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36
나 혼자 S급 소환수 36화
식인화의 묘지 (2)
“우리가 갈 곳은 마리포사의 성지다.”
“마리포사요?”
김소원은 고개를 갸웃했다.
마리포사는 동네 소환수 상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E급의 소환수로 나비 형태의 정령이다.
가격도 100만 원 이내이니, 소환수치고는 꽤 저렴하다 할 수 있다.
“근데 마리포사는 E급 아니에요? 여기는 B급 던전인데…….”
“B급이라고 B급만 나오는 줄 아냐? 당연히 그 아래 등급도 다 있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인마.”
진도윤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따지면 최후의 미궁에서는 S급 몬스터만 나왔어야 한다.
“그, 그렇군요. 근데 마리포사는 왜요?”
“왜긴 왜야, E급 수준에서 마리포사만큼 좋은 서포터형 소환수가 어디 있다고. 테이밍해야지.”
“마리포사가요?”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비록 쓰는 사람이 없지는 않다지만, 그렇게 썩 평가가 좋은 몬스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힐량도 적고 버프도 타 소환수에 비하면 월등히 뛰어나지도 않다.
“걱정하지 마라. 네가 알고 있는 마리포사랑은 좀 다를 테니까.”
“그, 그래요?”
“잔말 말고 따라와. 그리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제대로 된 힐러 없는 B급 던전은 나도 처음이니까.”
“넵, 게다가 그 살인마 새끼들도 있는 상황이죠.”
김소원이 당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가 서머너 마스터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한 사실이 안심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든 간에, 던전에 들어온 이상 집중해야 한다.
저번 ‘던전 체인지’ 사건과 같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바로 던전이니까.
그녀는 진도윤의 바로 뒤에 붙었다.
그곳이 험악할지도 모르는 던전 속에서 가장 안전한 곳임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진도윤 역시 감응력을 활성화하며 두 마리의 소환수를 통제했다.
듀얼 컨트롤.
두 마리를 컨트롤하는 것은 한 마리를 컨트롤할 때보다 수십 배는 어렵다.
그러나 진도윤은 서머너 마스터 시절 세 마리까지 컨트롤해 본 적 있는바, 달리 문제 될 게 없었다.
“가자.”
진도윤은 밀림 속 오솔길을 걸었다.
좌측 전방에는 피닉스를, 우측 전방에는 데몰리션을 배치했다.
양옆에는 수풀림이 높게 우거져 있었다.
‘시야에 방해되는군.’
그렇기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몬스터가 튀어나올 수도 있으니까.
스르륵! 스르륵!
아니나 다를까, 정체 모를 생명체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것 보니 여러 마리다.
“멈춰.”
“네, 넵!”
진도윤은 곧바로 눈을 감고 집중했다.
‘느껴진다.’
미약하게 느껴지는 곤충 냄새.
그리고 익숙한 날갯소리와 관절 소리까지.
던전, ‘식인화의 묘지’에 존재하는 몬스터들 중 이러한 소리를 내는 녀석은 단 하나뿐이다.
‘……그레이트 맨티스. 또 보네.’
저번에 풍운 길드와 함께 처리했던 그 녀석이 틀림없었다.
그것도 최소 열 마리.
“그레이트 맨티스들이야.”
“헙?”
김소원은 당황했다.
사실, 진도윤과 던전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긴장되지는 않았었는데, 막상 상황이 닥치니 움직임이 굳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세상에, 그레이트 맨티스라고?’
그 명성은 익히 들어왔다.
최근에도 C급 서머너 수십을 학살하는 바람에 화제가 되었으니까.
거기다 분명 ‘들’이라고 했다.
한 마리가 아니란 소리.
‘한 마리만 해도 무서운데 여러 마리라니…….’
비인기 던전 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 비로소 체감되는 그녀였다.
자신도 모르게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다.
“괘, 괘, 괘, 괜찮겠죠?”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만 있어라.”
“……네, 넵!”
진도윤은 애초에 그녀에게 뭘 기대하고 데려온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F급 서머너니까.
도움 될 리 없었다.
어차피 이곳에 나타난 적들은 모두 그가 처리할 생각이었다.
‘데몰리션만 있었으면 좀 버거웠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피닉스가 있다.
피닉스를 컨트롤하는 진도윤은 서머너 마스터 그 자체.
그는 상대가 누구든 컨트롤로 압살할 자신이 있었다.
키르륵! 스걱!
이윽고 거대한 사마귀들이 앞발을 휘둘러 나무와 풀을 갈랐다.
