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43
나 혼자 S급 소환수 43화
서머너 페스티벌 (4)
결과적으로 이상아를 따라나선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명품 샵, 명품 정장, 최고급 시계에 구두까지.
그녀는 최선을 다해 진도윤을 코디했다.
그 와중에 많은 돈이 들어 걱정했지만, 이상아는 단호한 눈빛이었다.
“협회장님께서 국내에서 가능한 가장 고급진 곳만 취급하라 하셨어요.”
“그러냐?”
“네, 도윤 씨는 협회장님 직속 초대장을 받아 초대된 거니까요. 곧 협회의 이미지나 마찬가지죠.”
“……복잡하구만. 뭐, 나야 고맙긴 하지만.”
어차피 유준태의 사비라니, 크게 신경 쓸 건 없었다.
거울 앞에 선 진도윤은 자신의 바뀐 모습을 자세히 뜯어봤다.
평소의 모습이 던전만 다니던 아저씨의 모습이라면, 지금은 굉장한 미남이 서 있었다.
근육도 예쁘게 빠져서 나름 옷 핏도 잘 사는 것 같았다.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네.’
여태껏 수많은 돈을 벌었지만, 사치품에 쓴 적이 없었다.
그 돈으로 아이템을 장만하거나 소환수에 쓰기 바빴으니까.
풀어진 넥타이를 살짝 고쳐 만진 진도윤은 곧이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5:00 PM.
은빛 오데마 피게가 맑은 태엽 소리를 내며 시간을 알려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구만?”
“아직 페스티벌까지는 두 시간 남았네요. 일정 소화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아니, 네가 고생 많았지.”
“큼큼, 별말씀을요. 그랜드 워커힐은 서울 중구에 있습니다. 제가 모실까요?”
“됐어, 지금껏 고생했는데. 이제 퇴근해 봐.”
이제 본격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중요한 일이라 그녀가 옆에 있으면 방해만 된다.
“그, 그럴까요?”
“응, 영감에겐 잘 말해놓을 테니까 너무 걱정 말고.”
“가, 감사합니다.”
“오냐.”
다행히도 이번엔 눈치가 빠르다.
무사히 임무를 마친 이상아는 안도의 미소를 지은 채 물러났다.
안색이 피곤해 보이는 게 아무래도 이번 쇼핑에 많은 심력을 소모한 듯싶었다.
* * *
서울 중구는 서울 가장 중앙에 있는 구역으로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고품격 호텔들이 들어서게 됐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구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이다.
“삐까번쩍 하네.”
진도윤이 5년 전에 봤던 그 쉐라톤이 아니었다.
서머너 강국인 대한민국에 맞추어 호텔들도 더욱 업그레이드된 상태였다.
협회와 협약을 맺은 그랜드 워커힐은 이곳에 수백억을 더 투자했고 더욱 화려하게 리모델링했다.
서머너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답게 그 품격을 유지하는 거다.
“다들 어마어마하구만.”
주차장에 들어서자 으리으리한 외제 차들이 쭉 나열되어 있다.
처음 우라칸을 받았을 때는 너무 과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오히려 약과였다.
어디를 둘러봐도 생전 처음 보는 슈퍼카들이었다.
“……영감이 나름 검소하게 준비한 거였어.”
건물에 들어서기 전, 김제하에게 경호용 이어마이크를 받았다.
진도윤은 페스티벌에 들어서며, 그와 지속해서 소통했다.
– 들리십니까, 형님?
– 들린다. 어디냐?
– 수하들과 함께 미리 잠입해 있습니다.
– 수하?
– 은신이 가능한 자들로 다섯 명 꾸렸습니다. 평소 함께 합을 맞추던 자들이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아무래도 ‘세티스’를 테이밍한 녀석들이 더 있었나 보다.
그가 아는 한, 소환수와 서머너가 함께 은신할 수 있는 녀석은 그뿐이니까.
– 흠, 개인적인 일에 그렇게 막 가져다 써도 되는 거냐?
– 프리덤은 세계적인 범죄 조직입니다. 의뢰만 들어온다면 살림의 목표가 될 수도 있는 거죠.
– 그건 좋네.
– 그럼 계속 주시하고 있겠습니다.
– 응, 혹시 의심 가는 놈 있으면 보고하고.
– 네, 형님!
김제하와 대화하며 진도윤도 눈을 굴려 주변을 파악했다.
사람이 워낙 많아 보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이런 곳을 턴다고?’
협회 경호팀과 수준 높은 서머너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아무리 진도윤이라 해도 깽판 치기 어려운 수준.
‘프리덤이 그만큼 대단한 건가?’
하긴, 세계 협회와 척을 지고 있는 집단이다.
결코, 쉬운 상대는 아닐 거다.
“이곳부터는 초대장이 있어야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은은한 조명을 따라 계속 걷자, 한 사내가 앞을 막아섰다.
진도윤은 품에서 초대장을 꺼내 건넸다.
그러자 딱딱했던 사내가 깍듯하게 고개를 숙인다.
