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229
나 혼자 S급 소환수 229화
도와주세요 (5)
수업이 끝난 교실.
콰앙!
분노에 찬 신창식이 교탁을 걷어찼다.
“으아아아아! 이 개 같은 새끼! 고작해야 B급 따위가 뭐라도 되는 줄 알고!”
약 30분 동안 물벼락을 맞은 그의 온몸은 흠뻑 젖어 있었고, 뺨 또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뭘 봐, 이 새끼들아! 눈 안 깔아?”
신창식이 윽박질렀다.
학생들은 그의 눈치를 보며, 숨을 죽일 뿐.
‘그, 그냥 가만히 있자.’
‘저 성질머리에 잘못 걸렸다간 학교생활 내내 지옥일 거야.’
‘그래도 속은 시원하긴 하네.’
그들은 쉬는 시간임에도 혹시 신창식의 눈에 띌까 움직이지조차 못했다.
그가 애들을 얼마나 휘어잡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드득.
신창식이 이를 갈았다.
‘그래, 꼴에 B급이라 이거지? 그것도 협회에서 차출된.’
하지만 잘못 걸렸다.
예전에도 괜히 자신에게 훈계하다가, 죽도록 얻어터진 선생이 있지 않던가?
그 선생은 어디 가서 말도 못 하다가 결국 퇴직 신청서를 낸 후 사라졌었다.
수많은 학생들이 자신에게 기를 못 펴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 형님들을 불러야겠어.’
사실 그의 힘은 아버지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다.
아버지는 평범한 재단의 이사장일 뿐.
실질적인 배후는 학기 초, 자신에게 찾아왔던 그 형님들이었다.
소름 끼치면서도 불길한 기운을 풍기는 이들.
그들이 내건 조건은 단순했다.
1. 학교를 장악할 것.
2. 졸업 후, 최대한 많은 인원을 조직으로 끌어들일 것.
그 두 가지만 지킬 수 있으면.
무조건적인 도움을 주겠다 했었다.
‘대단했지.’
확실히 그들은 법, 그 위에 있는 존재들이었다.
협회든, 경찰이든, 아니면 어떤 등급의 서머너든.
형님들이 나타났다 하면, 다 쥐 죽은 듯 사라지거나 입을 닫았으니까.
빌어먹을 가면 쓴 선생도 그들 앞에 서면 어쩔 수 없을 터.
‘기대하는 게 좋을 거야.’
신창식의 두 눈동자가 불타올랐다.
“차, 창식아. 괜찮냐?”
똘마니 한 명이 다가온 것은 그때였다.
상념을 떨쳐낸 신창식이 주변을 둘러봤다.
“야.”
“으, 응?”
“강준수, 그 새낀 어디 갔냐?”
“강준수? 아까 그 선생이 데리고 나갔잖아.”
“뭐?”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누구 하나 붙잡아, 분노를 해소하고 싶었는데.
‘뭐, 상관없지.’
어차피 그 찐따는 나중에라도 언제든 괴롭힐 수 있다.
지금은 온 분노가 한 대상에게 집중된 상태.
그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다들 잘 들어.”
그러고는 조용히 읊조렸다.
“오늘 내로. 그 선생 새끼 내가 담근다.”
* * *
“흐아암.”
8교시가 끝나고 전용 휴게실을 찾아온 진도윤이 기지개를 켰다.
“피곤하구나, 피곤해.”
“……여태 다 자습만 시켜놓고 왜 피곤해하는 거야?”
어느새 다시 어깨 위에 올라온 엘라임이 동글동글한 눈으로 물어왔다.
“원래, 사람은 흥미 없는 일을 하면 지치는 법이거든.”
“그으래?”
“그 시간에 사냥했어 봐. 아직도 팔팔했을걸?”
“……진도윤도 점점 데몰이랑 비슷해지는 거 같아.”
엘라임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이내.
“하여튼! 잘했어! 역시 그냥 넘어가면 진도윤이 아니지!”
“응?”
진도윤이 고개를 갸웃하자.
“신창식, 그놈 말이야.”
“아.”
“확 혼쭐내 줄 땐 내 속이 다 시원했다니까?”
“뭘 그 정도로 혼쭐은.”
진도윤은 여태껏 자신에게 도전했던 자들을 철저히 무너뜨려왔다.
시비를 걸면?
최소 어디 하나는 부러뜨렸고.
혹여 목숨을 노린다면?
그 역시 목숨을 앗아갔다.
그런 것들에 비하면, 신창식에게 한 처사는 애들 장난 수준.
