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34
나 혼자 S급 소환수 34화
죽지 않는 새 (5)
[호남 일대를 뒤집어놨던 전설의 소환수, 피닉스. 갑자기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대형 길드 다수, “피닉스를 테이밍하는 것은 미친 짓.”] [피닉스의 주인, 서머너 마스터. 그를 재조명하다.] [피닉스 사태로 인한 작황 상태 ‘최악’.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쌀값 폭등에 대비해야 할 것.]세상이 시끌벅적했다.
5년 만에 등장한 피닉스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온갖 언론사와 매스컴들이 피닉스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뉴스는 그 당시 호남평야의 상황으로 도배됐다.
“그 많은 서머너들이 도전했는데 잡지를 못했다고? 이건 조금 충격인데.”
“포위망을 뚫고 유유히 빠져나갔다더라.”
“이제 우리 불안해서 어떻게 살아? 자고 일어났는데 다 타죽을 수도 있는 거잖아?”
“그건 걱정하지 말아도 된대. 이번에 나온 피닉스는 좀 특별하거든.”
“어떤 게?”
“건들지만 않으면 공격 안 한다던데?”
“정말? 그게 말이 돼?”
“어, 박사들도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떠들어대고 있잖아.”
“거 참, 신기한 노릇이네…….”
평소에도 종종 A급 몬스터가 출몰했다지만, 유난히 이번 사건은 더 크게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그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피닉스가 현재까지 등장한 A급 몬스터 중 거의 최강이라는 것.
마스터라 불리는 최고의 서머너가 테이밍했던 몬스터이니만큼 관심이 쏠리는 거다.
둘째는 처리하지 못하고 놓쳤다는 점.
불안한 대중들은 어서 빨리 피닉스를 잡길 원했고, 그에 따라 매스컴은 지속해서 방송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최고의 시청률을 보장하는 특종인 셈이니까.
“협회장님…… 이제 어떡합니까?”
강남구 서머너 협회 본점.
유준태의 전용 비서가 다급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밀려오는 문의 전화에 협회에도 이미 초비상이 걸린 상태.
던전과 몬스터로 인한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협회였기에 더 그랬다.
대중들이 모든 불안을 협회에 쏟아냈으니까.
그러나 유준태의 표정은 다급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진도윤 : 피닉스, 그 녀석 맞더라. 내가 바로 테이밍했다.]그에게 도착해 있는 문자 한 통 덕분이었다.
‘녀석, 결국 해냈나 보군.’
사실 크게 걱정조차 안 했다.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서머너 마스터 걱정인 것을 이번에 크게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최후의 미궁에서도 살아나온 놈인데.’
그래도 다행이었다.
피닉스를 테이밍했다는 것은 그의 전력이 더욱 증가했다는 뜻이니까.
몬스터가 활개 치는 세상에 서머너 마스터가 건재하다는 것만큼 안심되는 것은 없다.
“협회장님!”
잡념이 길어지자 비서가 다시 한번 불렀다.
정신 차린 유준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아아, 피닉스는 더는 문제 될 게 없다고 발표하게나.”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이미 다른 서머너가 해결했다.”
“정말입니까? 도대체 어떤 서머너가…….”
“그건 그 친구가 밝히길 원하지 않아서…. 기사에는 적당히 보안이라고 둘러대도록 해.”
“반발이 심할 겁니다. 워낙에 큰 사건이라.”
“그 풍파는 내가 감당하도록 하겠네.”
“아, 알겠습니다.”
비서는 궁금했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이미 5년 전부터 비슷한 일을 숱하게 겪어왔기 때문이다.
의문은 들었으나, 협회장님이 밝히길 꺼리는데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
입맛을 다시며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후우.”
그런 비서를 바라보던 유준태는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녀석의 뒤처리는 내가 맡아야지.”
과거에도 항상 이랬었다.
그래도 이게 낫다.
어떤 사고를 치고 다녀도 서머너 마스터가 활동한다는 것은 인류에게 큰 힘이니까.
이 정도 희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 * *
내장산 인근.
“끼루루!”
성인 남성의 팔뚝 정도 되어 보이는 자그마한 생명체 하나가 날개를 파닥이고 있었다.
