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51
나 혼자 S급 소환수 151화
새로운 세상 (2)
“다들 모여봐.”
분수대 앞에 모인 일행들을 바라보며 진도윤이 입을 열었다.
“일단 이 인장이 있는 이상, 우리한테 이렇다 할 적대감은 없는 것 같거든?”
그 이후로 마을 이곳저곳을 살폈지만, 천족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저 처음 보는 동족 취급을 할 뿐.
“우선 각자 흩어져서 정보를 캐보자.”
“흩어져서요?”
유아린이 불안한 듯 묻자, 진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래야 더 스피디하게 캐낼 수 있을 테니까. 이 정도 작은 마을에서 다 같이 다니는 건 비효율적이야.”
“맞는 말이다.”
제프리가 진도윤의 말에 동의했다.
그러고는 진조와 네비로스를 꺼냈다.
“난 소환수들을 이용해 마을의 구조를 살피고 주변을 정찰하도록 하지.”
“아, 그럴래? 하는 김에 아까 저들이 말했던 몬스터가 어떤 존재인지도 더 자세히 파악해 봐.”
“안 그래도 그러려 했다.”
제프리의 임무는 정해졌고-
“그럼 난 저기 이 마을에서 가장 큰 건물을 조사해 볼게.”
유리아가 저 멀리 솟아 있는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모름지기 큰 건물에 있는 정보도 큰 법이거든.”
제프리와 유리아가 대수롭지 않게 나오자, 불안했던 유아린도 별수 없었다.
“으음……. 그럼 전 주변에 음식점이 있나 찾아볼게요. 네비아레 마을에서처럼, 천족들이 많이 모여 있을 수 있으니까요?”
유아린은 볼을 긁적이며, 자신이 할 일을 찾았다.
솔직히 그녀는 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과연,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남다른 사람들이야.’
보통의 서머너들이라면, S급 딱지가 붙은 던전에서 떨어질 생각을 할까?
절대 아니다.
오히려 꽁꽁 붙어서, 하나하나 조심히 파악하겠지.
하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조심할 땐 누구보다 조심했고, 과감할 땐 또 더없이 과감했다.
서로의 팀워크도 좋았지만, 각자의 실력에도 자신이 있어야만 나오는 행동들이었다.
“좋아.”
짝짝!
진도윤이 박수를 쳤다.
“다들 알다시피 임무는 정해졌어. 북쪽 도시 가드노스로 가는 것. 최대한 그 위주로 캐보되, 사소한 것들도 다 가져와서 종합해 보자고.”
“장소는요?”
“2시간 뒤, 이곳 분수대 앞.”
진도윤이 시원하게 뿌리는 물줄기를 가리켰다.
스륵!
동시에 일행들의 그림자에 작은 박쥐가 한 마리씩 스며들었다.
진조의 정찰용 박쥐였다.
“안전은 너무 걱정하지 마라. 각자 몸에 박쥐를 붙여놨으니, 신호 보내면 즉시 분수대로 달려오는 걸로 하자.”
제프리의 말을 끝으로, 본격적인 천계 정찰이 시작됐다.
* * *
저벅, 저벅.
진도윤은 우선 마을 골목을 구석구석 돌았다.
천계도 어찌 보면, 사람 사는 공간이랑 비슷했다.
각종 건축물이 있고, 가로수가 있었으며.
하늘에 해도 떠 있었다.
진도윤은 벽돌로 이루어진 바닥을 걸으며, 상념에 잠겼다.
‘가이아가 이곳에 보낸 이유가 뭘까?’
그녀와 다시 만나기 위해선, ‘감응’ 스킬의 비활성화가 풀려야 했다.
그리고 ‘감응’의 쿨타임은 아직 2주나 남아 있다.
그전까지는 그녀의 의도를 추측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
‘우선, 루시퍼에게 뭔가 있는 것 같고.’
진도윤은 주어진 임무를 다시 펼쳐봤다.
[임무 – 북쪽 도시, 가드노스로 이동.] [가드노스로 이동해 그곳의 통치자 루시퍼를 만나세요.]가이아가 원하는 것은 가드노스로의 이동.
그렇다면 왜, 바로 루시퍼에게 보내지 않고 이곳 가드웨스트에 떨어뜨려 놨을까?
‘아직 만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거겠지.’
현재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추측이었다.
마계도, 천계도.
원활하게 임무 수행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는 말이리라.
‘10 악마만 보면 확실히 그렇긴 해.’
진도윤도 인정했다.
아직 자신의 힘으로는 10 악마의 본체들을 감당해 낼 수 없다.
