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37
나 혼자 S급 소환수 37화
식인화의 묘지 (3)
“잠깐…… 기다려 봐.”
식인화, 모플레시아 공략을 앞에 둔 좀비 브라더스가 갑작스럽게 멈춰 섰다.
그들 중 형으로 보이는 자가 무언가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으잉? 왜요?”
“저기 왼쪽 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잖아.”
그가 가리킨 방향에는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목(木) 속성 던전에 나타난 불의 흔적.
누군가가 뒤따라 들어왔음을 의미했다.
“흠, 어떤 새낀지는 모르겠지만…… 무시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어차피 식인화는 우리 차지인 거 같은데.”
“야, 이 멍청한 자식아, 흔적이 남았잖아.”
“잉?”
“우리가 입구에 죽이고 온 애들. 쟤들이 봤을 거 아니냐.”
“아, 그렇네요. 살려두고 가면 괜히 시끄러워질 수도 있으려나?”
“아니, 그것보다.”
형이 갑작스럽게 미소를 진하게 머금었다.
“재미 볼 사람이 더 생겼는데, 그냥 지나칠 거야?”
“킥킥, 역시 형님이십니다.”
동생이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사람을 즐겨 죽이는 자만이 가지고 있는 광소(狂笑)였다.
그러다 문득, 걱정이 든다.
“근데…… 혹시 우리보다 센 놈이면 어쩌죠?”
남의 목숨은 우스워도 자신의 목숨은 아까운 동생이었다.
그런 동생의 모습을 본 형이 피식 웃었다.
“야 인마, 그런 놈이 이런 던전에 왜 오냐?”
“그렇겠죠? 게다가 우리가 꿀릴 게 어딨어요. 그래도 나름 A급인데.”
아무리 서머너마다의 격차가 심하다 하더라도 A급은 동전 따먹기로 얻는 게 아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상황을 좀 보자.”
높은 실력을 갖추고도 신중할 줄 아는 성격.
좀비 브라더스가 나름 저명한 서머너가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럼 어떡할까요?”
“일단, 보스를 뺏기면 안 되니 이곳은 내가 지키고 있을게. 네가 직접 가서 녀석들 좀 파악해 봐.”
“낄낄, 저를 보내신다고요? 형님은 놈들 안 봐도 상관없다는 거죠?”
“혼자 재미 볼 생각 마라.”
“물론이죠, 흐흐. 좋은 건 나누라고 형님이 가르쳐 주셨지 않습니까.”
사악하게 웃은 동생이 걸음을 옮기려 하자, 형이 냉큼 말한다.
“혹시, 낌새 보이면 죽여도 돼. 최대한 빨리 이곳에 합류하고.”
“알겠습니다. 조심하고 있어요.”
그렇게 좀비 브라더스 중 동생이, 흔적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불과 몇 분 전, 진도윤이 맨티스를 죽였던 그 자리였다.
* * *
“오오, 이런 식으로 알이 쌓여 있는 거군요!”
김소원이 들뜬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녀의 눈앞에는 달걀 크기의 알이 수십 개 쌓여 있었다.
“이건 다 꽝이야. 은색으로 빛나는 알을 찾아야 해. 그게 히든 피스거든.”
“히든 피스……!”
진도운의 말에 김소원은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직접 던전에 들어가 소환수의 알을 캐는 현장을 경험해 보다니.
지망생 시절에는 꿈만 같았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기다려 봐, 분업 좀 하자.”
진도윤이 다시 눈을 감았다.
그가 알 무더기를 찾는 방법은 간단했다.
감응력을 활성화하여, E급 기운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모인 곳을 탐지한다.
대다수의 마리포사는 허공을 날아다니기 때문에 바닥 위주로 살펴보면 된다.
“저기 다섯 곳 정도 있네.”
“어디요?”
“저기 높게 솟구친 야자나무 보이지? 저쪽 주변에 잘 찾아봐. 나는 다른 곳 찾아볼 테니까.”
“알겠어요. 찾으면 부를게요!”
김소원이 신난 듯 달려나갔다.
확실히 기분이 좋을 만도 했다.
어떤 서머너든 남들이 얻기 힘든 특별한 소환수를 길들이고 싶어 하는 법이니까.
‘좋아. 나도 본격적으로 찾아볼까?’
그녀가 떠나자 진도윤은 피닉스와 데몰리션을 허공에 띄웠다.
