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29
나 혼자 S급 소환수 129화
안개 마을, 네비아레 (1)
풍운 길드 내부 회의실.
덜컥!
하루의 업무를 끝낸 유준태가 들어섰다.
“오셨습니까?”
내부에는 유아린, 김제하, 제프리가 앉아 있었다.
진도윤이 리처드를 잡았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모인 것이다.
“그 녀석 빼고는 다 모였구먼? 잠깐 숙소에 들렀다 온다지?”
허허- 웃으며 의자에 앉은 유준태의 얼굴이 왠지 밝아 보인다.
“뭐, 즐거운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김제하의 물음에 유준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이 오고 나니까 이제야 뭔가 착착 정리되는 느낌이거든.”
“리처드를 잡은 것 말씀이시군요.”
“그동안 협회에서도 골머리 앓고 있던 놈이었는데, 그렇게 쉽게 잡아낼 줄이야……. 다른 국가 협회장들도 소식 듣고 환호를 내지르더라고.”
잭 폴탄과 달리.
리처드 브레드는 도통 잘 나타나지 않는 간부였다.
아니, 나타나지 않는다기보단 보이는 족족 다 죽였다는 말이 더 어울렸다.
‘소식을 알려야 할 사람이 다 시체가 되어버렸으니 말이지.’
그런 녀석을 진도윤은 정말 간단하게 잡아버렸다.
그러니 속이 얼마나 시원하겠는가.
“그래, 다들 뭐 하고 지냈나.”
유준태는 기쁜 마음으로 가벼운 안부를 물었다.
그러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제프리가 답했다.
“우리는 그동안 A급 던전 하나를 클리어하고 왔다.”
저번 마계 여정이 끝나고.
제프리와 김제하, 유아린은 셋이 한 팀으로 움직였다.
“오, 이번에 새로 얻었다는 그 악마들을 키운 건가?”
“그렇다. 정확히 2성까지 찍어냈지.”
“능력은 어떠냐?”
유준태가 부러운 눈빛으로 물어왔다.
그는 사실 이번에 참여한 셋이 새로운 소환수를 얻었다 했을 때, 조금 후회했었다.
‘나도 갈걸…….’
소환수 풀을 늘릴 기회가 어디 흔하던가?
S급 던전이라 했을 때부터 좋은 보상을 얻겠거니 예상하긴 했지만.
막상 보상을 얻은 동료를 보니, 미치도록 부러웠다.
“세이르 말인가? 쓸 만하지. 항상 비전투 소환수만 가지고 있다가 얼음 공격수를 얻으니, 신기하더군.”
“제 자락서스도 좋아요. 속박류 술법들이 많아서 펜-리르나 이프리트가 더 편하게 싸울 수 있도록 돕더라고요.”
“어엇? 제 푸르카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보니까 푸르카스도 암살 특화던데요?”
서로 자기 자랑하기 바쁜 멤버들을 바라보는 유준태의 얼굴이 점차 심란해졌다.
기분 좋았던 표정에도 어느새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만, 그만……! 부러우니까 그만하게, 다들!”
유준태가 머리를 쥐어뜯으려 할 찰나.
덜컹!
진도윤이 들어왔다.
“오, 다들 모였네?”
“왔냐?”
한숨을 푹 내쉰 유준태가 고개를 돌렸다.
“빨리 와서 앉아라, 좋은 소식이 있으니까.”
“좋은 소식?”
회의실 가장 상석의 의자를 빼 앉은 진도윤이 깍지를 낀 채 턱을 괬다.
“응, 유리아 관련해서 각국에 협조를 보냈거든. 다들 긍정적으로 회신하더라고.”
“그래?”
유리아의 봉인을 푸는 데 필요한 것은 ‘메두사의 눈’(A급) 6개.
간만에 듣는 유리아 관련 소식에 진도윤의 눈이 빛났다.
“네 녀석이 리처드까지 잡아줬는데 간이라도 빼줄 기세지, 뭐. 메두사뿐만 아니라 뱀이나 석화 관련 던전이 생기면 다 보고한단다. 매물도 계속 찾아본다 했고. 전 세계가 적극적으로 협조하니까 아마 금방 나올 거다.”
“정보 나오면 바로 알려줘. 알지? 나한텐 프리덤보다 유리아가 먼저야.”
“당연히 알고 있지.”
유준태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그런 녀석이니까.
당장 끝내야 할 임무보다 동료의 생존이 우선인 사람.
만약 자신이 봉인되었다 해도 똑같이 반응할 녀석이었다.
“자, 그럼 이제 리처드, 그놈으로부터 얻었던 정보를 꺼내 봐라.”
