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235
나 혼자 S급 소환수 235화
저주의 악마, 아몬 (5)
“이, 이거 장난이 아닌데.”
용인 시내와 일정 거리를 둔 채 눈앞 상황을 바라보던 남성이 헛웃음을 흘렸다.
큰 키와 적당히 붙은 근육, 그리고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그가 꽤나 고등급의 서머너임을 알려줬다.
“저런 곳에 지원 가야 한다고? 저게 사람의 싸움이냐?”
“……들어가는 순간 온몸이 찢길 거예요.”
이들은 빅3의 간부들.
협회의 명을 받고 오긴 왔는데, 차마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방에 피어오른 흙먼지는 그렇다 쳐도.
하나하나 A급 소환수를 가볍게 능가할 것만 같은 수천의 정령들은 뭐고.
그걸 맞상대하는 정체불명의 괴물 늑대는 또 뭐란 말인가?
그사이에 껴 싸우는 서머너 마스터가 대단해 보일 지경이었다.
“어차피, 협회장님께서도 주변에서 대기만 하라 하셨어요. 민간인 보호만 하라고…….”
“어어, 정말로?”
“대가리들도 뻔히 상황 보고 있을 텐데, 우리보고 자살하라고 하진 않겠죠.”
“뭐……. 그건 그렇지.”
남성이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콰가강! 콰아앙!
찢어지는 굉음과 함께 천지가 뒤흔들렸다.
사내와 간부들은 신속하게 자세를 낮춘 채, 중심을 잡았다.
“뭐, 뭐야!”
“늑대가 무슨 수를 쓴 거 같아요!”
“늑대가 아니라 10악마!”
“어쨌든요!”
지진 속에서 어떻게든 중심을 잡으며, 그들은 전투 상황을 주시했다.
하지만 무너진 건물의 잔해들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어, 어떻게 된 거죠?”
“……난들 알겠냐? 일단.”
사내가 하늘을 쳐다봤다.
기이한 문양으로 새겨진 차원문이 아직도 존재했으며-
그곳에는 아직도 살벌한 기운의 정령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저게 살아 있으니…… 기도나 해보자고.”
* * *
‘이제 남은 시간은 10분 정도.’
진도윤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고는 눈앞의 아몬을 끔찍하다는 듯 쳐다봤다.
‘이걸 버틴다고?’
황당했다.
정령계가 비록 인간계에 부속된 공간이라 하지만, 그래도 하나의 세계다.
자신 역시 정령계에 들어가 봐서 안다.
최상급 정령들과 두 거대한 정령왕의 존재.
그리고 수많은 정령.
그곳에서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었는데.
그들이 악다구니를 쓰며 덤벼드는 공격을 늑대는 단신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물론, 아몬의 상태도 그렇게 여유로운 건 아니었다.
깔끔하던 육체엔 생채기로 가득했고-
새하얀 털도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으니까.
확실히 6성(★★★★★★) 된 엘라임과 피닉스의 힘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정령왕들이 프리덤과 본래의 모습으로 싸웠던 게, 잭 폴탄 이후로 처음이던가?
화르르륵!
촤륵! 촤르륵!
정령들은 쉴 새 없이 몰아쳤다.
최전방에서 싸우다 상처 입은 녀석들은 뒤로 후퇴해 유리아의 치유를 받았으며-
터져 나간 하급 정령들은, 차원문에서 새로이 충당됐다.
-조그마한 것이 귀찮게 하는구나!
결국, 아몬이 폭발했다.
정령들보단, 뒤에서 계속 힐링과 버프를 넣어주는 아묘와 페어리킹의 존재가 눈에 밟힌 것이다.
-크허헝!
한차례 울부짖은 아몬이 공격 방향을 뒤바꾼 것은 그때였다.
정령들과의 싸움을 피하고 서포터부터 처리하려는 속셈이었다.
진도윤이 다급히 정령들을 컨트롤해, 움직임을 막았지만.
“……!”
아몬의 속도는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온몸을 던져 막는 정령들을 가볍게 피해내며 질주했다.
목표는 감응력을 다스리고 있는 유리아.
진도윤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유리아! 조심!”
“제기랄!”
타깃이 된 유리아가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미카엘을 앞세웠다.
여섯 쌍 날개를 활짝 펼치며 다시금 ‘성스러운 방패’를 드는 대천사.
어차피 도망가지 못한다는 걸 알기에, 방어를 선택한 것이다.
이윽고.
콰아아앙!
화살처럼 쏘아져 나간 아몬이 미카엘의 방패를 우측으로 밀쳤다.
미카엘이 저항할 수 없는 힘에 옆으로 살짝 밀린 것.
