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17
나 혼자 S급 소환수 117화
동부 평야, 타르라크 (3)
어느덧 나흘이 또 흘렀다.
진도윤 일행의 커리큘럼은 단순했다.
식사, 훈련, 수면, 식사, 훈련, 수면…….
조금의 여가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훈련.
던전 내에서 최고의 효율을 뽑아내기 위해, 진도윤은 일행들을 끊임없이 굴렸다.
그러다 보니, 다들 실력이 느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유아린의 성장 속도는 대단했다.
재능도 재능이거니와.
넷 중 가장 노력하는 사람이 그녀였다.
자신과 싸웠던 데스나이트의 컨트롤을 완벽히 흡수하기 전까지는 잠도 자지 않을 정도.
뿌듯한 진도윤이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격려하자, 그녀는 별일 아니라는 듯 웃었다.
그러고는 지나가듯 중얼거렸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나?
김제하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그는 이번 던전 여정이 은근히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이곳에서 훈련을 통해 올린 감응력만 벌써 5.
“형님 덕분에 벌써 감응력이 118입니다. 정말…… 꿈같은 일입니다.”
일행 중 가장 낮은 감응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오르는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었다.
“역시, 최고의 훈련 장소는 던전이지.”
잠깐의 휴식 동안, 진도윤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컨트롤 또한 과거보다 더욱 정교해졌다.
이제는 두 마리의 데스나이트를 홀로 상대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
물론, 그의 마음에 차는 성과는 아니었다.
‘모름지기 몬스터는 한 방에 시원하게 처리하는 게 제맛이니까.’
간신히 두 마리 잡는 거로 좋아하기엔 일렀다.
최종 목표는 크림슨 나이트.
녀석은 마계에서도 나름 알아주는 실력자라 했다.
쉬운 상대가 아닐 것은 분명했다.
“마스터.”
잠깐 정찰에 집중하던 제프리가 신속히 다가온 것은 그때였다.
“어, 제프리.”
“슬슬 자리를 떠야 할 것 같다. 분위기가 이상해.”
“그게 무슨 소리야?”
자리에서 일어난 진도윤이 물었다.
“저쪽 진영에서 눈치를 챈 듯싶다. 이쪽으로 평소보다 많은 데스나이트와 악마들이 모여들고 있어.”
예상했던 일이긴 했다.
크림슨 나이트 소속 데스나이트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데.
반응이 나올 소지가 다분하긴 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좀 빠르긴 하지만.’
이미 각오는 한 상태였다.
진도윤은 주먹을 불끈 쥔 채, 주변을 둘러봤다.
끝이 보이지 않는 텅 빈 들판.
그러나 주변의 공기는 그렇지 않았다.
서늘하고 오싹한 기운들이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불쾌하고 짙은 공기에 숨이 턱 막혀올 정도.
“그래서 어디로 가면 되는데?”
“저들이랑 전면전을 펼치기엔 아직 부족해. 최대한 기운이 적은 곳으로 움직이면서 게릴라를 펼치자.”
“아아……. 게릴라, 좋지. 우리가 지금까지 하던 거네?”
“그렇지. 어차피 녀석들도 다른 진영과 대립 중인 상태라 모든 병력을 이곳에 쏟아붓지는 못할 거다.”
제프리가 네비로스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그러고는 긴장한 표정의 일행들을 쳐다봤다.
“우리가 해야 할 임무는 간단하다. 그냥 끊임없이 놈들을 괴롭히는 것.”
출발하기 직전, 입을 열었다.
“전투하다가도, 상황이 좋지 않으면 바로 몸을 뺀다.”
S급 던전이 처음인 유아린과 김제하에게 하는 경고이기도 했지만,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일행들이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다시피 이번 던전의 임무는 크림슨 나이트를 처리하는 거야. 그리고 그 문구에는 직접 처리해야 한다는 말은 없지.”
진도윤은 제프리가 하는 말의 의도를 단숨에 파악했다.
“야금야금 갉아먹어서 둠 나이트 진영이 이기도록 하자는 거지?”
“정확하다. 그렇게만 된다면, 임무는 자동으로 클리어되겠지.”
제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것처럼.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이용할 생각을 하는 그였다.
* * *
시간이 꽤 흘렀다.
그러나 게릴라는 말처럼 쉽지 않았다.
생각보다 많은 병력이 모였고-
진도윤 일행은 도망치기 바빴다.
“……많아도 너무 많아요.”
“데스나이트 말고 다른 악마들도 있으니 상대하기가 더 빡셉니다.”
처음 몇 마리는 손쉽게 처리했다.
하지만 문제는 싸우는 도중에 몰려드는 녀석들이었다.
