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31
나 혼자 S급 소환수 131화
안개 마을, 네비아레 (3)
세상이 바뀐 후, 힘의 논리에 취해 질서를 어지럽히는 집단, 프리덤.
그들은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거라 말하지만, 그곳에 약자를 위한 보호 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다.
오직 그들만을 위한, 소수만을 위한 집단이 모두의 신뢰를 얻을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
특히, 피해자 입장에서는 그저 끔찍한 범죄 집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프리덤.’
유아린은 눈앞의 괴한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제는 분노라는 감정조차 들지 않는다고.
저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의 탈을 쓴 쓰레기들일 뿐.
우우웅!
감응력을 가열시키며 유아린이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마테오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넷이서 말도 안 되는 자존심을 부릴 때부터 짜증 났는데.
이제는 혼자 상대하겠다고 나선다고?
“오만방자한 녀석들, 너희는 진짜 안 되겠구나.”
“대장, 그냥 입단 제의고 뭐고 죽여버리죠?”
“맞아 맞아, 주제 파악 못 하는 놈들은 받아줘 봤자 탈만 일으키거든.”
마테오의 졸개들도 황당하다는 듯, 코웃음 쳤다.
동시에 자신의 소환수들을 하나씩 꺼냈다.
“후우, 간만에 식구 좀 늘리나 싶었는데, 그냥 오락거리로 써야겠구나.”
마테오 역시 앞으로 나서서 가면 쓴 유아린을 쳐다봤다.
딱 보니까 여리여리한 여성인 것 같은데.
어떻게 처리해야 재미있을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흐음, 먼저 다리를 부러뜨려야 하나?”
“가느다란 게 툭 건들면 부러질 것 같은데요?”
“흐흐, 그다음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음흉한 표정으로 조롱하는 마테오 일행들.
확실히 그들은 힘에 취해 있었다.
자신보다 강자가 나타날 거란 사실을 아예 머릿속에서 배제한 것 같았다.
‘어찌 저렇게 멍청하고 진부할까.’
생각하는 유아린이었지만 살짝 이해도 됐다.
이런 좁은 마을에서 왕처럼 지내다 보니, 경계심이 다 흐트러졌겠지.
“후.”
한숨을 내쉰 유아린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한 가지만 묻자. 너희 전부 프리덤 맞지?”
그녀가 죽여야 할 존재는 오직 프리덤뿐.
마음속으로는 이미 확정 지었지만, 혹시 모르지 않는가.
확답은 얻어두고 싶었다.
“이야~ 역시 다 알고 오셨구만? 그래서 뭐, 어쩔 건데? 목소리 들어보니 우리한테 당한 연놈 중 한 명인가 본데, 네가 무슨 진짜 서머너 마스터라도 되는 줄 아냐?”
“낄낄낄, 무섭네요, 대장! 그럼 쟤가 그 뭐시기, 얼음 공주?”
“와, 그럼 진짜 만화 같겠다. 이태리 구석진 마을에 찾아온 이 시대의 영웅들이라, 캬~ 멋지네.”
“…….”
유아린은 낄낄 웃는 녀석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답을 얻었으니 됐다.
이제는 처단하는 것뿐.
“……아까부터 오빠를 왜 자꾸 찾는진 모르겠지만.”
유아린이 한 손으로 가면을 잡으며 중얼거렸다.
“뭐?”
인상을 찌푸리는 마테오를 바라보며 그녀는 나지막이 경고했다.
“너희는 오늘 이 자리에서 다 죽을 거야.”
툭!
동시에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 던졌다.
어차피 소환수를 사용하면 정체가 다 까발려질 일.
이미 싸움이 붙은 이상, 정체를 숨길 필요도 없다.
뒤에 있던 진도윤 일행도 고개를 끄덕이며, 가면을 벗었다.
“……으음?”
“잠깐? 저거 익숙한 얼굴이잖아?”
“잉? 진짜였……?”
사고가 멈춘 듯, 몸이 굳어버린 괴한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유아린의 몸에서 강력한 기운이 휘몰아침과 동시에.
“컹컹!”
펜-리르를 포함한, 그녀의 소환수들이 세상 밖으로 튀어나왔으니까.
* * *
‘헐……?’
그 시각.
네비아레 외각에 위치한 담벼락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존재가 있었다.
주점에서 진도윤 일행을 맞이했던, 웨이트리스였다.
