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55
나 혼자 S급 소환수 55화
얼어붙은 유물 (9)
벼락 폭풍은 기대 이상이었다.
수백의 몬스터들이 휩쓸려 나갔고, 이제는 몇십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레벨도 많이 올랐네.’
데몰리션의 레벨이 5로, 피닉스의 레벨이 18로 상승했다.
마스터 시절의 사냥속도를 감안하고 봐도 엄청난 폭렙이었다.
꿀꺽.
유아린의 침 넘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단…… 하네요.”
“그야말로 파괴. 그 자체를 표현하는 힘이었다. 어쩌다 이런 존재가…….”
이프리트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이 정도는 되어야지.’
무려 S급 몬스터다.
모든 성장을 마친 피닉스와 엘라임, 그리고 데스나이트가 한 달 동안 싸웠는데도 결국에 이길 수 없었던 존재.
아무리 3성(★★★)이라 해도 이 정도의 힘은 보여줘야 했다.
“자, 이제 마무리하자고.”
대충 정리를 마친 진도윤이 당당하게 걸어 나갔다.
“네, 알겠어요.”
유아린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따라나섰다.
잔류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데몰리션의 발톱이 목을 잘라내기도 했고, 이프리트가 화염으로 활활 녹이기도 했다.
몬스터들이 앞을 막아서면 베어 넘기며 그가 향하는 곳은 프리덤의 졸개가 위치한 곳.
“……도망치진 않겠죠?”
유아린이 중얼거렸다.
“어차피 녀석은 독 안에 든 쥐야. 던전 클리어 시간인 2일이 지나지 않는 한, 녀석이 도망칠 곳은 없어. 네가 말했었잖아.”
“아 맞다, 그랬었지.”
“엘라임에게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거 하난 확실한 인간이로군.”
이프리트가 고개를 끄덕이자, 진도윤이 피식 웃었다.
“이프리트.”
“왜.”
“어차피 가는 데 시간 좀 걸릴 것 같은데 못다 한 얘기나 할까?”
“못다 한 얘기?”
어차피 녀석과의 거리는 꽤 된다.
도망칠 곳도 없으니 여유롭게 걸으며 노가리나 까면 된다.
“우선 피닉스가 최상급 정령이라는 것에 대해서나 다시 이야기해 보자.”
진도윤이 그 부분을 짚고 싶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만약 S급인 피닉스보다 정령왕이 더 위 등급 존재라면……?’
엘라임이나 이프리트도 S급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세상에 데몰리션 외에 더 많은 S급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도 되고.
‘그럼 좀 충격인데…….’
인류 최대의 위협이었던 데몰리션보다 더한 녀석들도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니까.
‘상상은 안 가지만…….’
“그 말은 사실이다. 본래 우리들의 본체는 정령계에 위치해 있어.”
“정령계?”
처음 듣는 장소에 진도윤이 고개를 갸웃했다.
“으음, 대충 설명하자면, 다른 차원으로 봤을 때 존재하는 세계다. 보통의 인간들은 찾아내지 못하지. 이차원의 존재가 삼차원의 존재를 보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생각하면 돼.”
“어렵군.”
“어쨌든 우리는 그곳에서 순도 100%의 힘을 낼 수 있어.”
진도윤은 새삼스러운 눈길로 이프리트를 응시했다.
“나는 너희가 몰디브에 사는 줄 알았는데.”
인도 밑 지방에 있는 몰디브 제도.
그곳에서 생겨난 던전에서 흘러나온 두 종족의 몬스터가 바로 엘라임과 이프리트였다.
그 때문에 이미 몰디브는 정령들의 세상으로 망해버린 지 오래.
과거 그곳에서 고생했던 기억이 떠오른 진도윤이 눈살을 찌푸렸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온 곳이 그곳일 뿐, 본래 우리가 살던 세계는 그곳이 아니었다.”
“……그랬군.”
진도윤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정령왕도 알 수 없는 힘이라 하는 걸 보면, 지구를 요지경으로 만든 자가 더 위 차원의 존재라는 건데…….
하긴, 그러니까 정령왕도 소환수로 길들일 수 있는 거겠지.
“어쨌든, 이곳에서는 너도 100%의 힘이 아니라는 거지?”
“물론이지. 나와 엘라임은 그간 10% 정도의 힘밖에 끌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건 우리 말고 다른 정령들도 다 마찬가지야.”
