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46
나 혼자 S급 소환수 146화
익숙한 침입자 (3)
공터로 자리를 옮긴 진도윤은 눈앞에 서 있는 서동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서동희.’
기억은 흐릿하지만, 분명히 알고 있는 자였다.
한창 오지랖이 넓던 시절, 던전에 몇 번 데리고 다녔던 적이 있었으니까.
“오랜만에 만난 것 치고는 별로 반가운 표정이 아닌데? 거참, 서운하네.”
서동희는 괜스레 바닥을 차며 말했다.
파가각!
가벼운 동작이었지만, 얼마나 힘이 강한지 돌 부스러기가 바깥으로 튀었다.
동시에 굉장히 불쾌하면서도 익숙한 느낌이 진도윤의 감각에 걸렸다.
‘이건…… 노야와 비슷한 느낌.’
놀랍게도 녀석의 소환수가 아닌, 녀석 자체에서 악마의 냄새가 풍겼다.
‘소환수를 쓰는 방식이 아닌 건가?’
예민하게 끌어 올려진 그의 감각이 말하고 있었다.
서동희가 지닌 감응력을 떠나서, 녀석이 몬스터와 같은 기운을 지니고 있다고.
마치 녀석이 악마, 그 자체가 된 것처럼.
그를 바라보던 진도윤의 입이 처음으로 열렸다.
“……프리덤에 들어간 거냐?”
“이야, 오랜만에 만나서 묻는다는 게 고작 그거야?”
“그래, 네 말이 맞다.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겠지.”
우우웅!
진도윤이 묵묵히 감응력을 끌어올렸다.
녀석은 이제부터 명백한 자신의 적이다.
이건 과거의 추억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첫째로, 녀석은 프리덤의 멤버가 확실했으며-
둘째로, 악의적으로 풍운 길드를 박살 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프리덤의 이름을 달고 감히 자신의 앞에 당당하게 찾아왔다.
그것만으로 공격할 이유는 충분했다.
“워우, 워우. 형, 오랜만에 만나서 이러기야? 오늘은 싸우러 온 게 아니라고.”
진도윤의 소환수들이 적의를 드러낼 찰나.
서동희가 오른쪽 발을 들어 땅을 밟았다.
구구궁!
그 순간 일대를 장악한 무형의 기운이 진도윤의 몸을 속박했다.
“……!”
마치 보스급 몬스터가 속박기를 쓴 것 같은 기분.
“싸우러 온 게 아니긴.”
끼긱! 펑!
그러나 데몰리션은 그 기운을 단숨에 깨버린 뒤, 서동희에게 달려들었다.
“뀨우웅!”
날개를 펄럭이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데몰리션이 녀석의 목을 베려는 찰나.
서동희가 다급히 손을 들어 올렸다.
까아앙!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아씨, 힘쓰면 노야께 혼나는데.”
데몰리션의 발톱을 후려친 그가 허공에 붕- 뜬 채로 공중제비를 돌더니 바닥에 착지했다.
“…….”
솔직히 서동희는 놀란 상태였다.
검은 용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상상 이상이었으니까.
잠깐이었지만, 바사고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면 위험할 뻔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지?’
가차 없는 공격과 정확도는 그렇다 쳐도.
진도윤에게서 느껴지는 감응력이 무언가 싸했다.
‘5년 만에 저런 발전을 할 수가 있다고?’
잭 폴탄이나 리처드가 당했다 했을 때도 웃어넘겼던 그였다.
그들은 악마의 힘을 손에 넣지 못한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만나본 서머너 마스터는 악마의 힘을 써도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위험해 보였다.
‘게다가…….’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예언의 악마, 바사고가 경고하고 있었다.
위험한 파괴의 힘이 도사리고 있다고.
그에게 먹이를 주지 말고 추후를 도모하라고.
‘이건…… 노야께 보고해야겠다.’
꿀꺽!
침을 삼킨 서동희가 다시금 진도윤을 바라봤다.
“좋아, 좋아. 인정해. 형이 이 정도일 줄 모르고 저지른 짓인 건 맞아.”
그가 풍운 길드를 친 이유는 단순했다.
깽판 쳐도 힘으로 짓누를 자신이 있어서.
프리덤에게 서머너 마스터란 그저 지나가는 개미 중 조금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개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했다.