그런 미카엘을 제친 후, 유리아의 가슴을 퍼억! 발등으로 후려친 것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일.
“으아아아악!”
결국, 유리아가 가슴을 부여잡은 채로 허공을 날았다.
허공에 짙은 선혈이 흩뿌려졌으며.
쿵!
바닥에 내팽개쳐진 유리아의 입가로 피가 흘러내렸다.
“유리아!”
진도윤은 컨트롤하던 정령들을 내버려 두고.
곧장, 데몰리션을 돌진시켰다.
땅을 박참과 동시에 입을 벌리는 녀석.
[스킬, ‘썬더 브레스’(S급)를 사용합니다.]파지지직!
강력한 뇌전을 담은 벼락이 아몬을 향해 쏘아졌다.
비록 12시간 제한이 있는 스킬이지만, 일단은 급한 대로 사용해야 했다.
-흐음.
정령들과의 혈투에서 나름대로 상처 입은 아몬이 재빨리 뒤로 빠졌다.
파괴의 힘이 담긴 데몰리션의 스킬은 그로서도 부담이었으니까.
동시에 유리아 주변으로 정령들과 소환수들이 에워쌌다.
“유리아를 지키면서 천천히 바깥으로 몰아내!”
진도윤이 재빨리 유리아에게 다가갔다.
“유리아! 괜찮아?”
“끄으으, 진짜 정신없네. 뭐 저리 빠른 거야?”
“괜찮냐고!”
“응, 빌어먹게 아프긴 한데……. 생명에 지장 있을 정도는 아냐. 다친 건 치료하면 되니까. 우선 전투에나 집중해, 마스터.”
유리아가 일그러진 얼굴로 외쳤다.
진도윤은 그녀의 말뜻을 이해했다.
‘아몬은 자신의 목숨을 건 투쟁 중이야.’
즉, 봐주는 게 아닌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다는 말이다.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는 건 당연한 일.
그런 상황에서 다친 동료 때문에 자신의 발이 묶이는 건, 놈이 원하는 대로 끌려가겠단 말도 된다.
“그래. 내가 죽든, 저놈이 죽든……. 해보자.”
진도윤은 유리아를 믿기로 했다.
그녀의 능력은 치유.
알아서 잘 회복하겠지.
그러고는 다시 온 정신을 아몬에게 집중했다.
“…….”
유리아는 그런 진도윤의 등 뒤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역시 마스터라면 알아들을 줄 알았어.’
“크흡, 퉤!”
그러고는 피 섞인 가래를 뱉어냈다.
괜찮은 척했지만, 상황은 심각했다.
장기가 손상된 듯, 자꾸 피가 역류하고 있었으니까.
쿠웅!
미카엘이 그녀의 위로 방패를 세운 채, 쪼그려 앉았다.
자신이 막아내지 못해 다친 것이 굉장히 미안하단 표정이었다.
“주인!”
“크흐윽…… 미카엘.”
“괜찮나?”
“……나보단 저 빌어먹을 10악마, 진짜 상대할 방법이 없는 거야?”
“…….”
잠깐 침묵을 지키던 미카엘의 입이 열렸다.
“희소식이 하나 있긴 하다.”
“희소식?”
유리아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희소식이라면…….
“……세계수 점령이 끝나기라도 한 거야?”
대천사들이 말했었다.
세계수의 힘을 빌리면 인간계에 본연의 힘을 끌고 강림할 수 있을 거라고.
“아니, 그건 아직 멀었지만.”
“그럼?”
“천계에서 우리엘이 급히 찾아낸 소환수가 하나 있다. 그 한 마리 정도는 보낼 여력이 있을 거야.”
“……?”
그게 무슨 말이지?
도통 알 수 없는 말이었지만,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식도에 핏물이 가득 찼기 때문.
“우선 말하지 말고, 치유에 집중해라, 주인.”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하는 미카엘의 표정이 유난히 씁쓸해 보였다.
* * *
싸움은 지속됐다.
-크크, 어디 한번 잘 막아보아라!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는 순간, 네 친우가 찢길 것이니!
아몬은 교활하고도 악랄했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기보다.
몸을 요리조리 움직이며, 시간을 끌었다.
그러면서도 빈틈이 생기면 곧바로 돌진하는 등, 끊임없이 유리아를 노렸다.
‘제기랄.’
진도윤이 입술을 깨물었다.
얼마나 강하게 물었는지, 혈향이 코를 가득 채울 정도.
‘이제 1분 정도밖에 안 남았어.’
1분 후엔 정령계가 닫힌다.
그래도 옛날과 다르게 감응력이 많이 있는 상태라, 전신에 힘이 빠지거나 하진 않겠지만.
‘정령계가 닫히는 순간, 승산은 더 줄어들어.’