루비 빛으로 타오르는 불새의 모습.
1성(★)짜리 피닉스의 모습이었다.
‘이 녀석의 새끼 모습을 다시 볼 줄이야.’
진도윤은 감격이었다.
작고 귀여운 녀석.
예전 알에서 녀석을 처음 맞이했을 때,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주둥이부터, 발톱, 깃털 하나하나까지 너무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다.
“끼루루루…….”
그리고 녀석은 아까부터 한 존재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제 하반신까지는 올라오는 크기의 데몰리션이었다.
“규웅?”
데몰리션은 피닉스의 적대감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는 이내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휙 돌렸다.
“녀석…….”
진도윤은 그런 둘의 모습을 바라봤다.
이내 피닉스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감응력을 통해 피닉스의 감정을 세세하게 느낄 수 있었으니까.
“다 기억하는구나.”
“끼루루!”
최후의 미궁에서 있었던 혈투.
피닉스는 그 당시에 있었던 순간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과 주인을 위험에 빠뜨렸던 존재가 이 데몰리션이라는 것도 전부 아는 것이다.
“사정이 그렇게 됐다. 네가 이해해 줘라. 그래도 녀석과는 후회 없이 싸웠잖아?”
“……끼루루.”
이내 수긍하는 녀석.
원래는 까탈스러운 녀석이지만, 오랜만에 본 만큼 녀석의 배려심도 극에 달해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주인이 하는 말이니 듣는 거다.
진도윤은 아빠 미소를 지으며 피닉스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소환수 : 죽지 않는 새, ‘피닉스’(★)] [종족 : 정령족] [등급 : S급] [레벨 : 1 (Exp 0/150,000)] [보유 스킬 : 10/10]– 타오르는 육체(S급) : 피닉스의 염화는 팀에겐 따스함을, 적에겐 지옥을 선사한다.
– 불멸(S급) : 피닉스는 죽지 않는다.
– 봉인되어 있습니다.
…….
– 봉인되어 있습니다.
‘이 녀석도 데몰리션이랑 비슷하네.’
지금껏 익혔던 모든 스킬들이 봉인되어 있었다.
달라진 점은 A급 스킬이 전부 S급으로 변했다는 점.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차차 알아봐야 할 것이다.
진도윤은 계속해서 두 소환수를 돌봤다.
그리고 그런 그를 옆에서 계속 지켜보는 김소원.
“…….”
그녀는 아까부터 말이 없었다.
그간 있었던 아저씨에 대한 이상한 점을 하나하나 복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신성.’
‘여태껏 본적 없는 검은 도마뱀.’
‘피닉스가 먼저 다가와 애교를 부리는 서머너.’
‘C급은 물론 B급 던전들을 혼자서 격파. 그것도 고난도의 비인기 던전들만.’
‘협회장에게 반말하고,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협회장.’
이상했던 점이 하나둘 수면으로 떠 올라 퍼즐처럼 들어맞기 시작했다.
‘서, 설마…….’
그리고 그녀는 이내 한 가지 가정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다.
세상에 협회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서머너.
피닉스를 부릴 수 있는 테이머.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은 그녀가 알기로 한 사람뿐이었다.
‘아저씨가 설마 실종된 서머너 마스터?’
문득, 던전 체인지 사건 때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럼…… 서머너 마스터의 교본을 비하하는 지망생들에게 괜스레 폭발했었던 것도…….’
본인이라서 그랬을 확률이 높다.
‘마, 말도 안 돼!’
이내 속으로 경악을 내뱉는 김소원.
소설 속에나 나올 일이었다.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는 지상 최강의 서머너가 눈앞에 있다고?
확인하지 않고서는 못 넘어갈 것 같았다.
“아, 아저씨.”
그녀는 조심스럽게 진도윤을 불렀다.
손가락으로 피닉스를 쓰다듬던 진도윤이 고개를 돌렸다.
“응? 아…… 미안하다. 여기에 집중 팔려서 신경을 못 써줬네. 슬슬 움직일까?”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라요.”
“왜, 할 말이라도 있어?”
“제가 착각하고 있을 수도 있는 거긴 한데……. 하나만 물어도 될까요?”
“…….”
진도윤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못 알아채면 그게 빙구지.’
