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8
나 혼자 S급 소환수 8화
협회장 유준태 (2)
유준태가 진도윤이 본인의 지인이 맞음을 선언하자, 상황은 일사천리로 정리됐다.
유준태는 잡혀 있던 모든 일정을 취소한 후, 진도윤을 맞이했다.
“…….”
협회장실 내부.
둘은 말없이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유준태는 그를 만나고부터 시종일관 충격받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그럴 만도 했다.
미궁이 사라진 후, 매스컴에서 얼마나 떠들어댔던가.
[마침내 사라진 미궁, 영웅들은 어디로?] [반년째 나타나지 않는 영웅들. 각국 수색작업 실시.] [세계 서머너 협회, ‘서머너 마스터는 꼭 되찾아야 할 인물’ 입장 밝혀.] [서머너 마스터, 빛의 성녀, 냉철한 분석가. 그들은 어떤 인물인가.]아직도 영웅들의 귀환은 대중들의 바람이자 희망이었다.
던전과 몬스터가 난무하는 세상 속.
수많은 서머너들 중에서 그들은 ‘최고’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자들이었으니까.
“…… 돌아왔으면 연락이라도 해주지 그랬냐.”
결국, 마음을 다스린 유준태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안도감과 서운함.
두 가지 마음이 섞인 말투였다.
“에이, 그래서 지금 이렇게 찾아왔잖아?”
“그걸 말이라고.”
“사정이 있었어. 미궁에서 생존하느라 영감탱이랑 소통하는 방법을 까먹었지 뭐야.”
“세월이 흘러도 철딱서니 없는 건 여전하구나.”
유준태가 혀를 쯧쯧 찼다.
“뭐가. 아, 반말하는 거?”
“그래, 그놈의 서양 스타일인지 뭔지.”
“왜, 친근감 있고 좋잖아?”
진도윤이 거리낌 없이 답했다.
“퍽이나, 이놈아!”
결국, 유준태가 먼저 웃음을 흘렸다.
말은 그렇게 해도 유준태는 항상 진도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5년 전.
진도윤이 서머너라면, 유준태는 그의 매니저였다.
서머너 마스터와 함께 플레이하며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익혔다.
협회장 자리를 이토록 오래 역임하는 것도 그때의 경험 덕분임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안하무인이고 독불장군 같은 성격이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끝내줬던 놈.
그래도 진도윤의 말투 덕분에 어색했던 공기가 한순간에 풀렸다.
“많이 힘들었냐?”
“말해 뭐해. 뒈지는 줄 알았지.”
“괜히 미안하다. 괜히 나 때문에.”
사실, 유준태는 마음 한편에 죄책감이 있었다.
최후의 미궁을 클리어해 달라 부탁했던 것 때문이었다.
그 당시 그라면… 해낼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1년, 2년, 3년이 지나고도 돌아오지 않았을 땐….
‘미치는 줄 알았지.’
혼자 술을 기울이며 청승맞게 눈물을 흘린 적도 있을 정도였다.
“영감이 미안할 게 뭐 있어. 나와 동료들이 선택한 건데.”
“……그래도.”
“사실 이 세상에 돌아온 후, 그냥 쉬려고 했었어.”
“음?”
“지쳤거든. 할 만큼 했기도 하고. 영감은 모르겠지만 나 100년 동안 쉬지 않고 싸웠다고.”
“……?”
진도윤의 말을 듣던 유준태의 동공이 커졌다.
무언가 현실감 없는 숫자를 들은 탓이다.
“100년? 그게 무슨?”
“후우, 얘기가 길어지겠네.”
진도윤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누구도 모르는 최후의 미궁의 진실.
S급 소환수의 정체.
사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앞으로 서머너 마스터로 활동할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
그래도 유준태에겐 말할 수 있었다.
그는 의리를 지켰다.
본인이 사라지고 나서도 끝까지 서머너 마스터의 본명을 밝히지 않았다.
즉, 유준태는 그가 신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천천히 말해보게.”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가 시작됐다.
미궁에 들어갔을 때부터 최후의 결전까지.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점심과 저녁을, 그리고 야식까지 먹어가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협회 일정이 한창 바쁠 시기였지만 유준태는 개의치 않았다.
그에게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었다.