분명 서머너 마스터는 프리덤의 대계를 위협할 만큼 성장하고 있었다.
“근데 생각해 보니 너무하단 말이야?”
“뭐가 말이지?”
진도윤이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
그 역시 말은 안 했지만, 방금의 충돌에서 느꼈다.
서동희가 무시 못 할 힘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그는 분명히 일부로 힘을 억제하고 있었다.
“하긴, 형은 언제나 그랬었지. 날 동료로 인정하지도 않고, 내 능력을 제대로 봐주지도 않았어.”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
진도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서동희를 도우면 도왔었지, 무시하거나 인정하지 않은 적이 없다.
‘뭐, 열등감 그런 건가?’
만약 자신이 제프리와 유리아를 챙겨서 그런 거라면 할 말이 없다.
그건 진짜 서동희가 그들보다 능력이 없어서일 확률이 높았으니까.
“하지만, 노야는 달라. 그는 날 인정하고 받아들였지. 큭큭. 결과적으로 막대한 힘을 손에 얻었고.”
“이건 뭐…… 안 본 사이에 정신병이라도 걸렸나.”
다짜고짜 중이병처럼 웃는 서동희를 바라보며, 진도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고는 데몰리션에게 감응력을 흘려 넣었다.
녀석을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는 스킬, 뉴클리어 브레스(S급)를 쓰기 위함이었다.
“그럴 필요 없어, 형. 아까도 말했다시피, 오늘은 싸우러 온 게 아니거든.”
녀석이 품속에서 냉큼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과거, 잭 폴탄이 도망칠 때 썼던 것과 비슷한 생김새의 노란색 비서였다.
“도망가려는 건가?”
“너무 걱정하지 마. 곧 대계가 완성되면 형은…… 꼭 내 손으로 죽일 테니까.”
“대계라…….”
진도윤도 이내 감응력을 깔끔하게 거두었다.
어차피 녀석이 도망가고자 하면, 지금으로서는 잡을 방도가 없다.
녀석을 단박에 제압할 수 있는 힘이 있지 않은 이상.
“후우.”
옅은 한숨을 내쉰 진도윤이 그를 다시 응시했다.
“서동희, 기억나냐? 날 건든 놈들이 나중에 다들 어떤 꼴을 당했는지.”
“알지, 알지. 그때의 형은 분명히 무서웠지. 근데 그게 지금도 그럴까?”
“글쎄, 그건 네가 더 잘 알지 않을까?”
녀석은 자신의 과거를 봐왔기에 분명히 알 거다.
서머너 마스터라는 이명이 있기 전.
낮은 등급부터 시작해, 세계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던 그 과정들을 옆에서 지켜봐왔을 테니까.
“……대계든 뭐든. 너든 노야든. 분명히 그 대가를 치를 날이 올 거다.”
“그래, 두고 보자고. 그 결과가 어찌 될지 나도 기대되는데? 솔직히 난 다행이라 생각해. 형이 예상보다 더 강해서. 시시하면 어쩔까 걱정하는 마음도 조금은 있었거든.”
빙그레 웃은 서동희가 이내 아이템을 작동시켰다.
스르륵!
동시에 뿌옇게 사라지는 신형.
“…….”
진도윤은 녀석이 있던 자리를 가만히 쳐다봤다.
살짝 허무하면서도 씁쓸한 감정이 그의 입맛을 쓰게 했다.
‘뭐, 나쁘진 않지.’
안 그래도 가이아를 따르는 데 원동력이 살짝 부족했던 그였다.
그러나 이제는 확고한 의지가 생겼다.
‘노야, 마계, 그리고 서동희.’
서머너 마스터를 건드린 자.
진도윤은 어느덧 어두워진 하늘을 보며 피식 웃었다.
* * *
풍운 길드 내부는 완전히 줄초상이었다.
비록 직접적으로 목숨을 잃은 자는 없었지만.
누군가는 소환수를 잃었고, 또 누군가는 감응력 폭주 상태에 걸렸다.
그게 고작 한 서머너에게 당한 일이니 얼마나 비참할까.
그것도 이제는 곧 빅3의 아성을 넘는다고 알려진 길드가 말이다.
“제 욕심 때문이라 생각해요.”
이혜연은 깔끔하게 결론지었다.
“욕심?”
“사실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일이죠. 우리 길드가 아직 서머너 마스터를 품을 실력도 자격도 안 된다는 거요. 그저 제 욕심이었죠.”