강해질 수 있는 길이 남아 있는 한.
계속 달려야 했다.
만약 천계가 그 수단이 될 수 있다면?
최대한 이용해야겠지.
“음?”
그렇게 얼마 정도 걸었을까.
진도윤은 예쁘게 꾸며진 정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마을의 휴식처쯤 돼 보이는 공간이었는데.
그곳 벤치에는 날개 한 쌍이 달린 아이 천족이 실타래를 만지며 앉아 있었다.
‘오, 날개가 있네?’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금껏 봐왔던 천족들에게는 분명 날개가 없었다.
하지만, 저 여자아이는 분명 날개가 달려 있었다.
게다가 외모도 다른 천족에 비해 월등한 느낌.
‘좋아. 쟤로 정하자.’
마음속으로 그녀를 새로운 정보원으로 낙점한 진도윤이 거리낌 없이 다가갔다.
“꼬마야, 여기 앉아서 뭐 하고 있는 거니?”
그가 부르자, 아이의 핑크빛 눈동자가 진도윤을 향했다.
그러고는 이내 눈살이 찌푸려졌다.
“꼬마?”
“아……. 꼬마라 부르면 안 되나? 내가 실수한 건가?”
진도윤이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자, 아이가 답했다.
“천족의 나이는 외모와 무관하다는 것이 기본이거늘. 내 나이가 200이 넘는데, 어찌 어린 사람을 부를 때 쓰는 호칭을 한단 말이냐.”
“……200살?”
진도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할머니였어?’
생각지도 못한 발언에 잠깐 당황한 진도윤은 이내 실수를 인정했다.
어쩌겠는가.
일단, 정보를 캐내야 하니, 비위를 맞출 수밖에.
“하하, 미안, 미안……. 내가 기억 상실증에 걸려서. 내가 실수했네.”
“……기억 상실증? 그건 또 무슨 신박한 저주더냐?”
번역되는 언어에서 그 의미를 파악한 천족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진도윤의 변명을 저주로 인식하는 듯했다.
‘오히려 잘됐어.’
잘 모르는 것들은 기억이 없다 얼버무리면 될 테니까.
“저주에 걸렸으면…… 신전에 가서 치유를 받을 것이지. 왜 정원에 있는 거냐?”
“신전……?”
“어쩐지, 하급 천족 주제에 예도 갖추지 않더라니……. 그 부분은 용서해 줄 테니 이만 갈 길 가보거라.”
이윽고 그녀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입을 꾹 다문 게, 더는 말을 잇기가 싫은 듯했다.
‘아씨, 어떡하지?’
천족 앞에 하급이 붙을 때부터 불안하다 했더니.
계급 사회 비슷한 거였나?
진도윤이 고민하고 있을 찰나.
꼬르륵!
그녀의 배에서 활발한 장 소리가 들려왔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자신의 배를 만지는 그녀.
배고프면 집에 갈 법도 한데, 정원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사정이 있나?’
궁금해진 진도윤이 다시 물었다.
“배고파?”
“…….”
진도윤의 물음에도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옅은 한숨을 내쉰 진도윤이 배낭을 뒤적거렸다.
그러고는 챙겨온 비상식량을 꺼냈다.
에너지 바와 도시락, 라면, 초콜릿 등등.
“이거라도 먹을래?”
“……그건 또 무슨 쓰레기들이더냐?”
“쓰레기라니, 이렇게 맛있는걸.”
에너지 바 하나를 까, 한 움큼 베어 문 진도윤의 눈동자가 이내 휘둥그레졌다.
“으웩, 퉤!”
혀에서 느껴지는 쓰디쓴 맛.
평소 먹던 에너지 바의 맛이 아니었다.
아무리 배고파도 도저히 먹을 수가 없는 그런 맛이었다.
[삐빅!] [천족은 과일만 섭취할 수 있습니다.]“미친!”
뭐 이딴 설정이 다 있단 말인가.
진도윤이 허무한 표정을 지었다.
던전을 준비하며 챙겨온 대다수 음식들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릴 지경이었으니까.
‘게다가 만약 여기 또 갇힌다면……?’
또 오랫동안 라면의 맛을 못 느낄 수도 있었다.
“하. 제기랄.”
진도윤이 끔찍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과일이라도 줘볼까?’
다행히도 인피니티 백팩 안에는 아보카도, 바나나 등의 고열량 과일도 소수 들어가 있었다.
진도윤이 가방 속에서 바나나 하나를 뜯어내 그녀에게 내밀 때였다.
“무, 무슨……?”