“엘라임은 그런 말 없었는데.”
“굳이 말 안 했을 거다. 나 역시 그냥 당연한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프리트가 진도윤 어깨 위에 앉아 있는 피닉스를 힐끗 쳐다봤다.
“피닉스는 뭔가 다르구나?”
“그렇다. 저 아이는 정령계에 있는 힘을 100% 다 끌어내고 있다. 아직 완전한 성장을 거치치 않아 아쉽지만, 지금 힘으로만 봐도 거의 나와 비슷할 정도. 도대체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한지 의문일 지경이다.”
이프리트가 주절주절하자 진도윤이 흥미를 보였다.
던전에서만 나오는 줄 알았던 정령들이 사실 자신들만의 세계가 있었다니.
‘그건 의왼데?’
뭔가 변해 버린 세계의 비밀을 캐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호오, 그럼 너도 100% 다 끌어오면 장난 아니겠네?”
“말해 뭐하냐, 난리 나지.”
이프리트가 어깨를 으쓱으쓱했다.
왕 답지 않은 귀여운 모습에 진도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럼 엘라임은 지금 정령계에 있다는 거야?”
그러고는 툭- 던져 물었다.
사실, 다른 것보다 이게 제일 궁금했다.
엘라임의 생사.
“아마 그럴 거다.”
“……정말로?”
진도윤의 주먹이 절로 꽉 쥐어졌다.
피닉스에 이어 엘라임까지 되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시 만날 방법이 있나?”
“잘은 모르지만 아마 직접 정령계에 가야 할 거다.”
“직접?”
“충격을 받아 쉬고 있는 엘라임을 깨워야겠지. 이곳에서 죽은 정령은 모두 정령계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니까.”
‘좋아.’
길만 제시해 주면 뭐든 할 수 있다.
물론, 그전에 제프리부터 구해야겠지만.
문득, 진도윤은 봉인을 해제시킬 때 필요한 재료들을 떠올렸다.
[단, 특수 조건 달성 시 봉인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정령왕의 돌’(A급)이 필요합니다.] [‘얼어붙은 유물’(A급) x 6개가 필요합니다.]얼어붙은 유물은 유아린이 5개 준다 했으니, 이번 던전만 무사히 깬다면 해결이다.
문제는 정령왕의 돌인데…….
하필, 눈앞에 정령왕이 있다.
안 묻고 배길 수가 없었다.
“야, 이프리트.”
“왜, 또.”
“정령왕의 돌이 뭐야?”
“…….”
문득, 천진난만하던 이프리트의 표정이 확- 굳었다.
눈도 커져 있는 게 진도윤의 물음에 많이 놀란 듯했다.
“……인간이 그걸 어떻게 알지?”
“응?”
진도윤은 이프리트와 눈을 맞췄다.
찔러본 건데 역시나 알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무언가 제프리를 구하는 데 한 발짝 더 다가간 느낌.
“뭔데. 그냥, 동료를 구하는 데 필요해서.”
“……동료라.”
“뭐, 심각한 거야?”
“그런 건 아니다. 그냥 태초부터 존재했던 돌인데 정령계 깊은 곳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도 그게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 건지는 몰라.”
“뭐야, 그럼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 보면 되잖아?”
“정령계 깊은 곳은…… 정령이 들어갈 수 없다.”
“잉? 그게 무슨 말이냐.”
정령계를 왜 정령이 못 들어가.
“나야 모르지.”
“정령왕이라면서 모르는 게 왜 이리 많아?”
“정령왕이 무슨 세상의 이치를 다 꿰뚫고 있는 대현자라도 되는 줄 아느냐?”
“하긴, 네 이미지가 대현자와는 거리가 멀긴 하지.”
“뭐야?”
“우선 킵! 알겠어. 일단, 처리할 것부터 처리하자고.”
대화하면서 걷다 보니, 벌써 놈의 기척이 근처에서 느껴졌다.
소환수의 움직임만 봐도 엄청나게 당황하고 있는 듯했다.
“일단 잡아서 족쳐보자고.”
진도윤이 웃으며 달려나갔다.
* * *
“이런…… 이런 개 같은……!”
두건 사내는 넋 나간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혹한 동굴의 열쇠’를 썼을 때만 해도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다.
진도윤과 유아린의 목숨을 거두고 던전 내 사고로 위장시킬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두건 사내가 눈을 비볐다.
