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15
나 혼자 S급 소환수 115화
동부 평야, 타르라크 (1)
“뀨웅!”
신나게 뛰쳐나간 데몰리션이 날카로운 기세로 발톱을 휘둘렀다.
그러나 데스나이트는 기민한 상체 움직임으로 그것을 가볍게 피해냈고-
쐐애액!
이내 검을 섬광처럼 휘둘러왔다.
“뀨, 뀨웅?”
당황한 표정의 데몰리션이 기겁하며 물러섰다.
한 단계 초월한 스킬, 변화하는 육체(S급)로도 위협을 느낄 만큼 날카로웠기 때문이었다.
“진도유운……. 쟤네 장난 아니야.”
“끼루루루…….”
엘라임의 물 공격도.
피닉스의 불 공격도.
데스나이트의 단련된 신체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잘 통하지 않는 것은 둘째 치고, 맞추는 것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진도윤이 이러할진대.
유아린이나 김제하는 어떻겠는가.
“우, 움직임이 너무 빨라요!”
“투명 스킬이 너무도 가볍게 읽힙니다!”
“이러다 정말 죽겠는데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소환수를 컨트롤하고 있었다.
한 방, 두 방, 세 방…….
부딪칠 때마다 소환수들의 움직임이 더뎌지기 시작했다.
엘라임의 회복 스킬도 무시할 만큼, 내부 피로가 급속도로 쌓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후우…….”
진도윤이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뱉었다.
과연 S급 던전일까?
고작 졸개 데스나이트로 보이는 녀석들이 만만치가 않았다.
‘원래 이 정도면 일반 A급에 불과할 텐데…….’
문제는 이곳이 마계라는 점이었다.
그가 알던 데스나이트와는 차원이 다른 힘과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아마 데몰리션과 피닉스가 4성(★★★★)을 이뤄내지 못했다면, 이미 전부 요단강을 건넜을 거다.
“무슨 졸개가 이렇게 세? 이거 보스급 아냐?”
진도윤이 컨트롤하며 제프리에게 물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고.
“데스나이트는 생전에 무(武)의 경지에 이르렀던 영혼만이 될 수 있다는군.”
“……뭔 놈의……!”
“아마 컨트롤도 일반 몬스터와는 차원이 다를 거다.”
각각의 데스나이트가 사용하는 스킬이 다 다르다.
뿐만 아니라, 움직임도 기술도 다르다.
“생전에 사용했던 무술들을 쓰고 있다는 거야?”
“그렇다. 마스터의 데스나이트도 한 끗발 하지 않았었나?”
“그랬었지. 근데 걘…… 죽었잖아.”
진도윤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어쨌든, 그런 거라면 인정이다.
‘내 데스나이트도 그랬었으니까.’
유난히 자신의 컨트롤에 따르지 않았던 녀석.
그래서 오히려 편했었던 기억도 있다.
굳이 신경 안 써줘도 혼자 다 휩쓸어버렸으니까.
‘근데 막상 만나보니까…… 이거 장난 아니구나.’
진도윤은 처음으로 몬스터에게 배울 점을 느꼈다.
컨트롤로 밀려보는 것도 굉장히 오랜만이다.
“저들도 이런데 이곳의 패권을 쥐고 있다는 크림슨 나이트는 어쩌려나?”
“음……. 끔찍하겠지.”
제프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간만에 재미있네.”
까앙!
데몰리션으로 데스나이트의 참격을 받아치며 진도윤이 쓰게 웃었다.
두근!
자신의 심장을 이렇듯 다시 뛰게끔 하는 전투는 그로서도 오랜만이었다.
“좋아, 이번 목표는 정해졌다.”
“목표라면?”
“컨트롤로 저들을 압살하는 거.”
진도윤이 과거 서머너 마스터라 불렸던 이유.
그것은 몬스터의 등급도 개수도 아니었다.
바로 상대를 농락하고 압살하는 컨트롤.
한데 배울 구석이 있는 상대가 나타났으니, 어찌 흥미롭지 않겠는가.
[파괴룡 ‘데몰리션’(★★★★)이 수준 높은 전투에 즐거워합니다!] [친밀도가 1 상승합니다.]“뀨우웅!”
방금 한 대 얻어맞아 놓고 즐겁다는 듯 울부짖는 데몰리션.
그 서머너에 그 소환수였다.
* * *
“헉, 헉, 허억.”
“헥, 헥……. 콜록, 콜록.”
유아린과 김제하는 이미 바닥에 나자빠진 상태였다.
