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59
나 혼자 S급 소환수 59화
크림슨 (1)
[A급 던전, 혹한의 요새. 이번 연도도 무사히 공략 완료!] [뒤바뀐 MVP, 역시 이번에도 일성 길드! 그런데 5연속 1등이었던 얼음 공주는 어디에?] [총 사망자 5명, 부상자 27명, 실종 2명. 빛나는 성공 뒤에 따라오는 어두운 희생.] [일성 소속 멤버 입장 표명. “루키, 진도윤과 얼음 공주, 유아린은 모종의 힘에 휩쓸려 실종.” 대중들 경악!]…….
A급 인기 던전이 공략된 날.
며칠 동안 대다수 대중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류의 위협이 될 뻔한 던전을 서머너들이 막아준 꼴이니까.
영웅을 칭송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뉴스, 신문, 웹사이트, 너튜브 등등…….
온갖 매체들이 혹한의 요새에 대해 떠들어 댔다.
그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중요토픽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진도윤과 유아린의 실종!
주요 인물로 평가받던 두 서머너였기에, 사람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좋아, 일단은 계획대로 됐네.”
“다행이네요.”
물론, 실종의 당사자들은 대중의 우려와 반대로 대한민국에 멀쩡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후루룩! 쩝쩝!”
그것도 소파에 앉아 따끈한 컵라면을 먹으면서.
“후우, 형니이임…….”
꼬불꼬불한 면발의 촉감을 느끼고 있을 때, 털보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가왔다.
“그러니까…… 세상은 저 난리가 났는데, 왜 형님은 이곳에 숨어 있냐는 말입니다.”
그렇다.
진도윤이 아는 곳 중에 가장 보안 설비가 잘 갖춰져 있는 곳은 바로 털보네 매장.
그는 던전에 나오는 즉시, 유아린과 함께 삼성동으로 이동했다.
“……그것도 그 유명한 얼음 공주를 데리고서 말입니다. 소식 못 들으셨습니까? 광화문에서 얼음 공주의 행방을 밝혀내라고 팬클럽들 시위하는 거.”
“야, 유명한 거로만 따지면 내 쪽이 좀 더 위 아니냐?”
“에이, 대외적으로는 형님보다 얼음 공주 쪽이 더 유명하죠. 저기는 거의 연예인급…… 아니? 잠깐만요.”
대답하던 털보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이, 이런 말 막 해도 돼요? 설마 얼음 공주도 아는 겁니까?”
“뭐가.”
“그, 그, 그…….”
털보가 우물쭈물하자 진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뭐, 맞아. 내가 서머너 마스터라는 걸 알고 있어.”
“허어……?”
“어차피 얘도 우리랑 같이 프리덤을 상대할 거거든.”
“그, 그렇군요.”
털보가 신기한 듯 유아린을 바라봤다.
그녀는 진도윤 옆에 두 손을 모으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상태.
‘외모 미쳤네.’
조각 같은 이목구비에 뽀얗게 잡티 없는 피부는 보면 볼수록 감탄을 자아낸다.
털보는 수많은 팬을 보유한 그녀가 자신에 매장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는 누구와도 친분을 유지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그래도 형님과 함께 왔으면 이제 일행이지.’
긴장감을 털어낸 털보는 먼저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뭐, 앞으로 한솥밥 먹을 것 같은데, 잘 지내보시죠.”
“……?”
그러나 유아린은 표정 없는 얼굴로 털보를 빤히 쳐다봤다.
‘네가 누군데?’라는 쌀쌀한 반응이었다.
휘이잉!
얼음장처럼 차가운 분위기가 매장 내부를 뒤덮었다.
“하하하하, 그, 그 쑥스러움이 참 많은 친구구먼!”
“…….”
털보가 어색한 듯 웃으며 손을 바지에 쓱쓱- 닦는다.
그 모습을 본 진도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이제 한 팀이 되어 움직일 사람이다.
유아린도.
털보도.
김제하도.
함께 프리덤을 잡기로 했었으니까.
자신이 그 중심에 있는 만큼, 조율도 자신이 해줘야 한다.
시작부터 삐끗댈 거면 없느니만 못하다.
“유아린.”
“네.”
그녀가 곧바로 답하자, 털보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아니, 그렇게 쌀쌀맞았던 사람이 형님이 부르니까 저렇게 곧바로 대답한다고?’
