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7
나 혼자 S급 소환수 17화
돈은 쓰라고 있는 거다
RPG 게임을 즐기다 보면 두 가지 부류의 유저를 볼 수 있다.
먼저, 물약이나 템 값을 아끼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가성비를 굉장히 중요시하며, 콘텐츠 소비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다.
남들보다 위에 서겠다는 마음보다, 게임을 천천히 즐기겠다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주를 이룬다.
그에 비해, 물약이나 템에 돈을 펑펑 쓰는 사람도 있다.
보통 돈이 많은 핵과금러들이 이 포지션을 취하는데.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이들의 목표는 대다수가 랭커다.
높은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밤을 새우기도 하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기도 한다.
서머너들의 생태계도 이와 비슷하다.
그리고 서머너 마스터일 당시 진도윤은 후자 포지션이었다.
소환수들에게 돈을 아끼지 않았고 쉬지 않고 던전을 돌았었다.
‘돈 쓴 만큼 뽑아먹으면 되는 거거든.’
빠르게 강해진 만큼, 더 수준 높은 던전을 선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만큼 더 비싼 장비를 파밍할 수 있다.
소환수는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다.
투자하면 투자할수록 그 알의 크기는 커진다.
즉,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환수의 성장에 돈을 아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룰루.”
그래서인지 진도윤은 신나있었다.
데몰리션의 성장을 위한 아이템들을 사러 나왔기 때문이었다.
“와, 여긴 아직도 그대로구나.”
삼성동에 도착한 그의 눈앞엔 동네와 어울리지 않는 허름한 건물이 보였다.
보이기엔 이래도, 이곳 지하에는 커다란 암시장이 있다.
서머너 마스터 시절, 진도윤은 항상 이곳에다 아이템을 팔았다.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몇 없는 거래처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끼익!
유리문을 열고 지하 계단을 내려가자, 전자식으로 되어 있는 문이 하나 더 보였다.
[반갑습니다, 고객님.] [입장 코드를 말해주세요.]“GG – 0323.”
이곳을 이용하는 서머너들에게는 개인 입장 코드가 부여된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진도윤은 그 코드만큼은 암기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돈과 관련된 것은 잘 까먹지 않는 그였다.
“……과연.”
이용하지 않은 지, 벌써 5년이나 흘렀다.
코드가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질러봤다.
만약, 재등록을 해야 한다면 굉장히 귀찮아진다.
높은 등급의 서머너들만 이용하는 프리미엄 시장인 만큼, 가입 조건이 굉장히 귀찮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삐빅!] [코드를 확인했습니다.] [밤 까마귀님, 환영합니다.]“오, 되네?”
다행이었다.
철컥!
인증이 완료되자, 자동으로 문이 열렸고 안쪽으로 가는 복도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누군가가 급하게 뛰어오고 있었다.
“형니이이임!”
산적 같은 얼굴.
턱과 구레나룻이 수염으로 가득한 남자였다.
“뭐야, 털보냐?”
“형님! 정말 밤 까마귀 형님 맞으십니까?”
헐레벌떡 달려와 급하게 숨을 몰아쉬는 털보가 진도윤을 굉장히 반겼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5년 전, 그는 이곳의 VVIP 손님이었으니까.
‘되게 오랜만이네.’
꼴은 저래 보여도 이곳의 수장이 바로 저 털보다.
녀석이 음지에 박혀 있던 시절, 그를 키워준 것이 바로 서머너 마스터였다.
진도윤은 과거, 털보가 장사에 굉장한 소질이 있음을 눈여겨봤었다.
자그마한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운영하던 자였는데.
수완도 좋고 그 무엇보다 아이템의 가치를 기가 막히게 잘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세계 곳곳 던전을 탐험하던 진도윤은 그에게 얻어낸 아이템들을 팔아달라 요구했고, 그 덕분에 이처럼 커다란 암시장을 운영하는 위치까지 올라온 것이다.
물론, 털보는 진도윤이 서머너 마스터라는 것을 모른다.
이곳에서 진도윤의 이명은 밤 까마귀.
항상 밤 까마귀 모양의 가면을 쓰고 다니기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당연히 가면은 지금도 쓰고 있었다.
