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245
나 혼자 S급 소환수 245화
함정 (3)
대한민국 협회 본부, 상황실.
널따란 공간에 설치된 수많은 컴퓨터와 모니터 주변으로.
직원들이 열심히 현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사방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취합하고 그것에 따른 전략 판단에 도움을 주는 것.
그것이 이들이 하는 일이었다.
‘으음…….’
협회장 유준태는 뒷짐을 진 채, 두 상황을 동시에 보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의 상황과. 서울역의 상황.
‘세계 협회 쪽에 단 한 놈만 보냈다라…….’
유준태는 눈을 감은 채, 생각을 정리했다.
‘세계 협회 서머너들 정도는 10악마 하나로 정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인가?’
진도윤, 그 녀석에게는 세 마리나 보내놓고.
세계 협회엔 한 마리라니.
프리덤이 협회를 얼마나 무시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럼 나머지는?’
아몬은 죽었고.
서울에 셋.
라스베이거스에 하나.
총 네 존재가 나타났으니.
이제 다섯 존재가 남아 있다.
유준태는 그게 좀 꺼림칙했다.
혹여, 이렇게 묶어놓고 다른 곳에서 민간인 학살이라도 한다면……. 엄청난 피해를 볼 테니까.
‘사실 의미 없는 고민이긴 하지.’
열심히 대책을 마련해 보려 했지만.
유준태는 잘 알았다.
힘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막막한 상황이었다.
마치 지구에 떨어지는 대형 운석을 바라보며 그저 순응할 수밖에 없는 그런 느낌?
‘하지만.’
그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진도윤, 그 녀석이 전해줬던 말에 따르면.
서머너의 힘은 곧 분산된 가이아의 힘이라 했다.
그렇다면.
모든 서머너가 단합할 수 있기만 한다면, ‘신’에 근접한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불개미 수천 마리가 방심한 인간을 죽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지.’
물론, 엄청난 피해는 감수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회장님, 협회장님!”
한참 상념에 빠져 있던 순간.
어디선가 달려온 직원 하나가 급한 표정으로 불렀다.
“음?”
유준태가 상념에서 깼다.
이곳은 상황실.
라스베이거스와 서울역에 관한 정보는 이곳에 다 모일 텐데, 직원이 자신을 찾을 이유가 있을까?
있다면 하나다.
다른 곳에서 일어난 사건.
혹시, 또 다른 나라에 10악마가 등장이라도 한 걸까?
유준태의 시선이 직원을 향했다.
“이, 인천공항에 확인되지 않은 항공기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뭐?”
의외의 보고에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대한민국은 10악마가 침범한 국가다.
이러한 시국에 굳이 입국하는 자가 있을 리 없을 터.
“신원은?”
“……입국 수속도 밟지 않고 다 사라졌습니다. 협회 관리관들이 확인했을 땐, 텅텅 비어 있었다고 합니다.”
“…….”
순간, 유준태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애써 부정하고 있었던 것.
‘설마……?’
혹여 나머지가 진도윤을 잡기 위해 온 거라면?
‘사실…… 내가 프리덤이라도!’
자신이 프리덤이라 해도 진도윤, 그 녀석부터 잡고 대계를 시작할 것 같았다.
현 인류에 10악마를 처리할 수 있는 인물은 오직 하나.
서머너 마스터뿐이니까.
무언가 퍼즐처럼 딱딱 들어맞는 상황에 유준태의 심장이 철렁였다.
“……제기랄. 국내에 있는 예비 병력들 지금 당장 모이라 해!”
대한민국은 미국에 지원을 가지 않은 상태다.
이미 10악마의 침공을 받는 국가였으니까.
예비 전력으로 빼둔 것이다.
“예비 병력 말입니까?”
“빅3든 소형 길드든 전부 소집해! 비상이다!”
프리덤의 간부 단체가 대한민국에 떨어진다는 것.
그야말로 재앙이라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손가락만 빨 순 없었다.
국가적인 테러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협회에 등록된 서머너들의 의무.
비록 질 확률이 99%의 육박하겠지만.
“우리도 전쟁이다.”
협회장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의 목소리가 유난히 떨려왔다.
* * *
-이런……?
당했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그 육중한 몸체가 떠 오른 바사고가 입을 찢으며 경악했다.
