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87
나 혼자 S급 소환수 187화
레이튼 숲 (2)
“……그러니까.”
동료들의 부름에 달려온 진도윤이 상황을 간결하게 정리했다.
“영약을 먹고 200을 달성했어. 그러자마자 미카엘이 쓰러져서 안 움직인다는 거야?”
“으응.”
쓰러진 미카엘 옆에 주저앉은 유리아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본연의 힘을 되찾고 있다는 메시지가 떴단 말야……. 그래서 S급으로 각성하는 줄 알았거든……?”
멘탈이 나간 채로 중얼거리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수분기가 가득했다.
항상 활발했던 그녀가 울먹거리는 것이다.
“근데 오류 발생 메시지가 뜨더라고……. 그다음은 지금 보이는 그대로.”
헝클어진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사시나무처럼 흔들리는 그녀의 눈빛.
“후.”
진도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럴 수밖에.’
서머너와 소환수의 관계는 가족 그 이상의 끈끈한 무언가가 있다.
하물며 그녀와 미카엘은 100년 이상을 함께한 사이.
갑자기 움직이지조차 않는데 겁이 나고 슬플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
‘나 역시 그랬을 테니까.’
만약 엘라임이나 피닉스 또는 둠이 쓰러진다?
그 누구보다 슬퍼할 자신이 있었다.
“흐음.”
옆에서 두 손가락으로 턱을 짚은 채 고민하는 제프리가 보였다.
“아무래도 봉인되어 있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단 말이지…….”
“그렇겠지.”
진도윤이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말고는 딱히 연관 지을 게 없으니까.”
“그럼 어째야 할까. 지금 당장 미카엘의 봉인이라도 풀러 가야 하나?”
“사실, 그게 정답일 거란 보장도 없어.”
“으음……. 그것도 그렇지. 하아, 명확한 해결 방안을 모르겠다는 게 문제로군.”
제프리의 미간에 골이 점점 더 파였다.
맨날 투닥거려도, 막상 힘 빠진 유리아를 보니 도와주고 싶은 것이다.
그 생각은 진도윤 또한 같았다.
진도윤은 다시 제프리를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이거, 어차피 우리끼리 의논해 봐야 답 안 나와.”
“그럼?”
“슬슬 만나보는 건 어때?”
진도윤의 말에 제프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누굴 말인가? 설마.”
“응, 마침 감응 쿨이 돈 상태거든.”
모든 상황을 어디선가 관조하고 해결책을 주는 자.
진도윤의 머릿속에는 가이아, 그녀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게다가 이 모든 사태가 시스템의 오류로 벌어진 일이라면.
시스템을 만든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겠는가?
“어차피 곧 만나보려 했었어. 최근 프리덤의 활동도 뜨뜻미지근하고 우리도 새로운 방향성을 찾아야지.”
“확실히 그게 최선의 선택인 것 같군.”
제프리가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유리아의 눈에도 생기가 살짝이나마 돌아왔다.
“가이아, 맞아! 가이아님께 물어보면 되잖아!”
“그래그래, 바로 준비하자.”
감응을 펼칠 땐, 아묘의 골골송이 필수다.
감응력 회복 속도가 두 배로 늘어서, 조금이나마 그녀와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지속할 수 있으니.
“아, 알겠어. 준비할게! 아묘야!”
“냥!”
그녀의 소환수 아묘도 주인의 마음을 느꼈는지, 곧바로 응답했다.
* * *
전원주택, 꼭대기 층.
진도윤이 침대에 편안하게 누웠다.
좌측에는 엘라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우측에는 아묘를 대동한 유리아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유리아.”
진도윤은 일단 그녀를 안심시켰다.
“어떻게 된 건지, 다 알아보고 올 테니까.”
“별일 아니겠지?”
“응, 거의 99% 확률로 봉인과 관련된 일일 거야.”
“그러면…….”
“만약, 그런 거라면 무조건 봉인 풀러 가야지. 어차피 언젠간 해야 할 일이잖아?”
적의 적은 아군.
프리덤을 주적으로 삼은 이상, 대천사들을 구하는 건 필수로 해야 할 일이다.