‘음식을 맛있게 먹으려면 향신료를 쳐둬야지.’
그저 소금을 뿌린 것에 불과했다.
“그나저나 이 학교 말이야.”
엘라임이 눈을 좁히며 말을 이었다.
“대충 보니까 그냥 평범한 학교던데?”
“응, 그냥 평범한 교육 집단이야. 나도 교육하면서 쭉 지켜봤는데 프리덤의 흔적 같은 건 없었어.”
“흐응.”
“살림 쪽에서 뒷조사해 놓은 걸 봐도, 딱히 연관성이 없어 보이고.”
살림의 정보력은 꽤 신뢰할 만하다.
유준태, 그 영감에겐 미안하지만.
협회보다도 더 정확하고 깊은 부분까지 다루니까.
음지(陰地)에 있는 지하 조직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럼 뭘까?”
“나도 모르지. 기다리는 수밖에.”
“기다린다구?”
“벌집을 건드렸으니, 벌이 튀어나오지 않겠어?”
블라블라블라.
휴게실 소파에 앉은 진도윤은 엘라임과 계속 수다를 떨었다.
“…….”
그리고 그들 옆에는.
멍한 표정으로 대화를 지켜보는 강준수가 있었다.
진도윤은 녀석을 계속 데리고 다녔다.
‘해코지당할 수 있으니까.’
도와주기로 약속한 이상.
사건이 해결되기 전까지, 녀석을 신창식과 분리해 놔야 했다.
물론.
대충 자신의 정체를 눈치채고 있는 것 같기에.
엘라임을 쿨하게 공개한 상태.
‘지, 진짜 엘라임이잖아?’
두근, 두근.
때문에, 강준수는 놀란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써야 했다.
물의 정령왕, 엘라임.
피닉스와 함께, 서머너 마스터의 상징으로 알려진 1티어 소환수다.
설마설마했는데, 정말로 몬스터 만물 박사가 서머너 마스터일 줄이야!
“야, 강준수라 했냐?”
“네, 넵!”
진도윤의 물음에 강준수가 깍듯하게 답했다.
“이번에 도와주면 안 죽고 열심히 살 자신 있지? 얘기 들어보니까 모셔야 할 할머니도 계신다며.”
“……그, 그렇습니다.”
강준수의 눈동자가 떨렸다.
‘에휴.’
진도윤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누군가의 아픔을 쉽게 말할 생각은 없었다.
어쩌면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겠지.
다만.
녀석이 메시지를 통해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했던 이유는.
결국, 살고 싶어서 아니겠는가?
그 이후, 극복하는 것은 녀석의 몫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모든 것의 근원인 신창식을 해결해 주는 것.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르자.
지이잉!
이혜연에게 문자가 도착했다.
[이혜연 : 도윤 씨, 방금 기운이 잡혔어요!]“생각보다 빠르네.”
진도윤이 예측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뻔한 레퍼토리긴 했다.
뒷배경을 불러내, 자신을 겁박하는 것.
그동안 이 방법이 통해왔으니.
애들을 괴롭히는 강도도 점점 더 세졌던 거겠지.
“그럼 슬슬 움직여 볼까?”
“어, 어디 가시는 거예요?”
강준수의 물음에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덜컹!
휴게실의 문이 열렸고.
해답을 알려줄, 신창식 옆 똘마니가 들어섰으니까.
“선생님, 안녕하세요. 역시 여기 있으셨네요?”
녀석은 예의 있는 ‘척’ 고개를 숙였다.
진도윤이 미소 지었다.
“응, 그래. 무슨 일이니?”
“아하하, 그게……. 제 친구가 선생님을 옥상에서 뵙고 싶다 해서요.”
“엥? 옥상에서?”
“네, 아까 선생님 수업 내용 관련해서 궁금한 게 있나 봐요.”
“보기보다 학구열이 엄청난 친구였구나? 야밤까지 선생님을 다 찾고. 그것도 옥상에서 말이야.”
“하하, 오실 거예요?”
“그럼 그럼. 학생이 공부한다는 데, 선생으로서 응당 도움을 줘야겠지. 그럼, 안내 좀 해주겠니?”
진도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남은 것은.
정말 그들이 프리덤인지 확인하는 것.
그리고 그에 따른 선생으로서의 교육이었다.
* * *
저벅, 저벅.
진도윤은 똘마니의 안내를 받아 계단을 올랐다.
특이 사항으로는 강준수 역시 따라오게 했다는 것.
‘그게 낫지.’
