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58
나 혼자 S급 소환수 58화
얼어붙은 유물 (12)
따닥! 딱!
피워놓은 모닥불 옆.
진도윤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요새가 열린 후, 동이 틀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빛이 있을 때 전투하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라나?
이곳, 북쪽이 아닌 다른 쪽에서도 전투를 위해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있을 터였다.
“…….”
불에서 피어오르는 열기를 느끼며, 호흡하던 중 누군가 등을 툭툭- 건드렸다.
“여기요.”
유아린이었다.
부스럭! 부스럭!
그녀는 어깨에 메고 다니던 소형 가방에 손을 넣어 뒤적이고 있었다.
‘아공간 가방인가?’
폼을 보아하니 딱 그랬다.
하긴, A급 서머너에게 아공간 가방 하나쯤은 필수다.
던전에서 얻은 수확물들을 그냥 들고 다니기엔 애매하니까.
이윽고 그녀의 손에 살얼음이 낀 동그란 물체가 나왔다.
“이게 뭐야?”
“얼어붙은 유물이에요. 잠시만요. 더 있을 텐데.”
일단 하나를 건네받은 진도윤이 정보를 확인했다.
[아이템 : 얼어붙은 유물] [등급 : A] [혹한의 요새를 점령한 자에게 주어지는 증표.] [긴 세월 동안 얼어붙어 있던 고대의 흔적이다.] [소지 시, 특수 효과를 얻는다.] [옵션 : 1/1]– 골동품 : 소환수 마법 공격력 + 10
‘쩝.’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정보였다.
괜히 사람들이 쓸모없는 아이템이라 칭하는 게 아니었다.
하나 달린 옵션이 고작 ‘골동품’이라니…….
‘이걸 5년 동안 지니고 있던 유아린도 대단한데?’
이윽고 다섯 개의 얼어붙은 유물이 전부 나왔다.
“그래도 오랜 시간 지녀왔던 건데 나한테 줘도 돼?”
“사람이든 아이템이든 가치 있을 때 빛나는 법이죠. 어차피 저에겐 짐 덩어리일 뿐이었는데, 잘 써주세요. 대신…….”
“대신?”
역시 원하는 대가가 있었나.
물론, 가능한 것이라면 뭐든 들어줄 생각이었다.
제프리를 구하는 데 유아린의 지분도 제법 들어가 있었으니까.
“이번 던전 끝나고 번호 좀 주세요.”
유아린이 진도윤을 쳐다보며 심각하게 말했다.
번호를 얻는 사람치고는 굉장히 진중한 눈빛이었다.
물론, 진도윤은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복수 때문이구나?”
“먼저 말씀하셨잖아요. 적의 적은 동료라고.”
“내 번호가 비싸긴 한데, 뭐…… 얼어붙은 유물 다섯 개 값으론 차고 넘치지.”
“진짜요?”
“응, 진짜.”
“와, 감사합니다.”
유아린의 표정이 살짝 밝아졌다.
‘처음 만났을 때는 이렇게 표정 변화가 많은 사람인지 몰랐었는데.’
확실히 첫인상과는 달랐다.
물론, 둘은 대화하느라 그 장면을 힐끔힐끔 바라보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이게 뭐야, 지금……? 설마 얼음 공주가 먼저 대시한 거야? 게다가 저 환한 표정은 또 뭐고……. 어디, 약이라도 잘못 드셨나?’
속으로 경악하고 있는 일성의 사내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얼음 공주, 유아린의 미소짓는 모습은 그가 수년간 몸담아왔던 일성에서 처음 보는 종류의 것이었으니까.
‘……피곤해서 그런지 헛것이 보이나 보네. 아니면 꿈인가?’
결국, 그는 인지를 포기하며 눈을 꾹 감았다.
눈보라를 맞으며 한나절 동안 고생했으니, 개꿈 정도는 꿀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 * *
다음 날 아침.
어스름했던 던전 내부에 빛이 희미하게 밝아 올라왔다.
일성의 멤버들은 자리를 정리하고 짐을 챙기고 있었다.
“아시죠? 무조건 지름길로 달려야 해요.”
“알지.”
유아린과는 밤새 대화를 나눴다.
그 시간 동안, 여태껏 기여도 1등을 할 수 있었던 노하우에 대해 완벽히 전수받았다.
‘생각보다 단순했어.’
이미 북쪽 장치를 점령했다는 것만으로도 기여도에 완벽히 앞서 있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혹한의 요새 성벽에 있는 최종 보스, ‘혹한 예티’(★★★★★) 무리를 잡아 쐐기를 박으면 된다.
“최대한 빨리 잡아내고 우리 둘만 빠지는 거예요.”
“오케이.”
어려운 점이라면 딱 하나였다.