이 넓은 공간을 뒤지려면, 소환수들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혹시 날아다니다 은색 알을 찾으면 바로 알려주렴.”
“규웅!”
“끼루루!”
진도윤의 부탁에 데몰리션과 피닉스가 당차게 대답한 후, 날갯짓했다.
‘웬일이래?’
데몰리션은 그렇다 쳐도, 본래 피닉스는 이런 잡일을 굉장히 싫어했었다.
그래서 한 번쯤은 튕기곤 했는데…….
‘성격 많이 죽었네.’
달라진 피닉스의 모습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진도윤이었다.
그렇게 알 찾기가 시작됐다.
진도윤은 계속해서 김소원에게 위치를 공유했고, 소환수들도 허공을 노닐었다.
“규웅!”
가끔 데몰리션이 시야에 방해된다며, 다 쓸어버리면 안 되냐는 감정을 보내왔지만 무시했다.
은빛 알을 찾으려면 절대 녀석들을 공격해선 안 된다.
“아저씨!”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멀리서 김소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거 찾은 건가? 은빛은 아닌데……. 뭔가 있는데요?”
“응?”
우선, 재빨리 다가가 봤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자, 여타 다른 알 무더기와 비슷한 흙구덩이에 무언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은빛이 아닌 황금빛을 뿜는 알이었다.
“황금색?”
진도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황금색 마리포사의 알이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다.
제프리에게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뭐, 뭘까요? 생긴 건 알인데, 혹시 함정이나 뭐…… 이런 건 아니겠죠?”
“잠깐, 기다려 봐.”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만져봐야 한다.
아마 함정은 아닐 거다.
풍겨 나오는 기운에 위화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알을 잡은 진도윤의 시야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이템 : 황금 마리포사의 알] [등급 : E] [100만 분의 1에 확률로 등장한다는 희귀한 알, 신비한 기운을 담고 있다.] [옵션 : 1/1]– 사용 시, ‘황금 마리포사’(★) 테이밍 가능. (확률:80%)
‘미친, 이런 게 있었어?’
진도윤은 무엇보다 확률에 놀랐다.
비록 로또 당첨 확률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엄청난 확률이니까.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을 만도 했다.
‘은빛 마리포사의 알’을 찾는 것도 힘들다 하는 마당에 황금이라니….
“짜슥, 운 좋은데?”
“네?”
“원래 찾던 거보다 더 좋은 녀석인 것 같다.”
“저, 정말요?”
“나도 처음이라 확실히는 몰라.”
어차피 이곳에서 나온 마리포사는 김소원에게 줄 생각이었다.
자신에겐 하등 쓸모가 없으니까.
아무리 희귀하다 해도 태생 E급이라는 것에서 오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했다.
더욱이 서포터는 그의 취향도 아니다.
“응, 받아서 사용해 봐.”
“그럼 기존에 쓰던…… 소환수는 어떡하죠?”
대다수 서머너가 등록할 수 있는 소환수의 칸은 하나뿐이다.
그렇기에 김소원이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지금껏 사용했던 소환수, ‘등 푸른 잠자리’(★)에 정을 꽤나 쏟아부은 탓이다.
진도윤은 그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별수 없지. 원래 서머너들은 A급에 완전히 안착할 때까지는 어쩔 수 없는 거야. 나도 성장기에는 수많은 소환수를 방생시켰는걸.”
“정말요?”
“나중에 A급 서머너 돼서도 저걸 쓸 건 아니잖아?”
“그, 그렇긴 하지만…….”
“그리고 확실히 얻은 것도 아니니, 아직 설레발 치지 마라.”
“아, 80%요?”
“그래, 그 관문을 넘어야 진짜 테이밍한 거니까.”
몬스터를 테이밍할 때에도 확률 시스템이 있다.
미궁 끝자락에서 데몰리션을 30% 확률로 얻을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소환수의 칸이 모자라더라도 테이밍은 시도할 수 있다.
만약, 테이밍에 성공하게 되면 메시지가 뜬다.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선택받지 못한 소환수는 자동으로 방생 처리가 되는 거다.
“알겠어요! 해볼게요!”
잠시 후, 조심스럽게 알을 든 김소원이 굳게 다짐한 표정으로 외쳤다.
[‘황금 마리포사의 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Yes/No] [주의!] [성공 확률 80%]김소원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이어 쩌적- 소리와 함께 알에 금이 생겼다.
