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58
나 혼자 S급 소환수 158화
루시퍼 (2)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그동안 진도윤은 미르제에 머무르며, 컨디션을 조절했고.
동료들과 함께 감응력 훈련도 꾸준히 했다.
현재 진도윤의 감응력은 225.
미궁 밖으로 나왔을 때가 200이었던 걸 생각하면, 오르는 속도가 가히 엄청나다 할 수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긴 하지.’
평범한 서머너들은 꿈도 꾸지 못할 여정을 달리고 있었다.
정령계부터 마계의 동부 평야 타르라크.
심지어 10 악마라는 마르바스의 소환도 저지했다.
초월자로 알려진 ‘가이아’와 소통도 했으며.
거기다 이제는 천계까지 와서 천사 타이틀까지 따내려 하는데.
누군가가 듣는다면 ‘어이, 친구……. 이제 그만 망상에서 벗어나자고’라고 말할 정도의 여정이었다.
“후우, 나도 힘들어. 망상이었으면 좋겄네.”
숙소에 앉아 있던 진도윤이 푸념했다.
그러고는 가방 속을 살폈다.
“어이쿠, 이 반짝이는 것들 좀 봐.”
그 안에는 수많은 미스릴과 오리하르콘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대충 팀 헤파이스토스에서 구매했던 것보다 약 20배는 넘을 정도의 수량?
떠나기 전, 도시에 존재하는 모든 광물을 다 털어버린 탓이다.
“볼드윈과 털보가 좋아하겠네.”
몬스터 드롭 아이템과 이곳에서 구매한 것들만 지구에 판매한다고 쳐도.
지금껏 벌었던 것 이상의 수익이 나올 수도 있었다.
“자, 그럼. 준비는 끝났고.”
숙소를 깔끔하게 정리한 진도윤이 ‘인피니티 백 팩’(A급)을 등에 멨다.
그러고는 목 관절과 허리를 풀었다.
몸도 가벼웠고 컨디션도 최상인 상태.
이제 굳이 천계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어디 한번 가 볼까? 대신전에.”
시험은 일주일 전 신청해 뒀다.
어떤 시험을 치를진 모르겠지만.
은근히 기대되는 진도윤이었다.
* * *
도시 한가운데 높이 솟아 있는 대신전 앞.
그곳에는 수많은 천족들이 몰려 있었다.
“이쪽입니다!”
“질서를 지켜주세요! 시험 보실 분들은 오신 순서대로 줄 서주시면 됩니다!”
“어이, 새치기는 하지 말지!”
난장판이 따로 없을 정도로 바글바글한 공간.
진도윤은 다시 한번 이곳이 인간사와 똑같다는 것을 느꼈다.
옛 서머너 선발 센터 앞에 모여 있던 지망생들과 딱 똑같은 꼴 아니던가.
“하, 왜 이리 많은 거야?”
바로 입장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유리아는 지금 상황이 의외였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 말이에요. 이럴 줄 알았으면 일찍 나올 걸 그랬나 봐요. 미리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시험 날짜만 알았지.
천족들이 이렇게 많이 모일 줄은 몰랐던 유아린이었다.
진도윤은 그런 두 여자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여유를 가지자고, 여유를.”
기다리면서도 할 일은 많다.
우선, 지망생들의 대화만 들어도 시험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마침, 옆에서 두 하급 천족이 기다리기 지루했는지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래도 세계수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대천사들이 세계수를 공격했단 말 들었을 때는 가슴이 철렁했는데 말이야.”
“하긴, 이번 시험이 열린다는 거 자체가 세계수가 아직 무사하단 소리니까.”
“소문에 의하면 상태가 별로 안 좋다는데…… 시험에도 영향 미치는 거 아냐? 천사 시험은 세계수가 공정하게 관리하잖아.”
“그러지 않길 빌어야지. 세계수가 무너지면 천사는 둘째 치고 천계가 무너지는 거야.”
“아아, 천신이시여. 제발 세계수를 굽어살피소서.”
이들의 말처럼, 천사 시험은 세계수가 관장한다.
대신전의 천사들이 관측도 할 수 없고, 개입도 할 수 없다.
진도윤은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이곳, 천족들은 소환수 사용의 개념을 잘 몰랐으니까.
그렇게 약 두 시간 정도가 흐르자.
녹색으로 빛나는 반경 2m 크기의 포탈이 하나 보였다.
동시에, 안내자로 보이는 천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험은 간단합니다! 저기 보이는 포탈에 순서대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안내자는 지원자들이 혹시나 듣지 못할까, 목소리를 크게 해서 외치고 있었다.
“들어가셔서 세계수의 안내대로만 움직이세요! 천사로서의 긍지를 인정받는다면 여러분도 저처럼 날개 세 쌍의 천사가 되실 수 있을 겁니다! 아, 물론 더 많은 날개를 달고 나오신 분들도 계시지만…….”