명확한 온도 차에 당황한 것이다.
“털보는 음지에서 날 도와주는 고마운 사람이야.”
“그렇군요.”
“아이템을 처리해 주거나 공수해 오는 일을 맡고 있지. 신세도 몇 번 졌고. 이제 앞으로 얼굴 볼 일 많을 텐데 무시하면 안 되겠지?”
“……네, 알겠어요.”
고개를 푹 숙인 유아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후, 털보에게 손을 내밀며 정중히 말했다.
“잘 지내봐요. 털보 씨. 아까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제가 낯가림이 좀 있어서요.”
신속한 태세전환이었다.
‘……이게 뭐야.’
털보는 어이없다기보다는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진도윤을 쳐다봤다.
그도 얼음 공주가 까다롭고 내성적이라는 사실 정도는 매스컴을 통해 알고 있었다.
문제는 그런 얼음 공주가 진도윤의 말에는 찰떡같이 따른다는 사실.
‘도대체 어떻게 구워삶으신 거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일단 그녀와의 손을 맞잡는 털보였다.
그 와중에 느껴지는 손의 감촉은 너무나도 보드라웠다.
* * *
– 영감!
잠깐 휴식하며, 진도윤은 유준태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미 핸드폰에는 유준태의 부재중 전화만 수십 통이 쌓인 상태.
시간이 흐르자, 놀란 협회장의 대꾸가 날아왔다.
– 뭐야, 이 녀석아 살아 있었어? 도대체 어떻게 된 게냐!
– 사정이 생겼어.
진도윤은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프리덤의 암습과 놈을 잡기 위해 파놓은 함정들에 대해서.
그 외 던전에서 있었던 전반적인 일들도 알려줬다.
유준태는 그가 믿을 수 있는 인물 중 하나였으니까.
– 허, 그러니까…… 잭 폴탄을 만나기 위해 연기를 한 거란 말이지? 유아린이랑 짜고?
– 어, 감히 제프리를 노리는 놈인데 상판대기 한 번 봐줘야지.
– 흠……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잭 폴탄은 세계적인 범죄자야. 아무리 네 녀석이라 해도 좀 불안해. 차라리 협회랑 같이 치는 건?
– 안 돼, 놈들이 바보도 아니고 주요 서머너들이 움직이면 바로 눈치챌 거야.
– 후, 알겠다.
유준태도 진도윤이 하는 말의 의미를 알았다.
항상 협회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놈들인데, 다 같이 라스베이거스로 이동하기엔 무리가 있다.
차라리 진도윤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게 편했다.
그는 자신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었으니까.
– 내가 따로 도와줄 건?
– 딱히 없어. 그냥 걱정하지 말라고 연락한 거야.
– 올, 그건 좀 감동인데? 그나저나 라스베이거스는 어떻게 가려고?
– 항공편을 끊는 건 무리고 데몰리션 타보려고.
– 바다를 건너야 할 텐데 가능하겠어?
– 해봐야지.
– 뭐, 어련히 계획이 있겠지. 몸조심하고 필요한 거 있으면 바로 연락해. 유리아는 계속 찾아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 어, 고맙다.
화면을 종료한 진도윤이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자신의 가방엔 제프리의 얼음상이 들어 있다.
녀석을 구하기 위해서는 ‘정령왕의 돌’을 한시 빨리 구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시간이 애매해진다.
이프리트가 말해준 정령계는 말만 들어도 위험해 보이는 곳이기에 더욱 그랬다.
차라리 잭 폴탄부터 해결해 놓고 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으니까.’
답답한 마음을 숨긴 진도윤이 이번엔 소환수의 레벨을 확인했다.
‘엄청 많이 올랐네.’
이번 혹한의 요새는 많은 경험치를 벌어다 줬다.
3성(★★★) 데몰리션의 레벨이 벌써 20에 달했고, 2성(★★) 피닉스의 레벨도 29였다.
만렙이 30이니, 피닉스가 각성하기까지 고작 1레벨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도 된다.
이번 던전에서 브레스로 많은 몬스터를 처리했기에 가능한 일.
특히, 예티의 경험치를 대부분 독차지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기다려라, 제프리…… 유리아……. 얼마 남지 않았어.’
진도윤은 처음 이곳에 떨어졌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정말 답도 없었는데, 이제 슬슬 해결책이 보이기 시작한다.