약자라 해서 숨는 것보다.
진도윤은 그가 직접 부딪히길 원했다.
변해버린 세상에서, 약한 정신력으로는 살아남기 힘들 테니까.
덜컹!
옥상의 문이 열리자.
안내했던 똘마니를 제외하고 총 일곱의 사람이 보였다.
신창식과 친구 하나.
그리고 인상 험악하게 생긴 떡대 다섯.
‘쟤들이 그 삼촌이라 부르는 애들이겠네.’
신창식이 협박할 때 말했던 A급 서머너들임이 분명했다.
“크크큭.”
진도윤을 확인한 신창식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오매불망 기다리다, 그가 도착하고 나서야 웃음꽃이 핀 것이다.
“어이구, 진짜로 오셨네?”
그는 불과 몇 시간 전, 선생에게 당했던 수모를 그제야 잊을 수 있었다.
어차피, 그 가해자는 이제 곧.
피떡이 된 모습으로 무릎을 꿇은 채, 자신에게 싹싹 빌 운명이니까.
하지만, 눈앞 가면 쓴 선생의 걸음에는 아직도 여유가 넘쳐 보였다.
“흠…… 수업을 듣고 싶은 친구가 많은 모양이구나?”
“수업? 크크큭, 그래, 수업이라면 수업이지. 같잖은 실력으로 나대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는 참교육 시간.”
신창식이 읊조리자, 옆 떡대가 물었다.
“야, 쟤냐?”
“그렇습니다, 형님! 제가 말했던 아주 극악무도한 폭력 교사입니다.”
“쯧쯧, 안 되지 안 돼. 신성한 학교에서 폭력이라니.”
떡대가 소환수를 꺼냈다.
본인과 똑 닮은 덩치 큰 곰, ‘울트라 베어’(★★★★★★)였다.
“후우.”
진도윤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보자마자 알았다.
미약하지만, 녀석들 몸에서 풍겨 나오는 그 냄새는 분명 마계의 그것이었으니까.
“이보쇼, 선생. 너무 억울해하진 말고. 학생을 때렸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지.”
떡대의 차가운 눈빛이 진도윤에게 화살처럼 꽂혔다.
그 눈빛만 봐도 절대 봐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으음……. 확실히 좋은 그림은 아니네.”
잠시 고민하던 진도윤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이왕이면 왕건이가 걸리길 빌었는데, 역시 꼬리 수준인 건가?”
“무슨 소리 하는 거냐?”
알 수 없는 소리에 떡대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하아, 준수야. 잘 봐둬라.”
진도윤이 감응력을 끌어올렸다.
“프리덤 같은 범죄 집단에 들어갔다가 나한테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
“무, 무슨?!”
떡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외 넷의 서머너들도 곧바로 소환수를 꺼냈다.
샤벨 타이거, 키메라, 육미호 등등.
‘프리덤’이라는 단어에 반응한 것이다.
조직이 프리덤이라는 것은 아직 신창식에게도 하지 않은 말이었으니까.
“……?”
신창식 역시 당황한 듯, 미간을 찌푸릴 찰나.
각자 눈짓을 통해 시선을 주고받은 떡대들이 움직였다.
“일단 조져!”
쿠와아아아!
눈 깜짝할 사이에 다섯 소환수가 일제히 진도윤을 향해 쇄도했다.
자신들의 정체를 어떻게 알았는지는.
제압해 놓고 알아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촤륵! 촤르륵!
변형된 엘라임을 활용한 진도윤이 소환수 다섯을 동시에 쳐낸 것이다.
쾅! 쾅! 쾅! 쾅! 쾅!
총 다섯 구역에서 발생한 물기둥이 정확히 녀석들의 급소를 가격했다.
그러고는 수압을 통해 꽁꽁 묶어버렸다.
그렇게 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2초.
“……?”
충격받은 떡대들의 몸이 얼어붙었다.
보이지도 않는 소환수와.
A급 다섯을 고작 한 수로 제압하는 힘.
그리고 감히 추측조차 할 수 없는 컨트롤까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낀 탓이다.
“너, 너는 누구냐!”
분명 신창식에게 듣기로는 평범한 B급의 서머너라 했다.
떡대 중 한 명이 눈을 부릅뜬 채, 신창식을 쳐다봤지만.
“…….”
그는 충격받은 얼굴로 넋만 놓고 있는 상태.
두 똘마니는 아예 주저앉은 채,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진도윤이 씩 웃었다.
“글쎄, 일단 조져지고 난 후에 차차 알아보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