꽤나 두꺼운 나무임에도 손쉽게 잘려 나간다.
“그래, 잘라주니 고맙네.”
드러나는 시야와 함께 놈들의 모습이 제대로 보였다.
저 높은 허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수 쌍의 눈동자.
김소원은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이, 이렇게 많다고요?”
“걱정 마, 약점만 알면 상대하기 쉬운 녀석들이니까.”
진도윤이 본격적으로 컨트롤을 시작했다.
“규웅!”
먼저, 우측에서 데몰리션이 빠르게 튀어 나갔다.
맨티스가 가까이 붙기 전에 해결해야 김소원을 지켜낼 수 있다.
키이이!
달려드는 데몰리션을 보며, 맨티스 한 마리가 눈을 시퍼렇게 빛냈다.
그러고는 앞발을 휘둘러 온다.
쐐애애액!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들렸다.
아무리 데몰리션이라도 맞으면 큰 타격을 입을 정도?
‘그러나 맞지 않으면 그만이지.’
데몰리션의 움직임은 간결하고도 빨랐다.
“지금!”
“규웅!”
완벽한 거리감으로 정확한 타이밍에 45도로 꺾는다.
녀석이 가지고 있는 사각지대였다.
푸득, 푸드득!
녀석의 날개가 떨렸다.
‘움직임만 봐도 아는 거지, 상대가 안 된다는 걸.’
맨티스는 나름 육감이 좋은 몬스터다.
그렇기에 잡아서 테이밍하는 서머너들도 종종 봤다.
단, 약점이 너무 명확하기에, 굳이 키우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말이지.’
콰득!
이윽고 데몰리션의 이빨이 녀석의 두 날개를 물었다.
그 후, 고개를 돌려 잔혹하게 뜯어냈다.
녹색 피가 허공에 비산했다.
키에에엑!
[‘그레이트 맨티스’(★★★★)가 마비에 걸립니다.]놈의 약점인 날개를 단숨에 뜯어내자, 힘을 잃고 무너져 내린다.
그러나 아직 남아 있는 마릿수는 많다.
데몰리션은 다음 표적을 노려본 채로 달려들었다.
그 시각.
좌측에서도 피닉스가 녀석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고작 1성(★)에 1레벨이지만 맨티스에 비해 피닉스는 속성상 상성에 있다.
그렇기에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화려하게 날아 가볍게 날을 피했고 역시 등 뒤로 이동해 날개를 태웠다.
스킬, 타오르는 육체(S급).
피닉스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신비한 불은 서머너가 적으로 인식한 자들을 높은 화력으로 불살라 버린다.
닿기만 해도 불이 번지는 몇 안 되는 사기급 스킬 중 하나였다.
화르르륵!
“오?”
그리고 이어지는 결과에 진도윤은 놀랐다.
날개에 붙었던 불이 금세 맨티스 전체로 번진 것이다.
본래의 1성(★) 피닉스는 이 정도까지의 화력을 낼 수 없다.
키에에엑!
고통스러운 울음과 함께 맨티스의 몸이 오그라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중구난방으로 튀는 불씨가 좌측에 있는 맨티스들에게 옮겨붙기 시작했다.
“와, 염화 컨트롤까지 가능하다고?”
과연, S급 스킬일까.
기존에 알던 A급일 때와 급이 달랐다.
[‘그레이트 맨티스’(★★★★)를 처리합니다.] [‘그레이트 맨티스’(★★★★)를 처리합니다.] [‘그레이트 맨티스’(★★★★)를 처리합니다.]데몰리션이 녀석들을 마비시키는 데 그쳤다면, 피닉스는 그냥 태워버렸다.
그것도 연달아서.
압도적인 화력 앞에 약점은 아무 의미가 없다.
‘좋네.’
경험치가 달달하게 들어와 분배된다.
“규웅!”
우측에서 데몰리션이 호승심 넘치는 울음을 내뱉은 것은 그때였다.
자신이 피닉스에게 밀리는 걸 굉장히 자존심 상해하는 느낌이었다.
“왜.”
“규우웅!”
감응력을 통해 데몰리션의 감정이 느껴졌다.
대충 본인도 ‘파이어 브레스’를 쓰면 밀리지 않을 거라는 뜻.
“안 돼, 넌 인마. 여기 숲이야. 우리 다 태워죽일 일 있냐?”
“규우웅…….”
금세 침울해지는 데몰리션.
그러나 어쩔 수 없다.
