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39
나 혼자 S급 소환수 139화
유리아 (3)
서머너는 소환수와 알게 모르게 많은 정을 쌓게 된다.
던전에서 서로의 목숨과 고통을 공유하는 사이니 더더욱 그렇다.
소환수를 잃으면 서머너 역시 목숨이 위태로워질 것이요.
서머너를 잃은 소환수 역시 자연 방생이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자연 방생’이란 무엇일까?
물리적으로만 봤을 때는.
서머너가 죽게 될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그 소환수의 사후 처리가 어떻게 되는지는 많은 서머너들의 의견이 갈린다.
누군가는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간 것이라 말하고.
또 누군가는 안타깝지만, 함께 소멸하는 거라 말한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저자도 잘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있을 때 잘하자는 것.
소환수라는 존재.
어찌 보면 불쌍할 수도 있는 존재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쳐야만 하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저자는 그런 소환수들이 존중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제프리의 ‘서머너학 개론’에서 발췌.]* * *
[흡수를 시작합니다.]“진짜, 흡수된다고?”
진도윤이 소울 리퍼의 랜턴 속, 주인 없는 감응력을 천천히 빨아들였다.
과거 꼬마의 아빠, 한 씨에게 흡수했던 것과 동일한 방식이었다.
우우웅!
꽤 많은 사람을 죽였던 건지.
그때보다 훨씬 많은 감응력이 뭉쳐있었다.
“후,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다 흡수해야겠네.”
현재 소울 리퍼는 전투 불능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녀석의 주인이었던 케빈이 죽었으니, 이제 곧 방생될 터.
최대한 빨리 뽑아먹어야 했다.
우웅! 우우웅!
시간이 흐르자, 기가 점점 쌓여가는 게 느껴졌다.
“……그나저나 대단한데?”
진도윤이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케빈이 죽기 전에 했던 말이 맞다면.
이는 엄청난 정보였다.
사람을 죽일 때마다 그 감응력을 얻고, 그 감응력을 다시 자신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비록 좋은 방법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수많은 감응력을 쌓을 수 있는 거니까.
‘하나 얻어봐야 하나?’
진도윤은 만약 남은 자리를 채워야 한다면, 이런 류의 소환수를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죽여서 감응력을 얻는다?
누가 보면 굉장히 흉악한 악당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어차피 죽어야 할 놈들이잖아?’
세상엔 케빈과 같은 범죄자들이 너무도 많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많이 모인 프리덤도 있다.
그야말로 죽여야 할 쓰레기들이 넘쳐나는 상황.
‘감응력을 거저 준다는데 이용 안 하면 바보지.’
어차피 죽여야 할 사람만 죽일 테니.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논할 필요도 없다 생각하는 그였다.
[띠링!] [흡수되는 감응력이 일정 수준을 충족합니다.] [감응력이 1 상승합니다.]대부분의 감응력을 흡수할 찰나, 메시지가 떠올랐다.
꽤 많이 뭉친 감응력이었음에도 오른 것은 고작 1.
진도윤의 경지가 높은 탓이었다.
“그래도 1이 뭐냐……? 1이.”
그가 실소하며 투덜거렸다.
마치 오르면 오를수록, 채워야 할 그릇이 배로 커지는 느낌.
“그래도 222면 나쁘지 않지.”
최후의 미궁에서는 감응력 1을 올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던가.
또 다른 방법을 찾은 것에 감사하는 진도윤이었다.
“메두사 잡고, 소울 리퍼 나오는 던전이나 검색해 봐야겠다.”
마지막 한 올까지 쭉 빨아 먹은 진도윤이 랜턴에서 손을 뗐다.
스르륵!
그러자 곧이어 연기처럼 사라지는 소울 리퍼.
“다음 생에는 꼭 좋은 주인 만나거라. 이왕이면 나처럼 실력 좋은 주인 만나면 더 좋고.”
진도윤은 바닥을 바라보며 눈을 감고 살짝 묵념했다.
소환수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굳이 찾자면, 주인에게 잘못 선택당한 것?
있다면 그뿐일 거다.
“그러니까, 엘. 너도 고마워하라고. 나 같은 주인 만난 거.”
“잉? 뭐래.”
엘라임이 코웃음 치며 말을 이었다.
