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24
나 혼자 S급 소환수 124화
선전 포고 (2)
숙소에 들어선 진도윤이 자연스레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오랜만에 계좌를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계좌 상세조회] [계좌주 : 진도윤] [서머너 우대통장 C] [출금가능금액 : 122,800,210,642원]“으억? 이게 뭐냐.”
잔고를 확인한 진도윤은 말을 잇지 못했다.
본인이 생각했던 거보다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던 탓이다.
“벌써 1,228억이라고……?”
물론, 과거에도 모아본 적 있는 단위였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나 빠른 속도였다.
최후의 미궁에서 나온 지 아직 반년도 채 되지 않았으니까.
“털보 녀석……. 정말 열심히도 팔아 재꼈구나.”
아이템 판매 대금은 털보가 알아서 차곡차곡 보낸다.
거기에 월마다 지급되는 이자도 있으니, 돈은 복리로 불어난다.
심지어 아직 팔리지 않은 아이템도 있을 테니.
‘장난 아니네.’
앞으로 별 이상이 없는 이상, 돈은 계속 불어나갈 터였다.
‘뭐, 아직까지 딱히 쓸 곳은 없다만…….’
그래도 돈이 없는 것보다는 많은 게 낫다.
자금이 풍족한 만큼 마음도 풍요로워질뿐더러.
급히 구해야 할 신상 아이템이 있어도 즉시 구매할 수 있을 테니까.
그 밖에 좋은 점은 말로 나열하기 벅찰 만큼 많다.
“흐흐, 이번 S급 아이템이 얼마에 팔릴지 궁금하구만.”
‘대평야의 포용’은 이미 털보에게 넘긴 상태였다.
깜짝 놀란 녀석은 경매 일정이 잡히면 알려주겠다 약속했다.
“건물이나 사야 하나?”
진도윤이 액정 화면을 바라보며 히죽 웃고 있자, 엘라임이 옆에서 빼꼼 쳐다봤다.
“진도유운…….”
“응? 왜?”
“뭐 하구 있어!”
“그냥, 휴식하는 김에 잠깐의 행복을 즐긴다고나 할까?”
“아휴, 그래서 우리 호강은 언제 시켜줄 건데에!”
엘라임이 진도윤의 머리카락을 꼼지락거리며 보챘다.
“아, 맞다. 호강.”
진도윤은 숙소 안에 있는 총 4마리의 소환수들을 바라봤다.
데몰리션과 둠은 심심한 듯 서 있었고-
피닉스는 진도윤의 발치 밑에서 웅크리고 수면을 취하고 있었으며-
엘라임만 옆에서 칭얼거리고 있었다.
“해주긴 해야 하는데…….”
문제가 있었다.
녀석들이 각자 뭘 원하는지도 모를뿐더러.
서머너 마스터임을 숨기고 있는 바람에 야외에 나다닐 수도 없다.
엘라임이 진도윤의 마음을 읽었는지 허리춤에 양손을 가져다 댔다.
“걱정하지 마. 내가 애들한테 다 물어봤거든!”
“오, 그래?”
내심 기대하는 표정을 지은 진도윤이 그녀를 귀엽다는 듯 쳐다봤다.
어느덧 엘라임이 소환수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나 보다.
“응! 둠은 별 관심 없어 하고 데몰리션은 던전 가서 옴팡지게 싸우고 싶대. 피닉스는 용암 지대에 놀러 가고 싶나 봐.”
“참……. 여기서도 각자의 성격이 보이는구나.”
특히, 데몰리션은 참으로 기괴했다.
던전다니는 동안 힘들어서 호강시켜 준다는 건데.
또 던전에 가고 싶다니.
“그나저나 넌?”
“나?”
“응.”
“난 그냥 진도윤처럼 소파에 앉아 푹 쉬면서 TV나 보고 싶은데?”
“엥, TV?”
무언가 굉장히 인간스러운 언어 구사에, 진도윤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정령왕이 TV도 봐?”
“저번에 말했잖아. 정령들한테 인간 세상에 대해 전해 듣곤 한다고. 걔네들이 직접 보는 거엔 TV가 직빵이라던데?”
“그, 그래?”
당황한 진도윤이 리모콘을 찾아 그녀에게 넘겼다.
“헷헷! 고마워, 진도유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받아드는 그녀를 바라보며 진도윤은 생각했다.
‘차라리 잘됐어.’