유준태는 궁금했다.
김소원이 꺼냈다는 그 기억의 정체가.
“일단, 이탈리아의 밀라노부터 갈 거야.”
“밀라노?”
“녀석의 뒷배경에서 두오모 대성당을 봤거든.”
“흐음……. 밀라노면.”
유준태의 눈알이 빠르게 굴러갔다.
언뜻 기억나는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안개 마을, 네비아레로 갈 생각이냐?”
이탈리아에 존재하는 마을, 네비아레(Nebbiare).
본래 그곳은 아름다운 절벽으로 유명한 해안 마을, 친퀘테레(Cinque Terre)였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급격히 가는 사람이 줄었다.
그곳 전부를 뿌연 안개가 뒤덮었기 때문.
그 이후, 현지인들에 의해 이름이 네비아레로 바뀌었다고 한다.
“나도 알아봤는데, 거기도 유력한 후보이긴 해.”
“……거기 좀 신비한 동네야. 사람이 살긴 사는 것 같은데…… 그쪽 협회도 꺼리는 것 같더라고?”
“어, 나도 조사해 봤어. 무슨 70년대 뉴욕 할렘가 같은 느낌이라던데…….”
들어간 사람은 많지만, 나온 사람은 적다.
무언가 고약한 범죄의 냄새가 나는 곳.
이탈리아 협회에서도 몇 번 조사를 나섰지만, 이렇다 할 증거를 찾지는 못했다고 했다.
“위험한 곳인지는 알지?”
“……영감도 참, 내가 누군지 잊었어? 지들이 그래 봤자지.”
이제는 말하기도 입 아프다는 듯 말하는 진도윤을 보며 유준태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그래그래……. 그 누가 서머너 마스터한테 범죄를 저지를까.”
이제 걱정은 완전히 포기한 말투였다.
진도윤은 피식 웃으며 우측에 앉은 제프리를 바라봤다.
“일단, 그곳은 제프리랑 함께 갈 생각이야.”
노야라고 불리던 자.
그에게서 마계의 향이 느껴졌다.
그렇기에 이번 조사엔 제프리의 ‘네비로스’가 꼭 필요했다.
아무렴 마계에 관해서 가장 잘 아는 존재였으니까.
“잠깐만요, 저는요?”
조용히 듣고 있던 유아린의 손이 들린 것은 그때였다.
“설마 절 빼두고 가는 건 아니겠죠?”
“그럴 리가, 약속했잖냐. 프리덤 관련된 일은 같이하기로.”
유아린은 절대 짐이 아니다.
컨트롤도 소환수도, 이제는 거의 세계 최상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나랑 동료들을 제외하고는 말이지.’
진도윤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너뿐만 아니라 김제하도 함께할 거야. 앞으로 이렇게 딱 넷이 마계 멤버다.”
김제하도 악마족을 가진 서머너.
지금은 몰라도 마계에서는 충분히 도움이 될 터였다.
“자, 잠깐. 이놈아. 나는?”
유준태가 서운하다는 듯 물어왔다.
“뭐, 영감도 갈 거야?”
유준태도 상관없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큰 도움은 되질 않는다.
굳이 찾자면, 이탈리아 협회와의 협조 정도?
“아이고야……. 됐다, 이 녀석아. 그냥 해본 말이야. 늙은이는 서러워서 빠져야지.”
“영감도 심심하면 참여해도 돼. 진심이야.”
도움이 안 된다고 매정하게 내칠 생각은 절대 없었다.
유준태 역시 그의 고마운 친우 중 한 명이니까.
“아냐, 지금도 할 일이 쌔고 쌨어.”
가고는 싶긴 했지만, 협회장이라는 자리가 어디 함부로 움직일 수 있는 위치던가?
저번에도 괜히 던전에 참여했다가 일주일간 날밤을 새웠던 기억이 있었기에, 유준태는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언제나처럼 뒤에서 서포트해 주마. 넌 전방에서 마음껏 날뛰어.”
뒤처리는 전부 맡기라는 말.
진도윤에게 그 어떤 것보다 든든하게 들리는 말이었다.
* * *
밀라노 리나테 국제공항.
그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이미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진도윤의 얼굴을 알아보는 자들 때문이었다.
“이야, 저기 봐! 저 사람 진도윤 서머너님 맞지?”
“진도윤이면 최근 서머너 마스터라고 밝혔던 서머너 말이죠? 신기하네요. 왜 우리나라에 들렀을까?”
“인마, 뭔가 볼일이 있어서 오셨겠지. 우리도 대한민국 못지않은 서머너 강국이라고.”