“그래서……. 시간 왜곡이 걸린 던전이었고. 100년이나 그곳에 있었단 거냐?”
대화는 해가 다시 뜰 때야 끝이 났다.
요약해서 설명했음에도 그랬다.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이제부터 영감이 내 동생이야.”
“장난치는 거 아니고?”
“내가 던전 관련된 거로 장난치는 거 봤어?”
“하긴, 그건 그렇지.”
“내가 굳이 소란을 피워서까지 영감을 찾은 이유는 단 하나야.”
“……동료들이겠지?”
유준태는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었다.
그가 동료들에 관해 말할 때마다 애틋함이 묻어나왔기 때문이다.
“맞아. 영감이 좀 도와줘야겠어.”
“그들은 지금도 찾고 있는데.”
“제대로 안 찾았잖아. 사람이 아니라 얼음상이랑 석상을 찾아야 해.”
제프리가 설명했던 데몰리션의 봉인기.
그 지독한 것이 벌써 풀릴 리 없었다.
즉, 사람을 찾는 게 아닌 조각상 비스름한 것들을 찾아야 한다는 거다.
“그 봉인을 풀 방법은 있고?”
“그건 내가 풀어야 할 숙제지.”
“역시 데몰리션을 키울 생각인 건가?”
“응. 보통 대다수 봉인기는 시전자가 풀 수 있으니까.”
“던전에 다닐 일이 많아지겠군.”
유준태는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했다.
서머너 마스터가 던전을 휩쓴다면 그만큼 세상은 더 안전해질 테니까.
“아, 맞아. 근데 요즘 협회가 던전 출입을 제한한다던데?”
“그렇지. 사실 그것 때문에 요즘 말이 많다.”
“왜?”
“범죄 집단이 많아졌거든.”
“범죄 집단?”
협회에 등록하지 않은 서머너들 중 일부가 모여서 만든 집단들이었다.
소환수라는 힘이 생기자 법을 무시하고 돌아선 자들.
놈들이 던전을 독점하기 시작하면, 사회가 무너질 수 있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별 잡놈들이 다 생겼나 보네.”
“너도 조심해야 해. 보통내기가 아닌 놈들도 있으니까. 아무리 서머너 마스터라 해도 지금은 소환수랑 다 죽고 없잖아?”
“흠…. 그것도 그렇네.”
맞는 말이다.
데몰리션이 아무리 S급이어도 각 잡고 키우지 않으면 그렇게 강한 힘을 내지는 못할 거다.
“어쨌든, 던전 출입증이나 등록증 같은 것 좀 만들어줘 봐. 내가 아무리 막무가내라 해도 불법을 저지르긴 싫거든.”
이미 D급 던전을 하나 몰래 박살 낸 진도윤이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벌써? 좀 쉬지 그러냐. 100년의 세월이면 보통 사람이면 미치고도 남았어. 너무 무리하다 탈 날까 걱정이다.”
“알잖아.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거. 유리아는 아직도 고통 속에 굳어 있을 거고, 제프리는 얼음 속에서 덜덜 떨고 있을 거야.”
“…….”
유준태는 고민했다.
만들어줄 수야 있다.
하지만, 그의 눈엔 확실히 보였다.
진도윤이 지금 무리하고 있음이.
“왜.”
“흐음, 잠깐만.”
잠깐 고민하던 유준태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건 어떨까?”
“뭔데.”
“일주일 후, 서머너 선발 프로그램이 있거든. 거기 한 번 참여해 봐.”
서머너 선발 프로그램.
서머너가 고착화되고 협회가 크면서 등록 서머너가 되는 길이 쉽지만은 않아졌다.
인성과 재능, 그리고 실력을 겸비한 인재만이 국가에서 인정해주는 서머너가 될 수 있다는 뜻인데.
협회로선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모든 이들이 희망하는 직업이 서머너다 보니 그랬다.
아무리 세상이 위기여도 사회가 굴러가기 위해선 다양한 직업이 존재해야 하니까.
서머너의 수를 조절할 수밖에 없었다.
“서머너 선발 프로그램?”
“응. 고시는 너무 오래 걸리니까 최단기로 따는 방법은 그것뿐이거든.”
“내 짬에 지망생들이나 가는 곳을 가라고?”
