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94
나 혼자 S급 소환수 194화
얼음 공주의 위력 (1)
“…….”
아그니까지 정리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카프리 하나뿐.
녀석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후우…….”
카프리를 힐끔 본 진도윤은 지친 몸을 이끌며 놈을 향해 걸었다.
주변은 이미 개판인 상태였다.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과 활활 타오르는 숲.
‘힘드네.’
아묘 덕에 육체는 회복했지만, 정신적으로 피곤했다.
하지만, 이곳은 타지(他地).
마무리를 짓지 않고 쉴 수는 없다.
“이놈……! 영물까지 다룰 수 있었단 말이냐?”
“이놈? 얘는 아직도 상황 파악 못 하네?”
퍼억!
감응력이 가득 실린 진도윤의 발길질에 카프리가 뒤로 나뒹굴었다.
이미 모든 힘을 다 쓴 카프리라, 상대하기 한결 편했다.
“비, 빌어먹을.”
카프리는 자존심이 상했다.
이미 아그니까지 죽인 마당에 자신이 사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고-
자신 또한 여태 했던 말이 있기에, 저 침입자에게 굽히긴 싫었다.
“이노오오옴! 네놈이 이러고도 무사할 성싶으냐?”
잠깐 눈알을 굴리던 카프리는 이내 곧 진도윤에게 호통을 쳤다.
“이곳은 마계다! 나나 저기 죽은 아그니보다 강한 자들이 수두룩한 곳이란 말이다!”
“그래서?”
“다, 당장 날 살리지 않는다면, 묵사발을 만들어주겠다!”
“어떻게?”
“그, 그건……. 어쨌든, 날 죽이면 판데모니엄의 분노를 살 것이다! 미천한 인간이 위대한 10악마의 분노를 받고 살 수 있을 듯싶더냐?”
“……글쎄, 난 이미 아그니도 죽이고 대천사도 구출했거든. 네놈 하나 죽이는 건 신경도 안 쓸 것 같은데?”
“웃기지 마라. 난 무려 마계 한 구역의 통치자다! 내…… 크엑!”
진도윤이 말하던 카프리의 목을 발로 밟았다.
더는 듣기 힘들었던 탓이다.
“염소 대가리라 지능이 낮나? 왜 이리 요란해?”
“이놈! 이 더러운 발 치우지 못할…… 크에에엑!”
화르륵!
진도윤은 피닉스의 염화를 이용해 카프리의 피부를 살살 태우기 시작했다.
발바닥부터 천천히, 고통스럽게.
작열통에 카프리가 괴롭다는 듯 버둥거렸으나, 이미 힘이 빠져 있는 터.
진도윤의 속박을 풀 수는 없었다.
“크에에엑, 그만! 그만!”
“그만?”
진도윤이 잠깐 고문을 멈췄다.
“이 건방진 놈이! 감히!”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다시 한번 꾸욱.
발로 누른 진도윤이 피닉스의 불을 피웠다.
이번엔 상반신까지 올라왔다.
“끼에에엑! 끼에엑!”
이번엔 좀 더 오래.
어차피 아그니까지 처리한 이상, 시간은 많았다.
“내가 이런다고 굴복…… 꾸에엑!”
세 번째 꾸욱.
이번엔 엘라임을 이용해 녀석의 호흡까지 막았다.
물을 뭉쳐 녀석의 얼굴에 뒤집어씌우면 된다.
“훨씬, 조용하고 좋네. 우리 어디 끝까지 해보자?”
물에 갇혀, 꾸르륵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한창 시끄럽던 카프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진도윤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세 번째 방법은 효과가 있었다.
물을 걷어내자, 카프리가 더 이상 헛소리를 지껄이지 않았기 때문.
“왜 조용해? 또 지껄여 봐.”
“꾸르륵……. 꾸르…….”
진도윤은 동공이 풀려 있는 염소의 뿔을 부여잡고 들어 올렸다.
“또 개길 거야?”
“꾸르……. 워, 원하는 게 뭐냐.”
“그래, 이제야 대화가 좀 통하네.”
진도윤이 씩 웃었다.
악마도 여타 다른 범죄자들처럼 때려서 굴복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굉장한 소득이다.
역시, 폭력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인가?
진도윤은 곧바로 원하는 바를 말했다.
“대천사 호송 계획에 대해 다 불어봐. 북쪽에 어떤 함정이 있는지, 누가 시킨 건지.”
“흥, 내가 그걸 말할 듯싶으…….”