게릴라를 하기엔 녀석들을 잡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제프리!”
진도윤이 다급히 제프리를 불렀다.
“왜.”
“그냥 데몰리션을 타고 튀는 건 어때?”
“권장하진 않는다. 악마 중에 대공 능력을 갖춘 녀석이 있어.”
“빌어먹을.”
진도윤이 입술을 깨물었다.
눈앞에서 싸우고 있는 세 마리의 데스나이트는 그렇다 치더라도.
사방에서 눈에 불을 켠 채 질주하고 있는 약 50마리의 데스나이트들, 그리고 종류를 알 수 없는 악마들은 그들을 질리게 만들었다.
콰드드득!
시야 앞, 데스나이트의 기다란 창이 데몰리션의 뺨을 스친 것은 그때였다.
“뀨웅!”
녀석이 흥분한 듯 싸우려 들었지만, 진도윤이 외쳤다.
“데몰리션! 일단, 도망가는 데 집중해!”
“……뀨웅!”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소환수가 서머너의 말을 어길 수는 없는 법.
뾰로통한 표정으로 뒤로 빠졌다.
“다들 뛰자!”
진도윤은 뒤로 빠지면서 일행들의 상태를 파악했다.
제프리의 표정은 좋지 않아 보였고, 유아린과 김제하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자신감에 차 있었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S급 던전을 너무 우습게 봤어요…….”
“우습게 보긴. 다 예상했던 일이지.”
“어떡하죠?”
“최대한 도망쳐야지.”
이제부터는 신의 영역이다.
아무리 진도윤이라 해도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는 법.
운에 기댈 수밖에 없다.
스르륵!
도망치던 그들 바닥에 커다란 진홍색 육망성이 그려지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
“……이건?”
눈살을 찌푸린 진도윤이 제프리를 쳐다봤다.
바닥을 유심히 살피던 제프리의 얼굴이 콱 일그러졌다.
“제길, 이속 감소 디버프야!”
“이속 감소?”
“일정 구간에만 걸리는 저주인 것 같다!”
진도윤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 보니, 멤버들 중 디버프를 해제할 수 있는 자가 없었다.
‘젠장, 유리아만 있었어도……!’
던전에서 서포터의 역할은 중요하다.
힐링뿐만 아니라, 이런 류의 스킬에도 대비할 수 있으니까.
“혀, 형님!”
느려진 속도에 김제하가 경악했다.
뒤따라오는 데스나이트와의 거리가 점점 좁혀져 가는 탓이다.
“다들, 데몰리션을 붙잡아!”
결국, 진도윤은 재빠르게 판단했다.
‘어떻게든 디버프 구간에서 벗어나야만 해.’
데몰리션에게 훌쩍 다가가 어깨를 붙들게 했다.
그러자 일행들이 각자 데몰리션의 부위들을 붙들어 쥐었다.
제프리는 꼬리, 유아린과 김제하는 각 날개를.
“뀨웅……!”
데몰리션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후우, 달린다! 꽉 잡아!”
깊게 숨을 내쉰 진도윤이 힘차게 땅을 박찼다.
[스킬, ‘질주’(S급)를 사용합니다.] [5분 동안 이동속도가 5배 상승합니다.]“끄읏?”
“허업!”
뒤에서 일행들의 외마디 비명이 들려왔다.
쑤우우웅!
진도윤이 엄청난 속도로 내달렸기 때문이다.
‘이, 이 무게를 이고 뛴다고?’
‘평소 근력 단련을 얼마나 하신 겁니까…….’
속으로 감탄한 일행들은 악을 쓰며 붙잡았다.
빠르게 달리느라 발이나 무릎이 바닥에 쓸리긴 했지만, 그런 걸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놓치는 즉시, 데스나이트의 무기가 그들의 두개골을 뚫어낼 테니까.
“다들 괜찮아?”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 그나저나 마스터!”
디버프 구역에서 벗어난 순간.
제프리가 급하게 말을 걸어왔다.
“왜?”
“저기 전방을…… 봐라!”
엎친 데 덮친 격일까?
전방에도 데스나이트 무리가 등장했다.
검붉은 색을 띠고 있는 게 크림슨 나이트 진영임이 분명했다.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
진도윤이 핏방울이 맺힐 정도로 아랫입술을 강하게 씹었다.
달리는 것을 멈추자, 일행들의 안색도 좋지 않아졌다.
“어떡하지? 싸워?”
“잠깐만……!”
제프리는 베테랑이다.
도망치는 와중에도 그의 소환수, 진조를 이용해 끊임없이 주변을 정찰했다.
그 결과,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었다.
“마스터! 혹시 주변에 색다른 감응력이 느껴지나?”
“감응력?”