다른 서머너들에게 존재를 들키면 안 된다는 것.
당분간 프리덤에게 암살당했음을 위장해야 하니까.
일행들과도 이미 말을 맞춰뒀다.
진도윤과 유아린이 실종되었음을 표명하기로 했고, 기여도 1등도 일성의 사내가 먹었다고 발표할 계획이었다.
‘난이도는 걱정할 필요 없어.’
유아린이 그동안 잘 잡았다는 것은 지금의 진도윤 수준으로도 문제없다는 뜻이니까.
거기에 밤새 데몰리션 스킬들의 쿨도 다 초기화시켜 뒀다.
“크르릉!”
데몰리션이 곧 있을 전투에 흥분한 듯 울었다.
이제 던전을 마무리해야 할 때.
긴장감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자, 그럼 시작해 보자고.”
“네.”
“알겠어요!”
어느새 일성의 멤버들도 자연스럽게 진도윤을 따랐다.
‘얼음 공주가 쩔쩔매는데 우리라고 별수 있나.’
‘확실히 실력은 있으시니까. 고수의 말을 잘 따르기만 해도 반은 간댔어.’
‘게다가 생명의 은인이시잖아.’
강자를 존중하고 우대하는 것은 일성 길드의 주된 특징이기도 했다.
* * *
혹한의 요새.
굉장히 기형적인 구조로 되어 있는 성이다.
‘점령해야 하는 곳은 중앙이 아닌 성벽 위.’
그곳에 존재하는 예티 무리를 처리해야 던전이 클리어된다.
성벽을 오르는 것도 굉장히 까다로웠다.
오를 수 있는 길이 요새 북쪽에만 존재했고, 그곳을 몬스터틀이 철통같이 방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아린이 매년 기여도 1등을 먹었던 이유가 있었네.’
그녀는 항상 북쪽에서 시작한다.
그렇기에 남들보다 먼저 성벽 위를 선점할 수 있었고, 더 많은 기여도를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달려요!”
이제 시간이 되었다.
문을 향해 뛰기 시작한 진도윤과 일행들.
슝! 슈웅!
달리는 그들에게 놈들의 화살이 소낙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북쪽 성벽 위에 존재하는 ‘혹한 엘프’들의 공격이었다.
“보호막 펼치세요!”
유아린의 명에 붉은 머리가 신속히 쉴드를 켰다.
투두두두둑!
기묘한 힘에 의해 튕겨 나가는 화살들.
“문에 들어가자마자 왼쪽 계단으로 달리면 돼요!”
유아린이 뒤에서 외쳤다.
진도윤은 오랜만에 편안함을 느꼈다.
과거 제프리가 했던 것처럼, 유아린이 내비게이션마냥 친절하게 알려줬기 때문이다.
과연, 5년 동안 1등을 유지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상황을 진두지휘하는 목소리에서 전문가의 포스가 뿜뿜 퍼져 나왔다.
“곧 있으면 예티들이 눈덩이를 떨어트릴 거예요! 스치기만 해도 1초 스턴이니까 신호 주면 피해요!”
“오케이.”
성벽 계단 곳곳에는 움푹 파인 피신처가 존재했다.
녀석들이 심한 공격을 할 때는 그곳에 피해 있으면 된다.
“지금요!”
쿠구구구……!
새하얀 눈덩이들이 성벽에서, 그리고 계단을 통해 굴러 내려왔다.
기묘한 마법이 담긴 예티만의 스킬이었다.
‘저런 건 맞으면 안 되지.’
아무리 진도윤이라 해도 스턴 스킬은 무시할 수 없었다.
일행들은 주변에 있는 피신처로 신속히 들어갔다.
“후우.”
진도윤이 숨을 한 번 크게 내뱉었다.
두려움 혹은 긴장감 때문이 아니었다.
오래간만에 다가오는 짜릿함 때문에 피가 들끓었다.
놀이기구 탈 때와 비슷했다.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아도 혹시나 하는 감정 때문에 다가오는 스릴감이 있지 않은가.
지금, 기분이 딱 그랬다.
“이제 올라가면 되나?”
“네, 바로요! 아마 곧 예티들이 몰려들 거예요!”
예티들은 어느 정도 지능이 있어 보였다.
절대 먼저 다가오지 않았으며, 원거리에서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공격을 퍼부었다.
게다가 다른 방향에서 아래를 공격하던 예티들도 신속히 북쪽으로 몰려들었다.
한 번 뚫리면 큰일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 * *
그 시각.
“북쪽을 향해 달려!”
“크윽, 놈들의 공격이 너무 거셉니다!”
“서포터 보호막 더 없어?! 힐링! 힐링으로라도 버텨! 뭐해? 힐링 안 해주고!”
