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96
나 혼자 S급 소환수 196화
얼음 공주의 위력 (3)
“……!”
그녀의 발언에 방 안 모든 이들이 경악했다.
간부들의 눈살은 찌푸려졌으며, 기자들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물들었다.
정준철 역시 황당한 표정이었다.
이곳에 있는 간부들은 유아린을 포함해 총 10명.
그것도 전부 난다 긴다 하는 빅3의 A급 서머너들이다.
그런 자들을 상대로 고작 일개 A급 서머너가 저런 말을 한다고?
‘……얘가 무슨 생각이지?’
정준철은 잠깐 벙찐 상태로 그녀를 쳐다봤다.
표정만 봐서는 다른 꿍꿍이는 없어 보이는데…….
‘그 말은…… 정말 자신이 있다는 건가?’
정준철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턱을 괬다.
아무리 요즘 다른 길드에 밀린다 해도.
자신이 일궈온 일성은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알아주는 최강 길드다.
아무리 서머너 마스터와 함께 있었다 해도, 일개 서머너에게 무시 받을 정도로 약한 길드가 아니었다.
‘하지만.’
정준철은 이내 정신을 차렸다.
생각해 보면,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본인이 알아서 페널티를 먹는다 하면 좋은 일이지.’
자존심 상할 필요 없었다.
그녀는 분명 내기에 승낙했고.
이기기만 하면, 걱정했던 모든 것이 해결된다.
일부 간부들이 말도 안 되는 대결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을 테지만.
어쩌겠는가?
길드장이 까라면 까야지.
“하하하, 정말 전부 덤벼도 상관없다는 거지?”
“길드장님!”
간부 중 하나가 자존심 상한다는 듯 외쳤지만.
정준철은 고개를 저었다.
“잊었나? 승부를 가져올 수 있을 때, 확실하게 가져오는 게 우리 일성의 방식이다. 제안은 아린이가 먼저 했어.”
그러고는 다시 유아린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리 간부는 자네 빼고 총 9명이다. 정말 9:1로 붙어도 상관없다는 거냐?”
“네, 뭐…… 문제없어요.”
유아린이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정준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굉장한 자신감이로군. 좋다, 그럼 대결 장소로 이동하지.”
* * *
그들이 한창 준비하고 있을 때, 기자들은 정신이 없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죠?”
“무슨 상황이긴. 엄청난 특종을 날로 먹은 상황이지.”
“얼음 공주랑 일성 간부들의 한판 승부라니……. 근데 특종이면 뭐한답니까? 혹시라도 유아린이 이기면 기사도 못 내지 않습니까.”
“유아린이 이기긴 뭘 이겨? 넌 이게 말이 되는 게임 같냐?”
“그래도…… 혹시나요.”
이곳, 기자들은 각자의 방송국이 있긴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일성의 직원이나 마찬가지다.
일정의 보수를 받고 일성 소식을 유리하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는 자들.
하지만 그들도 이번 특종은 꽤나 욕심이 났다.
“선배님.”
“왜.”
“그냥 한번 제안해 보는 건 어떨까요?”
“뭘?”
“우리 회사 너튜브 채널에 생중계하는 거로요. 유입 엄청날 거 같은데…….”
“흐음, 아냐. 욕심부리지 말자. 본래 충성스러운 개는 주는 밥만 잘 받아먹으면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거야.”
“하지만…….”
“시끄러, 얼른 카메라 설치나 도와줘.”
철컥!
선배 기자는 후배의 말을 무시하며 삼각대를 펼쳤다.
이곳은 일성 길드 지하 3층.
온 벽이 강철로 이루어진 일성만의 대결 및 실험 장소였다.
“흐음.”
그리고 그들과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정준철이 턱을 잡은 채 고심하고 있었다.
‘생중계?’
그 역시 A급 서머너.
이미 평범한 인간을 넘어선 청력 덕에 기자들이 하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나쁘지 않은데?’
9:1로 싸우는 게 조금 비겁해 보이긴 하지만.
그걸 제외하고는 얻는 게 더 많다.
첫째, 이길 경우 여론을 통해 유아린을 굳건한 일성 멤버로 확정시킬 수 있고-
둘째, 어그로를 통해 일성에 대한 관심을 더욱 끌 수 있다.
또한, 일성 간부 하나하나의 무력을 송출함으로써 일종의 홍보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어떤가? 자네도 들었을 텐데.”
정준철이 맞은 편에 서 있는 유아린에게 물었다.