“아…….”
진도윤은 할 말이 없었다.
솔직히 미안한 감정이 없다면 거짓말이었다.
비록 거주지만 빌리기로 했던 거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 때문에 이러한 봉변을 당한 것이니.
“혹시, 우리 처음 만난 날 기억하시나요?”
“처음이면……. 그레이트 맨티스를 잡았던 그때?”
“네, 사실 그때가 아직 트라우마로 남아 있거든요. 오늘도 그때처럼 또 길드원들을 잃을까 두려웠어요.”
“…….”
길드장실 내부.
팔짱을 낀 진도윤은 묵묵히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길드장인 저는 책임지고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어요.”
“어떤 결단을?”
“길드를 해체할 생각이에요.”
진도윤은 이혜연이 하는 말의 숨은 뜻을 이해했다.
이미 그녀의 길드는 프리덤의 목표가 되었다.
자신의 소중한 길드원들을 그런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하기 싫다는 뜻이었다.
“네 선택을 존중한다.”
찝찝하고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진도윤이 봐도 그게 가장 깔끔하고 안전한 방안이니.
“이해해 주셔서 감사해요.”
“혹시 내가 도울 게 있다면, 언제든지 요청해라. 들어줄 수 있는 범위에서는 다 들어줄 테니.”
자신 덕에 큰 길드지만, 자신 때문에 해체한 길드인데.
무언가 그도 책임을 지고 싶었다.
“저보단…… 길드원들이 문제예요. 서머너의 꿈을 가지고 있던 자들인데…….”
“감응력 폭주가 문제라면 조금 전 오는 길, 다 치료하고 왔다.”
“……네?”
이혜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머너가 걸릴 수 있는 최악의 고질병 1위, 감응력 폭주를 무슨 상처에 밴드 붙이듯 치료했다 하는 진도윤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였다.
“그게 무슨……?”
“다 방법이 있어. 기억 안 나? 나랑 유아린도 예전에 감응력 폭주 걸렸었던 거.”
“……헐?”
그러고 보니, 그런 사건이 있었다.
오보된 기사라고 정정 보도가 게재되어 그렇구나 했었는데.
사실, 그게 치료한 거였다니?
“잃은 소환수야 안타깝지만, 감응력만 있으면 언제든 구할 수 있는 게 또 소환수니까.”
진도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혜연을 바라봤다.
“서머너 활동은 언제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그렇군요.”
절망적이었던 그녀의 눈빛에 희망이 살짝 차올랐다.
그 정도만 되어도 길드원들을 볼 면목이 생기니까.
“…….”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진도윤의 머릿속에 문득 김제하가 떠올랐다.
“프리덤의 표적이 문제면 살림으로 가는 건 어떠냐?”
“사, 살림이요?”
이혜연도 ‘살림’(殺林)에 대해서는 잘 알았다.
길드장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이미지가 변한 집단으로 손꼽히기도 했었다.
과거엔 살인 청부 업체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정의의 괴도 느낌으로?
“살림이랑도 연이 있으세요?”
“있지, 아주 끈끈하게.”
A급 엘릭서 하나로 거의 주종계약을 맺었으니.
끈끈하다면 끈끈하다 할 수 있었다.
“원하면 거기 수장한테 말해서 넣어줄 수 있다.”
“헉, 수장!”
이혜연은 놀랐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일단은 살림의 수장보다는 서머너 마스터가 급이 더 높은 존재니까.
“관심 있으면 연락처 줄게. 내가 줬다 하면 알 거야. 아니, 그전에 이미 알 수도 있겠다 거긴.”
살림의 본거지가 어디인지는 진도윤도 모른다.
나름 보안 유지가 잘 되는 집단.
‘그 꼬마 녀석도 잘 크고 있으려나?’
진도윤은 언제 한번 살림에도 들러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기, 길드원들이랑 한번 얘기해 볼게요.”
“오케이. 일단, 오늘은 푹 쉬고.”
무언가 피곤해 보이는 그녀.
자리를 비켜주기 위해 등을 돌린 진도윤의 뒷모습을 이혜연은 멍하니 쳐다봤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괜히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진도윤은 예전에 분명 말했었다.
그저 거주지만 빌리겠다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을, 굳이 책임지고 가는 진도윤이 고마운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