“협회장님의 손님이시군요. 확인됐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확실히 입장 절차는 까다롭지 않았다.
아마 초대장을 발급한 자가 모든 책임을 떠맡게 되기에 그럴 거다.
홀에 입장한 진도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주변을 돌아다 봤다.
‘우선 협회 사람을 찾아야 해.’
유준태와는 이미 이야기를 끝내뒀다.
놈들은 분명 협회 간부를 납치할 거라 했다.
경호가 삼엄한 협회장을 직접 치기엔 무리가 있을 거고, 그렇기에 미끼를 하나 준비해 뒀다.
짙은 회색 머리카락의 중년인.
협회 전략 및 전술 본부장, 김태호라는 자였다.
이제부터 진도윤은 그자를 집중적으로 마크할 생각이었다.
* * *
홀은 굉장히 넓었다.
커다란 무대가 하나 있었고 수많은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다.
음식도 훌륭했다.
각종 디저트와 요리, 주류들이 사이드에 뷔페식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저기 있군.’
손쉽게 본부장을 찾아낸 진도윤은 근처 자리 하나를 골라잡았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협회 본부장, 김태호입니다.”
“허허, 요즘 얼굴 보기가 어렵습니다. 너무 바쁘신 거 아닙니까?”
“정작 바쁘신 대형 길드 간부께서 그런 말을 하시니 이거 쑥스럽습니다.”
그냥 기본적인 인사말들.
김태호는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듯, 편안하게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아직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
놈들의 테러가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진도윤은 마음을 차분히 하고 감응력을 다스렸다.
그리고 본부장, 김태호 근처에 있는 모든 인물을 주의 깊게 감시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어? 진도윤 씨 아니세요?”
누군가가 홀로 앉아 있는 진도윤에게 아는 체를 했다.
깔끔한 캐주얼 정장의 여성이었다.
“음?”
진도윤은 고개를 갸웃했다.
페스티벌에 자신을 아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매스컴을 통해 본 사람인가?’
그 여성은 아주 자연스럽게 진도윤의 맞은편에 착석했다.
“기억 안 나세요? 서머너 선발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으로 한 번 뵀었는데. 기억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나요?”
“아!”
그제야 기억이 난 진도윤이 탄성을 터뜨렸다.
‘이름이 유민정이었나?’
못 알아볼 만도 했다.
그 당시엔 화장도 안 했고 복장도 던전용이었으니까.
‘역시 여자는 변신하는 동물이라더니.’
확실히 메이크업하니 사람이 달라 보인다.
무언가 조금 더 귀티나 보이는 느낌?
그녀는 와인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말을 이었다.
“여기서 뵙다니 확실히 놀랍긴 하네요. 그때도 평범한 분이 아니란 건 알았지만……. 이렇게 근시일 내에 협회장님의 가호를 받아 페스티벌까지 참석하시다니.”
“뭐, 사정이 있어서 참석했지.”
이어지는 진도윤의 반말에 유민정이 싱긋 웃었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흠, 그나저나.’
진도윤은 문득 이상한 점을 캐치했다.
유민정이면 겨우 C급 서머너다.
그녀도 페스티벌에 참여하기엔 아직 급이 낮다는 말이다.
생각하기가 무섭게, 유민정이 실례했다는 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제 소개를 안 했네요. 저는 대월 길드 소속 서머너 유민정이라고 합니다.”
“아, 대월……?”
이어지는 소개에 진도윤의 눈이 커졌다.
모를 리가 없었다.
던전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다 보면, 온갖 정보들이 들어오니까.
국내에는 3대 길드라 불리는 초대형 길드가 있다.
대월, 은하, 일성.
각종 대기업과도 연계되어 있기에,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위상을 자랑하는 세 길드였다.
명문 길드라 평하던 서동희의 흑철도 이 셋에 비하면 반딧불 수준일 정도였다.
유민정이 활짝 웃으며 답했다.
“맞아요. 빅3 중 하나죠. 길드장 유중원이 저희 아버지시랍니다.”
“아, 그래서 이곳에 올 수 있었던 거로군.”
“으앗, 맞아요. 혈연 덕분에 간부 직책을 겸하고 있죠. 그래도 면전에 대놓고 그렇게 말씀하시다니, 역시 도윤 씨다운데요?”
그녀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다.
유민정은 그와의 만남이 재미있었다.
그동안 만나왔던 어떤 서머너도 자신의 정체를 아는 순간 깍듯하게 대했기 때문이다.
대월 가문의 일원이라는 것은 현 서머너계에서 그 정도의 위치였으니까.
‘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니야.’
유민정은 대놓고 그를 빤히 응시했다.
그 시각, 진도윤은 의아했다.
무려 대월의 간부인 그녀가 굳이 많은 서머너들을 재치고 왜 자신에게 왔을까?
정치적인 자리인 만큼 인사할 곳도 많을 텐데.
A급 서머너도 이곳에는 넘쳐날 테고.
그런데도 이런 자리에 굳이 왔다는 건…….
