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39
나 혼자 S급 소환수 39화
식인화의 묘지 (5)
빠드득!
동생, 브라이언이 분노에 찬 듯, 이를 갈았다.
“이런 대책 없는 새끼! 얍삽하게 저걸 건드려?”
식인화, 모플레시아는 공략만 알면 상대하기 쉬운 보스다.
하지만, 공략대로 하지 않으면 그것만큼 까다로운 상대도 없다.
“어떡하죠, 형님?”
“뭘 어떡해. 일단, 저것부터 처리해야지.”
본래, 녀석을 깨우기 전에 주변에 널려 있는 ‘가시 지옥 꽃’(★★★)들을 다 제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시들이 비처럼 쏟아지기 때문이다.
“저 새끼들은요?”
“모플레시아부터 잡고 나중에 처리하자. 잘못하다간 우리만 꼬여.”
“제기랄, 알겠습니다!”
상대가 사용한 수는 함께 죽자는 것.
하지만 에릭은 고작 저런 풋내기들 때문에 하나뿐인 목숨을 포기할 수 없었다.
어차피 공략대로 가지 않는다고 해도, A급인 자신들이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네놈들은 곱게 죽을 생각은 하지 마라.”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려야죠.”
좀비 브라더스의 분노가 극에 다할 때, 커다란 식인화가 포효하기 시작했다.
그에 맞추어 주변에 있는 가시 지옥 꽃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동시에 가시를 화살처럼 쏘기 시작했다.
“젠장, 피해!”
재빨리 듀라한의 뒤로 몸을 회피한 좀비 브라더스.
까강! 깡! 깡!
다행히도 듀라한의 철갑은 가시를 무난하게 막아냈다.
“형님!”
“일단 내거로 막을 테니까, 네 듀라한으로 공격해!”
“네, 그럼 형님은 방어에만 집중하십쇼!”
에릭의 명을 들은 브라이언이 신속하게 소환수를 컨트롤했다.
그어어어…….
한 마리의 듀라한이 거대한 식인화를 향해 돌진했다.
에릭은 그것을 바라보며 날아오는 가시들을 계속 쳐냈다.
‘원래 같았으면 두 마리로 확실히 끝냈겠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어.’
가시 지옥 꽃이 쏘아대는 가시에는 마비 성분이 있다.
괜히 무리하게 두 마리를 운용하다 맞기라도 할 경우엔 답이 없어진다.
마비에 걸리면 소환수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격과 방어를 나누는 것.
그것이 지금 에릭이 세울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었다.
“거의 다 접근했습니다, 형님!”
검은 오오라를 풍기는 듀라한의 발에 가속도가 붙었다.
에릭의 듀라한이 검을 쓴다면, 브라이언의 듀라한은 철퇴를 사용한다.
후웅! 후웅! 후웅!
철퇴를 빙글빙글 돌리던 듀라한이 식인화의 아래를 강하게 후려쳤다.
콰아앙!
강력한 에너지의 폭발에 잎사귀가 찢기고 줄기에 금이 간다.
“좋아!”
에릭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주먹을 꽉 쥐었다.
과연 A급은 A급.
듀라한 한 마리로도 충분하게 보스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것이다.
끼아아아아!
모플레시아가 봉오리를 움찔거리며 고통의 몸부림을 쳤다.
그러고는 이내 꽃잎을 활짝 벌린 채, 새하얀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벌써부터 솔라빔이라고?”
“우리를 쳐다보는데요?”
“알아! 집중하고 피할 준비해!”
원래 같았으면 쉽게 피했을 거다.
그러나 지금은 빌어먹을 가시들이 날아오고 있다.
움직임이 제한되다 보니,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제기랄, 그놈들은 뭘 하고 있지?’
눈살을 찌푸린 에릭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 사단을 만든 놈, 진도윤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내 후방 아름드리나무 뒤에 여유롭게 앉아 있는 두 남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영화라도 보는 것처럼 이 상황을 관람하고 있었다.
“저…… 개X끼들이.”
에릭은 차오르는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저들의 속셈이 뭔지 알기 때문이었다.
식인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흉포해진다.
즉, 깨우는 즉시 처리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만약, 식인화를 무시하고 저들을 죽이러 간다면?
저들이 원하는 데로 넷 다 죽은 목숨인 거다.
일종의 치킨게임.
그리고 에릭은 왠지 모르게 그 게임에서 패배한 느낌을 받았다.
* * *
진도윤은 모플레시아를 상대하는 좀비 브라더스를 멀리서 지켜봤다.