데몰리션이 걸어 놓은 봉인기를 풀 방법을 찾았고-
유준태, 김제하, 털보, 유아린 등등 자신과 함께하는 자들도 생겼다.
물론, 방해하는 녀석들도 생겼지만.
‘잭 폴탄과의 약속 시간은 일주일 후.’
그 안에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해야 했다.
* * *
출발은 유아린과 했다.
털보와 김제하는 국내에 남았다.
진도윤은 두건 사내가 썼던 갈색 두건을 뒤집어썼고, 유아린은 밤 까마귀 가면을 썼다.
둘은 아직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될 존재.
괜히 잡음을 만드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으으…… 멀미 나네.’
비행은 빌어먹게도 길었다.
데몰리션은 커다란 태평양을 가로질렀으며, 그 모든 컨트롤을 진도윤이 도맡았다.
그렇게 약 사흘을 날아서야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다.
도중에 보이는 무인도에서 쉬지 않았으면 절대 불가능했을 여행이었다.
“하아, 잭 폴탄 새끼. 이렇게 고생했는데 없기만 해봐라.”
두건 사내의 죽음을 잭 폴탄이 모를 리 없었다.
오합지졸 집단이 아닌 이상 자신들만의 생존 신고나 통신 수단이 있을 테니까.
이미 황천길을 건넌 두건 사내가 잭 폴탄에게 신호를 보낼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여행은 도박이나 다름없다.
잭 폴탄이 나오지 않으면 꽝인 도박.
“전 이번에 꼭 보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진도윤의 투덜거림을 들었을까, 유아린이 조곤조곤 말했다.
도시 한복판에 도착한 진도윤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복수하고 싶다며?”
“오늘만 날이 아니잖아요. 어차피 잭 폴탄도 프리덤의 일부일 뿐. 제 복수는 길고도 끈질길 거예요.”
“마음가짐 하나는 좋네.”
“별말씀을요.”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진도윤이 다시 유아린을 쳐다봤다.
“뭐, 그럼 아직 약속 시간까지 3일 정도 남았는데 서로 볼일 보다가 나중에 만날까?”
“볼일이요?”
“어, 온 김에 둘러볼 곳이 생각났거든.”
“전 상관없어요, 마스터.”
“마스터?”
무심코 진도윤의 눈가가 휘었다.
왜 자신을 그렇게 부르냐는 의미였다.
“음……. 서머너 마스터시니까…….”
“헐, 얀마.”
이내 진도윤이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네?”
“나 정체 숨기고 다니는 거 뻔히 알면서 그러고 싶냐?”
“아!”
당황한 표정으로 범벅이 된 유아린.
진도윤은 쩝- 하며 입맛을 다셨다.
“그냥 다른 호칭으로 불러.”
“……어떤 거로요?”
“음…….”
그러고 보니.
뭐라 부르라 하지?
굉장히 애매하다.
‘그냥 어린애니까 삼촌이라 부르라 하면, 아…… 삼촌은 좀 그런데.’
진도윤의 표정이 괴상하게 일그러질 찰나.
“오빠?”
“응?”
“그냥 오빠라고 부를게요.”
유아린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툭- 던진다.
‘쟤는 내가 100살이 넘었다는 사실을 알까.’
뭐, 아무렴 호칭 따위야 상관없었다.
적어도 삼촌이나 아저씨보다는 오빠가 더 낫기도 했다.
“그러든가.”
“네, 오빠. 그럼 3일 후에 팜스 호텔 앞에서 보면 되는 거죠?”
일성의 멤버들이 봤으면 기겁할 만할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그녀.
“아니, 2일 후 밤에.”
“미리 준비하려 하는 거군요. 알겠어요.”
“가면 잘 쓰고 다니고. 괜히 시끄러워지면 골치 아프니까.”
“네.”
당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괜히 걱정됐지만, 사실 굳이 걱정할 필요 없다.
그녀는 최상위 A급 서머너임과 동시에 성인이니까.
아마 이 라스베이거스를 통틀어 그녀의 순위를 매겨도 열 손가락 안에 들 거다.
진도윤 역시 고개를 끄덕인 후 등을 돌렸다.
‘가볼 곳이 있어.’
과거 서머너 마스터 시절에 라스베이거스에 올 때마다 꼭 들렸던 곳이 있다.
‘숨겨진 공방, 크림슨.’
그가 과거 아이템을 맞췄던 곳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