안내자가 후임들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설명하자.
기다리던 천족들의 눈빛이 기대감으로 물들었다.
“과연, 이번에도 날개 네 쌍을 넘는 천사가 나올 수 있을까?”
“설마……. 나오겠어? 네 쌍 이상은 진짜 드물게 나오잖아.”
“그건 그렇지. 그래도 뭐, 날개 다섯 쌍 천사도 나오기도 하는걸.”
하급 천족 하나가 말하자, 옆에 있던 다른 천족이 고개를 저었다.
“에이, 그건 절대 안 나오지. 말이 되냐? 그런 천족은 천계 역사상 얼마 없잖아.”
“대천사, 루시퍼 님이 그랬었지.”
“대천사였던 미카엘도 그랬을걸?”
“하긴, 지금은 타락했지만 능력 하나만큼은 끝내줬지.”
“심지어 루시퍼 님은 상급 천족이었는데, 미카엘은 중급 천족이었잖아.”
진도윤은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생각했다.
‘저 시험 결과에 따라 날개 개수가 정해지는 거구나.’
루시퍼와 미카엘은 이곳에서 날개 다섯 쌍을 받은 후, 추후에 인정받아 대천사가 된 듯싶었다.
“흐음…….”
사실 진도윤은 천사 타이틀에 크게 목매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천사는 텔레포트 기계를 안전하게 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니.
그런데, 저들의 말을 듣자니 괜스레 호승심이 일었다.
성적에 따라 보상을 차등 지급하는 지구의 던전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그나저나 성공하면 내 등에 날개가 달리는 건가?’
진도윤은 괜히 어깻죽지를 움찔거려봤다.
무언가 기분이 묘했다.
‘날개 달기는 싫은데…….’
자신은 인간이지 천사가 아니다.
지금도 가이아가 준 인장 때문에 천족으로 인식되는 거지, 실체는 천족이 아니다.
세계수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그도 궁금했다.
“흐음, 마스터.”
상념에 빠진 진도윤 옆으로 제프리가 다가온 것은 그때였다.
“왜?”
“혹시, 천사가 못 되면 어떡하나.”
“……잉?”
진도윤이 눈을 깜빡였다.
실패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던 그였으니까.
“크큭, 제프리 쟤는 전투 능력이 아니라 그래. 겁나는 거지. 우쭈쭈, 무서워요? 우리 제프리?”
“시끄럽다.”
유리아가 놀리자, 제프리가 자존심 상한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다시 진도윤을 바라봤다.
“유리아 말대로 천사가 전투 계열만 뽑는 거라면, 나는 좀 힘들 수도 있다.”
“흠……. 키드엘처럼 회복 계열이 있는 거 보면, 또 다르지 않을까?”
“나는 회복 계열도 아니니…….”
“하긴.”
진도윤은 제프리의 걱정을 이해했다.
제프리는 트랩 탐지와 정보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던전을 다니지 않는 천사와는 요구하는 소양 자체가 다를 수 있는 일.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라. 일단 최선을 다해봐. 안되면 그때 가서 방안을 찾아보면 되니까.”
“알겠다, 마스터.”
제프리가 굳은 표정으로 대답하자 유리아가 히죽였다.
“너무 쫄지 마, 제프리. 저기 옆에 하급 천족들도 긴장감 없이 참여하는 거 보면 죽진 않을 테니까.”
“너나 잘해라, 유리아. 그러다가 나보다 날개라도 적게 나오려면 어쩌려고 그러나?”
“헹, 그런 일은 없을걸? 내기할래?”
자신만만한 유리아의 물음에 진도윤도 흥미를 들어냈다.
“내기?”
“안 돼, 마스터는 제외야.”
“난 왜?”
진도윤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
“마스터는 날개 다섯 쌍은 기본일 거 아냐.”
“그게 무슨 소리냐. 들어보니까 아주 극소수만 되는 것 같더만.”
“마스터는 극소수 수준이 아니라 인류 1등이잖아? 가서 인류의 자존심을 지켜줘야지. 천족 따위에게 뭉개질 수 없다고!”
허리에 양손을 짚은 채, 외치는 유리아.
진도윤은 새삼 제프리의 기분을 실감했다.
“……시끄럽고, 다 왔다. 이제 들어가자.”
이제 서로 장난은 끝내야 할 때.
벌써 눈앞에 녹색의 포탈이 커다랗게 보였다.
눈앞에서는 천족들이 하나하나 몸을 던지는 중이었다.
“오케이, 이따 보자고.”
“다녀오겠다.”
“다들 파이팅해요!”
멤버들도 하나하나 포탈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이제 진도윤의 차례.
그는 괜히 침을 한번 꼴깍 삼켰다.
그러고는 피식 웃었다.