사실 근처 동네 문구점에 파는 가면이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세상에, 5년 만에 나타나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저는 저 버리고 다른 사람 구하신 줄 알고…….”
“말을 왜 그렇게 섭섭하게 하냐, 인마. 사정이 있었어.”
“아무렴요. 저는 돌아오신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형님처럼 가치 있는 아이템을 들고 오는 사람은 드물거든요.”
털보에겐 좋은 아이템을 공수해오는 사람들은 다 형님이고 누님이다.
“아부는 됐고, 이거나 받아라.”
진도윤은 상태창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밀었다.
D급 던전 ‘뒤틀린 나무’에서 얻은 보상이었다.
“……이건.”
털보가 재빨리 받아 아이템을 확인했다.
“E급 나무 갑옷이네요? 잘 팔면 50만 원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이걸 왜…….”
시무룩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털보.
항상 가치 있던 아이템을 가져오던 밤 까마귀였기에 다소 실망한 모습이었다.
진도윤은 털보의 이런 솔직한 반응이 마음에 들었다.
“야, 내가 그거 팔아달라고 가져왔겠냐? 그거로 애들 과자나 사 먹이라고 주는 팁이지. 오랜만에 왔으니까.”
“뭐, 이런 걸 다…….”
사실, 팁이라기보단 짬 처리다.
진도윤에게도 쓸모없는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마라, 오늘은 아이템 팔러 온 게 아니라 사러 온 거야.”
“형님이요?”
털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과거에도 밤 까마귀는 매물을 풀던 자였지, 뭔가를 사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그가 샀던 물품은 단 하나.
500억짜리 피닉스 알뿐이었다.
“그래, 오늘 한바탕 지를 테니까 빨리 안내나 해.”
“아, 알겠습니다, 형님!”
고개를 끄덕인 털보가 안내를 시작했다.
* * *
암시장의 내부는 굉장히 넓었다.
허름한 건물과는 달리 깔끔한 인테리어로 다양한 아이템들을 전시해 놓고 있었다.
조명까지 완벽한 게 꼭 백화점 명품 시장에 온 느낌이었다.
진도윤은 직원이 타다 준 냉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봤다.
털보는 그런 그의 뒤를 쫄랑쫄랑 따라다녔다.
“오, 디자인이 많이 바뀌었네?”
“네, 투자 좀 했습니다. 다 형님 덕분입죠.”
“저건 뭐야?”
진도윤의 눈에 띈 것은 중앙에 있는 무대였다.
무대 앞에는 화상 채팅 기능이 있는 모니터 수백 개가 설치되어 있었다.
“아, 저건 요즘 도입한 온라인 화상 경매 시스템입니다.”
“오, 경매?”
진도윤의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예전에는 없던 시스템이기 때문이었다.
“네, 아무래도 저희 회원들이 국제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 보니 매번 이곳에 들르기도 어렵지 않습니까? 사이트에 매물을 올린다 해도, 정확히 보여주기도 힘들고요. 그래서 주말 저녁마다 직접 화상채팅으로 경매에 참여할 수 있게끔 하고 있습니다.”
“나름 괜찮게 해놨네.”
진도윤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앞으로도 그가 얻어온 매물을 털어줄 장소가 될 거다.
그렇기에 잘될수록, 진도윤도 이득이었다.
“그래서, 어떤 물건을 찾으시는 겁니까?”
털보가 손을 비볐다.
“소환수 하나 새로 키워보려는데, 성장에 쓸 만한 거 다 꺼내 와봐.”
“오오, 뭐, 신비한 소환수라도 얻으신 겁니까?”
“그건 알 거 없고.”
“네, 알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형님!”
털보가 직원에게 뭐라 뭐라 무전을 쳤다.
거치된 소파에 앉은 진도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저번에 발급된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동시에 머리를 굴렸다.
‘저번에 확인했던 잔액이……. 대충 128억 원 정도였지.’
일반인이라면 가히 만질 수조차 없는 액수.
‘그래도 생활은 해야 하니까 8억 정도만 남겨놓자.’
투자는 과감하게.
서머너 마스터의 철칙이었다.
진도윤은 모아뒀던 120억을 이번에 다 털기로 했다.
