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202
나 혼자 S급 소환수 202화
강철의 망령 (2)
타르타로스의 하얀 홀 내부.
홀로그램을 바라보던 한 존재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으아아, 언니! 저, 저거. 마계 전략 병기 아냐? 천 년 전, 부에르가 개발했다던?”
밤의 여신이라 불리는 그녀, 닉스였다.
그녀가 바라보는 커다란 영상 속에는 니플헤임 설산에 도착한 진도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맞아.”
옆에 있던 가이아가 답했다.
목소리에 힘이 없는 게, 굉장히 생각이 복잡해 보였다.
“그럼 어떡해? 빨리 퀘스트 보내야 하는 거 아냐? 도망치라고?”
“흥, 그놈이 퍽이나 말을 듣겠군.”
닉스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에레보스가 코웃음 쳤다.
그러고는 말을 이었다.
“아그니와 조우했을 때도 끝까지 도주 임무를 무시했던 녀석이다. 이제 저 아이를 통제하는 건 불가능해.”
그는 팔짱을 낀 채 냉소적인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심한 그의 대꾸에 닉스는 답답한 듯 가슴을 쳤다.
“아무리 그래도……. 전략 병기는 지금까지 만났던 애들이랑 급이 다르잖아!”
판데모니엄이 야심 차게 개발한 무기.
그 이름하여 강철의 망령, ‘아세브라도’.
아세브라도는 만드는 데 천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될 만큼 끔찍한 철갑 기사다.
제작 방법 또한 무척이나 사악하다.
마계 전역에서 죽어 나가던 악마의 영혼들을 악마술로 모아.
니플헤임의 특산품인 ‘천년한철’(千年寒鐵)로 제작한 갑옷 안에 꾸역꾸역 담는 식이다.
본질이 흉악한 악마들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차라리 잘됐어. 이번 기회에 저 아이가 정말 마계의 흉계를 막을 수 있는 영웅인지 파악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아니……. 오빠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무슨 말을 그렇게 하긴. 저번에 가이아가 했던 말은 기억 안 나나? 그 아이의 도전적인 정신이 마음에 쏙 든다고 했었지. 게다가 지금 이 상황을 우리가 만든 건가? 말려도 꿋꿋이 가겠다고 한 저놈 탓 아니던가?”
에레보스가 가이아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저번에 한 번 혼난 이후.
어느 정도 눈치는 보지만, 할 말은 꿋꿋이 하는 그였다.
“…….”
눈을 감은 채 고민하던 가이아의 눈이 살짝 반개한 건 그때였다.
“네, 에레보스 말이 맞아요.”
“언니?”
“지금 도주 요청을 보내봤자, 그 아이는 말을 듣지 않을 거예요.”
“간만에 생각이 일치하는군.”
가이아가 고개를 끄덕이는 에레보스를 빤히 응시했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뭘?”
“저 아이가 아세브라도를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갑작스러운 가이아의 질문에 에레보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강철의 망령이라.’
최근에 만들어진 터라, 직접 싸워본 적은 없지만.
아세브라도의 능력치는 굉장히 흉포하다고 들었다.
힘만으로 봤을 땐, 거의 10악마에 필적할 정도?
‘하지만, 단점도 그만큼 명확하다고 전해지지.’
강철의 망령은 지능이 딸린다.
애초에 갑옷을 통제하는 망령들이 여럿이기에, 오류도 잦은 편이다.
뭐, 지능이 딸리는 만큼 전투 본능과 감각은 엄청나다고 하지만.
그건 경험해 보지 않았으니 모르는 일이다.
“그건 나야 모르지?”
에레보스는 솔직히 답했다.
사실 며칠 전에 진도윤이 아그니를 처리했을 때도 놀랐던 그였다.
‘그 녀석……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해.’
아무리 가이아의 힘을 빌리고 있는 인간이라 해도.
인간의 육체가 가진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하지만 녀석은 그 한계를 무시하기라도 하는 듯, 엄청난 성과를 지속해서 내고 있었다.
프리덤을 상대하고, 루시퍼와 대적했을 뿐 아니라, 대천사들도 하나하나 구하고 있다.
그뿐이랴?
자신 역시 끔찍하게 생각하는 파괴의 힘까지 다루고 있다.
“하지만, 나 역시 기대하고 있는 건 사실이야.”
“……오?”
의외의 대답이었는지, 닉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항상, 부정적인 견해로 가이아와 대치하던 게 에레보스였으니까.
“가이아.”