자신에겐 한 마리도 버거운 몬스터 수백의 습격을 고작 둘이서 받아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도대체 무슨 스킬이길래…….”
분명히 느꼈다.
자신이 컨트롤하고 있던 몬스터들과의 접속이 한 번에 끊겨버린 것을.
‘게다가…….’
놈들은 신기했다.
자신이 위치한 곳이 어디 있는지 아는 듯, 방향을 정확히 잡은 채 가까이 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마음이 급해졌다.
그런데 뭘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저들과 싸워서 이길 수단도 없었고, 혹여 도망쳐 살아나간다 해도 문제였다.
잭 폴탄의 레이저가 이번엔 자신의 심장을 뚫을 테니까.
이번 암습이 그가 가진 마지막 기회였다.
“시이벌.”
인생이 꼬인 것을 느낀 두건 사내의 안색에 절망의 그늘이 가득했다.
“아냐, 아직 포기하면 안 돼.”
저들도 결국은 자신과 동일한 A급 서머너다.
사람이라면 분명히 실수하게 마련이고 운이 좋으면 자신이 이길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은 두건 사내가 자신의 소환수를 컨트롤했다.
죽음의 사신, ‘리퍼’(★★★★★).
자신을 A급 중에서도 나름 상위권까지 올려준 암살용 소환수였다.
스스슥!
낫을 휘두를 때마다 몬스터의 생명을 수확한다는 저승사자.
리퍼가 몸을 감추고 이동하려 할 때였다.
슈우우웅! 퍼엉!
무언가 불길이 다가오더니, 리퍼의 심장에 적중함과 동시에 폭발했다.
콰아아앙!
‘플레임 노바’(S급).
단일 대상의 몸속에서 압축된 화염의 기운을 폭발시키는 피닉스의 증폭기였다.
“키에에에엑!”
엄청난 충격에 낫을 떨어뜨린 리퍼.
이윽고 작열통이 몰려오는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그와 동시에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안녕?”
정말로 반갑다는 듯 인사하는 사내는 바로 진도윤이었다.
압도적인 실력 차.
고작 스킬 한방에 자신의 리퍼를 무력화시킨 그를 보며 두건 사내는 숨이 턱-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반갑다, 프리덤 잡놈들. 사실 찾고 있었는데, 먼저 이렇게 와주니 고맙네. 진심이야.”
“이…… 개X끼가.”
진도윤의 진심을 조롱으로 느낀 두건 사내가 이를 빠득 갈았다.
“뭐야, 왜 욕을 해? 먼저 우리 목숨을 노린 건 너희잖아? 누가 보면 내가 뭐, 큰 잘못한 줄 알겠네.”
진도윤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데몰리션에게 수신호를 했다.
그러자 데몰리션이 성큼성큼 다가가 서 있는 녀석의 복부에 꼬리를 살짝 휘둘러 넣었다.
퉁- 하고 가볍게.
“컥! 크허억!”
콰아앙!
아예 튕겨 나가 벽에 등을 박은 두건 사내가 꺽꺽거리기 시작했다.
분명 보호구를 입었음에도 고작 한방에 뼈가 다 으스러진 듯했다.
두건 사내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진도윤을 완전히 잘못 평가했어. 놈은 프리덤에게 훨씬 더 위험한 요주 인물이다.’
게다가 정신없어 판단 못 했지만, 분명 녀석은 피닉스를 가지고 있었다.
‘자, 잠깐만……?’
그제야 피닉스가 어떤 몬스터인지 떠올린 두건 사내였다.
‘서, 설마?’
고통 속에서 마침내 상황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어떤 사내를 건든 것인지.
아니, 프리덤이 어떤 사내를 건든 것인지.
‘지, 진도윤이 서머너 마스터라고?’
말도 안 되는 반전에 소름보다는 공포가 느껴졌다.
그리고 이제야 깨달았다.
왜, 협회에서 제프리와 유리아의 석상을 찾으려 했는지를.
서머너 마스터가 복귀한 거였다.
‘이, 이건 알려야 해.’
그러나 그의 생각은 이어지지 못했다.
“이따 보자, 새끼야.”
그의 시야로 진도윤의 주먹이 재빠르게 날아들었기 때문이었다.
퍼어억!
보호구가 안 통하는 턱 부분이었다.
‘제기랄.’
골을 울리는 통증과 함께 그는 천천히 의식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