‘서, 서, 서머너 마스터님께서 여기에?’
그녀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TV에서 프리덤에게 경고를 날린 진도윤의 방송을 본 이래로, 그녀는 항상 꿈꿔왔다.
일을 마치고 설거지하면서도.
밤에 숨죽여 울면서도.
그가 혹시나 이곳에 와주지는 않을까 기대했었다.
하지만 말이 되는가?
서머너 마스터는 모든 서머너의 정점에 존재한다고 알려진 고결한 존재.
그런 분이 타국 오지에 있는,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은 변방 마을에 올 리가 없지 않은가.
‘근데 진짜…… 오셨다고?’
그녀는 믿을 수 없었다.
혹시 이게 꿈이 아닐까 싶어 볼을 꼬집어보기도 했다.
역시, 아릿한 통증이 몰려온다.
‘그럼…… 나 이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거야?’
아무리 이곳 서머너들이 강하다 하더라도 그에겐 못 미칠 거다.
서머너 마스터는 전 세계인이 인정하는 최강의 서머너니까.
결국, 그녀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어느덧 눈물이 뺨을 타고 또르륵- 흘러내렸다.
‘이 사실을 알려야 해.’
기존 피해자 주민들에게 전부 알리고 싶었다.
찾아온 해방의 기회를 모두와 함께 누리고 싶었다.
“여러분들! 잠깐 나와보세요!”
그녀는 매장에 붙어 있는 종을 꺼내 들고 땡땡땡! 두들기며 내달렸다.
“안드레아, 아리나, 카밀라! 다들 하던 일 멈추고 나와보라고!”
열심히 소리치며 달리는 그녀의 눈빛에는 희망이 가득 차 있었다.
* * *
“대, 대장! 진짜인 것 같은데요?”
“뭐, 이런……?”
어떻게 반응할 틈조차 없었다.
이미 그들이 꺼낸 모든 소환수 발밑에는 기이한 상형문자가 새겨져 있었고-
거대한 늑대, 펜-리르가 어슬렁거리며 다가가고 있었다.
“소, 소환수들이 안 움직입니다!”
“제기랄, 움직여! 좀 움직이란 말이야!”
‘악마술 : 단체 포박’(A급).
타르라크에서 보던 것보다는 약했지만, 그래도 엄청난 성능을 자랑하는 자락서스의 비기였다.
고개를 천천히 한 바퀴 돌린 유아린이 오른손을 들어 올린 건 그때였다.
“펜-리르.”
“컹!”
서거거걱! 이윽고 달려나간 늑대가 멈춰 있는 소환수들을 빠르게 썰어 넘기기 시작했다.
전방에 위치한 소환수들이 갈라지는 순간, 뒤에 있는 몇몇 소환수들의 봉인이 풀렸다.
‘아직, 숙련도가 너무 낮아.’
유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2성(★★)에 스킬 초월도 못 한 상태.
그래도 이 정도 성능을 보여줬으면, 밥값은 했다고 볼 수 있다.
“크아아!”
봉인이 풀린 소환수들은, 온 힘을 다해 펜-리르에게 달려들었다.
옆에서 커다란 곰이 앞발을 휘둘러왔지만.
“컹!”
자세를 낮춘 펜-리르가 가볍게 피한 뒤, 이빨로 녀석의 목을 물어뜯었다.
콰득!
살벌한 소리와 함께 곰의 목뼈가 단박에 부러졌다.
그사이 또 하나의 소환수가 뒤를 노렸다.
커다란 몽둥이를 들고 있는 장신의 트롤이었다.
“죽여버려!”
후웅!
공기를 찢어발기는 소리와 함께, 몽둥이가 떨어졌지만.
“나를 잊으면 안 되지.”
화르륵!
이프리트의 중얼거림과 함께 트롤의 온몸에 불이 붙었다.
손가락을 튕기듯 간단한 공격이었다.
“키아아아!”
그러나 트롤은 이보다 더 괴로울 수 없다는 듯 괴성을 질렀다.
자체 회복력까지 무시하는 화력.
과연, 정령왕다운 힘이었다.
“이, 이, 미친……!”
고작 몇 번의 움직임에 여러 소환수가 당하자 그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특히, 마테오는 절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딱 느껴지는 기세만 봐도 분명히 자신들이 밀리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유아린 뒤에 있는 진도윤이나 제프리 등등.