진도윤이 다시 발을 들어 올렸다.
“마, 말하겠다.”
“그래.”
진도윤이 카프리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염소는 축 처진 채로 순순히 사실을 토해냈다.
많은 정보를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몇 가지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 이 호송 작전을 10악마 중 하나인 부에르가 맡았단 거지?”
“그렇다.”
“그 녀석이 북쪽 도시, 니플헤임에 있을 확률은?”
“원래라면 판데모니엄에 계시겠지만, 우리가 안 오면 그쪽으로 이동하실 거다. 굉장히 치밀하신 분이니.”
“흐음. 녀석의 전력은?”
“추측 불가. 너희 따위가 아무리 나대봐야…… 꾸엑!”
진도윤이 손날로 녀석의 목을 후려치자, 카프리는 다시금 정신을 차렸다.
“그, 그냥 나로서는 추측 불가야! 싸워본 적이 없거든.”
“그렇겠지.”
10악마가 강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굳이 녀석에게 들을 필요도 없었다.
확실히 아는 방법은 가서 부딪쳐 보는 것뿐.
“이제 더 털어놓을 건 없겠지?”
진도윤의 눈빛이 변하자, 카프리가 화들짝 놀랐다.
“서, 설마……. 지금 정보를 다 뽑았다고 죽이려는 거냐?”
“응? 내가 살려준다는 약속을 한 기억은 없었던 것 같은데?”
진도윤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하자, 카프리가 비명을 내질렀다.
“이 간악한 놈! 악마보다 잔인한 놈!”
“그래그래, 나 그런 놈이다.”
스릉!
진도윤이 손짓하자, 옆에 있던 둠 나이트가 검을 뽑아 들었다.
번쩍!
날카로운 검날이 타오르는 불빛에 반사되어 카프리의 눈을 때렸다.
카프리는 심장이 철렁했다.
“자, 잠깐!”
“응, 잠깐은 없어. 널 살릴 생각이었으면, 차라리 아그니를 살렸겠지. 걘 좀 마음에 들었었거든.”
반대로 저 녀석은 마음에 드는 구석이라고 하나 없고.
살려줘 봐야 뒤통수를 칠 놈이다.
후웅!
이윽고 둠 나이트가 검을 휘두를 때였다.
“조, 좋은 방법이 있다!”
“응?”
멈칫!
검을 휘두르던 둠의 칼이 카프리의 목 앞에서 바로 멈췄다.
진도윤이 신호한 탓이다.
“좋은 방법?”
진도윤은 일단 들어나 보기로 했다.
녀석의 눈빛에서 생존에 대한 간절함이 느껴졌기 때문.
“내, 내가 무사히 호송하고 있다는 전서를 지속해서 보내면, 부에르 님도 굳이 이동하지 않으실 거다. 심지어 니플헤임의 경계도 쉽게 뚫을 수 있겠지.”
“……뭐, 위장이라도 하자는 말이야?”
진도윤의 물음에 카프리가 거칠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다!”
“와, 이거 생각보다 더 대단한 놈이네? 지금 살기 위해 자기 종족을 배신하겠다는 거지?”
“동족이고 뭐고! 죽으면 무슨 소용이냐!”
“그건 맞지.”
턱을 부여잡은 진도윤이 고민했다.
확실히 녀석을 이용하면 좀 더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긴 했다.
문제는…….
“근데 내가 널 어떻게 믿어?”
진도윤의 말에 녀석이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대악마의 맹약과 내 이름을 걸고, 한 치의 거짓이 없음을 선언하겠다!”
“헛소리하지 마. 난 그딴 게 뭔지 모르니까.”
“……쳇.”
“……?”
맹약은 개뿔.
그런 게 없다는 건, 초등학생을 데려다 놔도 알 거다.
‘하지만.’
확실히 나쁜 방법은 아니었다.
녀석의 목숨을 부여잡고 바로 옆에서 통제할 수 있다면?
녀석도 허튼짓은 못 할 테고.
그렇게 되면, 대놓고 쳐들어가는 것보단 나을 수도 있었다.
어차피 잘 묶어놓기만 하면, 언제든 죽일 수 있을 테니까.
“야.”
“왜, 왜 그러나.”
“어디 한번 해봐라. 단, 허튼짓하다 걸리면 바로 죽음이다.”
“무, 문제없다. 단, 그대도 약속하라.”
“어떤?”
“도와주면 무사히 살려주겠다고.”