사실, 그가 서머너 마스터임을 숨겨왔던 것이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귀찮아서.
자신에게 쏠릴 관심과 집중이 짜증 나서.
그게 전부였다.
즉, 누군가에게 밝혀진다고 큰일이 난다거나 이런 건 아니라는 것이다.
비밀만 보장된다면 말이다.
“네가 생각하는 것이 맞다.”
“지, 진짜예요? 그럼 정말로 아저씨가 서머너 마스터?”
“그래.”
“끼약!”
기어코 김소원은 뒤로 나자빠졌다.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아픔 따윈 느껴지지 않았다.
심증이 확신으로 변했을 때의 놀라움은 그 어떤 감각도 잃게 했다.
심장이 쾅쾅 뛰었고 피가 머리로 쏠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내가 쓴 책을 읽고 공부했었지?”
“네, 네네네네!”
그의 물음에 김소원이 격하게 답했다.
마치 연예인을 만난 소녀팬처럼 얼굴도 붉어져 있었다.
“거기에 쓰인 말이 하나 있지.”
“뭐, 뭔데요?”
“훌륭한 서머너는 입이 무거워야 한다. 입이 가벼운 서머너는 날아온 행운도 다 놓치게 된다.”
“아!”
김소원은 깨달았다.
아저씨가 하는 말의 의미를.
다른 사람에게 비밀로 하라는 것이리라.
그렇게 된다면 자신에게 행운이 될 것이고, 그것을 어기면 그 행운이 날아간다는 의미겠지.
“저, 절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요! 무덤까지 가져갈게요!”
“야,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저 입 무거워요!”
“응, 그래 보여. 그래서 데려온 거고.”
앉아 있던 진도윤이 대답과 동시에 일어섰다.
그리고 주저앉아 있는 김소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야지, 앞으로 비밀을 지켜줄 보답으로 선물 하나 줄게.”
그녀는 멍하니 그 손을 바라보다 냉큼 잡았다.
‘선물?’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심 기대되는 김소원이었다.
* * *
“그래도 지방까지 내려왔는데, 그냥 올라갈 수는 없지.”
하산한 진도윤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에서 발견된 비인기 던전들을 몇 개 처리하고 올라갈 거야.”
이왕 이렇게 된 거 진도윤은 조금 더 선심 쓰기로 했다.
정체가 밝혀진 마당에 자신의 교본을 읽는 제자에게 희귀한 소환수를 하나 쥐여줄 생각인 것이다.
그에게는 달리 힘든 일도 아니었고, 오지랖이라면 오지랖이었다.
‘뭐 겸사겸사지.’
어차피 피닉스의 능력을 제대로 확인하려면 비교적 낮은 급수의 던전에 들어가 보긴 해야 한다.
“……던전이요?”
“어, 너 감응력이 몇이라고 했지?”
“이제 15예요.”
“오, 나름 빨리 올렸네? 저번에 12 아니었냐?”
“……네, 등산하다 보니까. 계속 오르더라고요.”
제프리는 감응력은 총 6단계로 구분했다.
각 감응력 수치에 따라 테이밍할 수 있는 급수로 구분한 것인데, 다음과 같다.
[1~9까지는 F급.] [10~29까지는 E급.] [30~49까지는 D급.] [50~69까지는 C급.] [70~99까지는 B급.] [100 이상부터 A급.]그리고 200 이상부터 S급을 테이밍 할 수 있다는 것은 진도윤만 아는 사실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소환수는 아직 F급이고?”
“……네.”
“원하는 포지션이 힐러랬지?”
“네, 길드장님과 같은 서포터가 되는 게 제 꿈이에요.”
“좋아.”
진도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만졌다.
커뮤니티 어플에 있는 비인기 던전들을 탐색하는 것이다.
어플은 굉장히 편리했다.
GPS 시스템으로 근처에 있는 던전들이 지도에 예쁘게 나열됐다.
“이곳으로 가면 되겠군.”
“어디요?”
“어디긴, E급 소환수 하나 얻어주려 그러지. 그것도 C급으로 올라설 때까지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좋은 녀석으로다가.”
“헉.”
벌써부터 굴러들어 온 행운을 체감하는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