도망쳤던 김소원의 안전도 확보해둔 상태였다.
“그래, 그렇게 서로 힘을 쭉쭉 빼라.”
그는 처음부터 이 상황을 노렸다.
보스와 좀비 브라더스.
서로를 이용해서 손쉽게 둘 다 처리할 생각이었다.
‘이런 걸 어부지리라고 하지.’
A급과 2:1로 싸우는 것은 진도윤으로서도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자신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 예전 힘을 다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싸움에 정신 팔린 상태였는 A급을 공략하는 거라면?
그건 100% 승리를 확신할 수 있다.
“아저씨.”
“응?”
“식인화가 점점 밀리는 것 같아요. 쟤들이 이기면 어떡하죠?”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과연 A급은 A급일까.
좀비 브라더스는 악조건 속에서도 차근차근 식인화를 공략해 나갔다.
녀석의 에너지 공격과 가시 공격을 집중해서 피해냈고, 그런 도중에도 꾸준히 딜을 넣었다.
‘이제 슬슬 시작해야겠군.’
진도윤은 스트레칭하며, 참전할 준비를 했다.
“데몰리션.”
“규웅?”
“아까 브레스 못 써서 서운했지?”
“규웅!”
“자, 날려봐. 표적은 그냥 아무나 맞춰도 되니까.”
이제 산불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게다가 앞에서 싸우는 두 녀석들 걱정은 더더욱 안 해도 좋다.
[서머너의 배려에 파괴룡 ‘데몰리션’(★★)이 고마워합니다!] [친밀도가 1 상승합니다.]“배려는 무슨.”
그냥 다 파괴해 버리라는 건데 고마움을 표현하는 데몰리션.
역시, 이름값 하는 녀석이었다.
* * *
“형님! 무난한데요?”
“좋아, 이 정도면 금방 처리할 수 있겠어.”
“완전히 처리하면 안 되죠! 그럼 던전에서 튕겨 나가잖아요.”
“그렇지, 던전에 나가기 전에 놈들을 조져야지. 빈약 상태까지만 만들어 두자고. 저 새끼들은 적어도 하루 정도 괴롭혀 줘야 속이 풀릴 것 같다.”
“맞습니다, 형님. 흐흐.”
어느새 좀비 브라더스는 여유를 찾았다.
날아오는 가시들도 줄어들었다.
동생, 브라이언의 듀라한이 가시 지옥 꽃들을 꽤나 부숴버렸기 때문.
‘낄낄, 우리가 이렇게 손쉽게 공략할 줄은 몰랐겠지?’
‘기다리고 있어라, 새끼들아.’
좀비 브라더스가 공략 후에 있을 짜릿한 순간을 그리는 순간.
“……!!”
그들의 눈이 부릅떠졌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감각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뭐, 뭐지?’
‘다른 패턴인가? 솔라빔 말고는 없는 거로 아는데.’
실로 엄청난 에너지였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릴 정도.
“혀, 형님?”
“뭐,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피해!”
에릭이 다급하게 소리치는 찰나.
화르르륵!
엄청난 열기의 화염 줄기가 그들과 식인화를 덮쳤다.
콰아아아앙!
수풀이 타오르고 땅이 갈라졌다.
후끈한 공기가 던전 내부를 뒤덮었다.
“끄아아악!”
“혀, 형님?”
브라이언은 정신이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공격에 모든 것이 초토화되어 버렸다.
식인화는 활활 타오르며 발광하고 있었고 듀라한 역시 무릎을 꿇고 힘겨워하고 있었다.
“이, 이게 뭐야.”
에릭의 듀라한 뒤로 간신히 피하긴 했는데, 상황이 좋지 않았다.
“끄악! 끄아악!”
“형님, 괜찮으세요?”
옆에서 에릭이 울부짖고 있었다.
미처 피하지 못했는지, 그의 두 다리가 녹아버린 것이다.
타오른 절단면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눈물을 흘리는 에릭.
‘서, 설마?’
그 순간 브라이언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그 개X끼들이 수작을?”
그는 일단 빠르게 자신의 듀라한을 회수했다.
어차피 모플레시아는 조만간 끝날 거다.
면적이 넓었기에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원래 화(火) 속성에 취약하기에 걱정은 없다.
‘문제는…….’
이 화염 공격을 행한 녀석들이다.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 주변을 확인하려 할 때였다.
“아이고, 미안……. 아프지?”
남성의 목소리가 그들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이런 미친 새끼…….”
브라이언이 이를 갈며 노려봤다.