중심이 잡히지 않은 몸뚱어리 밑으로, 자신의 연약한 약점인 배가 드러나고 만 것이다.
-바르바토스! 이노오오옴! 당장 멈추지 못할까!
악어는 시뻘건 눈으로 바르바토스를 노려봤다.
-지금이라도 멈춘다면 대악마께 보고하지는 않겠다!
한껏 윽박지른 바사고가 막무가내로 발톱을 휘둘렀다.
녀석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최대한 발버둥 치는 거다.
하지만.
유리아의 버프로 모든 감응력을 회복한 진도윤의 움직임은 재빨랐다.
스르륵! 푸욱!
순식간에 배 밑 부근으로 이동한 소울 콜렉터가 옥빛 낫을 쑤셔 넣었으며.
서거거걱!
둠 나이트와 데몰리션도 그 밑을 질주하며 각자의 무기들을 꽂아 넣었다.
-끄아아아아아!
아래에 느껴지는 통증에 악어가 포효했다.
하얀 배가 시뻘건 피로 물드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런 개 같은! 파이몬, 뭐 하는 건가! 빨리 막아!
급기야 파이몬을 재촉하기까지 했다.
아까부터 존재감 없이 싸울 때도.
본인이 잘하면 되니까, 신경 쓰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다급하다는 방증이었다.
후웅! 후웅!
바사고의 기다란 꼬리가 활처럼 휘었다.
그러고는.
쐐애애액!
배 밑을 향해 힘차게 휘둘러 댔다.
정확히 조준할 정신도 없었다.
어떻게든 하나 얻어걸리면, 꽤나 큰 타격을 받겠지.
-…….
그런데 어째서일까.
공격이 맞질 않는다.
빈 곳만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느낌.
반면에, 자신의 배는 계속해서 꿰뚫리고 찢어지고 상처 나고 있었다.
“바, 바사고! 뭐 해! 힘을 줘서 누르면 되잖아!”
-닥쳐라! 그게 말처럼 쉬우면 당장 했지!
급기야 서동희에게까지 화를 냈다.
그만큼 아프고 괴로운 탓이었다.
이미 머릿속으로는 자신의 몸이 수천 갈래로 찢어지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얕봤다.
얕봐도 너무 얕봤다.
아무리 바르바토스가 배신했다 해도.
자신과 달리 여덟 번째 권좌라.
확실히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설마 자신의 몸뚱어리를 띄워버릴 정도의 힘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게다가.’
자신의 약점을 어떻게 안 거지?
지금으로선, 대악마와 아가레스 말고는 그 누구도 모를 텐데.
아몬도 알고 있긴 했었는데, 녀석은 이미 죽었으니까.
-끄아아아, 서동희! 뭐라도 좀 해결책을 가져와 봐라!
바사고가 몸을 무작정 비틀었다.
갈라진 배에서는 피가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고, 몇 가지 장기들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졌던 힘도 다시 초기화된 상태.
당황한 서동희가 외쳤다.
“파, 파이몬! 아니, 미나미!”
미나미는 요미가 뽑은 9 간부.
현재, 어딘가에 은신한 채로 파이몬을 통제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
고독한 싸움을 펼치던 파이몬이 고개를 갸웃하자.
서동희가 냅다 소리 질렀다.
“파이몬! 일단 바사고 배 좀 지져봐!”
-뭐, 뭣이?
바사고가 경악했다.
해결책을 마련하라 했더니, 뭐?
자신의 배를 지지라고?
“장기 다 튀어나오잖아! 임시방편으로 상처 부위만 좀 해결하자고!”
-이 미친놈이 뭐라는 거냐!
바사고가 흥분했다.
누구든 위급한 상황일 때 본모습이 드러난다더니.
자신의 동반자가 이렇게 멍청한 존재였을 줄이야.
-내 배는 약점이다! 거기다 10악마급 불을 쏘게 되면 어찌 될지 모른단 말이냐?
“그럼 나보고 어떡하라고!”
-미치겠…… 끄아아악!
서동희와 다투던 바사고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커졌다.
그의 배 밑으로 엄청난 전류가 들이닥쳤기 때문.
엄청난 감응력을 담은 데몰리션의 ‘썬더 브레스’(S급)였다.
파즈즈즉!
-끄악! 끄아아악!
