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36
나 혼자 S급 소환수 136화
감응력 220 (2)
“으음……?”
진도윤이 눈을 깜빡였다.
정신을 차리니, 자신이 있던 숙소는 사라지고 온통 새하얀 홀이 보인 탓이다.
“뭐지?”
자리에서 일어선 진도윤은 살짝 긴장한 채 주변을 자세히 살폈다.
홀 가운데에는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커다란 여인의 형상이 보였다.
[위대한 업적을 달성합니다.] [대자연, 가이아를 조우합니다.] [감응력이 한 단계 성장합니다.] [추가 감응력 +1]“감응력……?”
아니, 감응력은 둘째 치고.
“……저게 가이아라고?”
진도윤의 표정이 한층 더 해괴해졌다.
무려 100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온 그였어도.
말로만 듣던 가이아란 존재를 본인이 직접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감응이란 스킬이 가이아를 만나는 스킬이었던 거야?’
감응력 220을 달성해야 겨우 볼 수 있는 존재였다니.
세상 서머너들이 가이아의 존재를 모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리 가까이 오세요. 시간이 없어요.”
돌연히 따스한 음성이 홀 전체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떠오르는 메시지.
[감응 레벨이 낮아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됩니다.] [제한 시간 – 00:01:00]“……?”
진도윤의 눈이 부릅떠졌다.
고작 일 분?
‘아, 생각해 보니.’
감응력 소모 속도가 엄청났었다.
아마 현실에 있는 자신의 감응력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이곳에 머물 수 있는 것 같았다.
‘일단, 가까이 오라니 가보자.’
느긋하던 진도윤의 행동이 빨라졌다.
가이아를 굳이 보여준 데는 어떠한 이유가 있을 터.
제한 시간 안에 최대한 정보를 뽑아먹어야 했다.
“어…… 음…….”
근데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진도윤이 쭈뼛거리자 불현듯, 여인의 입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후후훗, 벌써 감응력을 이 정도로 성장시키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가이아의 입꼬리가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굉장히 기쁘다는 표정이었다.
“예상에 없었던 파괴의 틈에서도 생존한 것, 지구를 어지럽히려는 마계의 잔당들을 처리하고 있는 것. 저는 그대가 밟는 모든 행보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답니다.”
파괴의 틈이면 최후의 미궁을 말하는 건가?
마계의 잔당들이라면 확실히 프리덤을 말하는 것일 테고.
아무래도 가이아란 존재는 자신이 했던 일을 전부 알고 있는 듯했다.
‘하긴 시스템창을 다루는 게 가이아라는 설도 많으니까.’
매번 눈앞에 뜨는 상태 메시지를 생각하면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이에요.”
“뭐?”
진도윤의 고개가 옆으로 기울었다.
“마계의 흉계는 훨씬 치밀하고도 간악해요.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만큼 말이죠.”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마계의 흉계?
오래전부터 준비?
혼란스러운 진도윤이 질문했지만, 가이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모든 것을 풀어 설명해 드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제한 시간 – 00:00:30]“미친, 벌써?”
진도윤이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말을 나눈 것도 없는데, 벌써 30초나 흘렀다니.
“우선 그대는 본래 하려던 일을 해주세요. 앞으로 자주 보게 된다면 만날 수 있는 시간도 길어질 터이니, 그때 차근차근 이야기해 봐요.”
“본래 하려던 일?”
“관리자, 존을 만나주세요.”
존이라면…….
데스 밸리에 존재하는 던전 속 관리자다.
‘그 말은 마계로 다시 이동하라는 소린가?’
하지만, 마계 토벌은 진도윤이 원래 하려던 일이 아니다.
“저기, 잠깐.”
진도윤이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가이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씀하세요.”
“내가 하려던 일은 그게 아닌데?”
진도윤은 솔직한 감정을 내뱉었다.
미궁에 나왔을 때부터, 그는 목표를 정해뒀다.
