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54
나 혼자 S급 소환수 154화
미카엘의 잔당 (2)
“후우…….”
숲속 오솔길.
세리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사냥만 할 것이냐……?”
진도윤 일행을 따라다니던 그녀는 매우 지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을을 떠난 지 벌써 12시간이 넘게 흘렀다.
그리고 이들은 놀랍게도 그 시간 동안 한 번도 사냥을 멈추지 않았다.
뭔가에 씐 것처럼 움직였고, 또 사냥 도중 나오는 무언가를 줍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저게 도대체 뭐길래.”
추욱!
날개를 아래로 늘어뜨린 세리아는 처음 몬스터가 등장했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처음엔 다크 오크 10마리였지…….’
다크 오크는 와이번만큼은 아니어도 굉장히 까다롭다고 알려진 몬스터였다.
꽤 경험 많은 천사들도 꺼리는 놈들이기에.
세리아는 재빨리 피할 것을 요구했었다.
자신이 안내하는 길로만 이동하면, 분명히 녀석들을 피할 방법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뭐라 했었지?’
눈앞의 남자는 분명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봤었다.
그러고는 ‘경험치를 버리고 튀자고? 그게 무슨 헛소리야?’라는 이상한 소리를 하며 녀석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처음엔 그녀도 경악했었다.
아무리 와이번을 잡았다 해도, 다크 오크 여러 마리를 상대로 저렇게 무작정 뛰어들다니.
그러나 잠깐의 싸움이 펼쳐진 후.
그녀는 사내와 그 일행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다크 오크의 약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잖아? 다시 보니, 움직이는 루트도 굉장히 효율적인데……. 하급 천족들이 이렇게 전략적인 싸움을 한다고? 아니, 싸웠다는 표현은 여기에 어울리는 표현이 아닌가?’
둘의 공방이 어느 정도는 오가야 싸움이지.
여기엔 사냥 또는 학살이란 표현이 더 적합할 것이다.
‘게다가 굉장히 깔끔한 컨트롤이야. 사체들의 절단면이 너무도 깔끔하게 베였어.’
아무리 전투에 대한 지식이 적은 그녀라도,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는 다양한 서적을 통해 알고 있었다.
이쯤 되니, 세리아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에겐 지름길이나 자신의 도움 따위 필요하지 않았다.
길을 모르면 어떤가?
진로를 방해하는 모든 몬스터를 단숨에 격파할 실력이 있는데.
‘문제는…….’
도대체 언제까지 사냥만 할 거냐는 거다.
벌써 잡은 다크 오크의 숫자만 수백.
심지어 중간중간 등장한 각종 몬스터들도 있었으니…….
“후.”
세리아가 옅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제야 그런 그녀를 본 건지, 진도윤이 다가왔다.
“왜 이렇게 죽상이야?”
“그대여, 미르제에 갈 생각은 있는 건지 묻고 싶구나.”
“미르제? 도시 이름이라 했었나? 가긴 가야지.”
“이곳, 가드웨스트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를 다 처리하고 말이냐?”
그녀가 원망스럽다는 듯, 진도윤을 바라봤다.
그러나 오히려 기쁘게 반색하는 그.
“오, 그것도 좋은 생각인데? 안내해 줄 수 있어? 여기 존재하는 몬스터 중에 가장 센 놈은 누구냐?”
“에휴, 말을 말자꾸나.”
세리아가 머리털을 잡아 뜯을 때도.
퍼걱!
전방에선 데몰리션의 발톱에 또 한 마리의 오크가 터져나가고 있었다.
[‘다크 오크 사냥꾼’(★★★★★)을 처리합니다.] [기여도 100%] [경험치 11,000,000exp를 획득합니다!]‘크, 역시 달달하구나.’
시야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바라보며 진도윤은 감탄했다.
그가 사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경험치였다.
말 그대로 이가 썩을 정도로 달달한 경험치.
‘무려 마리당 천백만이라고. 이걸 어떻게 포기해?’
원래 마리당 경험치는 백만 exp 정도였을 거다.
하지만, 진도윤은 현재 풀 도핑 상태.
그는 출발 전, 팀 헤파이스토스에서 쇼핑했던 경험치 폭주 시약을 전부 복용했다.
[경험치 폭주 시약(A급)]-하루 동안 경험치 획득량을 200% 올려주는 시약이다.