유아린의 소환수인 펜-리르와 이프리트도 번 아웃 상태에 가까워졌고-
죽음의 사신, 세티스도 상처를 부여잡으며 울부짖고 있었다.
“후우…….”
버티고 있는 것은 진도윤뿐.
그러나 그마저도 이미 진이 다 빠진 상태였다.
‘어떻게 이렇게 빡세냐…….’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인 점은, 데스나이트의 상태도 비스름하다는 것.
타고 있는 갑주에는 이가 다 빠져 있었고 검을 휘두르는 속도도 느려졌다.
“어떻게…… 버틸 수 있겠나?”
옆에서 제프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역시 태초의 마녀, 린다로 열심히 디버프를 거느라 지쳐 있는 상태였다.
“…….”
진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대답할 힘조차 없었다.
‘나도 몰라, 그냥 싸우는 거지.’
서로의 실력이 비슷할 때, 승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힘들다고 멈추면 죽음뿐이기에 움직이는 것뿐이다.
그 순간, 선두에 있던 데스나이트의 안광이 번뜩였다.
‘이런…….’
콰앙!
“규웅……?”
데스나이트의 2연격에 승용차만 한 크기로 변한 데몰리션이 뒤로 나뒹굴었다.
여러 가지 크기로 변형시켜 봤지만, 컨트롤에는 이게 제격이었다.
너무 크면 움직임이 불편했고, 너무 작으면 힘이 실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피닉스 달라붙고, 엘라임은 바로 치료해!”
화르륵!
진도윤이 즉각적으로 소환수를 통제했다.
마치 싸움의 귀신이 강림한 듯한 독기와 끈기.
유아린과 김제하도 그 모습에 자극을 받았다.
“……. 헤엑, 헤엑! 자, 잠시만요! 바로 도와드릴게요!”
“으아아아!”
다시 일어나 기합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이미 힘이 빠진 터라 큰 도움은 못 되지만, 그래도 시선을 뺏을 수는 있다.
‘그래, 그렇게 좀만 시간 끌어줘.’
진도윤은 나뒹굴던 데몰리션을 뒤로 더 멀리 뺐다.
‘녀석들의 발이라도 묶는다.’
그러고는 스킬, 혹한의 지배자(S급)를 준비했다.
혹독한 냉기로 상대를 얼어붙게 하는 봉인기.
‘브레스류를 쓰고 싶지만…….’
더는 감응력이 남아나지 않았다.
그래도 혹한의 지배자면, 초월을 3번이나 했기에 그나마 먹히긴 할 거다.
우우웅!
진도윤은 집중해서 모든 감응력을 쥐어짜듯 끌어냈다.
후웅!
그의 신호에 맞추어, 데몰리션이 힘찬 날갯짓과 함께 하늘을 나는 순간.
쩌저적!
서늘한 한기가 온 공간을 뒤덮기 시작했다.
[파괴룡 ‘데몰리션’(★★★★)이 혹한의 지배자를 사용합니다.]콰드드득!
모여들었던 에너지가 푸른 빛과 함께 데스나이트들을 향해 폭사했다.
“그어어어…….”
“그어어…….”
스킬에 정면으로 직격당한 녀석들이 괴로운 듯 비명을 질렀다.
녀석들의 숨결은 고드름이 되었고, 갑옷은 살얼음으로 뒤덮였다.
쩌적! 쩌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는 것은 변함없었지만.
“지금이야, 죽여!”
끈질긴 데스나이트들에 살짝 질린 진도윤이었지만, 어차피 예상은 했다.
지금은 속도를 줄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바, 바로 달리겠습니다!”
“공격할게요!”
일행들이 다시금 공격을 개시했다.
그래도 오랜 기간 훈련한 만큼.
한 점의 흠도 없는 깔끔한 연계 공격을 보여줬다.
펜 리르의 발톱이 호선을 그리며 녀석의 머리를 꿰뚫었고-
세티스의 낫이 녀석이 휘두르는 검을 지탱했다.
“그르!”
데스나이트 중 하나가 눈을 번뜩인 것은 그때였다.
동시에 검에서 하얀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검강?’
진도윤은 단숨에 그것을 알아봤다.
그의 데스나이트도 줄곧 사용했었던 필살기였으니까.
“뒤로 빠져!”
진도윤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이미 녀석은 검을 휘둘렀다.
창그랑!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혹한의 지배자 스킬이 풀렸다.
다시 빨라지는 이동 속도.
녀석은 다른 소환수들의 공격을 무시하고 한 곳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유아린이 있는 장소.
“무, 무슨?”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녀는 당황했다.
멧돼지처럼 달려오는 녀석의 모습에 온 신경이 굳어버렸다.