소환수들의 바람이 생각보다 소박해서 다행이었다.
엘라임은 휴식하도록 놔두고, 피닉스와 데몰리션은 불 속성 던전에 데려다주면 되니까.
‘어차피 둠도 키워야 하는데.’
열심히 렙업시켜 놨더니, 또 1성(★)짜리 소환수가 생겼다.
이제 녀석을 집중적으로 키워야 한다.
엘라임이 어색하게 채널을 돌리고 있는 동안, 진도윤은 둠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 소드 마스터리(S급) : 검술에 극의를 담기 위해 끝없이 정진한다.
– 가로 베기, 세로 베기, 찌르기(S급) : 검술의 묘리를 세 초식에 담았다.
…….
– 봉인되어 있습니다.
마계에서 그렇게 많은 악마들을 잡았지만, 여전히 레벨은 1이었다.
아무래도 완전체가 된 상태에서는 경험치가 늘지 않는 것 같았다.
‘그건 좀 아쉽긴 한데.’
그 이상은 욕심이긴 했다.
그런 게 됐으면, 당장 엘라임부터 정령계로 보내서 6성(★★★★★★)을 달성했으리라.
‘경험치야 뭐, 천천히 쌓으면 되는 거니까.’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 없었다.
이미 자신은 남들보다 앞서나가고 있었다.
감응력 210을 넘겨 서머너 전용 스킬도 얻었고-
남들은 가지지 못한 S급 소환수도 이제 무려 4마리다.
“이제 유리아만 되찾으면 되는데…….”
아직 메두사에 대한 별다른 소식은 없었다.
하지만, 천천히 생각하기로 했다.
제프리를 구하고자 할 때, ‘얼어붙은 유물’이 나왔던 것처럼.
분명 메두사도 어딘가에 존재할 터였다.
복잡한 생각을 거두고 소파 등받이에 고개를 젖힐 때였다.
똑똑-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
“아, 이혜연이에요.”
풍운 길드의 수장, 이혜연.
요새 바빠서 잘 마주치지 못했는데, 자신이 들어왔단 소식을 듣고 찾아온 모양이었다.
진도윤은 일단 소환수들을 역 소환했다.
이혜연은 아직 자신이 서머너 마스터인 줄 모르니까.
“들어와.”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길드 운영은 잘돼가고?”
“네, 덕분에요.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찾아왔어요.”
이혜연의 말에 진도윤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는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서류를 하나 건넸다.
[각국 언론사에 정체불명의 메시지 도착.] [풍운 길드의 진도윤이 ‘서머너 마스터’라는 주장이 담겨 있음.] [피닉스, 엘라임을 봤다는 주장.] [제프리와 유리아도 대한민국에 있는 거로.] [협회장 ‘유준태’는 그 사실을 전부 알고 있었나?]각종 기사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퍼뜨린 것 같은 내용이.
“……쩝.”
진도윤이 입맛을 다셨다.
‘딱 봐도 프리덤이겠네.’
언젠가는 이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과감했다.
익명으로 전달했다니, 찾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명백한 증거도 없으니, 국내 언론들도 난리가 난 듯싶었다.
“이…… 내용 정말이에요? 사실, 지금도 각종 언론사 연락 때문에 정신없어요. 길드 지원자 수도 기존보다 10배는 늘었고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전 서머너가 존경해 마지않는 자가 있는 길드라는데.
일단 지원 신청부터 넣고 보는 거다.
“…….”
이혜연의 표정이 의심에서 점차 확신으로 바뀌어갔다.
생각해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서머너가 협회장의 무한한 관심을 받고-
심지어 국내 최상위 서머너였던 얼음 공주마저 따른다.
게다가 반년 전만 해도 C급이었던 서머너가 지금은 거의 세계 최고의 서머너로 추앙받고 있다.
‘그게 가능한 사람이라면…….’
전설, 서머너 마스터뿐이었다.
“으음…….”
뭐라 말해줘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진도윤이 고민하고 있을 찰나였다.
“이 녀석아!”
밖에서 유준태가 헐레벌떡 달려 들어왔다.
“뭐야……. 영감까지 왔어?”
“이 난리가 났는데 오지 않고 배기겠냐?”
어느새 펼쳐진 삼자대면.
한숨을 내쉰 진도윤은 그들을 데리고 건물 내 회의실로 이동했다.
* * *
“네가 생각하는 게 맞아.”