예측할 수 있는 게 단 하나뿐이다.
‘스카우트.’
어디 소속될 마음은 없긴 한데, 그래도 신기했다.
자신이 서머너 마스터라는 것을 모르는 그녀가 오직 진도윤의 가치를 그 정도로 높게 사고 있는 거니까.
“그래서 나한텐 무슨 볼일인데?”
진도윤이 짐짓 모르는 척 물었다.
그녀는 와인을 한 번 홀짝 마시며 답했다.
“어차피 지루한 페스티벌이잖아요. 형식적인 대화에 격식 차린 행동들……. 으휴, 이젠 정말 지겹다니까요.”
“그래서?”
이어지는 물음에 유민정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냥 저랑 와인이나 하면서 대화나 나누실래요?”
“뭐, 그러든가. 나쁠 거 없지.”
어차피 그도 기다리기 지루했다.
시간 때우기에는 수다가 딱이다.
* * *
“확실히 도윤 씨도 이렇게 꾸미니까 사람답네요.”
“그전엔 사람이 아니었단 소리냐?”
“정상적이라고 하기엔 좀 그랬죠? 그땐 심사위원이라 말은 못 했지만, 어디 던전에서 몇십 년은 갇혀 있다 나온 사람인 줄 알았다니까요.”
‘그거 맞는데…….’
정확히는 몇십 년이 아니라 100년이었지만.
“어쨌든, 감사의 인사는 드리고 싶었어요.”
“인사?”
“제 생명의 은인이시잖아요. 와, C급으로 던전 체인지라니.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등골이 서늘하네요.”
소름 돋는다는 듯 팔을 한 번 쓴 유민정이 다시 와인을 한 모금 했다.
진도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했다.
“뭐, 그 덕분에 등록증은 쉽게 땄지.”
“에이, 그거 아니어도 무조건 합격이셨을 거면서.”
“그건 그렇지만.”
순수한 인정에 피식 웃은 유민정이 마침내 본론을 꺼냈다.
무언가 생각지도 못하게 툭- 던지는 말투로.
“그러는 김에 우리 길드나 올래요?”
“응?”
스카우트가 목표인 건 알았다만, 이렇게 물어올 줄은 몰랐다.
보통 정식적인 계약서와 함께 의사를 묻는 게 관례니까.
“지금 계신 길드가 풍운 길드라 하셨죠? 거기보다 훨씬 높은 대우해드릴 수 있는데.”
유민정의 직구에 진도윤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너무나도 순수하고도 간단한 제안에 황당하기보다는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긴, 대월이니까 할 수 있는 스카우트 방식이기도 했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길드.
유민정에게는 확실히 빅3만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대월이면, 굳이 나 말고도 급 높은 서머너들 많잖아?”
“에이, 설마요. 도윤 씨 정도의 루키면 대월에도 충분히 어울릴 만하죠.”
“오, 나에 대해 굉장히 많이 조사한 느낌인데?”
“맞아요. 사실, 그때 프로그램 끝난 이후로 제 눈에 딱 꽂히셨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죠. 세상에 어느 누가 개인으로 한 집단에 빅엿을 선사할 수 있을까요? 구제 불능 힐러들을 데리고 던전을 클리어한 것도 인상 깊었고요.”
말하다 보니 목이 마른 유민정이 다시금 와인으로 목을 축였다.
“다른 빅3에서 낚아채기 전에, 발 빠르게 모실 수밖에요.”
진도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형 길드치고 굉장히 저자세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먼 시야에서 봤을 때, 유민정의 안목도 나쁘지 않았다.
사실, 그 어떤 서머너보다 몸값이 높았던 그였으니까.
누구보다 잘해낼 자신도 있었고.
“그래서, 얼마나 대우해 줄 수 있는데?”
진도윤은 재미 삼아 물었다.
가입 의사와는 별개로, 지금 자리는 편안한 대화의 자리다.
고작 빅3의 가입 권유에 부담 가질 성격의 진도윤도 아니었다.
“도윤 씨가 가질 수 있는 최상급의 소환수와 아이템을 지급해 드릴 거예요. A급 던전 또한 최고의 팀과 함께 안전하게 참여하실 수 있고요. 게다가 3년 계약금으로 1,000억, 별개로 연 100억씩의 수익을 보장해 드릴게요. 던전 클리어마다 보너스도 두둑이 지급해 드릴 거고요. 이는 현재 도윤 씨가 세간에 평가받는 것 이상의 대우일 거라고 확신해요.”
“으음…… 그래?”
확실히 웬만한 A급 서머너 이상의 대우긴 했다.
그러나 진도윤 입장에서는 굉장히 짜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본인이 직접 던전을 돌아도 그보단 훨씬 많은 수익을 낼 테니까.
게다가 마스터 시절 그의 몸값은 몇억 단위로 설명될 수준이 아니었다.
“마음에 안 드시나요?”
“아니, 아니, 그건 아니고.”
진도윤이 미소를 머금고 있을 때였다.
– 형님, 찾았습니다!
김제하의 무전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