피닉스의 불은 본인의 의지대로 조종할 수 있지만, 데몰리션의 파이어 브레스는 눈앞의 모든 것을 태워버리니까.
여기서 브레스를 잘못 사용했다간 밀림 전체가 화마(火魔)에 휩싸일 것이다.
‘그나저나 피닉스 이 녀석……. 진짜 사기네?’
비록 목(木) 속성 몬스터 한정이겠지만, 2성(★★)인 데몰리션보다 더 빠르게 처리했다.
더군다나 피닉스는 그렇게 세심하게 컨트롤하지 않아도 된다.
스킬, 불멸(S급).
‘어차피 안 죽거든.’
여유를 찾은 진도윤 천천히 걸어 나가며 계속 컨트롤했다.
두 소환수의 화려한 전투에 맨티스들은 진도윤이 있는 곳 근처에 닿지도 못하고 죽어 나갔다.
“와아…….”
김소원은 그 모습을 보며 넋을 놓았다.
두 마리의 소환수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흉포한 몬스터들을 장난감 다루듯 하는 아저씨의 모습.
그야말로 전투의 신(神)이 따로 없었다.
‘이게…… 서머너 마스터.’
그녀도 공부하면서 각종 매체를 접했다.
A급 서머너들의 전투 장면도 조금은 봤었다.
‘차원이 달라.’
자신이 봐왔던 전투 장면은 지금 광경에 비하면 애들 장난 수준이었다.
게다가 피닉스는 조금 전 테이밍한, 아직 성장하지 않은 소환수다.
‘그런데도 이렇게 다루다니.’
그녀는 깨달았다.
교본에 나오는 마스터의 모습들이 전부 허세가 아닌 진실임을.
왜 사람들이 최고의 서머너로 그를 치켜세우는지 비로소 체감했다.
[‘그레이트 맨티스’(★★★★)를 처리합니다.] [‘그레이트 맨티스’(★★★★)를 처리합니다.]정리는 순식간이었다.
마비된 맨티스들의 목을 전부 따냈고 경험치화시켰다.
전투가 끝나자 불도 사그라들었다.
“……대, 대단해요!”
“고작 맨티스 잡았다고 대단은.”
“맨티스가 고작이라뇨!”
“나한텐 고작이야.”
재수 없어 보이는 말이긴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최후의 미궁에서 100년간 살아보면 누구나 이해할 거다.
“그, 그렇긴 하겠네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곧 나온다.”
“마리포사의 성지요?”
“그래.”
“그게 이 던전에만 있는 거예요?”
“그건 아니고. 목 속성 던전들 돌아다니다 보면 꽤 보이는 히든 피스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히든 피스.
그러나 그만이 아는 비밀이 하나 더 있다.
‘아, 제프리랑 유리아도 알겠구나.’
사실, 제프리가 알려준 비밀이었다.
“여기네.”
조금 더 걸었을까 커다란 나무 기둥에 새하얀 빛이 흘러나오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수많은 나비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저기가 성지의 입구야.”
“들어가면 되는 건가요?”
“응, 후딱 다녀오자.”
“넵.”
진도윤이 먼저 발을 옮겼다.
번쩍!
빛이 터져 나왔고 곧이어 천천히 걷혔다.
그와 동시에 낯선 장소가 보인다.
[숨겨진 장소를 발견합니다!] [마리포사의 성지입니다.] [Tip/던전 곳곳에는 숨겨진 장소가 존재합니다. 꼼꼼히 살펴 숨겨진 보상을 얻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랍니다.]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화사한 꽃들이 만개해 있었고, 그 위를 따스한 햇볕이 비추고 있다.
“와……. 예뻐요.”
그리고 주변에는 수많은 마리포사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현실에서는 보기 드문 아름다운 광경.
“마리포사는 몇 안 되는 비 선공 몬스터 중에 하나야.”
“그, 그렇군요.”
“그리고 녀석들은 매월 수많은 알을 까지.”
“알이요?”
“응, 어디 살펴볼까?”
진도윤이 꽃밭을 해치고 휘적휘적 걸어갔다.
“아, 혹시 말하는 건데 절대 녀석들을 공격하면 안 돼.”
“왜요? 위험해서요?”
마리포사를 바라보던 김소원이 흠칫 놀란다.
“아니, 걱정 마. 마리포사는 딜 능력이 없어서 위협적이지 않으니까.”
“그럼요?”
“녀석들을 공격하는 순간, 은빛 알이 사라지거든.”
마리포사의 은빛 알.
진도윤이 이곳 던전에 들어온 목표 중의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