어차피 데몰리션이 잘 성장만 해준다면, 금방 모을 수 있는 돈이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자, 두 손 가득 아이템을 가지고 나타난 직원 세 명이 진도윤의 앞 탁자에 조심스레 나열했다.
“쭉 한 번 둘러보십쇼, 형님! 성장 관련된 건 다 가지고 왔습니다.”
“그래, 어디 볼까?”
진도윤이 나열된 아이템들을 쓱- 훑었다.
아이템을 만지면 눈앞에 정보창이 뜨기에 확인하기는 쉬웠다.
그중 눈에 확 띄는 것이 있었다.
[아이템 : 가브리엘의 반지] [등급 : A] [지천사의 수장이자, 3대 천사 중 하나인 가브리엘의 가호가 깃든 반지. 이곳에 담긴 오묘한 기운은 서머너의 능력을 향상시킨다.] [옵션 : 3/3]– 소환수 속도 20% 증가.
– 소환수 획득 경험치 200% 상승.
– 스킬, ‘대천사의 가호’(S급) 사용 가능. (제한 : 하루에 1번)
“헤헤, 이번에 들어온 따끈따끈한 녀석입니다. 사실 이번 주 경매에 올리기로 한 건데, 형님이라 먼저 보여드리는 겁니다.”
진도윤이 반지를 집자, 털보가 부연 설명을 했다.
“와, 이거 옵션 진짜 알차게 붙었는데?”
“그렇죠?”
확실히 서머너 마스터가 보기에도 놀라운 아이템이었다.
최고위 힐링 스킬로 알려진 ‘대천사의 가호’를 서머너가 직접 사용할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 눈에 띄는 옵션은 ‘경험치 200% 상승’이었다.
보통 ‘경험치 증가’ 관련된 옵션이 붙어 있으면 가격이 확 뛴다.
시약과 달리 영구적이기에 더욱 그렇다.
다른 좋은 아이템들도 많았지만, 진도윤의 눈에는 저 반지만이 들어왔다.
“이거 얼마야?”
“으음, 제가 판단하는 가치는 적어도 150억 이상입니다. 하지만, 형님이라면…….”
잠깐 턱을 잡고 고민하던 털보.
“20% 할인해서 120억까지는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귀신 같은 놈.’
본인이 딱 120억 가지고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저렇게 말한단 말인가.
고민이 많이 됐다.
과연 가진 재산 전부를 털어서 살만할 가치가 있는 아이템일까?
털보가 바가지 씌울까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동안 쌓여온 신뢰가 있기에 녀석도 지금껏 장사를 하는 것이니.
“흠, 일단 혹시 폭주 시약 남는 건 없냐?”
“경험치 폭주 시약 말씀하시는 겁니까, 형님?”
“어, C급 말고 다른 등급으로.”
C급 폭주 시약은 이번에 던전에서 구했다.
아는 사람은 아는 정보지만, 폭주 시약은 다른 등급으로 사용할 때 중복 사용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다른 등급의 시약이 필요했다.
진도윤은 극도의 효율충이었으니까.
“D급 물량은 조금 남아 있습니다.”
“그건 얼만데?”
“5개당 1억입니다.”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
하지만, 던전에서 나오는 아이템들의 가치가 원래 이 정도다.
“그거 보너스로 주면 바로 결제할게.”
“물론입니다, 형님.”
털보가 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이는 밤 까마귀에 대한 털보의 호의이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반지 하나 정도야 그냥 드릴 수도 있지만.’
그것이 솔직한 털보의 마음이었다.
어차피 밤 까마귀 덕에 이루어낸 자리다.
그를 위해서라면 A급 아이템 하나 정도는 눈곱만큼도 아깝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아는 밤 까마귀는 이유 없는 호의를 경계한다.
‘형님은 그런 거 싫어하시니까.’
정당한 아이템에 정당한 가격을 주고 사는 것.
그 과정에 일말의 속임수도 없는 것.
그것이 밤 까마귀가 바라보는 본인의 가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결제는 간단히 이루어졌다.
카드로 단숨에 긁었고 아이템을 건네받았다.
‘준비는 끝났어.’
진도윤이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최고의 경험치 효율을 뽑아낼 수 있는 던전에 들어가 데몰리션을 폭풍 성장시킬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