그 사이로 새어 나오는 황금색 빛.
과연, 부화에 성공할 것인가.
두근-
김소원은 떨리는 감정으로 눈을 꼭 감았다.
이윽고…….
파아아앗!
허공으로 번지는 황금빛 이펙트와 함께 아름다운 나비 모형의 마리포사가 튀어나온다.
[축하합니다!] [E급 소환수, ‘황금 마리포사’(★)를 획득하셨습니다.] [테이밍하시겠습니까?] [Yes/No] [주의!] [테이밍 시, 기존 소환수는 자연으로 돌아가게 됩니다.]“서, 성공이에요!”
“잘했다.”
김소원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다짐은 끝난 상태.
‘등 푸른 잠자리’(★)가 꾸벅 인사한 후, 허공으로 사라졌다.
테이밍을 선택한 것이다.
“잘 가, 잠자리야. 그동안 고마웠어.”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공존하는 김소원의 마지막 인사.
“자, 이제 스킬을 확인해 보자.”
“스킬요?”
“어, 나도 황금빛은 처음이라 좀 궁금하네. 과연 어떤 특수 스킬이 붙었을까?”
본래 은빛 마리포사는 기본적인 힐 기능과 함께 특수 스킬이라는 것이 무작위로 주어진다.
“특수 스킬이요?”
“응, 기존 격수나 서포터 포지션이랑 궤를 달리하는 스킬.”
“아, 비전투 스킬을 말하는 거군요!”
“그렇게도 불리지.”
대표적으로 제프리가 활용하는 스킬들이 있다.
그는 직접적인 전투보다 몬스터나 던전 분석에 특화된 스킬들을 사용했었으니까.
“현재로서 서머너의 가치를 가장 쉽게 올릴 수 있는 게 바로 특수 스킬이야.”
“그렇군요……! 잠시만요.”
김소원은 떠오른 상태창을 진도윤에게 공유했다.
[ 소환수 : ‘황금 마리포사’(★) ] [ 종족 : 정령족 ] [ 등급 : E급 ] [ 레벨 : 1 (Exp 0/1,500) ] [ 보유 스킬 : 3/3 ]– 힐링(E급) : 단일 대상 소환수의 체력을 회복시킵니다.
– 나비의 춤(E급) : 단일 대상 소환수의 공격력을 10% 향상시킵니다.
– 메모리 리커버리(B급) : 단일 대상의 기억을 일부 확인합니다.
“B급에 기억 복구라…….”
나쁘지 않았다.
아니, 김소원 입장에서 보면 엄청나게 좋은 거다.
E급 서머너가 B급 스킬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기연이나 다름없으니까.
‘원래 주려던 은빛도 최상 옵으로 떠야 C급이었지.’
황금 마리포사는 그것보다 한 단계 위다.
진도윤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적은 노력으로 최상의 결과를 얻어냈다.
“괜찮은 건가요?”
“응, 특수 스킬도 나름 잘 떴어. 경찰이나 법정 쪽에서 환영하겠는걸?”
“……겨, 경찰이요?”
“뭐, 길드에서도 꽤 활용도 있게 쓰일 것 같고. 어쨌든 저거 힐링이랑 버프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잘 써봐.”
열심히 키워서 초월만 잘하다 보면, 나름 인지도 있는 힐러로 성장할 수 있을 거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저씨.”
김소원이 어찌할 줄 모르는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지망생 시절에 잠깐 봤다는 이유로 너무도 값진 선물을 받은 탓이다.
“감사는 됐고……. 볼일 봤으니, 나갈 준비나 하자. 보스 잡으러 가야지.”
“네!”
둘은 다시 하얀 빛이 새어 나오는 출구로 이동했다.
진도윤은 나가기 전, 나비들이 뛰노는 아름다운 정원을 돌아봤다.
그러고는 피닉스를 불렀다.
“피닉스.”
“끼루루?”
왜 부르냐며 고개를 갸웃하는 피닉스.
김소원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봤다.
“이제 볼일 다 봤으니, 싹 다 태워버려.”
그리고 이어지는 진도윤의 말은 김소원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어떻게 저 아름다운 나비들을 전부 학살할 수 있단 말인가.
“아, 아저씨?”
“어차피 보스 잡으면 사라지는 던전이야. 쌓여 있는 경험치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아직 감성적인 김소원과 다르게 닳고 닳은 진도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