얼마나 강했는지, 이미 배 부분이 검게 물들어버린 녀석이 바람을 벗어나 주변 폐허에 처박혔다.
쿠과가가가가!
마치 지구 자체가 흔들리는 것처럼, 엄청난 굉음이 공간을 떨쳐 울렸다.
-후우.
바람의 기운을 회수한 바르바토스가 심호흡을 하며 진도윤 옆에 내려섰다.
-이거로 끝, 난 더는 무리다. 힘을 다 썼어.
“그걸로 충분해.”
진도윤은 여유롭게 걸으며, 상황을 바라봤다.
약점 하나로 바사고가 거의 전투 불능 상태에 빠졌으며.
파이몬 역시 초반에 뉴클리어 브레스를 맞춘 게 유효했는지, 죽을 쑤고 있었다.
꾸욱!
진도윤이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
“약속한다, 너희들은 내가 치매 걸리는 그 순간까지 고통받게 해줄게.”
무너진 서울역.
이제는 비명조차 들리지 않는 이 도시에서 죽어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녀석들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아무리 모르는 누군가의 죽음에 무심한 진도윤이라 해도.
그도 사람이다.
타 종족에 의해 억울한 죽임을 당한 민간인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당연했다.
‘특히 서동희.’
이놈을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죽이기엔 그 죄가 너무 괘씸하고.
그렇다고 영혼 흡수를 하면 감응력으로 화할 게 뻔한데.
“끄악, 끄아악!”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폐허 틈 사이에 끼어, 비명을 지르는 서동희의 모습이 잡혔다.
전류에 지져진 바사고는 몸을 움찔거리며, 떨고만 있을 뿐.
-죽어!
화르르륵!
소환수들과 싸우던 파이몬이 방향을 틀어 진도윤에게 다가온 것은 그때였다.
바사고가 당한 이상, 그녀도 전세가 역전됐다는 걸 인지한 상태.
마지막 회심의 공격으로, 진도윤을 직접 타격할 속셈이었다.
“진도유운!”
“어딜…….”
진도윤이 재빠르게 감응력을 끌어올렸다.
이윽고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기운.
총 다섯의 소환수가 버프를 받은 채 합심하니.
-으윽!
파이몬의 경로가 순식간에 막혔고.
이내 재빠르게 이동한 데몰리션이 꼬리로 힘차게 후려쳤다.
퍼억! 쿠당탕!
-끄아아악!
파이몬은 느꼈다.
더 이상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이미 오랜 전투로 힘이 빠져 있었고, 상대는 그에 비해 풀 컨디션이다.
-…….
문득, 파이몬은 어떠한 감정을 느꼈다.
거의 천 년 만에 마주하는 감정.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고작 인간에게.
벌레보다 못한 존재라 생각했던 종족에게.
-그럴 리가 없다!
화르르륵!
어떻게든 상대해 보려고 안간힘을 써봤지만.
자신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염화가 그대로 피닉스에게 먹힌다.
-…….
완전히 패색이 짙은 상황.
“이미 힘 빠진 주제에, 그만 발악해라.”
진도윤이 피식 웃으며 걸었다.
그리고 꼴사나운 두 10악마를 바라봤다.
“빨리 마무리해 줄게. 어차피 너희는 죽어서도 고통받아야 하니까.”
“키이이이!”
과연 주인답다는 듯, 옆에서 소울 콜렉터가 신나게 포효했다.
진도윤이 다시 감응력을 끌어올렸다.
승기를 잡았을 때, 확실히 마무리해야 한다.
‘물약은…….’
그냥 빨지 말자.
가이아가 당부하지 않았던가.
악(惡)을 잡으려고 욕심부리다 세상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가브리엘도 예언으로 경고하기도 했고.
아직, 자신이 없었다.
데몰리션의 본체가 세상에 드리워졌을 때, 녀석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우우웅!
그렇게 휘몰아치는 감응력과 함께.
데몰리션이 날카로운 발톱을 세울 찰나였다.
“마스터!”
뒤에서 제프리가 뛰어오고 있었다.
굉장히 심각한 표정으로.
“왜?”
“……진조의 정찰에, 다른 놈들의 기운이 잡혔다.”
“다른 놈?”
“10악마로 파악되는 놈……. 넷이 엄청난 속도로 이곳으로 오고 있다! 피해야 해!”
“……뭐?”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