역시 그의 예상대로였다.
자신들이 사냥하는 동안 무언가 강력한 스킬을 준비했던 것이 틀림없었다.
“도와주려 했는데, 방향을 잘못 조절해 버렸다. 괜찮아?”
“…이익!”
저 말이 조롱의 의미를 담고 있음을 모르는 그가 아니었다.
브라이언은 꼭지까지 차오르는 분노를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랐다.
“……힘을 숨기고 있었나?”
“숨기긴 뭘 숨겨. 가만히 따라왔더니 먼저 죽이려고 한 건 너희잖아?”
진도윤이 웃으며 다가왔다.
옆에서는 데몰리션이 뒤뚱뒤뚱 따라오고 있었다.
‘저 도마뱀…….’
브라이언은 문득 떠올랐다.
저 도마뱀이 발톱으로 형의 공격을 막아냈던 것을.
게다가 그 엄청난 화염 공격.
필히 저 도마뱀이 사용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 말인즉슨…….’
녀석은 약자가 아니었다.
적어도 좀비 브라더스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서머너였다.
빠른 상황 판단은 브라이언의 특기.
그는 곧바로 진도윤을 불렀다.
“이봐. 겨우 장난삼아 한 번 공격한 거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장난?”
“그냥 미국식 인사였다고. 같이 싸우기 전에 서로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스파링 정도?”
“…….”
브라이언의 변명에 진도윤은 할 말을 잃었다.
“이게 누굴 병신으로 아나.”
“…….”
“난 너희 같은 놈들을 잘 알아. 서머너 생활하면서 수없이 많이 만나봤거든. 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여기는 놈들.”
“서, 설마 죽일 거야?”
“응, 난 너희 같은 쓰레기들을 한 번도 살려 보낸 적이 없어.”
진도윤의 눈빛은 단호했다.
비록 협회장, 유준태가 찾고 싶어 하는 범죄 집단의 실마리였지만, 그것과는 별개였다.
자신의 목숨을 노린다?
그러면 그자를 죽인다.
그것이 서머너 마스터 시절부터 행해오던 그만의 다짐이자 신념이었다.
이런 자들을 살려두면 나중에 자신에게 어떤 결과로 다가올지 모르기 때문.
‘아직까지 사형제도도 없고 말이지.’
결정을 내린 진도윤이 데몰리션을 컨트롤했다.
“듀, 듀라한! 녀석을 공격해!”
진도윤의 살기를 읽은 브라이언이 마지막 발악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발악은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서걱!
데몰리션의 발톱에 순식간에 목이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었다.
이내 힘없이 쓰러지는 녀석의 신체.
녀석이 행했던 악행에 비하면 너무도 편안한 죽음이었다.
“후…….”
비록 쓰레기는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이 순간에는 항상 가슴이 무거운 진도윤이었다.
그래도 생명을 앗아가는 거니까.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이들이 죽였을 가여운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렇게 죽여주는 것도 사치다.
푸숙!
이어서 비명 지르는 에릭의 심장을 꿰뚫었다.
“꺼어어억…….”
입가에서 터져 나오는 핏물과 점차 줄어드는 움직임.
두 A급 서머너의 초라한 최후였다.
녀석들이 테이밍했던 듀라한 역시 서머너의 죽음에 따라 서서히 사라져갔다.
방생 처리되는 것이다.
[머리 없는 기사 ‘듀라한’(★★★★★)을 처리합니다.] [경험치 5,000,000exp를 획득합니다!] [머리 없는 기사 ‘듀라한’(★★★★★)을 처리합니다.] [경험치 5,000,000exp를 획득합니다!]물론, 서머너를 죽여도 경험치가 오른다.
그래서 범죄 집단이 더 문제가 되는 것도 있다.
경험치를 위해 서머너들을 죽이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레벨이 1 오릅니다.] [레벨이 1 오릅니다.]…….
시야를 가득 채우는 피닉스와 데몰리션의 레벨업 메시지.
그래도 A급 소환수라고 꽤 높은 경험치를 받았다.
데몰리션은 2성이라 그런지 아직 28레벨이었고, 피닉스는 단숨에 레벨이 20까지 뛰었다.
‘조만간 피닉스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겠군.’
폭렙이라면 폭렙이었다.
“……아저씨.”
어느새 뒤에는 김소원이 다가와 있었다.
“아, 마침 잘 왔다.”
“……네?”
“저 모플레시아가 다 타버리기 전에,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제가요?”
고개를 갸웃하는 김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