회의실에 풀썩 주저앉은 진도윤이 이혜연을 보며 말했다.
“……역시. 그렇죠?”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딱히 숨길 의도는 있었던 건 아니었고, 그냥 귀찮은 건 질색이라. 풍운 길드 내에 사람들도 많고 하니까.”
“이해해요.”
놀람 반, 서운함 반이 담긴 기색이었지만 이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사실, 자신이 그와 큰 교감을 쌓은 것도 아니었고-
그저 붙잡아서 길드에 남아 있었던 것뿐이니까.
“어쨌든 프리덤……. 놈들이 선공한 것 같다.”
유준태가 골치 아프다는 듯 말을 꺼냈다.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거지.”
진도윤은 별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
“그게 문제가 아니야, 이놈아. 내가 네 녀석의 정체를 숨기는 바람에 대중들이 해명하라 난리가 났다고.”
서머너 마스터와 협회장의 관계는 예전부터 유명했다.
그렇기에 아는데 숨겼던 영감이 대중들의 욕받이가 된 것이다.
아무리 대통령 이상의 권위를 지닌 협회장이라 하더라도 이번 사건은 꽤 크게 다가왔다.
어쨌든 국민을 상대로 속인 거니까.
“그건 어쩔 수 없지. 차라리 잘됐어.”
“뭐가 잘됐다는 거냐?”
“그냥 밝혀버리자.”
“뭐?”
협회장, 유준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가 아는 서머너 마스터는 대중들 앞에 서는 것을 극도로 꺼렸었으니까.
“어차피 메두사 행방 찾기도 힘들었는데, 차라리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찾아달라고 말하면 되는 거잖아.”
자신의 귀찮음과 유리아의 생존을 두고 저울질을 하자면?
당연히 유리아가 먼저였다.
‘게다가 요새 들어 느끼는 게…….’
사람들 눈치 본다고 소환수 숨기고 다니는 게 더 귀찮은 느낌이었다.
“……으음, 마스터임을 밝히면서 유리아가 봉인되어 있다는 사실도 같이 알리잔 거지?”
“아니, 대중들에게 전부 말해주면 안 되지.”
“왜?”
“프리덤 귀에도 들어가니까.”
“아.”
“대신 영감이 각국 협회장들에게 협조 요청하는 게 더 쉬워질걸?”
“그렇지, 서머너 마스터라는 간판을 사용하면 더 신경 써줄 테니까.”
“응, 그거야.”
진도윤의 말에 영감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진도윤을 쳐다봤다.
“녀석, 많이 변했구나…….”
“나도 늙었잖냐.”
“맞다, 나보다 오래 산 녀석이었지?”
“알면 대우 좀 해달라고.”
진도윤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하자, 유준태도 픽 웃었다.
“됐다, 이놈아.”
세월이 많이 흘렀는지.
나이 차가 꼬이긴 했지만, 친한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
이혜연은 그런 둘의 대화를 넋 놓고 듣고 있었다.
담담한 척했지만, 그녀는 아직도 믿을 수 없었다.
눈앞에 현 대한민국을 이끄는 두 전설이 말을 나누고 있다니.
그것도 자신이 만든 길드 건물 내부에서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밝힐 생각이냐.”
“판을 키워야지.”
“판을?”
“영감이 대국민 사과를 하든 해서 기자 회견을 한 번 열어. 거기에 내가 참석할게. 이참에 프리덤과의 관계도 한번 정리하고 넘어가자고.”
“확실하게 싸워볼 생각이구나.”
“알잖아, 내 성격.”
“알지, 누가 건들면 가만히 안 넘어가는 성격.”
프리덤이 뭐 하는 집단인지는 아직도 모른다.
하지만, 놈들은 분명히 자신을 적대하는 포지션을 취했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둘째 치고.
진도윤은 그걸 눈 감고 넘길 성격이 되질 않았다.
“알지? 정체를 밝히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어. 네가 끔찍이도 싫어하는 유명인의 삶을 살 거야.”
“……그건 이미 늦은 거 같다. 이미 진도윤이라는 네임 브랜드도 만만치 않거든.”
“이번엔 가면도 소용없어.”
“각오했다니까?”
“후우…… 좋아.”
유준태가 깍지를 낀 채 손가락을 뚜둑거렸다.
“네 녀석이 원한다면 난 그게 뭐가 됐든…… 맞춰줄 자신 있다.”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답하는 유준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