무표정하니, 동요가 없던 그녀가 입을 떡 벌렸다.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온몸으로 바나나를 가렸다.
“마, 말도 안 돼! 무슨 하급 천족이 이런 귀한 음식을 가지고 있단 말이냐! 어서 숨기거라!”
“……그게 무슨 소리야?”
“바나나는 인간계에서만 구할 수 있어 상급 천족들도 쉽게 먹지 못하는 것이거늘……! 이런 못사는 동네에서 꺼냈다간 큰일을 치를 수도 있단 말이다!”
“이게 여기선 그렇게 귀해?”
“……정말 심각한 저주에 걸린 녀석이로구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천족.
진도윤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서 그녀가 생각보다 순수한 천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나나가 왜 귀한 것인지는 둘째 치고-
그런 귀한 것을 숨겨준 후에 뺏으려 하지도 않았으니까.
“많이 아픈 것 같은데, 차라리 이걸 가지고 신전에 가거라. 이걸 봉헌하면, 그 신박한 저주는 손쉽게 풀어줄 거다.”
“바나나를 봉헌하라고?”
“그래, 절대 먹을 생각 하지 말거라. 네 녀석이 10년간 사냥을 다녀도 못 구할 만큼 진귀한 물품이니까.”
진중한 그녀의 말에 진도윤이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가방에서 바나나를 한 다발 꺼냈다.
무려 수십 개가 달린 녀석이었다.
“글쎄……. 그런 거, 난 이렇게 많은데?”
“이, 이, 이게 무슨……?”
원래도 큰 그녀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운이 좋네.’
하필 과일을 챙겨오다니.
이것만 있으면, 정보를 더 쉽게 얻을 수도 있으리라.
진도윤은 바나나를 하나 뜯어 그녀에게 다시 내밀었다.
“이거 하나 줄 테니. 뭐 하나 묻자.”
그러고는 아주 달콤해 보일 수밖에 없는 제안을 했다.
* * *
“그러니까……. 날개가 없는 녀석들이 하급 천족이고, 한 쌍이 중급, 두 쌍이 상급이란 거지? 그럼 넌 중급 천족인 거네?”
“그렇다. 그리고 오직 천사들부터가 세 쌍 이상의 날개를 지닐 수 있지.”
정원에 편하게 앉은 그녀와 진도윤은 벌써 한 시간째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천사?”
“하……. 정말 아는 게 하나도 없구나. 천사는 천족들 중 최강의 전사들에게 부여하는 칭호이니라. 그 천사 중에서도 정점에 있는 자들만이 대천사의 호칭을 얻지. 천사와 천족은 아예 다른 개념이기에 하급 천족도 노력만 하면 여섯 쌍 날개의 대천사가 될 수도 있느니라. 역사상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그녀와 대화하면서, 진도윤은 천계의 지식들을 조금씩 습득해 나갔다.
우선, 이곳은 과거 대천사 미카엘이 다스렸다는 ‘가드웨스트’ 구역.
천계의 중앙에는 커다란 세계수가 자리 잡고 있었고-
동서남북의 섬을 세계수의 가지가 지탱하고 있는 구조라 했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다른 구역으로 이동할 수 없다고도 했다.
‘답도 없는 상황이네.’
오직 한 가지 방법이 있었는데.
가드웨스트 중앙도시에 있는 텔레포트 기계를 이용하는 것.
하지만, 그 가격이 굉장히 비쌀뿐더러.
상급 천족들이나 천사들만이 이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상급 천족은 태생 개념인 것 같으니까, 결국 천사가 되어야 한다는 거구만?’
그녀는 진도윤이 잘 이해하지 못할 때면, 친절하게 풀어서 설명해 주기까지 했다.
고작 몇 시간 떠드는 거로 바나나 하나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온갖 열정을 다하는 중이었다.
“오케이. 가드노스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이곳에서 가장 큰 도시로 이동해야 한다는 거지?”
“그렇다. 하지만, 도시와 도시 사이에는 끔찍하고 흉악한 괴물들이 존재하느니라. 그래서 이런 변방에 있는 마을은 식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지.”
그녀가 배고프면서도 집에 가지 않는 이유.
그건 단순히 집에도 식량이 없기 때문이었다.
“안타까운 일이네…….”
진도윤이 혀를 차며 고개를 휙휙 저을 때였다.
퍼덕, 퍼덕!
그의 그림자에 있던 박쥐가 튀어나와 신호를 보냈다.
분수대에 위치해 있는 제프리의 신호였다.
‘뭐지?’
싶을 찰나.
콰아앙!
마을 중앙에서 커다란 폭음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