그녀는 현재 여유롭게 펜-리르의 머리털을 쓰다듬는 중.
말도 안 되는 대련을 앞둔 서머너의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나도 좀 불안해서 말이지. 자네가 내기에서 진 다음 땡깡 부리면, 서로 피곤해지지 않겠는가?”
“……전 상관없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뭐가 말인가?”
“지시면 타격이 꽤 클 거 같은데…….”
유아린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정준철이 호탕하게 웃었다.
“크하하하. 패기가 많이 늘었구나.”
어렸을 적부터 유아린을 봐왔던 그였다.
아비를 닮아 항상 신중하고 생각이 깊었던 그녀.
비록 그 사건 이후, 웃음을 잃긴 했지만.
그래도 무얼 하든 조심성이 강했던 그녀였다.
‘사람이 사람을 바꾼 게지.’
서머너 마스터의 성격이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앞뒤 가리지 않으며, 항상 무모한 도전을 일삼는 남자.
그런 자와 같이 붙어 다니니, 자연스럽게 성격도 변한 것일 터.
“어쨌든 승낙했으니,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기다?”
“네, 마음대로 하세요.”
당돌한 그녀의 대답에 정준철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 * *
준비는 빠르게 진행됐다.
대결장 중앙에 유아린이 위치했고.
나머지 아홉 간부들이 각자의 소환수를 소환한 채, 그녀를 둘러쌌다.
유아린은 이프리트를 꺼내지도 않은 채, 오연하게 서 있는 상태.
“크르르.”
그리고 그녀의 앞에는 대결을 앞두고 낮게 울부짖는 펜-리르가 있었다.
“와, 긴장되네요. 누가 이길까요?”
그 모습을 카메라로 담고 있던 후배 기자가 침을 꼴깍 삼키며 물었다.
“……난 일성에 한 표. 아무리 얼음 공주가 강하다 해도 아홉 명은 무리지 않을까?”
“여론도 그런 분위기 같네요.”
[제목: 일성 간부 vs 얼음 공주, 길드 위약금을 걸고 한판 승부!]이미 현장은 이러한 제목으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첫 시청자 수는 몇백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늘어나는 중.
본래 대중들의 최고 관심사는 ‘과연 어떤 서머너가 가장 강할까?’이다.
서머너 마스터가 최강이라는 사실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지만.
유아린에 대해서는 말이 많아왔기 때문.
-서머너 마스터는 왜 그녀를 데리고 다닐까? 얼음 공주 실력이야 알아주긴 해도 미궁 3인방에 비하면 몇 수 아래 아니냐?
-그냥, 예쁘니까?
-하긴, 외모로는 1티어긴 하지.
-인마, 이해해 줘야지. 서머너 마스터도 남자잖아.
이게 평소 대중들의 시선이었다.
그저 평범한 A급인 그녀가 외모로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는 식의 반응.
그 반응은 생중계되고 있는 댓글 창에서도 우세를 점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 A급 서머너 하나가 아홉 명을 상대한다고?
-말이 안 되는 건 아냐. 서머너 마스터도 혼자 여러 명 상대하곤 했었잖아.
-그건, 서머너 마스터고;;
-근데 왜 9:1 함? 일성도 한물갔나 보네.
-듣기로는 유아린 측에서 먼저 제안했다던데?
-진짜?
소문은 소문을 낳고.
기자들은 특종을 놓치지 않는다.
유아린과 일성의 대결은 점점 더 뜨거워졌고.
어느새 중계 채널엔 수만 명의 시청자가 들어와 있었다.
“자, 어느 정도 모였으니 시작해 볼까?”
먼저 나선 것은 서열 1위, 이준혁이었다.
“먼저, 서머너 터치 금지. 각자의 소환수는 제압만 하되 죽이진 않을 것. 동의하나?”
“그러죠.”
일성 내부의 서머너 대결 방식이었다.
생사를 거는 전투가 아니기에.
오히려 소수가 더 불리하다.
본래 죽이는 것보다, 제압이 더 힘든 법이니.
하지만 유아린은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동의를 끝으로, 이준혁이 움직였다.
-끼아아아!
그가 사용하는 소환수는 A급 황금 독수리.
허공에 날아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으로 근접전을 펼치는 영물 중 하나다.
우우웅!
그에 맞춰, 유아린도 감응력을 끌어올렸다.
화아악!
일순간, 공기가 돌변했다.
마치 던전에서 보스급 몬스터를 만났을 때의 그런 압도적인 기운.
“…….”
일순간 놀란 간부들이었지만.