“오케이……. 고마워, 마스터.”
유리아가 주먹을 꽉 쥐며 감사함을 표했다.
그녀는 침착한 진도윤의 반응이 너무도 고마웠다.
혹시나 자신의 소환수가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 불안한 심정이었는데.
대수롭지 않은 그의 반응 덕에, 정말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그런 그녀의 모습에 진도윤이 픽 웃었다.
“고맙긴, 다녀온다.”
그러고는 눈을 감고 천천히 감응력을 끌어올렸다.
[감응을 사용합니다.] [대자연, 가이아와 감응을 시작합니다.]이제는 쑤욱- 빠지는 감응력이 익숙하기만 한 그는 천천히 멍해지는 의식을 받아들였다.
잠깐의 시간이 흘렀을까.
세상이 바뀌었고-
시야에는 새하얀 홀과 후드의 여인, 가이아가 보였다.
[감응 레벨이 낮아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됩니다.] [제한 시간 – 00:04:00]“4분이면 뭐, 나쁘지 않네.”
두 번째 만남이 3분이었으니.
무려 한 달 만에 1분이나 더 증가한 셈이다.
저벅저벅.
진도윤이 당당하게 걸어 나가자, 등을 보이고 있던 가이아가 몸을 돌렸다.
“오셨군요. 용사여.”
그녀는 반갑게 진도윤을 맞이했다.
“가이아…….”
“아무래도 급한 건…… 미카엘 건이시겠죠?”
“역시, 다 알고 있었네.”
자신도, 가이아도.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인 것을 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법은 바로 대화의 주제를 정하는 것.
이번 대화의 주제는 미카엘이었다.
“아무렴 사실 저도 그것 때문에 할 말이 있었답니다.”
“할 말?”
“그대는…… 분명 미카엘의 봉인을 풀려 하시겠지요?”
“아마도? 물론 그전에, 미카엘 관련 오류가 봉인 때문인지부터 알아야겠지.”
“맞아요, 봉인 때문.”
가이아가 간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깔끔한 답변이었다.
“그럼 아무래도 봉인 풀어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너희도 그걸 원하는 거 아냐?”
“…….”
진도윤이 답하자, 가이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언뜻 보면, 걱정스러워하는 눈빛처럼 보이기도 했다.
‘왜, 저런 표정이지?’
궁금한 진도윤이 고개를 까딱했지만, 가이아는 무언가 말하기를 꺼리는 듯 머뭇거렸다.
“왜?”
진도윤이 재촉했다.
“말해봐. 시간 없으니까.”
[제한 시간 – 00:03:30]벌써 들어온 지 30초가 흘렀다.
“사실, 우리는 그대가 대천사를 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뭐?”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답변이었기 때문.
“갑자기?”
“네.”
“그럼…… 유리아는?”
“그대의 동료 말씀이시죠?”
가이아의 물음에 진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걔 소환수였던 미카엘은 어떻게 되는 건데?”
“영원히…… 그 상태에 머무르겠죠. 아무런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 자아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희석될 테구요.”
즉, 지금처럼 식물인간.
아니, 식물천사가 된 채로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유리아 입장에선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
입술을 꽉 깨문 진도윤이 다시 물었다.
“대천사를 구하지 말아야 할 다른 이유라도 있어?”
그가 생각하기에.
미카엘은 구하는 게 맞았다.
백 번 천 번 생각해도 그게 옳았다.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건 동료, 유리아가 슬퍼하는 건 보기 싫었으니까.
그건 미카엘이 악마거나 타락 천사였어도 변함없었을 거다.
하지만, 가이아가 부정한다는 것은 그 이유가 있을 터.
“…….”
진도윤의 직접적인 물음에 잠깐 고민하던 가이아가 이내 한숨을 푹- 쉬었다.
“후, 위험한 일이니까요.”
“뭐야, 단지 그 이유?”
진도윤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여태는 뭐, 위험한 일이 없었나.
“단지가 아니에요. 그대가 우리엘을 구하고 난 이후로 판데모니엄에 큰 비상이 떨어졌거든요.”
“뭐, 그건 그럴 수 있겠지.”