‘이게 뭐라고.’
인류의 자존심을 지켜달라는 유리아의 말 때문일까?
갑자기 조금은 긴장감이 올라왔다.
저벅, 저벅.
그러나 그의 걸음걸이는 달랐다.
위풍당당하게 포탈 속으로 걸어가는 순간.
번쩍!
시야에 섬광이 터져 나왔다.
* * *
[삐빅!] [이곳은 가드웨스트 구역, ‘증명의 장’입니다.] [세계수가 그대의 성품을 판단합니다.] [당신의 능력은 전투에 적합합니다.] [전투 관련 테스트를 진행합니다.]배경은 사방이 잎과 뿌리로 덮여 있는 숲속 공터.
진도윤은 메시지를 읽으며 차분하게 시험을 기다렸다.
[천사는 강인한 힘으로 악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세계수에게 당신의 힘을 증명하세요.]잠깐 기다리자, 메시지와 함께.
덜컹!
공터 한가운데에 표적이 등장했다.
그리고 위에 등장하는 거대한 점수판.
“뭐야, 펀치 기계 같은 거야?”
진도윤은 실소를 터뜨렸다.
천사니, 세계수의 증명이니 거창하게 포장하더니.
무슨 힘을 이렇게 측정한단 말인가?
우우웅!
진도윤은 스트레칭하며, 감응력을 활성화했다.
물론, 제대로 임할 생각이었다.
“내가 낼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강한 거로 공격하면 되는 거겠지?”
아마 천족들은 저걸 주먹으로 치거나 발로 차거나 할 거다.
그거에 따른 점수가 저 게시판에 올라가겠지.
하지만, 진도윤의 능력은 본인의 힘이 아닌 소환수다.
“데몰리션.”
[파괴룡 ‘데몰리션’(★★★★)을 소환합니다.] [현재 소환수와의 친밀도가 24입니다.]그리고 진도윤은 그 능력을 백분 활용할 생각이었다.
“뀨웅!”
“저기, 표적 보이지?”
“뀨웅!”
“저기다 뉴클리어 갈겨.”
진도윤은 자신의 모든 감응력을 끌어올렸다.
원래였으면 대충했을 텐데.
‘가서 인류의 자존심을 지켜줘야지!’
귓가에 울리는 유리아의 목소리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그그그…….
데몰리션의 입가로 힘이 모일수록 공터와 주변 나무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뿌리째 뽑히는 나무도 보였다.
가공할 만한 파괴의 힘에 데몰리션의 주변으로 강풍이 불어닥친 탓이다.
“좋아, 좋아……. 조금만 더.”
진도윤은 온 힘을 다해 감응력을 불어넣었다.
[전력을 다하는 주인의 열정에, 파괴룡 ‘데몰리션’(★★★★)이 감동합니다!] [친밀도가 1 상승합니다.]메시지가 흘러나왔지만, 진도윤은 집중할 여력이 없었다.
가슴속의 감응력이 얼마나 요동치는지, 그걸 다스리는 데만 해도 벅찼으니까.
이가 갈리고 통증 또한 느껴졌다.
‘이런……. 아직도 숙련도가 덜 쌓였나.’
진도윤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파괴력은 끝내주지만, 서머너에게 큰 고통을 가져다주는 스킬.
아무래도 초월하지 않는 이상, 계속 이럴 듯싶었다.
“뀨우우웅!”
곧이어, 데몰리션이 급하게 신호를 보냈다.
더 이상 모으면 몸이 터져 나갈 것처럼, 녀석도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
“오케이, 참지 말고 발사해.”
“뀨웅!”
“표적이고 뭐고, 다 터뜨려 버려!”
진도윤의 외침에, 데몰리션이 모았던 에너지를 한 번에 폭사시켰다.
[파괴룡 ‘데몰리션’(★★★★)이 뉴클리어 브레스를 사용합니다.]눈앞의 모든 것을 지워버린다는 파괴의 광선.
뉴클리어 브레스의 출현이었다.
o콰아아아아앙!
그동안 봤었던 브레스와는 급이 다른 소리가 고막을 쾅쾅 때리다가.
두쿵!
일순간, 정적이 흐른 것처럼 사라져 버린다.
청력 기관이 전부 손상될 정도의 데시벨이 터진 탓이다.
위이이잉!
마치 이명이 오듯 머엉-한 느낌과 함께, 진도윤은 눈을 질끈 감았다.
도저히 쳐다볼 수 없을 정도의 눈부심.
단언컨대, 여태 진도윤이 썼던 스킬 중 가장 강력한 느낌이었다.
“…….”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어느 정도 빛이 가시자, 진도윤은 간신히 앞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내 드러나는 처참한 광경에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허얼…….”
데몰리션과 자신이 서 있던 땅을 제외하고는.
전방의 모든 것이 사라져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