[경험치 폭주 시약(B급)]-하루 동안 경험치 획득량을 150% 올려주는 시약이다.
[경험치 폭주 시약(C급)]-하루 동안 경험치 획득량을 100% 올려주는 시약이다.
[경험치 폭주 시약(D급)]-하루 동안 경험치 획득량을 50% 올려주는 시약이다.
알다시피 폭주 시약은 중복 적용이 가능하기에 도합 500%의 보너스 경험치를 받는다.
‘거기다가…….’
가브리엘의 반지 200%.
마스터피스 오브 볼드윈 망토 200%.
페어리킹의 축복 200%.
이렇게 3개까지 합산하면?
‘도합 1,100%의 보너스 효과를 받을 수 있지.’
무려 11배의 효과를 얻는 것이다.
그 말인즉슨, 물약 효과가 사라질 때까지는 최대한 사냥을 해두는 게 효율적이란 뜻이었다.
[띠링!] [드롭된 아이템을 발견합니다.]거기다가 이들은 죽을 때마다 각종 아이템을 떨어뜨렸다.
대략 확률은 10% 정도?
던전에 다닐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은 수치였다.
종류는 무기나, 시약, 잡다한 아이템 등등.
인간계에서는 보지 못했던 종류의 아이템들도 다수 있었다.
게다가 같은 등급의 아이템이라도.
이곳에 등장하는 것들은 성능이 조금씩 더 좋았다.
‘이러니 사냥하는 재미가 없을 수가 있나?’
한껏 미소 지은 진도윤이 떨어진 아이템을 주워 가방에 담았다.
정보는 굳이 확인하지 않았다.
워낙 많이 떨어지기에, 하나하나 확인했다가는 사냥할 시간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나중에 털보랑 사업이나 차려볼까?’
이름은 ‘천계 상점’으로.
이렇게 해서 천계 특산물들만 팔아 재끼면 돈이 얼마나 될지, 상상이 안 가는 그였다.
“조금만 참아라, 세리아. 일단, 목표가 있어서 그래.”
다크서클이 짙어진 세리아를 바라보던 진도윤은 웃으며 타일렀다.
지금은 도시로 가는 것보다 사냥이 더욱 중요했다.
루시퍼를 만나기 전까지.
이곳 천계에서 뽑아먹을 수 있는 건 최대한 뽑아먹어야 하니까.
임무를 완수하고 인간계로 돌아가도.
이곳만큼 사냥감이 풍부한 곳은 없을 터였다.
“알겠다. 일단은 그대가 갑이니…….”
피곤한 세리아였지만, 그녀라고 별수 있겠는가?
이들이 없으면, 몬스터에게 뜯겨 죽는 건 자신일 테고.
조금씩이긴 했지만, 분명히 도시와의 거리는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으로 위안 삼으며, 걸음을 지속했다.
“마스터.”
그렇게 계속해서 숲속 길을 걸어 나갈 찰나.
진도윤 곁으로 제프리가 다가왔다.
“응? 무슨 일이야.”
“전방에 어떤 굴을 발견했다.”
“굴?”
“그 안에 어떠한 존재가 느껴진다. 지금까지 사냥했던 녀석들보다는 좀 더 강한 느낌이야.”
“오, 보스급인가?”
진도윤이 눈을 반짝이며 답했다.
그는 이제 발견하는 모든 것들이 경험치와 아이템으로 보일 지경에 이른 상태였다.
“잠깐. 굴?”
그때, 세리아가 반응했다.
“이 위치에 굴이라면……. 거긴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왜?”
“당연히 위험하니까……. 그대들은 정말 조심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것이냐?”
“호오, 네가 그렇게 반응하니까 더 호기심이 생기는걸?”
진도윤의 장난스러운 답에 세리아가 눈을 흘겼다.
“농담하는 게 아니다. 천계에는 어떤 희귀한 몬스터가 살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중엔…… 거의 대천사급의 몬스터들도 있느니라.”
“……진심으로 설레는데?”
대천사급 몬스터면 S급일 텐데.
경험치가 몇일까? 아이템은?
테이밍도 가능할까?
등등을 생각할 찰나였다.
피슈웅! 피슝!
멀리서 꽤 빠른 속도의 무언가가 날아와 주변 나무에 꽂혔다.
예고 없는 화살 세례였다.