무언가 이 상황을 타파할 방안을 떠올려야 하는데.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악한 존재여! 소멸하라!”
콰아앙! 콰앙!
이프리트가 전력을 다해 불줄기를 뽑아냈지만.
아몬은 정령계가 곧 닫힐 것을 알기라도 하듯, 얄밉게 피하고만 있었다.
“진도유운!”
엘라임이 안타까운 듯 외쳤다.
“곧 끝나! 어떡해?”
“됐어, 그냥 돌아와.”
결국, 진도윤은 결심했다.
그러고는 차원문에 들어가는 감응력을 죄다 끊어버렸다.
‘정령은 여기까지.’
어차피 지속해 봐야, 답도 없다.
한 톨의 감응력이라도 아끼는 게 더 나은 판단.
[띠링!] [현세의 정령계가 닫힙니다.]쿠구구구…….
그 순간, 온 공간을 가득 채웠던 기운들이 녹아내리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령들 역시 점점 투명해지면서, 원래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후우…….”
감응력 절반이 빈 것을 느끼며 진도윤이 심호흡하자, 아몬이 비웃었다.
-크크크, 그게 끝인가?
“시끄러.”
-아무래도 판데모니엄에서 큰 착각을 한 것 같군. 역시 대계가 시작되면 그 누구든 벌레에 불과할 거라는 대악마의 말씀이 맞았어.
“시끄럽다고 했다.”
-시끄러우면 네가 어쩔 건가.
“나중에 뒤졌을 때 어떻게 되는지 보자고.”
파앗!
눈을 부릅뜬 진도윤이 다시 한번 감응력을 펼쳤다.
쾅! 쾅! 쾅! 쾅! 콰앙!
아몬과 다섯 소환수가 주고받는 몇 번의 공방.
진도윤은 신들린 듯 소환수들을 컨트롤했다.
검술이 극의에 달한 둠 나이트가 검강을 머금은 채, 검을 휘둘렀고.
아몬의 후방에는 지속적으로 소울 콜렉터가 낫을 휘둘렀다.
‘피하는 궤도를 볼 수가 없으니.’
예측해야 한다.
일부러 빈틈 있는 공격을 만든 후, 녀석이 피할 거라 예측되는 곳에.
후우웅!
데몰리션의 발톱을 날린다.
그래도 피하면?
엘라임과 피닉스의 원거리 사격을 틈틈이 섞어 넣어준다.
-크하하! 제법이구나. 그러나 참 아쉽도다. 기술이 좋으면 뭐하나, 통하질 않는데!
정령이 사라진 아몬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뛰었다.
여태껏 당했던 상처 따윈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래도 초반보단 많이 느려졌어.’
힘을 거의 다 써가는 와중에도.
진도윤은 그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원래 전투라는 게 심리전이다.
자신의 약한 모습이나 힘든 모습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순간, 상대는 더욱 힘이 생기게 된다.
아마 녀석도 꽤나 데미지가 쌓였는데, 여유로운 척하는 것일 터.
“마스터!”
“말해!”
뒤에서 외쳐오는 유리아의 목소리에, 진도윤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답하던 순간이었다.
“응?”
무언가 소환수들의 기운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자신 역시 힘이 무한정 샘솟는 느낌.
늑대의 움직임이 점점 더 굼떠 보였고.
요리조리 피하던 녀석이 공격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아몬 역시 당황한 듯 읊조렸다.
-이건……. 이 기운은……. 고대 페어리족 왕의 힘?
황당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사냥이 끝나가던 사냥감들이 갑자기 힘이 약 다섯 배 정도 증폭했으니까.
-게다가 페어리족의 왕이라면.
유일하게 자신의 저주를 전부 무효화할 수 있는 상극에 있는 존재.
-무슨 수작이냐!
아몬이 눈을 찢어지라 떴다.
그리고 그의 시야 앞.
누워 있는 유리아의 옆에.
새하얗게 성스러운 빛을 뿜어내는 페어리가 보였다.
그 시각.
진도윤의 시야엔 수많은 버프 메시지들이 화려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요정 왕 ‘페어리킹’(★★★★★★)이 ‘맹공’을 사용합니다.] [모든 소환수의 공격력이 500% 강화됩니다.] [요정 왕 ‘페어리킹’(★★★★★★)이 ‘의지’를 사용합니다.] [모든 소환수의 방어력이 500% 강화됩니다.] [요정 왕 ‘페어리킹’(★★★★★★)이 ‘가속’을 사용합니다.] [모든 소환수의 공격 속도가 500% 상승합니다.] [요정 왕 ‘페어리킹’(★★★★★★)이 ‘면역’을 사용합니다.] [S급 이하 저주에 100% 저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