“하긴, 볼일이 있어 온 건 맞겠죠. 우와, 그럼 저 옆에 있는 사람은 유아린이겠네요?”
“그렇지, 동양인을 보고 예쁘단 생각이 든 건 처음인데. 아, 뒤도 한번 봐라, 냉철한 분석가 제프리도 있다.”
“진짜요! 교본에서 봤었던 그 모습 그대로네요!”
서머너든 일반인이든 삼삼오오 모여 진도윤 일행을 쳐다봤다.
마치 TV 속에 나오는 유명인을 영접한 듯한 표정으로.
그 시선을 느낀 진도윤은 얕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아무래도 다들…… 가면 차고 다녀야겠지?”
“그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작전을 위해서라도.”
유아린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시끄러워져 봐야 좋을 게 없었다.
지금은 놀러 온 게 아니라, 프리덤 녀석들의 흔적을 찾으러 온 거니까.
“오케이, 밖에 나가서 찾아보자고.”
진도윤은 빠르게 이동했다.
동네 길가에 파는 싸구려 가면을 샀고-
일행들과 나누어 낀 후 택시를 탔다.
넷이서 자동차 안에 타려니 굉장히 비좁은 느낌이었다.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손님.”
“안개 마을이라 불리는 곳 있지?”
“설마… 네비아레 말씀이십니까?”
문득, 택시 기사가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그곳은 도시에서 딱히 치안 제공을 해주지 않는 터라…… 운행하지 않습니다.”
“1,000유로 줄게.”
“……1,000유로 말입니까?”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1,000유로면 약 130만 원 정도.
고작 운행비로는 너무도 과한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굳이 마을 안으로 들어갈 필요도 없어. 입구 앞까지만 데려다주면 돼.”
어차피 1,000억 원이 넘는 자산가인 진도윤에게 그 정도는 푼돈이다.
빠르게 갈 수만 있다면, 언제든 지급할 수 있는 돈.
‘데몰리션을 타고 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진도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데몰리션은 너무 눈에 띈다.
자칫하면, 놈들이 정보를 숨기고 튈 수도 있는 노릇이다.
“아, 알겠습니다. 입구까지만이라면……. 한번 해봅시다.“
과연 돈은 깡패.
진도윤의 말에 택시 기사가 당차게 수긍했다.
그 가격이라면 시도해 볼 만한 일이라 판단했으리라.
‘확실히 문제가 많은 마을이긴 한가 보네.’
얼마나 악독하길래 일반 시민들조차 겁에 질린단 말인가.
‘어디 한번 낱낱이 파헤쳐 보자.’
조수석에 탄 진도윤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 * *
“이곳이 네비아레…….”
택시에서 내린 유아린의 머릿결이 휘날렸다.
안개 낀 마을.
그곳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때문이었다.
“확실히 음습한 느낌이네요.”
“내부에서 서머너의 기척이 다수 느껴지긴 합니다.”
옆에서 김제하도 중얼거렸다.
낮은 감응력의 김제하도 느낄 정도니.
마을 속에 꽤 많은 서머너들이 있다는 거다.
“딱…… 보이지 않는 시야에, 그 속에서 사는 서머너들이라…….”
진도윤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협회에서도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거 보면 뭔가 범죄자들의 낙원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렇지. 역사 속에도 관리하기 쉽게끔 범죄자들을 내버려 둔 도시들이 있었으니까.”
“하얼빈 같은 거 말이지?”
제프리의 말에 진도윤이 심드렁하게 입을 열었다.
“하얼빈?”
“응, 저번에 엘이 보던 영화에서 나오던데. 내 누군지 아니? 하던 거.”
“……?”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제프리의 눈이 커졌다.
영화의 내용보단 정령왕이 영화를 본다는 사실이 더 놀라워서였다.
“엘라임이 영화도 보나?”
“그렇더라고. 심지어 장르도 안 가려. 저번엔 데몰리션이 액션 좋아한다고 액션 틀던데.”
“……허, 과연.”
제프리는 다시 한번 마스터에게 감탄했다.
‘소환수들을 정말 끔찍이 아끼는군.’
보통의 서머너들은 소환수들을 전투에만 쓰지, 저렇게 섬세하게 다루진 않는다.
“지금 주제와는 맞지 않지만, 괜스레 반성하게 되는군.”
“무슨 소환수 영화 보여줬다고 반성까지 하냐.”
“말은 쉽지만,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
“후, 어쨌든, 사담은 됐고. 호랑이를 잡으러 왔으면 굴에 들어가야 하지 않겠어? 바로 가보자고.”
혼자 깨달음을 얻은 제프리를 뒤로하고, 진도윤은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