더 무서운 자들이 미동조차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어.’
불과 며칠 전, 자신도 서머너 마스터의 기자 회견을 시청했다.
프리덤을 향해 경고하는 그 모습.
그런 그가 이곳까지 찾아와 자신들을 살려줄 리 없었다.
“목숨 걸고 덤벼! 수량으로 밀어붙이면, 우리도 할 수 있어!”
마테오의 외침과 함께 수십의 소환수들이 그녀를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그 흉악한 기세에도 유아린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서걱! 서걱!
그저 하나하나 차분히 펜-리르를 컨트롤할 뿐이었다.
물론, 그녀의 공격 대상은 소환수뿐만이 아니었다.
“커허억!”
“자, 잠깐!”
“으아악, 사, 살려줘!”
뒤쪽으로 이동한 자락서스가 서머너들을 급습했다.
녹색 기운을 뿜어내는 주먹으로 그들의 머리에 하나하나 꿀밤을 매겼다.
머리를 부여잡으며 정신없이 뒹구는 서머너들.
“이런…… 제기랄.”
욕지거리를 내뱉은 마테오의 머릿속이 빠르게 굴러갔다.
‘어떡하지?’
솔직히 말해서 승산은 없었다.
그도 나름 구르고 구른 A급 서머너.
몇 번 부딪쳐 보기만 해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우리 실력이 고작 이 정도였다고?’
주먹을 꽉 쥔 마테오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차라리 서머너 마스터에게 당했으면 이렇게 억울하진 않았을 거다.
‘그냥 이대로 싸우면?’
죽을 건 불 보듯 뻔했다.
눈앞 저 얼음공주의 차가운 눈빛만 봐도 안다.
다 죽여버리겠다는 섬뜩한 살기.
‘일단, 도박이라도 해보자.’
결국, 그는 결단을 내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무릎을 꿇기로 한 것이다.
“자, 잠깐만요!”
마테오가 잽싸게 손을 들며 외쳤다.
뒤에서 수하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자, 마테오가 윽박질렀다.
“다들 뭐 해! 무릎 꿇어! 소환수들도 다 뒤로 물리고!”
“대, 대장?”
“갑자기요?”
“이 미친놈들아, 상황 파악 안 돼? 어차피 싸워봤자 X되는 건 우리야!”
어찌 보면 귀여워 보일 수도 있는 행동.
하지만 그들을 쳐다보는 유아린의 눈빛은 여전히 싸늘했다.
‘용서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어이가 없어서 실소마저 나오는 상황이었다.
“다, 다 누가 시켜서 한 겁니다! 저희는 사람을 죽인 적도 없어요!”
목숨을 연명하고 싶은 마테오가 절절하게 외쳤다.
그러자 다른 녀석들도 함께 동참했다.
“마, 맞습니다! 저희도 피해자입니다!”
“우리도 그냥 안개 마을에 들어왔다 당한 것뿐이라고요.”
“리, 리처드 브레드. 그 사람이 통제했습니다.”
네 번째 프리덤 간부의 이름이 나오자 진도윤이 곧바로 반응했다.
저벅, 저벅.
상황을 구경하기만 하던 그가 마테오 앞에 가서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 눈을 맞췄다.
“리처드 브레드?”
빤히 응시하는 진도윤의 모습에 오금이 저린 마테오가 딸꾹질을 했다.
“마, 맞습니다. 다 그자가 시킨 일입니다.”
“그래?”
“그렇습니다!”
“거짓말하는 건 아니고?”
진도윤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
살짝 뜨끔- 한 마테오였지만, 이미 거짓말을 한 이상 완벽히 철판을 깔아야 했다.
“제, 제가 생긴 건 이렇게 생겼어도 개미 하나 못 죽이는 놈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피식 웃은 진도윤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 먹혔나?’
진도윤이 웃자, 마테오도 어색하게 따라 웃었다.
드러난 누런 이빨이 굉장히 역겨워 보인다.
“그럼 저들에게 물어보면 되겠네.”
“……저들요?”
고개를 치켜든 마테오가 진도윤을 바라봤다.
외곽으로 향해 있는 그의 시선.
마테오는 천천히 고개를 꺾어 외곽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자신들이 5년 동안 노예처럼 부려 먹던 주민들이 모여 있었다.
분노에 가득 찬 표정으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람들.
‘Fuxk……!’
마테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