“보호막 그런 거 없어요! 있으면 진즉 썼지! 보호막이 무슨 말이면 다 나오는 줄 알아요?”
진도윤 일행이 계단을 오를 때.
던전, 혹한의 요새에 들어왔던 서머너들은 정신없는 전투를 펼치고 있었다.
“제길, 지형상으로 너무 불리해.”
“빨리 성벽 위를 점령해야 하는데.”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이 북쪽밖에 없잖아요.”
“도대체 일성은 뭐 하는 거야?”
성벽 위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받아내는 것.
직접 상대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끄아악! 공격이 너무 거셉니다!”
“시이벌, 성벽 위로 올라갈 수만 있다면 그냥 단숨에 끝내버리는 건데.”
혹한 엘프들과 혹한 예티들은 지형을 활용했다.
높은 지대에서 원거리 공격을 끊임없이 퍼부었다.
짓눌릴 수밖에 없는 서머너들은 당연히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 진짜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겠어.’
‘최대한 빨리 북쪽으로 달라붙어야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 초반에 북쪽 장치로 달릴걸.’
서머너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적의 공격을 피할 때였다.
콰아아아앙!
성벽 위에서 커다란 폭음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놈들의 공격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 일성인가?”
“일성이 점령했다!”
“그대로 밀고 올라가면 돼! 저것들 다 경험치 덩어리라고!”
서머너들이 쾌재를 불렀다.
각자의 파티에 경험 있는 자들이 있었기에, 어떤 식으로 클리어해왔는지 다 아는 것이다.
항상 과정은 비슷했다.
북쪽을 먼저 점령한 유아린의 파티가 성벽을 뒤흔들었고 그 순간을 이용하여 위기를 회피하는 것이다.
‘좋아, 이제 가서 경험치만 좀 먹다 보면 끝나.’
‘어차피 이곳에 들어온 이유는 소환수의 경험치 때문이니까.’
‘내 소환수도 폭렙 좀 시켜보자고.’
어차피 이들에게 기여도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끽 해봐야 ‘얼어붙은 유물’을 던져주는 던전이다.
그들이 노리고 있었던 건, 끝없이 나타나는 몬스터들을 잡아 얻는 막대한 경험치.
콰앙! 콰아아앙!
폭음은 계속해서 들려왔다.
성벽 위에 올라온 진도윤은 아래를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수많은 서머너들이 아래에서 공격을 감당하며 올라오고 있는 모습.
‘이래서 북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거구나.’
그에 비해 자신은 이미 성벽 위에 올라와 놈들을 상대하고 있다.
파아앙! 팡! 팡!
소지했던 검을 휘두르는 엘프들과 주먹을 휘두르는 예티들.
진도윤은 데몰리션을 컨트롤하며 놈들을 상대해 나갔다.
‘최대한 빨리 끝내고 숨는다.’
화르르륵!
미친 듯이 덤벼드는 엘프들의 공격을 피해내며, 놈들의 진형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무리해서 브레스도 운용했다.
예티가 보이는 곳을 표적으로 총 세방의 브레스를 난사했다.
파이어, 썬더, 그리고 뉴클리어.
순식간에 피떡으로 변하는 몬스터들과 쏟아지는 경험치.
그러다 보니, 당연히 아래쪽 상황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거였다.
“이 정도면 됐어요! 무조건 기여도 1등이에요!”
유아린 역시 펜-리르를 조종하며 말했다.
“좋아, 그럼 이제 우리는 숨어보자고.”
“플랜대로 할게요. 잘 부탁해요.”
“네, 팀장님. 여기는 우리에게 맡겨주십쇼.”
일성 사내가 씩씩하게 답했다.
진도윤과 유아린은 소환수를 역 소환한 후, 재빨리 성벽 구석 틈에 들어갔다.
관심 가지고 수색하지 않는 한, 절대 발견할 수 없는 그런 위치였다.
“와아아아!”
“다 죽여 버리자!”
이윽고, 아래에서 거센 함성이 터져 나왔다.
사기가 오른 서머너들이 성벽 위로 올라오는 소리였다.
이미 굵직한 놈들은 진도윤이 다 처리한 상태.
남은 잔류 병력을 처리하는 것은 서머너들에게 식은 죽 먹기와도 같았다.
“역시, 일성이야! 보스급 몬스터들을 다 쓸어 놨어!”
“빨리빨리 서두르자고, 남은 경험치라도 먹어야지!”
그렇게 서머너들의 본격적인 학살이 시작됐다.
시간이 흐르고 끔찍한 비명과 함께 마지막 남은 예티가 피를 토하며 쓰러질 때!
[던전 클리어!] [요새 점령에 성공합니다. 괴물들에 의해 점령되었던 고대의 성을 되찾았습니다.] [기여도를 산정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마침내 던전, ‘혹한의 요새’가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