“진도윤이 고마워해야지! 나 같은 소환수 만난 거! 귀엽고! 착하고! 헌신적이고!”
“그래,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다.”
피식, 진도윤이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진도유운.”
“왜.”
“슬슬 준비해야겠는데? 저기 놈들이 다가오고 있어.”
“피 냄새를 맡았나 보구나.”
스아! 스아아!
멀리서 뱀의 혓소리가 들려왔다.
이곳 던전에 들어왔던 이유.
메두사들의 소리였다.
* * *
메두사는 굉장히 까다롭다.
눈을 마주치는 즉시, ‘석화’(A급) 라는 봉인기가 걸리기 때문이다.
‘멋모르고 싸우다간 영원히 돌로 변하게 되지.’
서머너가 눈을 감는다고 안전한 건 아니다.
소환수들 역시 시야를 자체 봉인한 채로 싸워야 하니까.
“뭐, 그것 말고는 별거 없긴 하지만.”
속도도 느리고, 파괴력도 약하다.
게다가 이곳 던전의 메두사는 기존 것보다 더 약화된 상태.
굳이 긴장할 필요도 없는 상대였다.
“딱 여섯 마리네, 쉽게 쉽게 가자고.”
느껴지는 감응력으로는 딱 여섯.
전방에 네 마리, 그리고 좌우에 각각 한 마리씩 펼쳐진 채로 다가오고 있었다.
스아아아! 키에에!
뱀 소리는 메두사의 머리카락일 테고-
괴성은 메두사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
메두사는 노란 눈을 번뜩이며 진도윤이 있는 방향으로 신속하게 이동했다.
“데몰리션.”
“뀨웅!”
그들이 다가오기 전.
진도윤은 데몰리션을 하늘 높이 날려 보냈다.
과거에는 저 녀석들을 잡기 위해, 온갖 유리아의 버프를 떡칠했었다.
그러나 그건 그때의 이야기고.
지금은 압도적인 파괴력으로 밀어버리면 될 일이다.
시야?
굳이 보이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그냥 전 지역에 브레스 폭격을 가하면 되니까.
“엘.”
“응, 방패 둘러줄게!”
촤르르륵!
진도윤은 브레스에 대비해 온몸을 물의 방패로 둘렀다.
완벽한 공방의 조화.
“자, 데몰리션, 보여줘라.”
“뀨우웅!”
곧이어, 허공에 뜬 데몰리션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화르르륵!
뜨거운 열기가 무너진 신전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튀어나오는 염화의 숨결.
[파괴룡 ‘데몰리션’(★★★★)이 ‘파이어 브레스’(S급)를 사용합니다.]콰아아아앙!
동시에 튀어 나간 화염 줄기가 사방 곳곳으로 쏘아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표적이 없는 무차별 폭격.
“키에에에!”
“키이이!”
갑작스러운 공격에 메두사가 울부짖었다.
진도윤은 메두사 반대 방향으로 등을 돌린 채, 눈을 슬쩍 떴다.
이제 기다려야 할 것은.
[‘약해진 메두사’(★★★★★)을 처리합니다.] [경험치 200,000exp를 획득합니다!] [‘메두사의 눈’(A급)을 드롭합니다!] [‘약해진 메두사’(★★★★★)을 처리합니다.] [경험치 200,000exp를 획득합니다!] [‘메두사의 눈’(A급)을 드롭합니다!]…….
줄줄이 떠오르는 메시지창을 확인하는 것.
경험치뿐만 아니라, 아이템을 드롭했다는 문구도 있었다.
‘좋아, 좋아.’
그동안 저걸 찾으려고 얼마나 애먹었던가.
100% 확률로 떨어지는 아이템에 진도윤은 시원한 쾌감을 맛봤다.
‘셋, 넷, 다섯…….’
진도윤은 총 여섯의 메시지가 뜰 때까지, 얌전히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약해진 메두사’(★★★★★)을 처리합니다.] [경험치 200,000exp를 획득합니다!] [‘메두사의 눈’(A급)을 드롭합니다!]마지막 메시지가 떴다.
고작 1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존재하는 모든 메두사를 처리해 낸 것이다.
[시원시원한 전략에 파괴룡 ‘데몰리션’(★★★★)이 행복해합니다!] [친밀도가 1 상승합니다.]세상에 이렇게 친밀도를 올리기 쉬운 소환수가 과연 존재할까?