프리덤을 처리하는 것도.
던전을 탐험해 소환수들을 키우는 것도.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겸사겸사하던 일이었다.
지금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오직 유리아를 구하는 것뿐.
“알고 있어요. 그대의 동료를 구하는 일 말이죠. 아주 옳은 선택이에요. 제프리도 유리아도 궁극적으로 그대에게 큰 도움이 되는 자들이니.”
고요하게 울려 퍼지는 가이아의 말에 진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알다시피 난 유리아를 구하는 것, 미안하지만 그 외에는 딱히 관심이 없어.”
가이아가 뭐 하는 존재인지는 모른다.
마계와 그녀와 어떤 관계가 있는 지도 딱히 관심 없다.
고작 스킬을 사용해서 나왔다는 이유로 그녀의 말을 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는 뜻.
“후훗, 그대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답니다.”
가이아는 예상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그대가 찾고 있는 메두사가 사실 제 신전을 지키는 신수라는 거. 일반적인 던전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종류의 아이죠.”
“……?”
진도윤의 동공이 커졌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메두사의 행방이 가이아의 입에서 나올 줄이야.
‘근데 메두사는 분명 최후의 미궁에도 있었는데?’
파괴의 틈을 언급한 거 보니, 가이아와도 무언가 관계가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지금 당장 얻어내야 할 정보는 메두사의 위치.
“그걸 굳이 나한테 말해준다는 건…….”
진도윤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널 도와줘야만 메두사를 내어준다는 말인가?”
동시에 눈알을 굴려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제한 시간 – 00:00:10]‘빌어먹을.’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시간이 얼마 없었다.
감응이란 스킬을 매번 쓸 수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고.
또 언제 만날지도 모르는 일인데.
메두사의 행방에 대해 당장 듣고 싶은 진도윤이었다.
“…….”
그런 진도윤의 조급한 마음을 느꼈을까.
아니면, 동료를 위한 따뜻한 마음을 느꼈을까.
가이아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후후후, 저는 그대의 의지를 존중해요. 그렇기에 선물을 하나 드릴게요. 오해하지 마세요. 이 선물에 대가는 없으니.”
“선물?”
진도윤이 물었다.
시야에는 시간이 계속 째깍째깍- 흘러가고 있다.
‘제발, 빨리…….’
진도윤이 속으로 간절하게 빌었다.
잠깐의 공백이 흘렀을까, 가이아의 음성이 이어졌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근처로 가세요. 그대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제한 시간 – 00:00:00] [감응이 종료됩니다.] [30일간 감응 사용이 제한됩니다.]파즛!
진도윤의 시야 전체에 섬광이 일었다.
* * *
“허억, 허억!”
의식을 찾은 진도윤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몸에 있는 감응력은 이미 한 올도 남기지 않고 소진된 상태.
조금 과장을 보태서 말하자면, 팔 하나 들어 올릴 힘도 없었다.
‘으으, 어지러워.’
진도윤이 두 손을 올려 머리를 부여잡았다.
고작 1분 만에 이 정도의 감응력을 소모해야 한다니.
역시, 안전한 곳에서만 사용해야 할 스킬이었다.
머리를 이리저리 뒤흔들고 있자, 기다리던 엘라임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리모컨을 들고 있는 것 보니, 그 짧은 시간 동안 또 TV를 즐겼나 보다.
“진도유운! 괜찮아?”
“응응, 괜찮아. 걱정하지 말고 할 거 해. 잠깐만 생각 좀 정리할게.”
진도윤은 힘없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금 전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가이아라는 존재.’
그의 추측이 맞다면.
인류에게 몬스터를 길들일 수 있는 힘을 부여한 존재다.
그리고 그 존재는 분명 자신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느낌이 선한 존재이긴 했는데…….’
오랜 세월을 살다 보면, 상대의 성향을 직감으로 아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가 느끼는 가이아는 분명히 사악한 존재가 아니었다.