“뭐, 그거야 어렵지 않지.”
둘 다 신뢰를 보장할 수 없는 약속이다.
하지만, 녀석은 목숨이 걸려 있는 상황이고.
자신은 해봐야 어차피 붙으려 했던 10악마와 붙는 것.
그 이상의 손해는 없다.
나쁘지 않은 거래.
“좋아.”
진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앞뒤에 놓여 있는 관을 바라봤다.
가브리엘과 라파엘이 봉인된 관.
이제 대천사들을 깨울 차례였다.
* * *
서머너 강국.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길드가 있다.
갓 서머너가 된 인재들을 영입해 성장시키고 추후에 던전 클리어 임무를 수행토록 하는 다양한 크고 작은 집단들.
그 길드 중 대한민국 가장 위에 군림하는 세 초대형 길드가 있는데…….
대월 길드, 은하 길드, 일성 길드.
대중들은 그들을 두고 빅3라 부른다.
그들은 서로를 견제하며 새로운 길드로부터 자리와 이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후우.”
빅3 중 하나, 일성 길드의 수장이자.
일성 그룹의 오너인 회장, 정준철은 한숨을 푹 내쉴 수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 일성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
‘제기랄, 유아린……. 그녀만 있었어도.’
항상 표정이 차갑다 해서 붙여진 이명 얼음 공주.
일성에서 그녀의 입지는 엄청났었다.
여배우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아름다운 외모와 A급 중에서도 특출난 실력.
그 때문에 일성 내부 서머너들에게도 많은 존경을 받아왔었다.
‘그뿐이야?’
그녀의 존재로 고등급 서머너들 영입도 쉬웠고-
될성부른 떡잎들 대다수도 다른 빅3가 아닌 일성을 더 선호하기도 했다.
그녀는 남녀 불문하고 인기가 많았으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
그녀는 말도 없이 서머너 마스터의 곁으로 떠났다.
정준철은 솔직히 따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계약 관계에 따르면 그녀는 아직 일성 소속이기 때문.
하지만, 차마 건들 순 없었다.
국내든, 국외든.
서머너 마스터는 서머너들의 상징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그는 이미 영웅이니까.’
괜히 건드려 봐야 민심만 돌릴 게 뻔할 터.
그는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이미 빅3 사이에서도 말단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A급 서머너들끼리 모이면, 항상 일성 얘기를 한다.
이제 빅2라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일성에 어떤 매력이 있냐고.
‘일성 공방도 한몫했겠지.’
‘일성 공방’은 일성 주 사업 중 하나다.
길드원들의 던전 활동으로 모은 아이템을 국내외로 저렴한 가격에 파는 사업인데.
최근 혜성처럼 등장한 ‘천계 상점’에 무섭도록 시장 점유율을 뺏기고 있었기 때문.
정준철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갑자기 생겨난 공방이, 우리 아이템보다 더 상등품의 아이템을 더 저렴하게 파는 거지?’
그는 위기감을 느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일성은 몰락할 게 자명했다.
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하지 못해 사라진 길드가 몇이나 되던가?
그 길드가 자신의 길드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빅3 중 하나라는 찬란한 위치에서 그저 그런 대형 길드로 전락하고 말겠지.
“유아린…….”
정준철이 조용히 읊조렸다.
솔직히 그는 알았다.
왜, 유아린이 자신을 떠났는지.
‘프리덤 때문이겠지…….’
일성의 간부였던 그녀의 아비, 유진혁.
그가 잭 폴탄에게 죽은 이후, 일성은 이렇다 한 대처를 할 수 없었다.
그 당시에는 워낙 베일에 싸여 있었던 존재이기도 했고-
유진혁도 독단적인 활동으로 길드 내부에서도 눈치를 주고 있었으니.
하지만 서머너 마스터는 달랐다.
잭 폴탄이라는 강적과 적극적으로 싸웠으며, 기자회견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프리덤과의 전쟁을 공표하기도 했다.
일성 같은 대형길드도 꺼리는 일을.
고작, 일개 한 사람이 나선 것이다.
“나도 알아, 안다고.”
그녀를 부를 자격이 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렇다고 몰락하는 길드를 지켜보고만 있을 순 없는 일이다.
[삐빅!]결국, 정준철은 직원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유아린, 그녀에게 연락을 넣어보게.”
“유아린이면……. 얼음 공주 말씀이십니까?”
직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준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협회에 연락을 넣으면 될 거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녀를 일성으로 데려오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