우리엘은 넷뿐인 천계의 대천사 중 하나.
꽤 거물이기에, 당연히 악마 쪽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진도윤이 물러날 기색이 없자.
이내 가이아는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길 보세요, 대충이라도 설명은 드려야겠네요.”
그녀가 손을 펼치자.
우우웅!
눈앞에 홀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지형이 펼쳐졌다.
북쪽의 설산과 남쪽의 화산.
동쪽의 평야와 서쪽의 숲.
그리고 중앙에 있는 칠흑 같은 어둠의 성.
딱 봐도 마계의 지형임이 분명했다.
“시간이 없으니 간결하게 설명할게요. 알다시피 우리엘은 동쪽 평야 타르라크에 있었어요. 나머지 지역엔 다른 대천사들이 각각 봉인되어 있었고요.”
“음?”
가이아는 분명 과거형 어미를 사용했다.
그럼 지금은 아니란 뜻인가?
진도윤이 고개를 갸웃하자, 가이아의 검지와 중지가 각각 남쪽과 서쪽을 가리켰다.
“현재 마계 측은 남쪽 화산 볼란티스에 있던 라파엘과 서쪽 숲에 있는 가브리엘을 전부 북쪽으로 호송하고 있어요.”
“호송? 북쪽이면…….”
“네, 설산 니플헤임이에요. 현재는 미카엘이 봉인된 곳이죠.”
“으음.”
진도윤이 눈살을 찌푸렸다.
마계의 의도가 대충 짐작됐기 때문이었다.
“한 번에 모아서 경계를 더 강화하겠다는 건가?”
“그럴 거예요. 여러 곳에 나눠 봉인하면, 지금처럼 각개격파 당하기 쉬울 거라 판단했겠죠.”
“확실히 더 삼엄해지겠네.”
우리엘을 지키던 지룡들도 꽤나 빡셌었다.
그런데 그것들을 한곳에 전부 모은다?
확실히 가이아가 걱정할 만도 했다.
‘하지만.’
고작 그런 위험이 무서워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
그러나 이어지는 가이아의 말에 진도윤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마 저는 그곳에 10악마급 존재 하나가 파견될 가능성이 있다 생각해요. 아무리 소환 의식이 중하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대천사는 까다로운 존재니까요.”
“아.”
10악마.
마계의 끝판왕들이 모여 있다는, 판데모니엄에서 10등 안에 드는 놈들.
진도윤은 가이아가 왜 안절부절못했는지 이제야 이해했다.
확실히 10악마라면 그럴 수 있었다.
아직, 자신은 놈들을 상대할 수 없다.
“저에겐 대천사들보다 그대와 그대의 동료들이 더 소중해요. 이번엔 부디 피해 가고 후일을 도모하셨으면 좋겠어요.”
“하, 이거 어려워졌네.”
진도윤이 머리털을 부여잡았다.
“만약 내가 꼭 가야겠다면?”
“……누구도 용사의 선택을 강요치 않아요.”
“아니면, 루시퍼 때처럼 시도해 보고 안 되면 도망쳐도 되는 거잖아? 게다가…… 어차피 나중에 싸워야 할 놈들 아냐? 아! 호송 중인 놈들을 먼저 치는 건 어때? 거긴 그나마 상대하기 편할 거 아냐. 그다음 대천사들 모아서 함께 공략하는 거지.”
“…….”
가이아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온몸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폴폴 풍겨대는 사내를 앞에 두고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동안 저 사내를 지켜본 결과.
자신이 아무리 말해봐야,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게 매력이지.’
도전이 있어야 발전도 있다.
사내는 항상 도전했고, 그 도전을 원동력으로 성장해왔다.
‘어쩔 수 없는 건가?’
사내가 도전하면 또 가이드 겸 특별 임무를 내어줘야 한다.
이제는 점점 자신의 육체에도 무리가 있음을 느끼고 있는 상태.
하지만, 그런 것은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직 눈앞의 사내가 무사하기만을 바랄 뿐.
‘게다가 지금까지 잘해오셨으니까.’
가이아는 결국 결심했다.
눈앞의 사내를 다시 한번 더 믿어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