을 수놓은 운하와 예쁜 다리.
하나의 궁전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조명의 건물이 사람들의 시선을 이끈다.
물론, 또 하나 시선을 끄는 자들이 있었다.
바로 누가 봐도 수상한 황색 두건을 쓰고 있는 진도윤과 유아린이었다.
꿀꺽!
느껴지는 사람들의 시선에 유아린이 침을 삼켰다.
그런 그녀를 보며 진도윤이 픽 웃었다.
“한국에서는 시선들 잘 걷어내더니 왜, 여기서는 긴장되나 봐?”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잖아요…….”
“너무 긴장하지 마라. 수틀리면 다 족치면 되니까.”
“그 말 들으니까 더 긴장되는데요?”
말은 그렇게 해도 진도윤은 계속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드문드문 자신과 같은 색의 복장을 한 자들이 보이기도 했다.
아마 그들도 프리덤의 멤버일 터였다.
‘11시 안에, 알아서 안내인이 붙는다고 했었지?’
김춘식의 말이 맞다면, 이곳에서 구경하고 있으면 될 일이었다.
‘뭐, 아니라 해도 상관없고.’
이미 눈대중으로 황색 두건을 쓴 자를 추적하는 중이었다.
저들만 놓치지 않으면,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 * *
“후우우.”
호텔에서 대관한 거대한 스카이라운지 강당 내부.
한 남자가 청소를 진행하고 있었다.
“힘들어 죽겠구만.”
오늘 이곳에 모이는 프리덤 멤버만 100명이 넘는다.
잭 폴탄 휘하에 배치된 인원들이 전부 모이기 때문이다.
“이례적인 일이긴 하네.”
“뭐가?”
옆에서 험악한 인상의 대머리가 물었다.
그 역시, 프리덤의 멤버 중 하나.
“잭 폴탄 님께서 전부 소집령 때린 건 처음 아니야?”
“그렇긴 하지……. 프리덤은 점조직이니까.”
“뭔 일일까?”
“진도윤, 그자 때문 아닐까?”
“아……. 엄청 깨졌다지?”
“쉿! 말조심해라. 그분 귀에 들어가면 최소 사망이야.”
대머리는 무언가를 떠올리곤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잭 폴탄을 몇 번 마주한 적이 있었다.
오싹한 한기가 느껴지는 시선과 잔인한 성정.
법을 무시하는 프리덤이기에 더더욱 무서웠다.
그런데도 그가 프리덤에 남아 있는 이유는 한 가지.
‘나도 법을 무시할 수 있거든, 클클.’
강자에게만 굽히면 약자에게는 어떻게 해도 무관하다.
위선적인 협회의 법을 무시하고 특별한 서머너들만의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프리덤이라는 집단의 목표였으니까.
“그나저나…… 진도윤 그 사람은 뭐길래 잭 폴탄과 싸우는 걸까? 대한민국 사람이라지?”
아직 프리덤 내부에도 진도윤이 서머너 마스터라는 사실이 전파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들은 진도윤이 어떤 자인지 자세히 몰랐다.
“듣기로는 이번에 잭 폴탄께서 말씀해 주신다던데?”
“그래?”
“기대되긴 하네.”
대머리가 씨익 웃으며 청소기를 꺼내든 순간.
덜컹!
문이 열림과 동시에 누군가가 들어섰다.
“허, 헉? 아, 안녕하십니까.”
대머리가 급히 고개를 숙였다.
“뭐야? 누군데?”
청소하던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자 대머리가 급히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머리를 꽈악 눌렀다.
“재, 잭 폴탄 님이잖아.”
“헉?”
그도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끔찍한 고문을 선사한다는 잭 폴탄.
괜히 찍혀서 좋을 거 없었기 때문이다.
잭 폴탄은 그런 그들을 귀찮다는 듯 무시한 채, 강당 위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그를 뒤따르고 있는 자에게 말했다.
“석상은?”
“곧 이곳에 위치시킬 예정입니다. 수준 높은 보안 요원들을 붙여뒀습니다.”
“그래, 소집까지 시간은 얼마나 남았지?”
“30분 남았습니다. 현재 안내원들을 풀어 이곳으로 인도시키는 중입니다.”
“전용기는?”
“역시 근처 공항에 배치시켜 뒀습니다.”
“잘했다.”
“감사합니다.”
잭 폴탄은 강당 무대에 배치된 푹신한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그러고는 차가운 시선으로 문 앞을 응시했다.
“……기대되는군.”
프리덤의 조직 체계는 신비로우면서도 기괴하다.
같은 소속의 수하들끼리도 서로의 정체와 신분을 모르니까.
그도 지령으로만 컨트롤하던 자기 소속 수하들을 직접 보는 것은 몇 명을 제외하곤 처음이다.
그렇기에 흥미가 돋았다.
‘목 씻고 기다려라, 진도윤.’
진도윤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잭 폴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