“뀨웅! 뀨우웅!”
이제 24의 친밀도를 달성한 데몰리션이 신나게 울부짖었다.
“다 됐네.”
죽은 메두사의 눈은 사람을 봉인시킬 수 없다.
그렇기에 진도윤은 다시 등을 돌려 무너진 신전의 상황을 확인했다.
“와우.”
진도윤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감탄했다.
완전히 불타오르는 신전과 시커멓게 타버린 메두사의 사체들.
던전 하나를 완전히 아작내버린 데몰리션의 브레스였다.
저벅, 저벅.
진도윤은 여유롭게 거닐며 떨어진 아이템을 주웠다.
메두사의 노란 눈은 마치 구슬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아이템 : 메두사의 눈] [등급 : A] [메두사 처치 시 일정 확률로 얻을 수 있는 눈.] [메두사는 자신의 눈을 심장처럼 아낀다.] [소지 시, 특수 효과를 얻는다.] [옵션 : 1/1]– 골동품 : 소환수 마법 공격력 + 10.
‘쩝.’
얼어붙은 유물과 똑같은 골동품 옵션.
확실히 거창한 정보에 비해 쓸모없는 옵션이긴 했다.
‘이러니까 다 버리고 다녔지.’
뭐, 가지고 다녔다 하더라도 데몰리션과의 전투에서 다 파괴당했겠지만.
“드디어 원하던 걸 얻은 거야?”
다가온 엘라임이 웃으며 묻자, 진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제 유리아를 구할 수 있겠어.”
“유리아는 나도 보고 싶긴 해. 여기서 바로 할 거야?”
“음……. 여기는 너무 상태가 안 좋은데.”
오랜만에 미궁 밖으로 나올 친우에게.
눈을 뜨자마자 또 던전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여기보단 바깥세상 냄새를 맡게 해줘야지. 얼마나 보고 싶겠어. 라면도 준비해야 할 테고.”
그렇게 진도윤이 애틋한 미소를 지을 찰나.
[던전 클리어!] [던전을 지키는 신수, ‘약해진 메두사’(★★★★★)를 모두 처리했습니다. 자연의 기운이 그대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특수한 던전입니다.] [보상이 지급되지 않습니다.]임무 완료 메시지와 함께, 시야가 번쩍였다.
* * *
던전을 나온 진도윤이 가장 먼저 찾은 것은 근처 숙소였다.
감동의 컵라면은 인피니티 백팩에 준비해 둔 상태.
“후우.”
방에 들어온 진도윤은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다.
미궁에 나온 후,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옆에 제프리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일단 구해놓고 수준을 좀 맞춰주긴 해야지.”
제프리와 마찬가지로 유리아 역시 그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그녀가 가진 각종 버프와 힐링은 엘라임의 것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았으니까.
“뭐, 쉬고 싶다 하면 어쩔 수 없고.”
진도윤의 다음 목표는 프리덤 척살이다.
자신을 계속 건드는 그 녀석들을 가만히 내버려 둔다면?
앞으로 남은 여가 생활이 굉장히 불편해질 수도 있다.
원래 가만히 내버려 둘 성격도 안 됐고.
하지만, 만약 유리아가 힘들다고 하면 그녀의 의견을 존중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읏차!”
진도윤은 먼저 가방에서 유리아의 석상을 꺼냈다.
아직도 돌처럼 굳어있는 친우, 유리아의 모습.
“이 녀석아, 내가 구해준다고 했지?”
비록 많은 시간이 흐른 건 아니었지만, 진도윤은 그녀의 움직이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언제나 긍정적이고 천하 태평하던 녀석…….’
그 성격은 최후의 미궁을 견디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자, 데몰리션?”
“뀨웅?”
옆에 소환되어 있던 파괴룡이 고개를 갸웃했다.
“바로 시작하자.”
동시에 이번에 획득한 메두사의 눈 여섯 개를 꺼냈다.
[파괴룡, ‘데몰리션’(★★★★★★)의 흔적을 조우합니다.] [스킬, ‘턴 투 스톤’(S급)의 효과로 봉인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삐빅!] [스킬 초월 단계가 너무 낮습니다.]유리아 봉인 해제 전.
데몰리션의 스킬 초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