노야의 이미지와 정반대인 느낌?
더군다나 그녀는 분명 자신에게 큰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뭐가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녀가 마지막에 말했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으로 가라고.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거라 했지.’
현재 그가 원하는 것.
유리아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일 확률이 높았다.
쿵, 쿵!
그렇게 생각하자 진도윤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고난이도의 던전을 높은 기여도로 깰 때도.
좋은 아이템을 획득했을 때도.
이렇게 가슴이 뛰지는 않았던 진도윤이었는데.
‘유리아, 드디어…… 널 볼 수 있는 거냐?’
진도윤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 * *
새하얀 홀.
“…….”
가이아가 진도윤이 사라진 자리를 애틋하게 보고 있을 찰나.
스르륵!
공간에 또 다른 누군가가 등장했다.
가이아와 비슷한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남성이었다.
“에레보스? 이곳엔 어쩐 일로.”
“가이아……. 그래도 되는 건가?”
“무엇이 말이죠?”
고개를 돌린 가이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방금 말이야. 진도윤……. 그자에게 대가 없이 선물을 준 것.”
“……보셨군요.”
가이아가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과 진도윤의 만남을 누군가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불편했던 탓이다.
그러나 에레보스는 그녀의 달라진 표정에 개의치 않았다.
“알다시피 상황이 심각하다. 중간계로 넘어오는 악마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어.”
“그건…….”
“판데모니엄 놈들의 과반수가 넘어오는 순간 제약이 풀리는 건 알고 있겠지? 그렇게 된다면 인류의 힘으로 그들을 막아낼 방도가 없을 터인데……. 이번에 네 선택은 살짝 성급했다.”
에레보스가 가이아를 질책했다.
“진도윤은 그들을 사전에 막아낼 수 있는 유일한 히든카드야.”
그는 전 인류 중 가장 감응력을 빨리 키워낸 서머너다.
또한 마계의 한 구역을 정리한 서머너이기도 하다.
‘게다가…….’
에레보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들조차 끔찍하게 여겼던 봉인된 파괴의 힘.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그 파괴의 힘마저 얻어냈다.
그러나 가이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서요?”
“……뭐?”
“그래서 제가 어떻게 했어야 한다는 말인가요?”
가이아가 짜증 섞인 말투로 대꾸했다.
“후우…….”
한숨을 푹 내쉰 에레보스가 말을 이었다.
“유리아를 이용했어야지. 그를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는데……. 그걸 내주다니.”
진도윤은 야생마다.
그것도 아주 거친 녀석.
야생마를 통제하는 데는 강력한 고삐가 필요한 법.
‘메두사의 눈’은 그에게 아주 강력한 고삐가 될 수 있을 터였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왜, 네 생각은 다른가?”
“우선 저는 그 아이를 통제할 생각이 없어요. 통제한다고 들을 아이도 아니고 말이죠.”
진도윤을 떠올렸는지, 가이아의 입가에 미소가 다시 피어졌다.
마치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미소였다.
“안쓰럽지 않은가요? 전 인류를 위해 큰 희생을 치른 후, 지쳐있는 아이예요. 그런 아이가 동료를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데, 기특하면서도 안타깝죠.”
“……팔불출이 따로 없군. 네 선택으로 인해 인류가 멸망할 수 있다 해도 말인가?”
가이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 그저 멀리서 그들을 응원할 뿐이랍니다.”
“인류를 지킨다는 여신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군.”
“인류를 그만큼 사랑하기에 할 수 있는 소리기도 하죠.”
“말을 말자꾸나.”
에레보스가 휙 고개를 돌렸다.
사실 그녀의 말도 틀린 것은 없었다.
여태껏, 누구보다도 인류를 위하던 것이 그녀였으니까.
그저 확실한 고삐를 버리고 당근과 사랑을 선택한 그녀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었다.
가이아는 다시 따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한번 믿어보자고요.”
“누구를. 진도윤을?”
“아니요, 인류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