이번엔 에레보스가 먼저 가이아를 불렀다.
“네.”
그녀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임무는 내가 걸어도 되겠나?”
“에레보스가요?”
“그래, 만약 정말로…… 녀석이 아세브라도를 처치할 수 있다면.”
답하는 에레보스의 눈빛에서 단호한 의지가 엿보였다.
“나 역시, 너처럼 내 모든 힘을 녀석에게 걸어볼 생각이다.”
항상 혼자 모든 짐을 부담하는 가이아.
에레보스는 처음으로 그녀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 * *
“이, 이봐! 잠깐! 건들지 말아봐!”
카프리의 외침이 들렸으나.
툭!
이미 진도윤의 손은 미카엘의 관에 닿은 뒤였다.
‘뭐가 됐든, 어차피 부딪치긴 해야 하니까.’
염소의 다급한 외침에도 진도윤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그라고 이상한 점을 눈치 못 챘을까?
가이아의 경고.
악마들이 생각하는 미카엘의 위치 등등을 종합해 볼 때.
어떠한 함정도 없이, 관을 방치해 두진 않았을 터.
쿠구궁……!
관에 손이 닿는 즉시, 전방에 미증유의 힘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천천히 일어서는 철갑 기사.
“……!”
진도윤은 순간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주의! 주의! 주의!] [강철의 망령, ‘아세브라도’(★★★★★★)가 깨어납니다.]‘아세브라도?’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대천사들이 설명했던 10악마에 포함되는 존재도 아니었다.
대충, 우리엘을 구할 때 처치했던 ‘지룡’(地龍)처럼.
악마들이 가져다 놓은 몬스터 중 하나겠지.
크기는 대충 둠 나이트 정도.
“제, 제기랄! 이 망할 놈이! 자살하려면 혼자 할 것이지!”
“저게 뭔 줄 알고 있나 보네?”
입술이 창백하게 질린 카프리에게 진도윤이 물었다.
“나도 정확히는 몰라! 근데 딱 보면 모르냐? 엄청 세 보이잖아!”
“…….”
맞는 말이긴 했다.
느껴지는 기운만으로 봤을 때.
카프리나 아그니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강력하고도 끈적한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으니까.
[띠링!] [에레보스의 특별 임무가 도착합니다.] [임무 – 아세브라도 처치.] [어둠의 신이 그대의 운명에 베팅합니다.] [마계의 전략 병기, 아세브라도를 처치하세요.]‘음?’
갑자기 떠오르는 메시지에 진도윤이 고개를 갸웃했다.
‘에레보스?’
가이아가 아닌 다른 존재에게 임무를 받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
‘게다가 에레보스라면?’
[징표 : 에레보스의 인장] [등급 : 無] [어둠의 신이 사용하던 인장, 부착된 대상의 힘을 왜곡하여 숨겨줍니다.]진도윤은 과거 루시퍼와 싸우러 갈 때를 떠올렸다.
그때 인장을 받은 기억이 있기에, 익숙한 이름이긴 했다.
누군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어쨌든 임무 중복이라는 거지?’
현재 그에게 걸려 있는 임무는 두 개였다.
하나는 가이아의 미카엘 구출.
나머지 하나는 에레보스의 아세브라도 처치.
‘개 이득이네.’
진도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낙관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가이아가 별다른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걸 보니, 해볼 만한 녀석이란 뜻이고.
어차피 저지른 거, 무를 수도 없는 일이지 않은가?
게다가 해결할 수만 있다면, 보상도 두 배로 떨어질 것이다.
“다들 준비해.”
진도윤의 읊조림에 천사들과 유리아가 신속하게 그에게 붙었다.
번쩍!
아세브라도의 눈이 번쩍 떠진 것은 그때였다.
땅이 들썩임과 함께, 녀석은 옥빛 칼을 천장으로 힘껏 들어 올렸다.
“시작인가?”
우우웅!
신속하게 감응력을 끌어올린 진도윤은 먼저 데몰리션을 선두로 보냈다.
“뀨웅!”
엄청난 힘의 격차임에도.
데몰리션은 상관없다는 듯 당당하게 앞으로 나섰다.
과연 전투에 미친 소환수.
후우웅!
판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세브라도의 칼이 데몰리션을 내려찍었다.
-그어어어어어!
그와 동시에 퍼지는 끔찍한 악령들의 울음소리.
“뀨, 뀨웅?”
데몰리션은 처음으로 당황했다.