눈살을 찌푸린 진도윤이 급하게 감응력을 탐지했다.
우우웅!
심장에 있던 기운이 가느다랗게 퍼져 나갔고-
이윽고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었다.
감응력의 근원지는 평야 중앙에 우뚝 솟아 있는 푸른 소나무였다.
“저게 뭔데?”
“아무래도…… 히든 장소인 것 같다!”
“……히든 장소라면?”
진도윤의 눈이 부릅떠졌다.
숨겨진 공간에 들어가게 되면, 던전의 배경이 바뀐다.
즉,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
과거, 최후의 미궁에서도 자주 써먹었던 방법 중 하나다.
“맞아, 우선 그쪽으로 대피해야 할 것 같다.”
“오케이, 그렇게 하자고.”
고개를 끄덕인 진도윤이 쏜살같이 발을 놀렸다.
* * *
악마들은 끈질겼다.
이속 감소뿐만이 아닌 각종 디버프들이 걸려왔으며-
데스나이트들의 거리도 점점 더 가까워져 갔다.
남은 거리는 대략 500m 남짓.
전속력으로 뛴다면, 대략 일 분 정도 걸릴 거리였다.
“저기 소나무 구멍 사이에 입구 보이나? 그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제프리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어어!”
“키이에에!”
악마 한 마리와 데스나이트가 근접했다.
달리던 진도윤은 본능적으로 컨트롤했다.
후웅!
녀석이 빠르게 검을 휘두르는 순간.
퍼억!
가속도를 이용한 데몰리션의 발톱이 녀석의 투구를 으깼다.
“다가오는 놈들은 내가 막을 테니까, 달리는 데만 집중해!”
“아, 알겠어요!”
일행들은 그야말로 죽어라 달렸다.
심장이 터지든 말든 체력 배분 없이 미친 듯 발을 움직였다.
삽시에 소나무 앞에 다다랐을 무렵.
피잉!
강철로 된 활 하나가 진도윤의 얼굴 측면을 노리고 날아왔다.
“진도윤!”
화들짝 놀란 엘라임이 스킬, 물의 지배자(S급)를 이용해 둥그런 보호막을 만들었다.
그러나, 임시적인 방편일 뿐.
콰앙!
어깨 갑주 위에 강력하게 부딪히는 걸 완벽하게 막아낼 수는 없었다.
“끄윽!”
엄청난 충격이 전신을 두들겼다.
달리던 도중이라 나자빠질 수도 있었으나, 간신히 균형을 잡아냈다.
“오빠!”
“혀, 형님?”
달리던 일행들이 속도를 줄였으나, 진도윤은 고개를 좌우로 털었다.
“신경 쓰지 말고 쭉 달려!”
목적지가 코앞이다.
오히려 진도윤은 다행이라 생각했다.
녀석들이 일행들이 아닌, 자신을 먼저 노리는 게.
‘지키는 것보다는 내가 대처하는 게 쉬우니까.’
진도윤은 너덜너덜한 몸을 이끌고도 계속 힘을 냈다.
일행들은 이미 선두를 달리고 있었고-
진도윤이 가장 후미에서 뒤따르고 있었다.
“저, 저흰 먼저 도착했어요!”
유아린이 외쳤다.
그녀의 앞에는 푸른 잎의 소나무가 있었고-
그 기둥 사이로 샛노란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숨겨진 장소의 입구이리라.
“바로 들어가!”
진도윤이 버럭 외치며 달렸다.
퍼걱!
동시에 옆에 따라붙은 데스나이트 한 마리를 데몰리션의 꼬리로 후려쳤다.
녀석이 중심을 잃고 낙마한다.
“마스터, 먼저 들어가겠다.”
“……어떻게?”
유아린의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제프리는 그녀의 몸을 붙잡고 소나무로 뛰어들었다.
‘그렇지.’
역시, 제프리가 상황 판단이 빠르다.
지금 상황은 기다리는 것보다, 들어 가주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된다.
머뭇거리던 김제하 역시 뒤따라 들어갔다.
이제 남은 것은 진도윤 자신뿐.
“가자!”
기합을 내지른 진도윤이 땅을 박찼다.
날아오는 화살을 대비해 살짝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도달하려는 그 찰나의 순간.
[띠링!] [숨겨진 장소 ‘소나무의 의지’를 발견합니다!] [삐빅!] [던전 제한 인원수를 초과합니다.] [제한 인원수 : 3명] [던전에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뭐……?”
달리던 가속도 그대로 튕겨 나온 진도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 악재는 한꺼번에 온다고 했던가?
하필, 제한 인원수가 3명이라니.
“이런 X부럴.”
빌어먹을 상황에 자동으로 욕이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