“뭐지? 잡히는 건 없었는데.”
제프리 역시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했고-
“진도유운!”
옆에 있던 엘라임이 급히 ‘물의 방패’(S급)를 펼쳤다.
투두두둥! 이어서 날아온 화살들이 방패에 막혀 떨어졌다.
“기습이야, 정비하고 집중해!”
유리아의 외침과 함께, 다시 진형을 정비할 때였다.
스르륵!
숲속 사이로 다수의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새하얀 날개가 달린 것으로 보니, 천족인 것 같은데.
‘천족이 우릴 왜?’
진도윤의 눈빛에 의아함이 들 찰나.
“자, 잠깐?”
세리아가 경악했다.
그녀의 눈앞에 등장한 천사들을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
네 쌍의 날개.
루시퍼 교단의 복장.
그리고 어깨에 걸려 있는 도시 ‘미르제’의 문양까지.
“미르제 소속 전투 천사들이 왜 우리를……?”
천족들 중에서도 순수하게 강함만을 추구하는 자들이 모인 집단.
그들은 분명 전투 천사들이었다.
“왜, 우리를 공격하는 겁니까?”
세리아가 급하게 손을 뻗으며 외쳤다.
* * *
‘으음. 이 공격을 막아?’
다프리엘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중급 천족 하나에 하급 천족 다수.’
절대 천사의 공격을 받을 만한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윽!
손을 뻗어 올려 공격을 중단시킨 그녀는,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자세히 보니, 하급 천족이 가질 수 있는 기운은 아닌 것 같은데.’
끼이익!
그녀의 뒤에 포진한 10명의 천사들은 활시위를 당긴 채, 다시 한번 저들을 조준한 상태로 대기했다.
“…….”
그렇게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다프리엘.
그녀는 미르제 소속, 전투 천사들의 리더로.
총 네 쌍의 날개를 지닌 천사다.
그리고 그녀는 현재.
숨어 있던 미카엘의 잔당을 쫓고 있었다.
상대를 노려보던 다프리엘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무슨 수를 쓴 건진 모르겠지만, 잠자코 징벌에 순응하라. 미카엘의 잔당들이여.”
“미, 미카엘의 잔당들이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다프리엘의 선포에 세리아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자신들이 뭘 했다고 미카엘의 잔당이란 말인가.
“이곳, 굴속에 겨우 숨어든 줄 알았더니, 동료들과 밀담을 하고 있었군?”
“……그게 무슨?”
“변명은 듣지 않겠다.”
“이보세요?”
후우우웅!
다프리엘의 몸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와 동시에 뒤에 있던 천사들의 화살이 다시 한번 쏟아졌다.
그것을 바라보던 엘라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흥, 어림없지.”
강렬하게 날아온 화살이 일행들의 미간을 노렸으나, 기습도 막은 엘라임이 대놓고 오는 공격을 허용할 리 없었다.
퉁! 투투퉁! 퉁!
물의 벽에 닿아 힘없이 고꾸라지는 화살.
진도윤이 세리아 옆으로 다가와 속삭였다.
“야, 세리아. 쟤네 왜 우리 공격하는 거냐?”
“나, 나도 모르겠구나.”
“그래?”
진도윤이 씨익 웃었다.
대충 지켜보니, 무언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오해든 뭐든.’
서머너 마스터만의 법칙이 있다.
공격을 걸어오면 그에 응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
아무렴, 인간이어도 자신을 공격한 자들은 살려주지 않는데.
타 종족인 천족을 살려둘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그럼 저것들 다 죽여도 되는 거지?”
“무슨? 설마 천사들을 죽인단 말이냐?”
세리아가 황당한 듯 입을 벌렸다.
사실 몇 시간 전만 해도 말도 안 된다는 소리를 했을 법도 한데.
지금은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눈앞의 기억을 잃은 남자가 천사가 얼마나 강한지 모를 것 같다는 것과는 별개로.
정말로 천사들을 다 도륙할 것 같은 느낌?
자신감이 충만한 거나 지금껏 보여줬던 실력은 둘째 치고.
‘무엇보다도 이들의 눈빛이…….’
유리아도, 제프리도, 유아린도.
분명 천사를, 동족을 보는 느낌이 아니라, 그저 몬스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이, 이거 어떡해야 하지?’
그렇게 세리아의 일생일대의 고민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