“이놈아, 세상이 예전 같지 않아졌다. 이게 국가에서 인증한 사람만 던전에 갈 수 있다 보니까. 서머너 되려고 고시 준비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냐?”
“……미친, 그 정도야?”
“관심이 쏟아지다 보니까. 요즘 뒤에서 등록증 만들어주고 그러다 걸리면 큰일 나. 괜히 진도윤 게이트니 뭐니 뉴스에 나오고 싶은 건 아니지?”
“……쩝.”
영감의 속내를 짐작하지 못한 건 아니다.
그동안 고생했으니 좀 쉬어가라는 거겠지.
뭐, 저렇게까지 말하니 못 들어줄 것도 없었다.
어려운 일도 아니고.
“겸사겸사 후배들이 어떻게 배우고 있는지 분위기도 좀 봐주고.”
“역시 음흉한 노인네, 꿍꿍이가 있었구먼?”
진도윤이 피식 웃었다.
“3일간 합숙 프로그램이니까 가서 적당히 날뛰고 와.”
“……이거 뭐, 천하의 진도윤이 애들 노는 데를 가라니.”
“부탁한다.”
유준태가 간절히 말하자, 결국 고개를 끄덕이는 진도윤.
“협회장이 까라면 까야지, 뭐.”
진도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피곤하진 않았지만, 유준태가 많이 힘들어 보였다.
늙은이가 날밤을 새웠으니 지칠 만도 할 거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바쁘기도 할 테고.
“일주일 후랬지?”
“그래.”
“후, 알겠다. 등록 관련해서는 내가 정당하게 할 테니까 영감은…….”
“걱정하지 마라. 네 동료 찾는 데 온 힘을 다하고 있을 테니.”
“그래, 그거면 충분해.”
진도윤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풍운 길드 건물 내부.
진도윤은 오직 두 손가락만을 이용해 물구나무를 서고 있었다.
‘운동은 꾸준히 해야지.’
미궁이 사라진 후, 무려 반년이라 했다.
그때 동안 의식을 잃고 있었으니 손실된 근육만 한 트럭일 터였다.
‘소환수고 뭐고 근손실은 못 참아.’
진도윤도.
그의 동료도.
100년 동안 운동은 꾸준히 했었다.
비록 소환수가 대신 싸워준다 해도 몸 관리는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진도윤의 지론 덕분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서머너의 기본.
그것은 바로 체력과 정신력이었다.
남들이 던전 하나를 깰 때, 세 개를 클리어할 수 있게 하는 것.
남들이 일곱 시간씩 잠자며 사냥할 때, 세 시간만 자고 싸울 수 있게 하는 것.
진도윤이 오로지 재능 덕분에 세계 최고가 된 것은 아니었다.
피나는 노력과 의지가 뒷받침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지옥 같은 노력의 바탕엔 운동이 있었다.
‘생각해 보니, 운동하고 나서 감응력도 엄청나게 폭증했었지.’
오랜만의 운동이어서 그런지,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미 온몸은 땀으로 적셔져 있었다.
“후우…….”
마무리 운동을 끝낸 진도윤은 천천히 스트레칭을 했다.
소환수가 싸워준다고 자기관리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
본인은 비곗덩어리를 출렁거리면서 소환수에게 이것저것 시키는 서머너들.
진도윤은 그런 자들을 극도로 혐오했다.
특히 급박한 전투 시에는 서머너도 이곳저곳 움직여 줘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그나저나 벌써 내일인가?’
유준태를 만난 지 벌써 6일이 흘렀다.
내일은 서머너 선발 프로그램이 있는 날.
그동안 진도윤은 이것저것 준비를 마쳤다.
인터넷으로 정보도 검색해 봤고, 데몰리션과의 친밀도도 올렸다.
“뀨우웅!”
지금도 옆에서 뒹굴뒹굴하는 중.
소환수의 소환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서머너에게 굉장히 무리 가는 일이다.
그런데도 진도윤은 데몰리션을 역소환하지 않았다.
이것저것 실험해보며 컨트롤하는 법을 숙달했다.
‘기대되네.’
서머너 선발 프로그램.
과연 어떤 실력자들이 있을까.
지원자들의 수준이 어떨까.
과연, 100년간 미궁에서 썩어온 자신을 놀라게 할만한 재목이 있을까?
이제 준비는 끝났다.
진도윤은 내일을 기대하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