페어리킹의 버프, 엘라임의 실드를 단박에 부수고 들어오는 칼 때문.
콰앙!
한 방 맞은 데몰리션은 눈동자를 거칠게 흔들며 나동그라졌다.
“뀨웅!”
단단한 용의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힘에 온 장기가 짓이겨지는 느낌을 받았다.
“…….”
공격을 성공한 아세브라도는 말없이 데몰리션을 노려보고 있었다.
“데몰리션 괜찮아?”
“뀨웅…….”
‘이게 맞나?’라는 의미로 살짝 고개를 갸웃하는 데몰리션.
그런 녀석의 등 뒤로는 이번에 진화한 아묘가 빠르게 힐링 중이었다.
“후, 탱커로 쓰면 안 되겠는데?”
진도윤이 나직이 중얼거리며, 다시 컨트롤을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소환수 다섯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아세브라도에게 달려들었다.
“나도 돕지.”
“함께 싸우자꾸나!”
셋의 대천사 역시 각자 판단대로 움직였다.
신비한 힘을 쓰는 가브리엘은 멀찍이 떨어져 주문을 외웠고.
라파엘은 보조 힐링을, 우리엘은 업화의 검을 뽑아 들었다.
후우웅!
다시 한번 격렬한 바람이 귓가를 스쳤다.
아세브라도의 공격이 재개된 것이다.
콰앙! 콰앙!
녀석의 검이 사정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바닥이나 벽면에 닿은 것들이 순식간에 먼지로 화할 정도로 강력한 힘.
멀찍이 물러난 진도윤은 땀을 흘리며 소환수를 컨트롤했다.
‘절대 부딪히면 안 돼.’
데몰리션이 한 대 맞고 고통스러워할 정도면.
다른 소환수들은 거의 전투 불능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
“마, 마스터. 저게 보여?”
엄청난 속도의 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진도윤의 환상적인 컨트롤을 보고.
유리아가 황당한 듯 물어왔지만, 진도윤은 대답할 수 없었다.
머리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급박한 순간들의 연속이었으니까.
‘혹한의 지배자!’
‘플레임 노바!’
‘화염 돌풍!’
‘둠! 검뢰!’
진도윤이 네 소환수들의 스킬을 신속하게 연계했지만.
콰아아앙!
아세브라도의 대응 역시 그만큼 빨랐다.
심지어 방어하는 방법도 간단했다.
검을 가볍게 휘둘러 모든 공격들을 쳐냈으니까.
진도윤의 낯이 일그러졌다.
‘젠장.’
급박한 전투 속에서도 그의 머리는 빠르게 굴러갔다.
마음이 급해졌지만, 냉정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침착하자, 흥분하면 될 것도 안 돼.’
그의 필살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데몰리션의 브레스.
아니면 정령계 소환.
하지만 이번엔 첫째는 사용하기 힘들다.
꽤나 지능적인 건지, 아니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건진 모르겠지만.
아세브라도는 데몰리션이 거리를 벌릴 때마다 땅을 박차며 신속하게 붙었다.
‘그럼 남은 것은…….’
스르륵!
의식의 흐름과 함께, 소울 콜렉터가 진도윤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가방을 내밀었다.
“오케이.”
진도윤은 그곳에서 ‘정령왕의 돌’을 꺼내 들었다.
생각보다 컨트롤이 먼저 반응하는 경지.
“엘!”
“응, 진도유운! 준비됐어! 소환해 줘!”
“오케이.”
진도윤이 계속 컨트롤하며 돌에 감응력을 냅다 들이부으려 할 때였다.
-그어어!
도망치는 데몰리션을 내려치던 아세브라도가 행동을 멈췄다.
번쩍!
그러고는 시뻘건 눈으로 진도윤이 있는 방향을 응시했다.
[띠링!] [미증유의 힘이 그대를 속박합니다.] [10분간 움직임이 제한됩니다.]“……?”
돌을 든 그 상태로 온몸이 굳었다.
동료들이 데몰리션의 봉인기를 맞았을 때 기분이 이러했을까?
감응력을 움직일 수도, 소환수를 컨트롤할 수도 없이.
온몸의 기능이 멈춰버렸다.
‘미친?’
당황스러웠다.
서머너를 직접 봉인하는 스킬이라니.
그보다 자신의 위기를 정확히 판단하는 저 본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단 말인가?
‘X 된 건가?’
진도윤이 눈을 질끈 감으려 했으나.
눈꺼풀 역시 꼼짝할 수 없는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