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33
나 혼자 S급 소환수 133화
안개 마을, 네비아레 (5)
세상이 변하고.
모든 인류에게 ‘감응력’이라는 특별한 능력이 생긴 그 날.
우리는 분명히 보았다.
가이아의 가호를 받았다는 문구를.
그렇다면 도대체 가이아가 누굴까?
수많은 서머너들이 연구했고.
또 수많은 가설이 쏟아졌지만.
누구 말이 맞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기 있는 그 누구도 가이아를 만나보지 못했는데, 어찌 알겠는가.
가이아가 인류를 상대로 놀이를 펼치는 거라 주장하는 자도 있을 테고.
또 흉악한 몬스터를 처리하기 위한 지구의 자정작용이라는 자도 있을 터였다.
예로부터 가이아는 지구라는 뜻으로도 쓰여왔으니까.
누구 말이 맞는지는 저자도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있다.
가이아가 준 감응력 덕에 우리가 생존하고 있다는 것.
그러니 한 번 열심히 감응력을 올려보자.
혹시 아는가?
키우다 보면 그 존재를 만나는 날이 오게 될지.
[제프리의 ‘서머너학 개론’에서 발췌.]* * *
마을에 등장한 희멀건 안개는 곧이어 하나의 형체를 이루어냈다.
늙은 노인의 얼굴에 온 얼굴이 사자 갈기로 뒤덮여 있는 흉측한 괴물.
붉게 충혈된 눈과 끔찍한 기운은 보는 이들로부터 두려움을 자아냈다.
꿀꺽.
침을 삼킨 진도윤이 녀석을 노려보고 있자.
“마스터.”
옆에 있던 제프리가 입을 열었다.
“왜?”
“마르바스는 판데모니엄에서도 최상위 계층에 있는 10 악마 중 하나다.”
“10 악마라……. 나도 저놈한테 듣긴 했는데, 그럼 네비로스보다 센 건가?”
악마들의 서열에 대해 알 리 없는 진도윤이 두 눈을 깜빡였다.
제프리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마계 전체 서열 중 10위 안에 드는 놈인데……. 둠이나 크림슨 나이트를 만날 때도 멀쩡했던 네비로스가 이렇게 긴장하는 건 나도 처음 본다. 마계에 있을 당시엔 눈도 못 마주칠 정도의 존재였다는군.”
“오우, 끝내주는 놈이라는 말이네?”
“……말이 또 그렇게 되나?”
“그래서 저거 어떻게 잡는데? 지금 중요한 건 그거잖아.”
이곳이 마계라면 둠의 힘이라도 빌릴 텐데.
아쉽게도 이곳은 던전 밖, 현실이다.
“일단 다행인 건, 저게 본체 힘의 10%도 안 된다는 사실이다.”
“저게?”
그 말에 진도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도 기운에 밀려 숨 막힐 듯 답답한데, 100% 출력이면 얼마나 더 세다는 걸까.
“우선, 아직 소환이 완성된 건 아니니까, 우선 한 방 먹여보자.”
“한 방? 뭐로?”
“낼 수 있는 것 중 가장 센 거.”
“오케이, 접수.”
진도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답이 없는 상황일 땐?
제프리의 오더만 들으면 절반은 간다.
‘가장 센 기술이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지.’
현 소환수 중 가장 강한 파괴력을 가진 것은 4성(★★★★)짜리 데몰리션.
녀석의 기술 중 하나인 ‘뉴클리어 브레스’(S급)다.
‘오랜만에 써보겠구나.’
진도윤은 뒤로 이동해, 데몰리션을 소환했다.
[파괴룡 ‘데몰리션’(★★★★)을 소환합니다.] [현재 소환수와의 친밀도가 22입니다.]“뀨우웅!”
“들었지, 데몰리션?”
“뀨웅!”
소환된 녀석은 기분 좋다는 듯 포효했다.
자신의 주인이 가장 센 공격으로 자신을 택했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었다.
그오오오…….
시야 앞, 마르바스의 형체는 계속해서 뚜렷해지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녀석으로부터 품어져 나오는 기운 역시 점점 거세졌다.
완전히 드러나기 전에, 한 방 먹여야 한다.
여느 소년 만화들처럼.
악당이 다 등장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악취미는 없으니까.
뒤를 보니, 동료들이 주민들을 이끌며 뒤로 피신시키는 중이었다.
이를 확인한 진도윤의 입가에 미소가 피었다.