‘제기랄.’
진도윤이 입술을 깨물었다.
소환수가 까다로우니 본능적으로 서머너를 직접 타격하려는 것이다.
“제프리!”
“알고 있다!”
태초의 마녀, 린다의 디버프에 질주하는 데스나이트의 속도가 조금 더 느려졌다.
그러나 말 그대로 조금일 뿐.
그녀에게 다가가는 데스나이트를 막을 방도는 없었다.
“유아린!”
“전 괜찮아요!”
그녀는 헐떡이는 호흡을 진정시키며 다가오는 데스나이트를 노려봤다.
전방에 나가 있는 펜-리르와 이프리트는 주인을 지키기 위해 다가오는 상태.
누가 봐도 어쩔 수 없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고작 이런 곳에서 죽으려고 따라온 거 아니잖아.’
아직 던전의 초입부다.
그곳에서 만난 일개 몬스터에게 당할 수는 없었다.
‘한 번만…….’
한 번만 피해내면, 살 수도 있다.
유아린은 이빨로 볼을 깨물었다.
강한 혈향에 몽롱했던 정신이 번뜩 들었다.
그리고 다시 감응력을 운용했다.
쐐애애액!
데스나이트는 질주하는 가속도 그대로 검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다.
바로 눈앞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검.
한편으로는 어마어마한 기운도 느껴졌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전 싸움에서도 봤던 공격 패턴이라는 점.
“흐읍!”
그녀는 눈을 부릅뜬 채, 감응력을 물리화 했다.
그러고는 검의 방향을 녀석의 안쪽으로 밀어 넣음과 동시에, 반대쪽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나 고작 서머너가 A급 몬스터의 공격을 피할 수는 없는 법.
옆구리에 충돌을 허용하고 말았다.
퍼억!
“꺄악!”
유아린은 엄청난 통증을 느끼며 옆으로 뒹굴었다.
크림슨 방어구가 있었기에 살이 베이진 않았지만, 온몸이 멍들듯 아파왔다.
“유아린!”
“괜찮나!”
진도윤과 제프리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유아린은 대답할 여력이 없었다.
‘……데스나이트!’
튕겨 나가면서도 그녀의 시야는 데스나이트에 고정되어 있었으니까.
전투하는 상대를 끝까지 바라보는 것.
서머너 마스터가 말하는 전투의 기본이었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그녀는 데스나이트의 빈틈을 포착했다.
“그어…….”
목표를 완전히 타격하지 못해, 중심이 흔들린 죽음의 기사의 모습을.
지금껏 보지 못했던 빈틈이었다.
“펜-리르!”
그녀는 목에 걸린 핏물을 내뱉으며 힘차게 외쳤다.
“컹컹!”
주인을 향해 달려오던 늑대가 그대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리고 휘청거리는 데스나이트의 등 뒤를 그대로 덮쳐버렸다.
스킬, ‘섬광낙하’(閃光落下).
두 발톱을 하늘로 들어 섬광처럼 내리꽂는 펜-리르의 절기였다.
콰가가가가!
마치 두더지라도 된 듯 미친 듯이 발톱을 휘갈기는 펜-리르.
늑대의 눈빛에는 감히 주인을 공격했냐는 듯 분노 또한 담겨 있었다.
“……그어어!”
셀 수 없을 정도의 공격에 단단했던 갑주가 벗겨지고 갈라졌다.
끝이 아니었다.
한 번 잡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듯.
녀석의 심장부를 이빨로 콰득! 물어뜯었다.
“그어어어!”
데스나이트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울부짖었다.
소름 끼치는 영혼의 울부짖음과 펜-리르의 으르렁거림이 한바탕 어우러졌다.
그리고 마침내-
후우웅!
검은 영혼이 하늘로 치솟음과 동시에 갑옷이 바닥에 떨어졌다.
쓰러졌던 유령마 역시 공기 속으로 화해버렸다.
“…….”
잠깐동안 흐르는 적막.
제프리의 입이 열렸다.
“제법이군…….”
“제, 제법이 아니라 미친 거 아닙니까?”
김제하가 입을 떡 벌리며 외쳤다.
위기를 기회로 뒤바꿔 버린 그녀의 모습에 감탄한 것이다.
진도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원래 위기를 뒤바꾸면 기위일 뿐인데…….’
그만큼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렵다는 말이다.
과연, 유아린은 재능이 있었다.
100년의 경험이 없었다면, 진즉 따라잡혔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좋아.”
진도윤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남은 데스나이트는 이제 둘.
하나는 유아린에게 뺏겼으니, 이제 남은 건 자신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