그들도 베테랑 서머너들.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다들 공격해!”
-끼아아!
펜-리르에게 먼저 달려든 것은 이준혁의 ‘황금 독수리’(★★★★★★)였다.
후웅!
날개를 이용한 빠른 기동력으로 허공으로부터 내리찍는 부리 공격.
‘너무 느리고 단순해.’
유아린은 살짝 하품하며, 공격을 슬쩍 피해냈다.
그 후 펜-리르의 뭉툭한 발등으로 가볍게 툭- 후려쳤다.
콰아아앙!
그 한 번의 공격으로 균형을 잃은 독수리는 저 멀리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
달려들던 서머너들의 안색이 굳었다.
이준혁의 독수리가 어떤 존재던가.
암만 자신들이 노력해도 닿지 않을 정도로 빠른 스피드를 지닌 존재였다.
‘그런 독수리가 한 방에?’
‘보이지도 않았어.’
‘과연, 그만큼의 실력이 있었다는 건가?’
‘조심해서 다 같이 들어가자. 여기서 지면 진짜 개 쪽이다.’
간부들은 서로 눈짓했다.
서포트 포지션을 맡은 간부는 재빠르게 황금 독수리에게 힐링을 넣었다.
누가 보면 치사하다고 할 수 있는 수.
하지만, 유아린은 상관없다는 듯 펜-리르를 컨트롤했다.
‘빨리 끝내버리자.’
-키에엑!
-크르릉!
이번엔 각종 소환수들이 사방으로 동시에 치고 들어왔다.
그러나 그들의 공격은 펜-리르에게 닿을 수 없었다.
어떤 공격이든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는 효율적인 컨트롤.
“크앙!”
펜-리르가 울음을 한 번 터뜨리더니 이리저리 날뛰기 시작했다.
여느 스킬도 쓰지 않았다.
그저 유아린이 제공해 주는 폭발적인 감응력을 이용해서.
콰앙! 콰앙! 콰앙!
발등으로 보이는 대로 후려칠 뿐이었다.
“펜-리르 실수하지 말고 살살 쳐야 해.”
팔짱을 낀 유아린은 오히려 힘 조절을 해야 했다.
혹여나 실수로 발톱을 사용했다간, 상대 소환수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기에.
일성 소환수들과 싸우는 펜-리르의 위력은 엄청났다.
한 방에 한 마리씩.
맞아 나가떨어진 소환수들은 의욕을 상실한 채 빌빌거리며 기어 다닐 뿐이었다.
“…….”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간부들의 눈빛에 당혹감이 서렸다.
“우, 움직여!”
“뭐 해! 왜 한 방 맞고 힘을 못 쓰는 거야!”
점점 정리되는 아홉 간부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준철은 넋 나간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었다.
-미친! 이게 뭐야? 저거 일성 간부들 맞아? 신입들 아냐?
-신입은 절대 아냐, 이준혁도 있고 성지범도 있잖아. 다들 일성 네임드들이라고.
-그럼 뭐야, 저게 말이 됨? 짜고 치는 거 아님?
-설마 짜고 치겠냐? 그래서 일성한테 득이 될 게 뭔데.
-얼음 공주 ㄹㅇ 미쳤네;;
-괜히 서머너 마스터가 데리고 다니는 게 아니었나?
-그럼 서머너 마스터는 얼마나 괴물인 거?
생중계로 지켜보던 대중들도 난리가 났다.
유아린이 압도적으로 우승할 거라고는 그들도 전혀 예측 못 했기 때문.
콰앙! 콰앙!
치열하게 싸우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무미건조하게 앞발을 휘두르면.
상대가 피하든 반격하든 귀신같이 급소에 명중한다.
그렇게 모든 소환수가 전투 불능 상태로 눕는 데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
결투장에 적막이 흘렀다.
간부들은 꿈이라도 꾼 듯, 인지 부조화를 겪고 있었으며.
정준철은 두 눈을 꾹 감았다.
‘내가 뭔 짓을 저지른 거지?’
그의 시야에 기자들이 찍고 있는 카메라가 보였다.
자신의 휴대폰에도 켜져 있는 너튜브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은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스르륵!
유아린은 임무를 마친 펜-리르를 역소환했다.
그 후, 숨 하나 헐떡거리지 않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정준철에게 걸어갔다.
“…….”
말없이 그녀를 보는 정준철을 상대로 유아린이 입을 열었다.
“약속은 꼭 지켜주세요, 길드장님.”
일성의 완벽한 패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