세 보인다고 쫄 필요 있겠는가?
그동안 겪어온 경험과 세월이 얼만데.
“자, 다들 안전거리는 확보한 것 같으니…….”
진도윤은 우선 데몰리션의 크기를 4성(★★★★)에 맞게 키웠다.
“어디 한번, 찐하게 맞아보라고.”
[스킬, 변화하는 육체(S급)를 사용합니다.]“크롸라라!”
어느덧 뀨웅거리던 귀여운 모습은 사라지고, 녀석보다 월등히 큰 크기의 거대한 드래곤이 등장했다.
콰가가가!
대충 5층짜리 빌라 정도 되어 보이는 본래 데몰리션의 모습.
“……저, 저게 뭐야?”
“워, 원래 저런 소환수였어?”
뒤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보던 주민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도윤이 루키로 활약할 당시.
그의 시그니처였던 검은 용의 본모습을 처음 본 탓이다.
‘진짜 본 모습은 6성 때 나오겠지만.’
어쨌든 4성만으로도 엄청난 위용이었다.
“……!”
마르바스 쪽에 붙어 있는 오스틴 또한 놀란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엔 이르다.
데몰리션의 진짜 위력은 지금부터.
쿠그그그그…….
데몰리션의 입으로 엄청난 자연의 에너지가 흡수되기 시작했다.
얼마나 흡입력이 강한지, 마르바스의 기운도 일부 빨아들일 정도.
진도윤은 인상을 찌푸리며, 모든 감응력을 털어냈다.
‘언제 느껴도 적응 안 되는 아픔이구만.’
진도윤이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데몰리션이 성장한 만큼, 브레스의 위력도 강해진다.
그만큼 진도윤이 받는 고통도 만만찮았다.
‘이 한 방에 최대한 피해를 입혀야 해.’
녀석이 완전히 소환되면 어떤 능력을 사용할지 모른다.
그렇기에 이번 한 방에 최대한의 감응력을 쑤셔 넣어야 했다.
두드드드!
몰아치는 위력에 땅이 흔들렸다.
순간적인 위력만 따지고 보면, 마르바스에게도 밀리지 않을 정도.
이윽고 데몰리션의 입이 쩍 벌어졌다.
데몰리션의 비기.
‘뉴클리어 브레스’(S급)의 발사가 준비된 것이다.
* * *
“……!”
브레스를 준비하는 데몰리션을 바라본 오스틴의 행동이 급해졌다.
“마, 마르바스시여, 빨리 일어나셔야……!”
소환 시간이 길다는 것은 들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선배들에게 듣기로는, 악마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에게 공포심을 일으킨다 했었으니까.
‘그런데…….’
눈앞의 서머너 마스터는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미소까지 지으며, 기세등등하게 공격하려 했다.
심지어-
‘아씨, 뭐 저딴 몬스터가 다 있어?’
오스틴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전방을 바라봤다.
매끈한 피부를 가진 시커먼 흑룡.
얼마나 큰지, 하늘의 해가 가려질 정도였다.
거기다 뭉치고 있는 기운은 어떠한가.
맹세코 저런 패도적인 기세는 그의 인생에 처음이었다.
“이런…… 미친.”
결국, 오스틴은 마르바스를 등진 채 뒤로 달려나갔다.
악마 소환이고 뭐고.
일단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도주할 시간은 없었다.
슈아아아아앙!
곧바로 데몰리션의 브레스가 폭사했으니까.
‘아아……?’
라고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시야가 온통 하얘졌고-
그대로 의식이 끊겨버린 오스틴이었다.
영원히.
* * *
콰아아아앙!
엄청난 폭음이 공간을 떨쳐 울렸다.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주민들은 온몸을 덜덜 떨며 폭발의 후폭풍을 견뎌냈다.
그러면서도 실눈을 뜬 채, 눈앞의 상황을 파악했다.
‘……저게 브레스?’
‘무슨……. 소환수 하나가 이런 위력을.’
‘아무리 서머너 마스터라 해도 저건 사기 아니야?’
‘그렇게 귀여웠던 용이, 원래 저런 괴물이었다고?’
그들도 과거 서머너 교육을 받은 자들이었다.
각종 매스컴과 책을 통해 A급 서머너가 어떤 위력을 내는지도 잘 알았다.
당장 그들을 탄압했던 프리덤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그들도 저런 말도 안 되는 스킬은 듣도 보도 못했다.
‘진짜 미쳤다…….’
‘건물이랑 땅이 다 사라져 버렸어…….’
‘이걸 누가 막아.’
이미 마르바스가 있던 자리 아래에는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성되어 있었고-
그 뒤에 존재하던 모든 건축물은 샅샅이 분해되어 황토가 되어버렸다.
소형 핵폭탄이 떨어졌다면 이런 분위기일까?
[파괴룡 ‘데몰리션’(★★★★)이 온 힘을 다한 분출에 만족해합니다!] [친밀도가 1 상승합니다.]“크롸라라라!”
녀석은 신난 듯 날개를 펼치며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그런 녀석을 보며 진도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끝난 거 아니다, 이 녀석아. 집중해.”
진도윤은 침착한 표정으로 계속 전방을 응시했다.
상황이 종료되기 전에 방심하다간 골로 갈 수도 있는 법.
진도윤이 그 정도 기본을 모를 정도로 어수룩하진 않았다.
“…….”
앞을 바라보던 진도윤의 미간이 찌푸려진 것은 그때였다.
“크륵.”
뿌연 안개와 먼지 사이로 들리는 소리.
놀랍게도 마르바스는 그 공격을 맞고도 살아 있었다.
온몸이 피투성이긴 했지만, 분명히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또한 풍겨 나오는 기세 역시 여전히 강력하다.
“크으으…….”
표정은 살짝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가까스로 몸을 가눈 마르바스가 시뻘건 눈으로 눈앞의 진도윤을 쳐다봤다.
“흐흐……. 흐흐흐…….”
동시에 억눌린 웃음을 뱉어냈다.
“……어이가 없군. 인간계에 오자마자, 이런 대우라니.”
칠판을 억지로 긁는 듯한 소름 끼치는 음성.
신기하게도 그 의사가 머릿속에 정확히 전달된다.
‘불쾌하네.’
마치 인간이 본능적으로 벌레를 꺼리는 것처럼.
녀석에게서 딱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거슬림이 느껴졌다.
“잠깐, 이것은……?”
문득, 마르바스의 표정에 이내 의문이 어렸다.
“파괴의 기운인가? 신기하군. 어찌…… 봉인된 파괴의 기운이 여기에…….”
진도윤은 미간을 좁혔다.
파괴라 말하는 것 보니, 데몰리션에게 뭔가 있는 듯싶은데.
‘봉인이라고……?’
마계의 누군가가 데몰리션을 봉인하기라도 했다는 걸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녀석의 표정을 보니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놈은 분명히…….’
데몰리션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비록 티는 내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윽고 마르바스는 이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뭐, 아직까지 조잡하긴 한데, 파괴의 기운임은 맞긴 하단 말이지…….”
“마스터!”
제프리가 외친 것은 그때였다.
“왜?”
“빨리 공격해야 한다. 저놈…… 지금 꽤 충격이 있어. 지금 회복 시간을 벌고 있는 거다!”
“오오? 꽤나 똑똑한 인간도 있군?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재미있겠지.”
제프리의 외침에도 마르바스는 꿋꿋이 여유를 부렸다.
그 모습을 보던 진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뭐……. 나도 이거 한 방으로 끝날 거라곤 생각 안 했으니까.”
“그럼 당장 시작하자. 이번엔 합공! 김제하, 유아린도 준비해!”
제프리의 오더가 본격적으로 떨어졌다.
동시에 일행들은 각자 자신의 소환수를 꺼낸 채 마르바스를 포위했다.
딱히 연습하지 않았어도, 척척 움직였다.
“하하하하!”
마르바스는 마치 애들 장난을 보듯 웃어 재꼈다.
“악마들을 부릴 줄 아는 녀석들이 또 있다니. 역시 재미있는 세상이구나.”
그리고 이내 가소롭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나는 악마들 그 위에 군림하는 10 악마. 기껏해야 저런 저급한 악마들로 날 어찌하려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하……. 참 말 많네.”
진도윤이 끼어든 것은 그때였다.
“……뭐라?”
“악마들은 원래 그렇게 말 많냐? 우리 둠은 안 그러던데.”
정확히 말하자면, 둠은 악마가 아니라 데스나이트였지만, 어쨌든.
“잡담은 이쯤하고 이제 슬슬 붙어 보자고.”
“언제든지.”
쿠구궁!
말이 끝난 순간, 녀석을 둘러싸던 안개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진도윤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